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54화 (54/350)

54. 열두 번의 죽음

쪼롱! 쪼롱! 쪼로롱!

비세계로 갈 시간이 다가오자 쪼롱이가 흥분을 했다.

어서 비세계로 넘어가고 싶은 것 같았다.

쪼롱이에 비해 나호는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쪼롱이 옆에 있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세 분을 모셔 와야 했어. 너무 쉽게 포기한 것 같아.>

부모님과 큰아버지를 일본으로 부르지 않은 것 때문에 나호의 입이 한 자는 나와 있었다.

"첫 소환 때 그룹은 결정이 된다니까. 이 그룹이 점차 확대되는 것뿐이야. 내가 기억하는 후반부는 그랬어. 그리고 대부분의 각성자들이 그렇게 말을 했잖아."

<그래도 혹시 모르는데···.>

나호가 아쉬움을 드러냈다.

솔직히 표현을 하지 않고 있어서 그렇지 정말 속이 상하는 사람은 나였다.

첫 소환 때 정해진 그룹은 변경이 불가능하다고 알고 있다.

그러니 내가 부모님이 계시는 그룹으로 넘어갈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이었다.

"내가 속한 그룹의 탈락자를 많이 만들면 그룹의 범위가 빠르게 확대되는 걸로 알고 있어. 그걸 최대한 이용해서 일본 놈들 빠르게 탈락시켜야지. 그럼 후반기 정도에는 세 분을 만날 수도 있어."

<그럼 뭐해. 그때쯤에는 세 분은 이미 탈락했을 수도 있는데.>

"그렇기는 하지. 하지만 전생과는 다를 거야. 세 분 모두 운동도 많이 하셨고 금붙이를 많이 하고 계시잖아."

<첫 소환 때는 별 효과도 없는 것 같던데?>

"보이는 효과는 없었지만 분명 다른 사람보다는 마나에 빨리 적응하실 거야."

<지난번에 미우라 놈은 죽였으니까 이번에 갈 때는 미우라는 없는 건가? 발현율이 0%가 된 것은 아니니 여전히 소환되나? 어떻게 돼? 비세계에 대한 것은 아는 것이 별로 없어서.>

쫑! 쫑! 쪼로오롱!

쪼롱이가 쪼롱쪼롱거리면서 뭔가를 열심히 설명했지만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비세계에 대해 뭔가 정보가 있는 것 같은데 일상생활에 관한 것은 어느 정도 알아듣는 것이 가능한데 낯선 정보에 관한 것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호가 쪼롱이에게 부지런히 한글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런데 쪼롱이 이 녀석이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 글자를 도통 배우려고 들지 않았다.

공부만 하려고 하면 이리저리 도망을 다니고 꾀를 부렸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가도 한글 실력은 늘 바닥이었다.

<이번에는 인벤토리 늘리지 않는 거야? 인벤토리 구매할 금액은 충분하잖아. E급 인벤토리 다섯 개 구매해도 집사는 50% 할인 구매가 가능하니까 250마나에 구매할 수 있잖아.>

"우선은 가지고 있는 인벤토리로 충분한데?"

<집사. 내 말 믿고 E급 인벤토리 다섯 개 모두 구입해봐. F과 E급 전량을 가장 빨리 구매한 각성자라고 보상이 있을 수도 있잖아.>

나호의 말을 들으니 그럴 듯 했다.

그래서 바로 E급 인벤토리 다섯 개를 구매했다.

[띠링! 50% 할인 된 가격 250마나를 투자하여 E급 인벤토리 다섯 개를 구매하셨습니다. 합치시겠습니까?]

"E급만 합쳐줘."

[E급 다섯 개을 합쳐서 100*20*20센티미터의 인벤토리가 완성되었습니다.]

<이전에 구매한 것과 합치면 모양이 이상해지니 이렇게 밖에는 활용할 수가 없나?>

"우선은 이렇게 사용해야지. 나중에 더 많은 인벤토리를 구매하면 나아지겠지."

인벤토리를 이런 식으로 판매하기 때문에 불편한 점들이 있었지만 항의를 한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없었다.

이제 각기 크기가 다른 세 개의 인벤토리를 갖게 되었다.

비세계에서의 활동이 조금은 더 자유로워지는 것이고 이곳에서 그만큼 많은 물건을 가지고 갈 수 있다는 말이 되었다.

쪼롱이 물건은 소환 대기실에 넣어주었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소환 대기실에는 소환수에 관한 물건은 보관이 가능했다.

하지만 온전히 소환수에 관한 물건만 보관이 가능했다.

그래서 그곳에 각종 고기를 넉넉하게 보관했다.

소환 대기실에 소환수가 먹는 음식을 보관하면 그 음식은 상하지 않았다.

그래서 소환 대기실 한쪽은 냉장고처럼 이용하고 있었다.

아예 고기를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선반을 짜서 넣어주었는데 그 물건은 또 쏙 들어갔다.

소환수를 위한 물건이라고 인정을 받은 것이었다.

원래 소환 대기실에서는 식사를 하지 않아도 회복이 된다고 하는데 쪼롱이는 소환 대기실에서 끼니때마다 식사를 챙겨 먹었다.

먹는 것을 원체 좋아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활동량이 많기 때문이기도 했다.

혹시나 하고 E급 인벤토리 전체를 구매했는데 별 반응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보상이 없나 했는데 메시지가 들려왔다.

[띠링! 축하합니다. 개인에게 허락된 E급 인벤토리 전체를 모두 구매하셨습니다. 인류 최초이기 때문에 E급 인벤토리 하나를 추가로 지급하여드렸습니다. 기존의 E급 인벤토리와 합치시겠습니까?]

<오예! 아자아아아! 집사 정말 잘됐다. 인벤토리는 넓으면 넓을수록 좋잖아. 이걸로 집사는 F급과 E급 인벤토리를 각각 하나 씩 더 갖게 됐네. 축하해. 집사.>

쪼롱! 쪼롱!

나호가 제 일처럼 기뻐했다.

식탐이 강한 쪼롱이는 바로 탁자 옆에 놓인 간식 위를 오가며 넓어진 인벤토리에 제 간식을 담아달라는 몸짓을 하고 있었다.

어이가 없기도 했지만 귀엽기도 해서 탁자 옆에 놓인 간식을 모조리 인벤토리에 넣었다.

쪼롱이가 좋아하는 간식은 캔에 담긴 생선이었다.

쪼롱이는 가리는 것이 거의 없는데 특히 캔에 담긴 생선을 좋아했다.

이미 조리가 되어 있어서 더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캔은 소환 대기실에 보관이 되지 않았다.

쪼롱이가 먹는 음식인데 우리도 먹을 수 있다고 판단을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번에 가지고 가는 것을 포기했는데 인벤토리가 넓어진 덕에 가지고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탁자 옆에 가득 쌓여있던 캔을 인벤토리에 넣는 것을 확인한 쪼롱이가 쪼롱거리며 애교를 부렸다.

애교의 수위를 보아 지금 기분이 최고조에 이른 것 같았다.

이것으로 지갑용으로 쓰는 10*10*10센티미터의 인벤토리와 100*10*10센티미터 그리고 120*20*20센티미터 이렇게 세 개의 인벤토리를 갖게 되었다.

두 번째 소환을 앞둔 사람이 가졌다고는 믿을 수 없는 인벤토리였다.

지금은 인벤토리의 존재를 알아차린 사람도 없을 시기였다.

인벤토리가 넓어졌기 때문에 물과 음식 등 필요한 물건을 더 챙겨 넣었다.

지난번과 같은 곳으로 소환이 되면 다행이지만 전혀 다른 곳으로 소환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준비를 하는 것이었다.

인벤토리를 구매하고도 현재 남은 마나는 1023이었다.

그동안 마나홀과 마나통의 크기도 17로 성장을 했다.

온전한 마나통을 그만큼 많이 수거했기 때문이었다.

지난 한 달 동안 수술이 늘어나 1만 개가 넘는 온전한 마나통을 수거할 수 있었다.

그래서 현재 가지고 있는 마나통은 총 185,432개였다.

이 마나통을 수거할 때 마나를 미량씩이라도 얻었기 때문에 인벤토리를 사고도 1천이 넘는 마나를 보유할 수 있었다.

인벤토리를 구매하고도 1천 이상의 마나를 보유하지 못했다면 인벤토리 구매는 뒤로 미뤘을 것이다.

어차피 지금은 인벤토리 같은 물건을 E급까지 구매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소환되기 전 마지막으로 복장과 인벤토리를 확인하고 쪼롱이를 소환 대기실로 보냈다.

소환 대기실로 보내지 않아도 내가 이동되면 따라 오겠지만 뭐든 확실한 것이 좋았다.

쪼롱이를 소환 대기실로 보내고 자정이 되는 순간 시야가 바뀌면서 비세계로 와 있었다.

비세계는 이번에도 밤이었다.

한국 시간으로 자정에 이동이 됐기 때문에 매번 비세계도 밤인지도 모르겠다.

쪼롱! 쪼롱!

소환 대기실에서 쪼롱이가 나오고 싶어 했지만 허락하지 않았다.

이곳이 어떤 곳인지 확인하는 것이 먼저였다.

'어? 여기는?'

<집사! 여기 지난번에 소환된 그 숲인데? 저기 봐. 빛의 나무도 있잖아.>

이곳은 공기마저 익숙한 곳이었다.

이곳이라면 마음 놓고 쪼롱이를 꺼내놓을 수 있었다.

쪼롱이를 꺼내놓자 쪼롱이가 맑은 소리로 노래를 하며 높이 날아올랐다.

쪼롱! 쪼롱! 쪼로로롱!

쪼롱이가 노래를 하자 쪼롱이 주위로 수많은 새들이 모여들었다.

그 중에 몇 마리가 쪼롱이 앞으로 다가왔다.

쪼롱이가 이곳을 떠나기 전 대장 자리를 물려준 녀석들이었다.

녀석들이 앞으로 나와 다양한 소리를 내며 뭔가를 열심히 쪼롱이에게 설명했다.

이들의 보고를 조용히 듣던 쪼롱이가 독특한 소리를 내며 뭔가를 지시했다.

그랬더니 새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오올! 이렇게 보니 쪼롱이 녀석 멋있는데?>

수많은 새들에게 둘러싸인 채 새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모습은 정말 늠름하고 당당해보였다.

이곳이 쪼롱이에게는 더 편안해 보이는데 괜스레 고생을 시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새들의 대부분이 사방으로 흩어졌지만 십여 마리의 새들은 우리 주위를 떠나지 않고 우리의 앞과 뒤로 자리를 했다.

마치 호위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새들의 호위를 받으며 빛의 나무로 이동했다.

그리고 빛의 나무 구멍 속에 마련된 우리의 보금자리로 돌아와서 다시 자리를 잡았다.

이곳에서 소환이 해제될 때까지 생활을 할 생각이다.

지난번 한 번 살아봐서 그런지 금세 정리가 끝났다.

짐 정리를 끝내고 정찰을 위해 빛의 나무에서 나오려고 하는데 빛의 나무가 부르르 떠는 것이 느껴졌다.

이번에 빛의 나무가 떠는 것은 외부인을 떨궈내기 위해 떠는 것이 아니었다.

반가움을 표현하는 떨림이었다.

이상하게 빛의 나무가 느끼는 감정이 느껴졌다.

빛의 나무는 분명 식물인데 지금처럼 역동적으로 느껴질 때가 더 많았다.

구멍 안의 나무 벽에 양손바닥을 대고 그대로 있었다.

그러자 나무의 숨결이 느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무척이나 편안한 느낌이 온몸을 감싸면서 피곤이 싹 풀리는 것 같았다.

흡수한 빛의 나무의 정기와 빛의 나무가 서로 교감을 하는 것 같기도 했다.

잠시 그렇게 있자 마나홀이 기분 좋게 진동을 했다.

마나홀이 진동하자 마나홀 안의 마나통도 함께 진동하는 것이 느껴졌다.

나호가 몸으로 파고들어서 마나홀을 자극하는 것과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빛의 나무에 손을 대고 있는 지금이 훨씬 부드러운 진동이었다.

기분이 좋아지는 진동이어서 언제까지고 이렇게 있고 싶었다.

하지만 진동은 계속 되지 않았다.

잠시 시간이 흐르자 마나홀도 다시 차분해졌다.

이제 움직여야 할 시간이었다.

"잘 부탁해. 다녀올게."

인사를 하고 이제는 집이 된 빛의 나무를 나섰다.

두 번째 소환으로 불려온 사람들의 모습이 어떤지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지난번 추가되었던 열다섯 종의 생명체도 여전히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생명체에 관한 것은 빛의 나무에서 얼마 벗어나지도 않아서 알 수 있었다.

토끼 왈라비와 두더지의 모습이 보였던 것이다.

'이곳은 여전한 것 같네.'

<맞아. 시간이 흐리지 않은 것처럼 말이야.>

정말 그런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사람들의 모습을 확인하면 가장 잘 알 수 있었다.

빛의 나무 주위에는 사람들이 거주하지 않았다.

빛의 나무를 귀신들린 나무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빛의 나무는 낯선 사람이 나무에 오르려고 하면 떨어뜨려버리는데 그것 때문에 그렇게 인식이 된 것 같았다.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을 하고 나무 근처에 접근을 하지 않으니 한결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었다.

그런 저런 생각을 하며 사람들이 주로 생활하는 곳으로 이동했다.

'지난번 360시간이 끝난 시점인 것 같은데 이곳은?'

사람들이 잠들어 있어서 심상으로 이야기를 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1차 소환에서 360시간이 끝났다고 말하던 그 순간에서 시간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집사! 그렇다면 지금 미우라 놈은 절벽 아래 동굴에서 잠을 자고 있겠네? 이래서 집사가 그때 열두 번을 죽인다고 했던 거야?>

낯선 조형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