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62화 (62/350)

62. 무서울 것 같아

[띠링!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시험의 산 정상을 정복하신 것에 대한 보상 산정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먼저 5일 단축할 때 마다 지도의 등급을 올려드리기로 했던 것부터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이 메시지가 나오고 난 후 잠시 뜸을 들이더니 지도의 등급이 상향되었다는 메시지가 들렸다.

[축하합니다. 강대한님께서는 예상했던 것보다 15일을 단축하셨기 때문에 '던전 지도(F급, 모든 던전용, 상시)'가 '던전 지도(C급, 모든 던전용, 상시)'로 상승하였습니다.]

[이미 상태창에 적용되어 활성화 되어 있는 지도이기 때문에 추가 비용 없이 바로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마나가 추가로 들지 않아서 좋네. 등급이 상향된 지도라고 추가 비용 내라고 하면 어쩌나 했는데.>

나호가 허공답보를 시전하며 재잘거렸다.

쪼롱이가 나호를 쳐다보며 부러워하고 있었다.

자신은 허공을 날면서도 나호의 모습이 자유로워 보이는 것 같았다.

[띠링! 다음으로 15일 안에 정상에 오르셨으니 약속했던 것도 그대로 시행될 것입니다.]

"그 말은?"

[그렇습니다. 미우라 에이지는 시험의 던전에 들어갈 때 현재의 상태로 입장하게 될 것입니다.]

"현재라고? 보름이 지났을 텐데?"

[입장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시간은 절대적인 것이 아닙니다. 시험의 산이나 시험의 던전에서 보내는 시간은 외부에서 거의 흐르지 않습니다.]

시스템의 말이 무척이나 애매모호했다.

"거의라고?"

[하루가 1분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럼 내가 보낸 시간은 13분 정도 되는 건가?"

[그렇습니다. 지금까지는 강대한 님께서 시험의 산에서 단축한 시간만큼의 보상이었고 지금부터는 시험의 산을 정복한 것에 대한 보상을 지급하여 드리겠습니다.]

시스템의 말과 함께 보상으로 지급된 것은 체력 능력치의 개방과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능력치까지 활성화를 시켜준 것이었다.

체력 능력치는 일반 능력치이니 개방에 100마나, 내가 가지고 있던 체력은 7이었으니 70마나.

총 170마나를 얻은 것과 같았다

시험의 산에 들어가기 전 놀랄만한 보상을 받을 것이라고 해서 은근히 기대를 했는데 체력 능력치 개방이어서 살짝 실망을 했다.

엄청 대단한 것을 얻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하니 지금 이 정도만 해도 엄청난 보상이기는 했다.

비세계는 마나를 모으기 쉽지 않았다.

각성자를 가리는 곳이라 마나를 더 주지 않을까 하고 기대를 했는데 아니었다.

왜 전생에 각성을 했을 때 상태창이 그토록 엉망이었는지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다.

그러니 지금 170에 해당하는 보상은 충분히 인류 전체의 1등에게 줄만한 보상이었다.

상태창을 확인하려는 순간 다시 시스템 메시지가 들렸다.

[띠링! 시험의 산에서 보여준 월등한 성적에 추가보상이 있습니다. 100마나를 지급합니다. 또한 두 번째 소환에서도 1등을 하셨기 때문에 발현율 5%를 추가 지급합니다.]

"아직 2차 소환이 끝난 것은 아니잖아."

[그렇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소환의 평가는 오로지 시험의 던전에서만 이루어집니다. 때문에 이번 두 번째 소환이 해제될 때까지 강대한 님은 자유입니다. 살인이나 남의 평가를 저해하는 행동만 하지 않는다면 무엇을 하시든 상관없습니다. 그럼 남은 시간 동안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지금 강대한님께서 계시는 휴식의 방은 지금부터 외부와 동일하게 시간이 흐릅니다. 이곳에서 두 번째 소환이 해제될 때까지 머무시는 것도 가능합니다. 음식을 비롯한 필요한 물자는 자동 보충이 될 것입니다.]

<외부의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면 모르지만 시간이 흐른다면 여기 있지 말라는 말과 같잖아. 에이 치사한 시스템. 방금 우리 집사 식사 마쳤는데 조금 더 쉬게 해주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주는 고마운 나호였다.

하지만 이런 불만을 품는다고 해서 들어줄 시스템은 아니었다.

이곳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해준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었다.

"시간이 흐른다면 바로···."

휴식의 방을 나가겠다고 말을 하려는 순간 시스템이 먼저 말을 했다.

[나가시길 원하실 때 언제든 말씀하십시오. 참고로 휴식의 방에 있는 것은 무엇이든 가지고 가실 수 있습니다.]

<이거 나름의 배려인가? 집사 방금 시스템 조금 귀여웠지?>

"그렇다고 하자. 살짝 고맙기는 하네."

쫑! 쫑!

이곳에 있는 것을 가지고 나갈 수 있다고 하자 쪼롱이가 냉장고 앞으로 가더니 냉장고 문을 톡톡 두드렸다.

냉장고 안에 든 고기들을 챙겨가자는 것 같았다.

"그래. 알았어. 챙겨가자. 익혀서 갈 시간은 없어. 알지?"

쫑!

냉장고를 열자 처음 냉장고를 열었을 때처럼 냉장고 안에 음식이 가득 들어있었다.

<오오오오! 이거 화수분인가? 집사 몇 개 꺼내고 다시 열어봐.>

냉장고 안에 든 시원한 물과 쪼롱이가 좋아하는 고기 몇 덩어리를 꺼내고 다시 문을 닫았다 열었다.

그러자 다시 냉장고 안에 음식이 가득했다.

이런 냉장고가 집에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인벤토리를 확인했다.

인벤토리에는 공간이 많지 않았다.

빛의 나무에 옷가지와 잡동사니를 꺼내놓았다고는 해도 던전에서 잡았던 몬스터의 가죽이 있기 때문이었다.

지렁이의 가죽은 지구로 가지고 가서 발목까지 오는 긴 망토를 만들 생각이다.

지렁이 가죽이 검은 색이어서 모자까지 달면 제법 멋있을 것이다.

활동에 제약을 받지 않도록 만들면 이후에 소환이 될 때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지렁이 가죽 10여장은 챙겨가야 했다.

더 나은 가죽이 있으면 좋지만 지금 구할 수 있는 가죽으로도 지렁이 가죽이 최고였다.

약한 것이 흠이지만 냉기와 열기를 차단해주는 기능이 좋아서 한동안은 사용하게 될 것이다.

지렁이 가죽이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있어서 음식이 많이 있다고 해도 다 챙겨갈 수는 없었다.

우선 인벤토리에서 등에 메는 가방을 꺼냈다.

그리고 가방에 물과 상하지 않는 음식을 넣었다.

쪼롱이가 좋아하는 고기는 소환대기실로 넣어보았다.

소환대기실로 들어가지 않는다면 많은 고기를 가지고 갈 수는 없었다.

쪼롱이가 고기가 들어가기를 간절히 바라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쏙!

소환대기실로 물건이 들어가는 소리가 있다면 아마 이런 소리가 났을 것이다.

쫑! 쫑! 쫑!

쪼롱이가 소환대기실로 고기가 들어가는 것을 보고 신이 나서 폴짝폴짝 뛰었다.

<집사 잘됐다. 은근 시스템이 고맙네. 이거 몰랐으면 이 좋은 고기 다 두고 갈 뻔했잖아.>

시험의 산에서도 몬스터를 제법 만나기는 했지만 모두 지렁이와 닮은 몬스터였다.

도축을 하면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는 가죽과 내장이 전부였다.

지렁이 형태의 몬스터 내장은 여러 약이나 화장품의 원재료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지금은 활용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쫑! 쫑!

<기다려! 집사가 다 알아서 해줄 거야. 왜 그렇게 서두르는 거야? 작은 것이 성질은 급해요.>

쫑!

나호를 한 번 쳐다본 쪼롱이가 내 손을 톡톡 쪼았다.

"부지런히 일하라는 거야?"

쫑!

<상전이 따로 없다니까.>

나호가 어이없다는 듯 쪼롱이를 보며 말했지만 목소리에는 애정이 가득했다.

냉장고의 크기가 커서 한번 열었을 때 안에 담긴 음식의 양이 엄청났다.

그런 냉장고를 열 때마다 음식이 그득했다.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른 상황인데 소환 대기실을 고기로 가득 채울 수 있으니 기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비세계에서는 쪼롱이가 소환 대기실에 굳이 있을 필요가 없었다.

특히 지금은 모든 평가가 끝났다고 했으니 더더욱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소환대기실에 세워둔 선반에 고기를 가득 채웠다.

"만족해?"

쭈루! 쭈!

<더 넣어 달래. 밖에 대기 중인 제 무리들 먹일 생각인가 봐.>

"그런 거야?"

쫑!

"좋아 소환 대기실을 고기로 가득 채워보자."

소환 대기실은 현재 농구장 정도 크기였다.

환경은 비세계와 흡사하게 조성되어 있었지만 쪼롱이와 관계된 물건은 얼마든지 보관할 수 있었다.

<집사! 밖에서 쪼롱이 소고기 사는 것도 큰돈이더라. 이런 기회는 흔하게 오지 않아. 그냥 꽉꽉 눌러 담아가자.>

쫑! 쫑!

쪼롱이가 나호의 의견에 찬성하는 노래를 불렀다.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은데···."

고기를 채우는 것은 좋은데 시간이 문제였다.

<쪼롱아. 뭐 해. 너도 도와.>

쫑!

나호의 말에 쪼롱이가 포르르 냉장고 안으로 들어갔다.

쪼롱이가 냉장고의 고기 위에 내려앉자 고기가 사라졌다.

내가 소환대기실로 고기를 넣으려고 하면 꺼낸 후에 넣어야했는데···?

"어? 굳이 꺼내서 소환대기실로 옮길 필요가 없었지? 왜 그 생각을 못했지? 이래서 사람의 고정관념이 무서운 거야."

냉장고에 담긴 음식은 꼭 꺼내야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저 냉장고 안에 든 물건을 잡고 옮긴다는 생각만 하면 되는데 말이다.

이렇게 옮길 수 있다면 아무리 많은 고기라도 가지고 갈 수 있었다.

냉장고를 닫았다 여는 시간만 들면 되기 때문이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소환대기실은 고기로 가득 찼다.

쪼로로롱! 쪼로롱! 쪼롱!

쪼롱이가 대기실을 보며 기쁨의 노래를 불렀다.

더 챙길만한 것이 없나 둘러보다 1회용 샴푸와 비누, 치약을 챙겼다.

지난번도 그렇고 이번도 그렇고 이런 기본적인 것을 챙기지 않았었다.

그동안은 참고 지냈는데 휴식의 방에서 씻고 나니 다시 더러워지는 것이 싫었다.

부피가 작아서 여러 개 인벤토리에 보관할 수 있었다.

더 이상 챙길 것도 없었고 더 이상 지체할 시간도 없었다.

"복귀하겠어."

[띠링! 던전 입구로 복귀합니다.]

휴식의 방에서 바로 던전 입구로 이송이 되었다.

덩굴손이 가져갔던 물건은 이미 모두 지급을 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따로 받을 것은 없었고 덩굴손이 열어주는 공간으로 빠져나왔다.

빠져나오고 나자 덩굴손은 다시 미로모양의 조형물을 감쌌다.

저렇게 있으면 폐건물을 덩굴식물이 잠식한 것처럼 보였다.

시험의 던전을 나오면서 재빨리 시간을 확인했다.

던전을 입장하기 전에 확인한 시간에서 겨우 38분 지나있었다.

13분은 시험의 산, 25분은 휴식의 방에서 보낸 시간이었다.

던전에서 나오자 던전 입구를 지키고 있던 새들이 일제히 쪼롱이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쪼로로롱! 쪼롱롱!

쪼롱이가 뭐라고 열심히 쪼롱거리자 새들이 각자 흩어졌다.

"뭐라고 한 것 같아?"

<나도 모르지. 아마 지금은 정신이 없으니 조금 이따가 보자고 한 거 아닐까?>

쫑!

나호의 말이 맞는지 냉큼 대답하는 쪼롱이었다.

"언제부터 그렇게 쪼롱이의 마음을 잘 읽게 된 거야?"

<글쎄? 차츰 그렇게 된 것 같아.>

"잘된 일이지. 가자."

이제 미우라를 살필 때였다.

지금 상태의 몸으로 미우라가 시험의 던전으로 들어간다고 했는데 어떤 몸인지는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원래 소환되었던 곳으로 이동을 하려고 하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갑자기 번쩍하더니 시험의 던전 앞으로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나타났다.

이곳에 소환된 모든 사람이 이곳으로 불려온 것 같았다.

갑자기 이곳으로 다시 옮겨진 사람들의 혼란은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혼란을 표출할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덩굴손이 앞으로 뻗어 나오더니 한 사람씩 잡고 검색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어어어!"

"엄마아아야아아!"

"아아악!"

"여, 여기는 또 어디야아아!"

처음 한두 명은 그래도 소리라도 지를 수 있었지만 다음부터는 그런 소리조차 지를 수 없었다.

덩굴손이 머리를 붙잡고 입을 열 수 없도록 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눈만 굴리고 있었다.

<나라도 무서울 것 같아.>

'그렇지.'

덩굴손에 의해 검색을 당한 사람들에게는 물주머니 하나와 나무 봉 하나, 마른 장작 다섯 개가 주어졌다.

그리고는 던전에 던져 넣듯이 입장을 시켰다.

그렇게 던전으로 던져지는 사람 중에는 미우라 놈도 보였다.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놈은 덩굴손에 의해 겨우 몸을 세우고 있었다.

그 상태로 검색을 당하고 놈도 던전으로 던져졌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던전이 닫혔다.

<휴우. 완전 도떼기시장 저리가라네. 정신이 하나도 없어. 집사! 집사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이 숲에 있었다는 거 알았어? 나는 많아야 천 명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던전 입구로 불려온 사람은 족히 5천명은 되어보였다.

"생각보다 많기는 하네."

<저렇게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들어가면 시험이 제대로 되겠어?>

"개별 시험이라고 했잖아. 한 시험장으로 보이지만 각자 서로 만나지 못할 거야."

<던전은 신기한 곳이야. 하루가 1분 정도라고 했으니 기다릴 거지?>

"그래야지. 아무리 오래 걸려도 30분일 테니까."

나호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쪼롱이는 창공을 날았다.

그러더니 이내 어깨에 내려앉아 고운 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볼에 머리를 비비기도 하는 것이 뭔가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는 것 같았다.

"왜? 고기 달라고? 네 무리 먹이고 싶은 거야?"

쫑!

"조금 후에 내가 사냥해서 줘도 되는데."

쪼롱!

소환 대기실을 쳐다보며 다시 소리를 냈다.

"저 고기를 먹이고 싶은 거야?"

쫑!

<쪼롱이 녀석 참 좋은 대장이야. 좋은 것을 나눌 줄도 알고 말이야.>

아직 던전에서 사람들이 나오려면 한참은 기다리고 있어야 해서 던전입구와 충분히 떨어진 곳에 수레 하나는 가득 채울 만한 고기를 꺼내주었다.

그러자 쪼롱이가 노래를 불러서 무리를 불러들이더니 고기를 먹였다.

새들이 고기를 먹기 시작하자 제법 높은 나뭇가지에 앉더니 경계를 시작하는 쪼롱이였다.

경계를 서면서 간간히 새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흐뭇하게 내려다보곤 했다.

그런 쪼롱이를 보니 부모님 생각이 나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어? 집사 저기 봐.>

사람들이 던전에 입장한지 20분쯤 지났을 뿐인데 던전문이 열리고 덩굴손이 열어주는 길을 따라 남자 한 명이 걸어 나오고 있었다.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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