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50화 (50/350)

50. 아이고 아부지이이!

2029년 1월 1일.

날이 밝으면서 세계에서 5%에서 10%의 사람들이 가슴통증과 입 냄새에서 해방된 것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수술이 아니면 치료가 되지 않는다고 알려졌던 오션 28이 자연 치유된 것이다.

실상은 그런 것이 전혀 아니지만 누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당장 가슴 통증과 입 냄새가 사라졌으니 질병이 치유됐다고 생각한 것이다.

나만 해도 전생의 이맘때는 일부 사람들이 자연 치유가 됐다고 생각했었다.

아침부터 인터넷과 각종 언론이 술렁거리는 가운데 나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공항에 도착하자 정부관계자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 두 사람이 강대한씨를 경호할 것입니다."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셔도 되는데···."

"멀찍이 떨어져서 할 겁니다. 강대한씨께서는 평상시대로 움직이시면 됩니다."

따라붙는 사람이 있으면 움직임 하나하나에 신경이 쓰일 것 같은데 내 입장은 전혀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정부 관계자들 입장에서는 이것이 최선인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국가에서 내 안전을 지켜준다고 나선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자기들 나름의 정보 때문에 이런다는데 거부할 이유도 없었다.

병원까지는 정부관계자의 차로 이동을 했다.

이들의 태도를 보아 세 분의 안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병원에 도착하니 세 분은 3인실에 나란히 누워계셨다.

"엄마! 아버지···."

"괜찮아. 괜찮아. 멀쩡한데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해서 아직 여기 있는 것뿐이야."

엄마가 활짝 웃으면서 말씀하셨다.

엄마 입에서 입 냄새가 났다.

마나통증에 의한 입 냄새였다.

입 냄새가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우리 때문에 놀랐지? 오지 않아도 됐는데 굳이 네게 연락을 해야 한다고 해서···. 미안하게 됐다."

"아니에요. 큰아버지. 당연히 와야죠."

큰아버지에게서도 입 냄새가 났다.

첫 소환에서는 무사히 시험을 마쳤다는 의미였다.

"그럼 당연히 와야지. 아들인데···. 괜히 자식을 낳겠어? 이럴 때 쓰려고 낳는 거지. 잘 왔다. 이럴 때 자식이 들려다보지 않으면 부모 체면이······."

"여보···."

"내가 틀린 말했어? 입원했는데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으면···. 알았어. 그만하면 되잖아."

아버지께서 어머니의 눈총을 받으시더니 입을 다무셨다.

아버지께서 입을 여실 때 심장이 쿵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두 분과 달리 아버지의 입에서는 냄새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대한아. 네 안색이···? 피곤하니? 서 있지 말고 이리 앉아. 그래도 이 병실 저 병실 다니지 않아도 돼서 좋지? 3인실이 있다고 해서 같이 있겠다고 했거든. 어차피 증상도 모두 같으니까."

어머니께서 이런저런 말씀을 하셨지만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세 분의 사고가 테러일지도 모른다는 말보다 아버지 입에서 냄새가 나지 않은 것이 더 충격으로 다가왔다.

각성을 하지 못한다면 전생에 느꼈던 고통을 똑같이 느끼셔야했다.

"정말 어디 안 좋은 거 아니니?"

"아니에요. 갑자기 자연치유가 된 사람들이 있다고 하던데 아버지도 괜찮아지신 거예요? 입 냄새가 안 나네요?"

"하하하! 치유된 거 같지? 의료진들 드나드는데 입 냄새 풍기면 민폐잖아. 그래서 독도 챙겨 먹었다. 하하하!"

아버지께서 박장대소를 하셨다.

안심이 되기는 했지만 순간 맥이 탁 풀리는 것 같았다.

<아이고 아부지이이! 참말로···. 의료진 생각하시는 것처럼 아들 생각도 하셔야지···.>

나호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까지 남을 의식하시는 아버지가 신기할 노릇이었다.

남의 시선을 많이 생각하는 아버지이니 어쩌면 당연한 행동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환자니까 괜찮다고 해도 날 밝자마자 마시더라. 우리 아들이 개발한 거라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지."

엄마가 아버지를 흘겨보시며 말씀하셨다.

아버지는 잔소리는 많지만 그만큼 나에 대한 애정도 많으셨다.

그 애정이 지나쳐서 숨이 막힐 때가 많지만 말이다.

"거짓말을 하는 것도 아닌데 왜? 우리 아들이 개발한 것이 맞잖아. 아버지께서 알려주셨다고 해도 우리 아들이 기억하지 못했으면 말짱 도루묵 아니겠어? 안 그렇습니까? 형님."

"그래. 우리 대한이가 큰일 했지. 그런데 오늘 갑자기 자연 치유된 사람이 생겼다고 하더라. 아침부터 뉴스가 난리도 아니던데···."

"조사 들어간다고 하더라고요."

"우리나라야 워낙 빠른 민족이니 조사하려고 하면 금세 조사가 되기는 하겠지."

"뉴스에 자연 치유됐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나와서 인터뷰도 하던데···. 믿을 수가 없어서···."

아버지께서는 예민한 성격답게 의심도 많으셨다.

인터뷰 한두 번 봤다고 그렇구나 하실 분은 절대 아니었다.

"이전에도 우리 독도로 입 냄새를 제거하고는 자연 치유됐다고 우긴 사람들이 있었잖아."

"아까 뉴스에 나온 것은 아르헨티나였잖니. 독도가 아무리 유명해도 저기까지 갈 리가 없지. TV에 나온 사람도 평범한 서민이었고."

큰아버지께서 아버지의 주장에 반박을 하셨다.

아버지 말씀대로 이전에도 독도를 마시고는 자연 치유됐다고 주장한 사람들이 있었다.

각종 언론에 인터뷰까지 했지만 사기로 드러났다.

이런 인터뷰 때문에 오히려 독도의 우수성이 더 알려지게 됐지만 말이다.

"형. 그건 모르는 거예요. 보따리상들이 얼마나 위대한데···."

"그거야. 한두 명이 주장할 때 이야기고. 말을 들어보니까 한두 명이 아니라고 하잖아. 저 정도면 자연 치유됐다는 말이 허황된 주장은 아닐 거야. 한두 개 언론에서만 주장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상당히 신빙성이 있는 말 같아."

"저도 아주버니 생각과 같아요. 독도 덜 팔아도 좋으니까 우리나라 사람들도 많이 나았으면 좋겠네요. 1년을 끌어오다 갑자기 낫는다는 것이 믿기지 않지만···. 이렇게 되면 수술 받았던 사람들만 바보 되는 건가?"

<집사? 어머니 말씀대로 수술 받는 사람들이 줄어들어?>

'잠깐은 줄어들기는 하겠지. 가슴에 칼을 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하지만 오히려 늘어날 거야.'

<늘어난다고? 그때 그랬나? 기억이 나질 않네.>

전생에 이맘 때 나호는 세상일에 흥미가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굵직한 일들은 기억하고 있지만 세세한 것까지는 기억하지 못했다.

"지금은 모두 입 냄새가 나니까 서로 이해를 하지만 자연 치유된 사람이 나오기 시작하면 이해하려고 하지 않을 거예요. 수술이 더 늘어날 수도 있죠."

"대한이 네 말이 맞다. 지금은 다 서로 이해를 하지만 치유되는 사람이 나오기 시작하면 이해하지 못하겠지. 차별이 생길 수도 있고, 우리나라야 독도가 있어서 나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구별이 되지 않지만 다른 나라는 아니니까."

<일본은 수술이 늘어날 수도 있겠네. 일본 사람들은 유난히 타인의 시선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잖아. 그렇다고 절대로 독도를 수입하지는 않을 테고 말이야. 그러고 보면 이름 참 잘 지었어. 하하하!>

전생에 기억에 의하면 일본은 치유된 사람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수술이 늘었다.

회사나 거래처의 눈총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수술을 받는 사람도 많았다.

나에게는 감사하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가장 감사한 일은 세 분이 모두 시험에 통과했다는 것이지만 말이다.

아르헨티나와 우리나라는 열두 시간차이가 난다.

우리와 달리 낮 열두 시에 소환이 됐었다는 말이다.

그러니 소환에서 돌아와서 바로 자신들의 상태확인이 가능했을 것이다.

확실히 낮에 소환이 됐었던 나라에서 변화를 빨리 감지하기는 했다.

며칠이 가기 전에 우리나라가 가장 자연치유력이 낮다는 사실도 알려질 것이다.

오션 28의 진원지이고, 가장 고통에 시달리는 땅이며, 치유율도 가장 떨어지는 나라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겠지만 그건 1년만 참아내면 되는 것이었다.

대변혁이 일어난다고 해서 바로 발현율의 의미를 파악했던 것은 아니지만 어차피 대변혁 초기에는 국제 교류가 불가능했었다.

다시 국제 교류가 가능해졌을 때 우리나라는 각성 강국이 되어 있을 것이다.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뿌듯해지는 것 같았다.

"우리 무사한 거 봤으니 다시 가봐야지."

큰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이왕 왔으니 하루 정도는 있다가도 좋은데···."

아버지께서는 아쉬움을 드러내셨다.

"대한이가 일본에서 꼭 할 일이 있다고 하니 가야지. 어지간하면 대한이도 여기 있고 싶지 않겠어?"

"일본에는 언제까지 있을 생각이냐?"

자꾸 나를 보내려는 큰아버지 말씀이 불만스러운지 불퉁한 목소리로 물으시는 아버지셨다.

"올 12월까지만 일본에 있을게요."

"뭐 좋다고···."

아버지의 말씀이 길어지려고 했다.

그러자 큰아버지께서 아버지의 말을 끊고 말씀하셨다.

"그래. 항상 몸조심하고. 치유되는 사람이 늘어나면 독도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겠지만 아직은 지켜보는 눈이 많다고 하더라."

"예. 걱정하지 마세요."

"부모라는 것이 말이다. 걱정하지 말라고 해서 걱정하지 않는 존재가 아니야. 네가 눈앞에 있어도 걱정인데 이런 시국에 일본에 있으니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지. 네가···."

"여보."

"알았어. 무슨 말을 못하게 해."

아버지는 어머니의 제지로 걱정을 더 이상 늘어놓을 수 없었다.

대신 내게서 잠시도 눈을 떼지 않으셨다.

<군대는 어찌 보내셨는지 몰라.>

'우리 아버지 군대에서도 유명하셨어. 날마다 메일을 보내셨거든. 나를 그만큼 사랑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

<잔소리만 좀 줄이면 최고의 아버진데 말이야.>

전생에는 지겹기만 하던 소리였다.

하지만 이제는 사랑이고 관심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고 싶은 말씀 중에 10%정도만 걷어내고, 10분 정도만 참아주면 더 좋겠지만 원하는 대로 세상일이 다 되는 것은 아니었다.

저리 말씀을 하시는 것도 건강 상태가 최악이 아니라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전생에 통증이 심하실 때는 좋아하는 말씀도 마음껏 하지 못하셨다.

그 모습에 어찌나 가슴이 아프던지···.

세 분의 건강을 확인했으니 큰아버지 말씀대로 일본으로 돌아가야 했다.

세 분은 내일쯤 화순으로 내려가신다고 했다.

정부에서도 세 분 주위를 살피고 있는 것 같고 경호업체에게도 따로 말을 해둔 상태이니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사고는 조금 더 조사가 이루어져야 정확하게 알 것 같은데 만약 정부의 예측대로라면 오히려 사실을 파악하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세 분께 인사를 하고 비행기 표를 어렵지 않게 끊어서 일본으로 돌아왔다.

공항까지 정부에서 파견한 사람이 경호를 해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숙소로 돌아오니 밤 열 시가 되어있었다.

<집사! 쪼롱이 밥 좀 줘야 하는 거 아니야? 대기실에 있으면 배 안 고프나?>

"글쎄. 처음이어서 모르겠네. 불러보지 뭐. 쪼롱아!"

쪼롱이가 포르르 날아서 소환 대기실에서 나왔다.

날아오는 폼이 힘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 것이 정말 배가 고픈 것 같았다.

아니면 식탐에 연기를 하는지도 모르고 말이다.

<배고프지?>

쪼로롱! 쪼롱!

쪼롱이가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며 맑은 소리로 울었다.

소환 대기실은 치유가 되는 곳이고 상태를 회복하는 곳이니 배가 고플 리가 없는데 유난히 배가 고픈 체를 하는 쪼롱이였다.

비세계에서 먹는 양을 봐서는 이 녀석의 식탐을 채워줄 수 있을지 심히 걱정이 되었다.

쪼롱! 쪼롱! 쪼로롱!

쪼롱이가 내 손으로 날아오더니 손바닥을 쪼았다.

어서 먹을 것을 내놓으라는 것 같았다.

숙소로 오는 길에 사왔던 소고기를 접시에 놔주었다.

<그거 최고급 소고기야. 네 앞에 놓인 것만 해도 금 반 돈 값이야. 먹더라도 그건 알고 먹어야해.>

쪼롱?

<금 몰라? 반짝이는 거 말이야. 집사가 차고 있는 저 촌스··· 아니 목걸이 말이야.>

쪼로로롱! 쪼로로롱!

같은 쪼로롱 소리인데 이상하게 방금은 웃는 소리로 들렸다.

쪼롱이 보기에도 목걸이가 조금 촌스러워 보이는 모양이었다.

"많이 먹어. 반 돈이 아니라 하루에 한 돈씩이라도 사줄 테니까."

<오올! 집사 믿어도 되겠네. 나중에 실체를 갖게 되면 고기값이 좀 들 것 같아서 걱정했는데 집사가 그런 자세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어.>

"고기는 걱정하지 마. 너희 먹일 능력은 되니까. 정 안 되면 사냥하면 그만이고. 넌 실체를 갖출 생각만 해."

<오케이!>

나호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그때였다.

접시에 머리를 박고 소고기에 심취해있던 쪼롱이가 갑자기 고개를 확 들더니 창 쪽으로 포르르 날아갔다.

회심(會心)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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