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66화 (66/350)

66. 연극

소환수에 관해서는 아무리 질문을 해도 시스템은 대답하지 않았다.

답을 듣지 못했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치유력은 정말 상승시키기 어려운 것이었다.

더구나 영구적인 상승은 꿈도 꿔본 적이 없었다.

물약이나 버프를 받는 것으로 일시적으로 상승된다고만 생각했던 것이 치유력이었다.

그런데 1%가 상승했다.

영구적인 것이니 상승 치유물약을 날마다 마시는 것보다 나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메시지가 들리는 것과 동시에 호수를 아름답게 빛내던 반짝거림은 원래부터 없었던 것처럼 사라졌다.

쫑쪼로로!

"그래. 사라졌어. 너도 뭔가 달라진 것 같아?"

쭈루!

쪼롱이가 고개를 갸웃했다.

1%가 늘었으니 바로 몸의 변화를 느끼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시스템이 마나는 밝히지만 확실하기는 해. 1%지만 분명 이전보다는 나을 거야.>

나호가 막 그 말을 했을 때 물결이 일렁거렸다.

저것은 몬가재가 다가오고 있다는 신호였다.

우리는 평상시대로 호숫가로 물러났다.

그리고 차분히 전투를 준비했다.

다시 몬가재 사냥이 시작되었다.

조금 더 강한 몬가재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지만 열흘이 되는 오늘도 여전히 E급, 그 중에서도 하급에 속하는 몬가재만 나타났다.

그렇다고 물속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특별한 스킬이 없이 물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죽을 자리를 찾아서 들어가는 것과 같았기 때문이었다.

열흘이 되도록 몬가재를 사냥하자 몬가재 사냥에 있어서는 선수가 되었다.

거짓말 좀 보태면 눈을 감고 사냥하라고 해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새들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몬가재를 봤을 때는 당황도 하고 앞발을 피하기 위해 애를 썼지만 지금은 몬가재의 패턴을 충분히 파악한 상태였다.

새들은 마치 약속대련을 하듯이 움직였다.

어떻게 해야 몬가재의 화를 돋우고 쉽게 사냥할 수 있는지 알고 있는 것이었다.

이제 새들은 눈을 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숨을 끊어놓는 것까지 할 수 있었다.

그것도 십여 마리만 있으면 가능했다.

한마디로 몬가재 사냥은 사냥이 아니라 학살에 가까웠던 것이다.

아침부터 시작된 사냥은 밤늦도록 계속되었다.

잠자리에 들었을 때 몬가재들이 호숫가로 나오는 경우가 있었지만 무시했다.

어차피 물에서 5미터 이상은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다음날 아침에도 호수는 반짝거렸다.

마찬가지로 30분에 1%의 치유력이 상승했다.

호수는 아침마다 빛이 났고 그때마다 치유력을 선물해주었다.

고마운 호수였다.

소환된 지 정확하게 30일이 되었을 때 소환해제를 알리는 메시지가 울렸다.

메시지는 머릿속에서만 울린 것이 아니었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숲 전체에 울려 퍼졌다.

이번에도 하위 30%는 먼저 숲에서 사라졌다.

<이 시간에는 미우라 놈에게 해를 가해도 문제가 되지 않잖아.>

"그렇지. 하지만 치유력을 포기하고 갈 수는 없었어."

<그렇지. 복수에 눈이 멀어 복을 찰 수는 없었으니까.>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나호의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쪼로로롱! 쪼록! 쪼!

쪼롱이가 뭔가를 열심히 이야기했다.

무작정 이야기를 할 때는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쪼롱이의 말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쪼롱이가 준비한 연극 때문이었다.

단답형의 말이 아닐 경우에는 쪼롱이는 주변의 새들을 불러 모으고는 연출자가 되었다.

호수에 도착하고 난 후부터 보인 행동이었다.

처음에는 시간이 제법 걸리던 연극이 지금은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쪼롱이의 지시에 순식간에 무대가 갖추어졌다.

새들이 만들어 낸 것은 절벽이었다.

그리고 새 한 마리가 절벽의 끝부분에 섰다.

벌벌 떨고 있는 것이 아무래도 사람 흉내를 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수많은 새들이 떨고 있는 새를 향해 돌진했다.

벌벌 떨던 새는 긴 비명을 지르며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미우라를 절벽 아래로 떨어뜨렸다는 소리야?>

쫑!

<언제? 야! 그거 아무 때나 하면 큰일 나. 시스템이 호락호락 하지 않는다고 했잖아.>

나호가 걱정스레 말을 하자 쪼롱이가 시스템 흉내를 냈다.

또롱!

"시스템 메시지가 나온 이후에 하라고 지시했다는 말이지?"

쫑!

"잘했어. 고마워. 이제 슬슬 가야 할 거야. 새들에게 고맙다고 전해줘. 그리고 너도 소환 대기실로 들어가자."

쫑!

비세계를 떠나며 뭔가 아쉬운 것이 생길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이곳의 새들을 두고 떠나는 것은 아무래도 아쉬웠다.

하지만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보상도 이미 받았고 이제 소환이 해제되기만을 기다렸다.

그때 개인 메시지가 들려왔다.

[띠링! 강대한 님께서는 시험의 던전 이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여주셨습니다. 성과에 합당한 보상을 준비하였습니다.]

이번 보상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이 선정한 것 같았다.

[띠링! 보상이 지급되었습니다. 확인바랍니다.]

<집사 인벤토리 확인해봐.>

특별한 말이 없는 이상 보상은 인벤토리로 들어오는 것이 정석이었다.

인벤토리를 확인해봤지만 새로 들어온 것은 없었다.

애초에 인벤토리에는 뭔가를 넣을 공간 자체가 남아있지 않았다.

인벤토리 가득 치유 샘물이 담겨 있기 때문이었다.

"없어. 알잖아."

<그럼 뭘 줬다는 거야?>

쫑!

쪼롱이가 쫑쫑거리며 왼쪽 어깨 위를 가리켰다.

이것은 일종의 약속 같은 것이었다.

쪼롱이와 함께 다니기 시작하면서 인벤토리는 항상 오른편에 그리고 소환 대기실은 왼편에 나타나게 했다.

왼쪽 어깨 위를 가리키는 것은 소환 대기실을 확인하라는 말이었다.

간혹은 그곳에 담긴 고기를 달라는 말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런 의미는 아닐 것이 분명했다.

소환 대기실을 확인했다.

농구장만 했던 소환 대기실이 두 배로 넓어져 있었다.

쪼로롱! 쫑!

쪼롱이가 소환 대기실로 들어가서 시원스럽게 날았다.

농구장만 할 때보다는 확실히 자유로워보였다.

<이런 보상도 괜찮네. 너도 좋지?>

쫑!

소환 대기실은 소환물이 늘어나면 넓어진다고 했었다.

물론 넓힐 때 마나를 지불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보상으로 넓혀졌기 때문에 마나가 들어가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소환물의 수와 상관없이 넓어졌다.

넓어진 만큼 쪼롱이의 움직임이 자유로워지는 것은 물론이고 많은 것을 보관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현재는 쪼롱이가 사용할 물건에 국한되지만···.

<이럴 줄 알았으면 몬가재의 고기를 모두 처분하지 않고 일부 놔둘 걸···.>

지금 소환실의 한쪽 벽면에는 몬가재의 고기가 가득했다.

더 넣고 싶었지만 지구로 돌아가면 쪼롱이가 많은 시간을 대기실에서 보내야 해서 어쩔 수 없었다.

쪼루루루!

쪼롱이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띠링! 5분 후에 소환이 해제됩니다.]

<5분이 아니라 50분의 시간을 더 준다면 좋았을 텐데. 그럼 몬가재 열 마리는 충분히 잡을 수 있는데.>

쫑!

쪼롱이도 나호의 의견에 동의했다.

둘이 아쉬움을 달래는 사이 나는 상태창을 확인했다.

지구에서는 상점을 이용하는 것에 제약이 많기 때문에 되도록 이곳에서 미리 처리를 해두려는 것이었다.

상태창에서 확인할 것은 마나와 관계되는 것이었다.

먼저 마나홀과 마나통이 19로 상승했다.

마나통을 수거하지 않고도 2가 상승한 것이었다.

그동안 수거해 둔 마나통들이 비세계에 있는 동안 활동했기 때문이었다.

마나통이 활동을 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들어오는 마나도 있었다.

그렇게 모인 마나는 생각보다는 많지 않았다.

비어있는 마나통에 마나가 쌓여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모인 마나가 50이나 되었다.

아마 다음 소환에는 수거한 마나통이 벌어들이는 마나가 더 많아질 것이다.

마나통 저장고에 있는 마나통에 마나가 이미 어느 정도씩 찼기 때문이다.

아무튼 현재 내가 보유한 마나는 330이다.

D급 인벤토리를 한꺼번에 구매하고 싶은데 마나가 부족했다.

<집사 뭐해? 구매하려고?>

"마나가 부족하네. 다음을 기약해야 할까? 아님 체력 능력치라도 구매할까?"

<그거 정말 고민이다. 앞으로 한 달 동안 어느 정도 마나를 모을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으니 원.>

오래 고민하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그냥 체력 능력치를 구매해야겠어."

<그것도 나쁘지는 않지.>

나호의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이번에도 인벤토리를 구매하고 보상으로 인벤토리를 받기를 원했기 때문이었다.

빠르게 상점에서 체력 능력치 3을 구매했다.

구매를 하자 마나 90이 빠지면서 체력 능력치가 10이 되었다.

2남은 마나에서 150을 주고 D급 인벤토리도 하나 구매했다.

30*30*30센티미터인 인벤토리가 하나 추가로 생겼다.

[마나홀 : 19]

[마나통 : 19((발현율 10%+100%)]

[마나 : 90]

[마나통 저장고(EX) : 185,432개]

[능력치]

[체력 10][민첩 12][감각 10]

[행운 10][치유력 ??+10%]

마나와 능력치에 관계된 상태창은 위와 같았다.

눈에 띄는 것은 발현율 10%, 그리고 치유력이 생긴 것이었다.

능력치에 치유력이라는 항목이 있다는 말도 들어보지 못했는데 치유력 항목이 생겼다.

열흘 동안 날마다 1%씩 상승해도 치유력항목이 생겨나지는 않았다.

아마 치유력 항목이 생긴 것도 추가 보상 중 하나인 것 같았다.

치유력은 분명 히든 상점에 있는 상품으로 개방에만도 적지 않은 마나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런 능력치가 개방되고 10%의 추가 능력도 얻었으니 이번 소환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집사! 치유력은 왜 물음표로 표시가 된 거야?>

대답을 하려고 할 때 소환이 해제되면서 장례식장의 숙소로 돌아와 있었다.

이번 소환은 순식간에 해제된 것이었다.

왜 그렇게 해제가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문제될 것은 없었다.

<집사! 쪼롱아!>

소환이 해제되자 나호가 나와 쪼롱이의 안부부터 물었다.

"잘 돌아왔어."

<다행이네. 치유력은 왜 물음표일까?>

"치유력은 특정 지을 수 없어서 그런 것 아닐까? 그날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많이 달라질 수 있으니까."

<에이 말도 안 돼. 민첩이나 감각도 그럼 물음표로 나타나야해.>

"어떤 이유든 다음에 물어보기로 하고 쪼롱아!"

쪼롱이부터 소환했다.

포르르!

쪼롱이가 가볍게 날아왔다.

제 무리와 헤어져서 시무룩해하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괜찮을 것 같았다.

당장 화순에 전화를 해서 부모님과 큰아버지의 입 냄새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자정이었다.

세 분은 세상모르고 주무시고 계실 것이 분명했다.

회사가 바빠서 피곤하다는 말씀을 달고 사시는 세 분인데 단잠을 깨울 수는 없었다.

"이번 주말은 집에 가봐야겠다."

<샘물 가져다 드리려고?>

"어. 쪼롱이도 소개해 드리고."

<어머니께서 정말 좋아하시겠다.>

쫑!

가족 이야기가 나오자 쪼롱이가 관심을 보였다.

<설명해 달라고?>

쫑!

모르는 것이 있으면 나호를 쳐다보는 쪼롱이였다.

나호와 쪼롱이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나는 앞으로의 일을 점검했다.

전생에 아버지의 입 냄새가 사라진 것은 3월, 어머니는 5월이었다.

전생대로라면 아버지는 다음 소환에서 각성예외자로 분류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다음 소환이 끝나고 나면 각성예외자의 마나통이 상점에 올라올 수도 있었다.

각성예외자가 되어버리면 어떤 방법으로도 가슴통증을 없앨 수 없었다.

다시 전생과 같은 삶을 살아야한다는 말이었다.

이번 생은 1년 넘게 훈련을 하고 있지만 비세계에서 그것을 잘 활용하고 계신지 알 수가 없으니 답답할 따름이었다.

<세 분 때문이지?>

"그렇지. 큰아버지야 걱정이 없지만 아버지와 어머니가 걱정이네."

<어머니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야. 어머니 도끼술에 능했잖아.>

"살생의 경험이 없으니까."

<닥치면 다 하게 되어있어. 전생에 봤잖아. 문명과 야만은 백지장 한 장 차이에 불과해.>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나호보다 잘 알고 있는 존재는 드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만 살았다고 하지만 오랜 세월을 살아온 나호는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일들을 지켜보았다고 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인간사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 나호가 하는 말이었다.

그리고 나호가 하는 말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었다.

이럴 때는 시간 어찌 이리도 더디 가는지···.

그러는 사이 인터넷은 지난 1일과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우리와 열두 시간 차이가 나는 나라들은 소환이 해제 되었을 때 낮이었다.

그러니 입 냄새와 함께 가슴통증이 사라진 것을 바로 느낀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실을 인터넷에 올리며 인터넷을 달구고 있었다.

'1일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불행이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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