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56화 (56/350)

56. 던전 지도

조형물은 덩굴식물로 뒤덮여있었다.

덩굴식물로 뒤덮여 있는 것 때문에 나호가 던전 같다고 말한 것이었다.

대변혁이 일어나고 던전이 생기는 곳에는 유난히 덩굴식물이 많았다.

아니 덩굴 식물이 완전히 뒤덮고 있다고 말해야 정확할 것이다.

안을 전혀 볼 수 없도록 덩굴식물이 뒤덮고 있는데 간혹 그 덩굴식물이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말도 있었다.

던전에 대한 공포 때문에 만들어진 말이었지만 그런 곳도 실재하기는 했다.

아무튼 이런 특징 때문에 도시에서는 던전 생성을 빨리 알아챌 수 있었다.

반대로 시골에서는 새로 생성된 던전을 발견하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눈썰미가 있는 사람은 어렵지 않게 발견했다.

시골에서도 던전 주위의 덩굴은 주변 식물과 차이가 있기 때문이었다.

덩굴이 건물 전체를 뒤덮고 있었지만 입구를 구별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던전을 뒤덮는 덩굴 식물은 항상 던전 입구 양쪽에 있는 두 개의 커다란 나무에서 시작하기 때문이었다.

던전 입구에 다가가면 덩굴 식물이 알아서 입구를 열어주는데 열어주지 않으면 입장할 수 없었다.

이곳이 던전이라면 입구를 막고 있는 덩굴 식물이 알아서 입구를 열어줄 것이다.

쪼롱이가 대기실로 들어간 것을 확인하고 입구로 다가서자 덩굴 식물들이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문을 당겨 연 것처럼 덩굴식물이 열렸다.

지금 모습은 마치 덩굴식물이 앞으로 팔을 곧게 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 모습은 멀찍이 떨어져서 보면 무척이나 신비롭고 아름답게 보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약간 무섭게 느껴지기도 한다.

덩굴손이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었다.

어떨 때는 입장객을 확인하듯 덩굴손으로 만지기도 했다.

그래서 늘 던전을 입장할 때는 긴장이 되었다.

입장 자격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덩굴손에 의해 제지되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던전의 입구가 열리기 시작할 때부터 움직이고 있던 덩굴손이 내가 다가가자 더 바쁘기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확인하듯 한두 개가 다가와서 조심스럽게 만지더니 이내 수십 개의 덩굴손이 다가와 내 몸 구석구석을 조사하듯이 만졌다.

<야! 어디를 만지는 거야? 어? 어? 거기는 만지면 안 되지···.>

영체인 나호가 덩굴손 사이를 오가며 핀잔을 줬지만 그에 반응할 덩굴손이 아니었다.

처음 던전에 입장할 때는 이렇게 정밀 검사를 받듯 검사를 받는 것이 원칙이었다.

던전마다 가지고 들어갈 수 없는 물건들이 있는데 이런 조사를 통해서 금지 품목을 빼앗기도 했다.

물론 던전에서 무사히 나오면 덩굴손이 어떻게 기억했는지 그 사람에게 정확하게 돌려주었다.

웬만한 사람에게 맡긴 것보다 더 확실하기는 했다.

문제는 입장했던 사람이 죽었을 때였다.

입장객이 죽으면 대개는 덩굴손이 입장객의 물건을 돌려주지 않았다.

그렇게 덩굴손이 물건을 가지고 있다가 자신이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그 물건을 주는 경우가 있었다.

이렇게 획득한 물건에 대해서는 문제를 삼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덩굴손에게 선택받아 물건을 받게 되는 경우 대개는 그 물건을 가장 잘 사용할 사람에게 준다고 알려져 있다.

간혹 가족이나 연인이 던전의 입구에 오면 주는 경우도 있기는 했다.

아무튼 나는 지금 덩굴손에 의해 입장 전 검사를 받고 있었다.

이렇게 검사를 할 때 덩굴손은 입장객의 인벤토리까지도 살필 수 있었다.

인벤토리에 담긴 물건도 덩굴손은 압수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개인의 영혼과 묶여 있다고 알려져 있는 인벤토리까지 어떻게 검사를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던전 입구의 덩굴손은 가능했다.

던전이 금지하는 품목으로 가장 대표적인 것은 사행성 물건이었다.

왜 던전에 그런 것을 가지고 가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화투나 카드, 보드게임을 가지고 가려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런 물건은 100% 압수당했고 돌려주지도 않았다.

사행성 물건 이외에도 던전마다 가지고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물건이 있었는데 이곳은 정글도와 성냥, 라이터, 물을 빼앗겼다.

정글도는 손에 쥐고 있는 상태여서 빼앗겨도 그런가보다 했는데 인벤토리에 넣어둔 물과 성냥, 라이터를 빼앗길 때는 왠지 내 개인적인 공간을 침범 당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꼭 한두 가지씩은 빼앗더라. 이럴 거면 가지고 들어갈 수 없는 것을 아예 앞에 적어둘 것이지···. 매번 덩굴손 마음대로야.>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

<나름의 이유는 무슨. 클리어를 하지 못하게 하려고 수를 쓰는 것이 분명해.>

나호가 저렇게 화를 내는 이유가 있었다.

던전마다 가지고 들어갈 수 없는 품목들이 정해져 있지만 이것이 항상 똑같이 적용되지는 않았다.

사람마다 다르게 적용되기도 한 것이다.

그래서 누구든 이 구간을 통과할 때는 긴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간혹은 자신의 주력무기를 빼앗기는 경우도 있어서 분란이 일어날 때도 있었다.

싸워봤자 절대로 덩굴손을 이길 수 없지만 말이다.

물건을 빼앗아 가도 반항을 하지 않자 덩굴손들의 움직임이 부드러워졌다.

그리고 검색이 끝났는지 바삐 움직이던 덩굴손들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간 덩굴손들은 언제 움직였냐는 듯이 얌전해져 있었다.

공항 검색대를 무사히 통과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순간이었다.

이제 이 구간을 그냥 걸어 들어가기만 하면 던전에 입장하게 되는 것이었다.

무심한 듯 양쪽에 세워진 나무 사이를 통과하는 순간이었다.

경쾌한 알림음이 들리며 메시지가 들려왔다.

[띠링! 축하합니다. 던전에 입장하셨습니다. 강대한님께서는 던전에 최초로 입장한 10인 안에 드셨습니다. 이에 대한 보상으로 '던전 지도(F급, 모든 던전용, 상시)'를 지급하여 드렸습니다.]

[상태창에 F급 던전 지도를 활성화시키시겠습니까?]

모든 던전에서 사용이 가능하고 상시 적용도 되는 던전 지도를 보상으로 지급받았다.

엄청난 보상이 아닐 수 없었다.

던전에서 지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때로는 여벌의 생명을 가지는 것과 같았다.

더구나 이 지도는 모든 던전에서 활용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특별한 제약이 없이 상시적으로 활용할 수 있단다.

일반 상점에서도 던전 지도는 팔았다.

F급부터 EX급 지도까지 팔았는데 등급이 올라갈수록 지도의 내용이 충실하고 더 넓은 곳을 볼 수 있었다.

모든 던전에서 사람들이 지도를 사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지도를 살 수 밖에 없는 던전도 있었다.

미로형 던전이나 던전의 지형이 자주 바뀌는 던전들이 그것이었다.

F급 지도이긴 하지만 어느 던전에서나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지도를 얻은 것은 대단한 것이었다.

일반 상점에서 파는 지도는 상시적으로 사용할 수 없었다.

대개 몇 분에서 몇 시간만 볼 수 있는 지도가 많이 팔렸다.

물론 시간이 늘어날수록 많은 마나를 지불해야 했다.

조금 더 저렴한 지도를 원하는 사람은 회수 제한이 걸린 지도를 구매했다.

보상으로 지급받은 것처럼 상시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히든상점의 지도 매장에서 구입해야 했다.

이것도 구입을 한 후 자신의 상태창에 또 다시 마나를 주고 적용을 시켜야했다.

그러니 지금 아무렇지도 않게 준다고 하는 저 지도는 비록 F급이기는 하지만 히든 상점에서 파는 지도인 것이었다.

그것도 한 번 적용해두면 모든 던전에서 사용이 가능하니 적용시키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적용시키지 않고 가지고 다니다 찢어지기라도 하면 지도는 사라져버린다.

그래서 지도를 구입하면 추가비용이 들더라도 상태창에 적용을 시켰었다.

"비용은 어떻게 돼?"

[띠링! 1,000마나입니다.]

<헉! 천 마나래. 천 마나! 천 마나를 무슨 옆집 개 이름 부르듯이 말하네. 지금 천 마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집사말고 누가 있겠어? 다들 보상으로 지도를 받았다면 도로 아미타불 되겠다.>

나호의 말을 듣는 순간 등줄기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사실 던전 입장이 내가 최초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소환된 장소와 이렇게나 멀리 떨어져 있고 입구를 알기도 어렵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최초입장은 놓친 상태였다.

다행히 최초 10인 안에는 들어 지도를 보상으로 받았지만 만약 마나가 없다면 나호의 말대로 채 하루가 가기도 전에 사라져버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지도는 양피지처럼 두껍고 튼튼하지 않았다.

성경책을 만들 때 사용하는 종이처럼 무척이나 얇고 가벼웠다.

세게 움켜쥐면 바스러져 버릴 것만 같았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얇고 약해보이지만 지도는 아주 선명했다.

문제는 던전 지도는 우리가 흔하게 볼 수 있는 지도처럼 고정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던전전체를 한 번에 보여주지 않고 자신이 있는 곳부터 일정 거리만 나타내기 때문에 자주 펼쳐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이유로 상태창에 적용시켜서 활성화를 시켜두지 않으면 얼마 되지 않아 찢어지기 딱 좋았다.

"일천 마나를 투자해서 F급 던전 지도를 상태창에 적용시키겠어."

[띠링! 적용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잠시 기다리라는 시스템의 메시지가 나오고 단 몇 초도 되지 않아서 다시 잘 적용이 되었다는 메시지가 나왔다.

메시지를 듣는 순간 바로 상태창을 확인했다.

상태창에는 조금 전까지 없었던 창이 하나 생겨 있었다.

지도창이었다.

지도창을 활성화하자 지금 있는 곳의 지도가 나타났다.

시스템이 제공하는 지도는 화질이 흐릿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등급마다 나타내는 범위와 정보의 양이 다르기는 했지만 화질은 어느 것이나 선명했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지도도 마찬가지였다.

지도에는 반경 5미터 정도가 나타나고 있었다.

F급 지도이기 때문이었다.

이런 미로형 던전에서는 반경 5미터 보여서는 별 쓸모가 없었다.

하지만 없는 것 보다는 백배는 낫기 때문에 지도를 활성화 한 채로 그대로 두었다.

<천 마나를 주고 얻은 활성화시킨 지도치고는 너무 빈약하다. 너무 빈약해.>

"괜찮아. 경험치 쌓으면 이것도 등급을 올릴 수 있어. 물론 마나를 지불해야하지만···."

<그나저나 이제 거지됐지?>

"거지 됐지. 소환되기 전에 1023마나 가지고 있었는데 새벽에 사냥한 몬스터 부산물 팔아서 3마나 벌었고 방금 1000마나 사용했으니 겨우 26마나 가지고 있어. 마나통이 17에 발현율이 105%니까 아슬아슬하지."

던전 입구를 살피면서 대답을 했다.

던전 입구에 위험요소가 있었다면 이렇게 소리 내서 대답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근처에는 위험한 것은 보이지 않았다.

던전 중에는 최하급 던전에 속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사실 던전 입구의 덩굴 식물만 봐도 이 던전의 난이도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물론 늘 예외라는 것은 있지만 말이다.

던전을 감싸고 있는 덩굴이 왼쪽감기, 즉 반시계방향을 하고 있으면 일반적인 던전이라는 말이었다.

이런 던전이 전체 던전의 90%를 차지했다.

하지만 시계방향 즉 오른쪽 감기를 하고 있으면 특별한 주의가 필요한 던전인데 이런 던전은 전체 던전의 8%, 양방향 감기를 하고 있으면 무조건 문제가 있는 던전이라고 봐야 하는데 이런 던전은 전체 던전의 2%정도 되었다.

덩굴식물의 감기를 구분할 때처럼 던전을 감싸고 있는 식물도 위에서 봤을 때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입장한 던전을 감싸고 있는 덩굴식물은 왼쪽 감기 즉 반시계방향을 하고 있었으니 일반적인 던전이라는 말이었다.

일반적인 던전이라고 해서 쉽다는 말은 아니었다.

난이도와는 별개로 던전 안에서 이상 현상이 거의 없다는 말이다.

이상 현상만 일어나지 않아도 던전은 할만 했다.

더구나 이곳은 인류에게 첫 던전이니 난이도도 그리 높지 않을 것이다.

<집사! 이곳은 뭘 시험하려는 걸까?>

"글쎄. 알 수 없지. 하지만 모두 입장하게 할 것 같기는 해. 그게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2차 소환이 끝나기 전이겠지."

<그러니까 집사 말은 먼저 발견해서 입장하는 것이 무조건 좋을 것이라는 말이지?>

"그렇지. 발견한 사람에게만 시험하기 위해 이런 장소를 만들지는 않았을 거야."

이런 생각을 하자 미우라 놈이 생각났다.

미우라 놈이 던전에 입장하더라도 활약을 하지 못하도록 확실하게 다리라도 분질러 놓고 왔어야 했는데···.

그렇다고 놈을 의식하다 이런 던전을 놓칠 수는 없었다.

1위로 입장한 것은 아니었지만 1위로 클리어는 해야 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던전 안으로 발을 옮기기 시작했다.

시험의 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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