48. 소환 대기실
현재 나는 인류 최초 보상으로 권능 한 개와 스킬 세 개, 아이템 한 개를 얻을 수 있는 획득권을 가지고 있다.
상점에서 대부분의 아이템은 순차적으로 사야하기 때문에 지금 획득권으로 아이템을 사는 것은 무조건 손해였다.
나중에 마나를 주고 사기 부담스러워질 때 아이템 보유권은 사용할 생각이다.
스킬의 경우에는 지금 당장 사고 싶은 것도 없을뿐더러 다음에 정말 좋은 스킬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획득권을 사용할 생각이다.
그래서 지금 사용하려고 하는 것은 권능이었다.
권능은 스킬이나 아이템처럼 등급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 획득권을 사용하든 마찬가지였다.
일반 상점에 판매하는 권능은 3000마나, 히든 상점에 판매하는 권능은 5000마나로 보통의 각성자에게는 부담스러운 금액이었다.
이렇게나 많은 마나를 주고 사도 자신의 특성과 맞지 않으면 적용이 되지 않으니 도박에 가깝다고 봐도 좋았다.
물론 특성과 맞아 떨어지기만 한다면 로또나 다름없지만 말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의 경우에는 권능이 그렇게 비싼 것만은 아니었다.
권능의 구매과 동시에 해당 권능의 히든 상점까지 개방 받는 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시스템에게 권능으로 소환과 관계되는 권능을 사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띠링! 강대한님께서 보유하고 계신 '권능 획득권' 한 장을 사용하여 권능 '소환'을 획득 하시겠습니까? 한 번 사용하시면 되돌릴 수 없으니 신중하게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사용하겠어."
[띠링! 권능 소환이 지급되었습니다. 강대한님께서는 인류 최초로 '소환 능력을 보유한 각성자'가 되셨습니다. 이에 대한 보상으로···.]
여기까지 물 흐르듯 나오던 메시지가 뚝 끊기더니 말이 없었다.
<뭐야? 왜 말이 없어? 불안하게?>
1분도 채 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무척이나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 지나고 다시 메시지가 들렸다.
[띠링! 인류 최초로 소환 스킬을 가진 각성자를 위해 예정된 보상을 지급하여 드려야 하지만 강대한님께 더 적합한 보상이 있어 잠시 보상 지급을 중단하였습니다.]
"더 적합한 보상이라고? 그냥 줄 리는 없을 텐데?"
[그냥 드리지는 않습니다. 첫 소환에서 1등을 하신 보상으로 이미 두 가지 보상은 지급 받은 것과 같습니다. 인정하십니까?]
"세 가지 보상 중에 이미 발현율 5%는 받은 상태이고, 여기 대장 새를 데리고 갈 수 있게 해준다고 했으니 이미 두 가지는 받은 상태나 마찬가지이기는 하지."
[그렇습니다. 첫 소환에서 받을 세 번째 보상과 소환 능력을 가진 각성자로 받을 보상을 합하여 새로운 보상을 지급하여 드리고자 합니다. 어떠십니까?]
<뭐야? 무작정 그렇게 말을 하면 어쩌자는 거야? 세 번째 보상은 뭐고, 최초 소환 권능으로 받을 보상은 뭔지 그리고 새롭게 제시할 보상은 어떤 것인지 말을 해준 상태에서 선택을 하게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나호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먼저 쏟아냈다.
[보상 내용은 알려드릴 수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집사! 시스템은 말하기 곤란하면 꼭 저렇게 말 하더라. 기분 나빠.>
나호가 나만 들을 수 있도록 말을 했다.
나만 들을 수 있도록 한 말도 시스템은 듣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새로운 보상이 다른 두 보상을 합한 것보다 더 좋다는 것은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새로운 보상을 선택하시면 결코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집사. 시스템이 거짓말은 하지 않기는 하지만 왠지 불안하다. 집사가 인류 최초를 싹 쓸어가니까 그러지 못하도록 미리 손을 쓰는 것도 같고 말이야.>
나호와 같은 생각을 잠시 하긴 했지만 시스템은 이런 것으로 거짓을 말하지는 않았다.
마나의 소비와 관계가 있다면 교묘하게 소비를 유도하지만 지금은 전혀 연관이 없는 문제였다.
이런 것에서는 시스템은 우직할 정도였으니 그걸 믿고 새로운 보상을 지급받겠다고 했다.
[강대한님께서는 1등 보상과 첫 소환 스킬을 가진 각성자 보상을 합하여 새로운 보상을 선택하셨습니다. 이에 '소환 대기실(유일)'을 지급하여 드렸습니다.]
<오오오! 유일 보상이다. 소환 대기실이 뭐야? 이런 거 없었잖아. 전생에 이런 것은 듣도 보도 못했는데?>
나호가 유일이라는 말에 좋아서 방방 뛰었다.
"소환 대기실이라면 우리가 상상하는 그거야?"
[무엇을 말씀하시는 건지 모르겠지만 무엇을 상상하시든 상상 그 이상일 겁니다. 그리고 소환 대기실은 유일 품목입니다. 이후로 그 누구도 강대한님께서 가지신 소환 대기실과 같은 것은 가질 수 없습니다.]
[첫 소환에서 보이신 놀라운 성과와 첫 소환에서 소환 권능을 가지게 되신 것에 대한 나름의 보상입니다.]
[EX등급인 마나통 저장고처럼 소환 대기실도 유일 품목이기 때문에 소환 대기실을 성장시키시면 새로운 기능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소환 대기실은 소환 대상이 늘어나면 자동 성장합니다.]
"마나 투자 없이 자동 성장한다는 말이야?"
[마나 투자 없이 성장하는 것은 그 어떤 것도 없습니다. 경험치라든지 다른 평가 요소 없이 소환 대상이 늘어나는 것만으로도 소환 대기실을 성장시킬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면 그렇지. 대변혁 이후의 세상은 마나를 아주 그냥 쥐어짜는 세상이야.>
마나의 지급이나 투자 없이는 어느 것도 되지 않는 세상이기는 했다.
그래도 다른 조건 없이 성장을 시킬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따로 소환 대기실을 준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다.
전생에 누구도 소환 대기실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었다.
그 어떤 것이든 한 번 소환하고 나면 늘 함께 다녀야 했다.
소환하고 있는 동안 계속 해서 마나를 소비해야 하고 이동에 불편이 따르다보니 소환과 관련된 직업이나 스킬은 환영을 받지 못했었다.
호기심에 소환스킬을 얻거나 소환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후회를 많이 한 이유도 이것 때문이었다.
그나마 나았던 것이 네크로맨서인데 네크로맨서들은 뼈다귀들을 자신의 인벤토리에 보관하고 다닐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소환하는 뼈다귀들이 늘어날수록 인벤토리도 함께 늘려야 하고 뼈다귀 때문에 다른 물건은 인벤토리에 보관하기 힘들어져서 나중에는 네크로맨서도 꺼려지는 직업이 됐었다.
소환 직업이면서도 그나마 괜찮았던 직업중 하나로 도깨비소환사도 있었다.
소환 특성이 있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생각했던 직업이 도깨비 소환사이기도 했었다.
그런데 도깨비 소환사는 단순히 직업을 구매한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직업이 아니었다.
물건에 깃들기 좋아하는 도깨비들답게 도깨비가 깃든 물건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이것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전생에 대변혁 초반에 도깨비 소환사로 이름을 날리던 놈이 한 명 있었다.
세상이 제 것이라도 되는 양 구는 놈이었는데 놈이 도깨비 소환사가 된 경위를 소상히 말한 적이 있었다.
그야말로 행운에 행운이 겹쳐 도깨비 소환사가 된 놈이었다.
미우라가 우리나라에 진출하고 미우라 놈 옆에 딱 달라붙어 알랑방귀를 뀌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는데 본인이 소환한 도깨비에게 살해를 당했다는 말도 있었다.
일본에 오기 전, 그리고 12월에 휴가를 갔을 때도 인사동과 금은방을 돌며 놈이 얻었다는 물건을 찾아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놈은 대변혁 두세 달 전에 그 물건을 얻었다고 했으니 앞으로도 열심히 찾아볼 생각이긴 하다.
어쨌든 도깨비는 도깨비가 깃든 물건만 인벤토리에 보관을 하면 되기 때문에 다른 소환사들 보다는 여러 면에서 좋다고 했다.
물론 다른 놀라운 점들도 있고 말이다.
[소환 대기실을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시스템이 시키는 대로 소환 대기실을 떠올려보았다.
그러자 인벤토리나 마나통 저장고처럼 허공에 소환 대기실이 나타났다.
넓지 않은 공간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괜히 유일 품목이 아니었다.
농구장만한 공간이 허공에 나타났다.
그런데 허공에 나타난 공간이 이 숲과 무척이나 닮아있었다.
[소환 대기실의 처음 모습은 이 숲과 최대한 비슷하게 꾸몄습니다. 소환 대기실은 강대한님과 소환대상자가 언제든 원하는 대로 꾸미실 수 있습니다.]
소환 대기실은 대장 새의 눈에도 보이는 모양이었다.
허공에 나타난 소환 대기실을 보며 쪼로롱거리며 기쁨을 표현했다.
데리고 간다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사실 환경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제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집사! 이 녀석 집사의 소환물이 되면 집사가 능력을 사서 줄 수도 있는 거지?>
"그렇지."
소환된 존재에게 능력을 사서 주려면 상당한 마나를 지불해야 했다.
능력을 사서 준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인지 권능 소환과 관계된 히든 상점인 소환 상점이 열렸다는 메시지가 들렸다.
소환 상점을 통해서 대장 새에게 능력을 사서 줄 수도 있고 소환과 관련된 다른 스킬들을 살 수도 있을 것이다.
<언어에 관한 능력도 있으려나? 말이 잘 통하기는 하지만 답답하잖아. 말이 통하면 좋을 것 같은데···. 아니 그것보다 나도 저기에 들어갈 수 있나?>
나호가 소환 대기실로 들어가려고 시도를 해보았지만 들어가지지 않았다.
<안 되네. 혹시 저 안에서는 실체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나호가 시무룩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나호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지금 나에게는 나호가 소환 대기실로 들어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
그래서 뱅뱅 돌리지 않고 시스템에게 물었다.
"마나통 상점에 왜 마나통이 올라오지 않는 거야?"
첫 소환에서 하위 30% 안에 든 사람의 마나통이 매물로 나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마나통과 관련된 상점을 아무리 뒤져도 구매할 수 있는 마나통이 보이지 않았다.
시스템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중요한 문제였다.
미우라 놈을 탈락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본놈들의 마나통을 구매하고 수거하기 위해 일본에 있는 나였다.
그런데 구매를 할 수 없다면 다시 생각해볼 문제였다.
[원래 알려드릴 수 없는 정보입니다만 강대한님께서는 유일한 마나통 수거자이시니 알려드리겠습니다. 하위 30%라고 해서 바로 마나통이 매물로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마나통은······.]
시스템이 설명을 시작했다.
마나통이 매물로 나오기 시작하는 것은 3회차가 끝난 다음이라고 했다.
세 번까지는 기회를 준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번 소환에서 발현율이 0%가 되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시스템이 평가했을 때 세 번의 기회를 준다고 해도 전혀 갱생 가능성이 없다고 평가되는 하위 5%에서 10% 정도의 사람은 발현율이 0이 되면서 영원히 각성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이미 마나통을 떼어냈거나 이번에 발현율 0이 된 사람들의 마나통도 지금은 살 수 없는 거야?"
[그렇습니다. 3회차가 끝나면 사실 수 있습니다.]
"마나가 필요한 거고?"
[그렇습니다.]
<조금 무섭다. 이런 것을 사람들은 전혀 모르고 있잖아.>
"그렇지. 세 분이 걱정이야. 병원에서 소환이 됐으니 어떻게 됐을지···."
[이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새는 소환 대기실로 보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소환을 해제한다고만 하면 되는 건가?"
[소환이 가능하게 되면 강대한님께서 전하고자 하는 생각을 어느 정도 전할 수 있기 때문에 직접 말씀하시지 않고 심상으로도 해제를 하실 수 있습니다.]
시스템이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대장 새를 소환 대기실에 보내기 전 이름을 지어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계속 대장 새라고 부르는 것도 이상하니 말이다.
그래서 시스템에게 잠깐의 시간을 허락 받은 후 생각해 둔 이름을 말했다.
"대장 새였으니 '대새' 어때?"
<대세가 아니고 대새?>
순간 나호의 눈빛이 곱지 못했다.
"왜?"
<대새는 좀···. 대조(大鳥)가 차라리 낫겠네. 대조, 큰새! 봉황을 의미하기도 하잖아.>
"내가 생각해도 작명센스는 엉망인 것 같지만 대새는 대세라는 말과 소리가 같아서 좋잖아. 네가 앞으로 대세가 되라 이런 느낌으로 말이야."
<나는 그 이름 반대요오오.>
나호가 사극톤으로 말했다.
어지간히 대새라는 이름이 싫은 모양이었다.
"그럼. 대장 새에게 선택하라고 하자. 대조가 좋으면 네게 날아가고, 대새가 좋으면 내게 날아오라고 하면 되잖아."
<그거 집사가 무조건 유리하지. 대장 새는 어떤 이름이든 집사에게 날아갈 테니까 말이야.>
"아니야. 나름 영특한 녀석이니까 야무지게 제 이름을 선택할 거야."
대장 새에게 두 이름을 말하고 3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마음에 드는 이름 쪽으로 날아오도록 시켰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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