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71화 (71/350)

71. 훈련장

월급과 수당은 이전보다 두 배 이상 상승했다.

그렇게 올려줘도 화 장례식장은 손해날 것이 없었다.

내가 다른 장례식장과 의료폐기물 처리업체에 출장 가서 벌어들이는 돈이 적지 않기 때문이었다.

돈뿐만이 아니었다.

내 존재로 인해 화 장례식장의 이미지는 날로 좋아지고 있었다.

고용 계약서를 새로 작성하고 다시 일상이 시작되었다.

비세계에서 워낙 바쁘게 생활했기 때문인지 지구에서의 생활이 평이하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해서 한가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일반인은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의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그 일정에 새롭게 추가된 것이 파친코 나들이였다.

날마다 파친코에 들려 게임을 했다.

딱 한 시간씩만 머물렀는데 그 시간 동안 벌어들이는 돈이 적지 않았다.

특히 미우라 집안이 개업한 파친코는 내가 나타날 때마다 울상을 지었다.

터지지 않던 기계도 나만 앉았다하면 황금구슬이 술술 나오기 때문이었다.

몇 번이고 기계에 이상이 없는지 살폈다는 뒷이야기까지 돌았다.

나중에는 황금 구슬만 끌어당기는 자석 같은 것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차마 확인을 하자는 말은 하지 못했다.

내가 어떤 성격의 소유자라는 것을 이미 아는 것 같았다.

아마 미우라에게 들은 것 같았다.

어쨌든 한 달 동안 황금 구슬로 벌어들인 금은 적지 않았다.

황금 구슬을 쓸어가자 행운의 사나이 또는 황금 사나이라며 추켜세웠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한 달 동안 미우라의 돈을 솔솔 빼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리고 다시 3월 1일이 되는 순간 비세계로 소환이 되었다.

<어? 집사! 여기 또 쪼롱이의 숲인데···.>

이전에 호수에서 소환이 해제되었기 때문인지 호숫가로 소환이 되었다.

[띠링! 숨겨진 세상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지금부터 여러분은······.]

지난 두 번의 소환과는 달리 이번에는 소환이 되자마자 메시지가 울리기 시작했다.

머릿속과 숲 전체에 울리는 메시지였다.

<집사를 제외한 사람들은 두 달이 지나고야 환영 인사를 하느냐고 하겠는데···?>

"그럴 수도 있지. 잠깐! 저 이야기는 새겨들어야겠다."

[지금부터 여러분은 각자의 상태창에 나타난 특정 지점에 도착해야 합니다. 도착하는 순서에 따라 점수가 매겨질 것이며 그 점수에 따라 여러분의 미래가 달라질 겁니다. 그럼 행운을 빕니다.]

메시지는 거기까지가 끝이었다.

그리고 상태창이 깜빡거렸다.

상태창을 확인하자 지도가 한 장 나타나 있었다.

<공짜로 뭔가는 주는 시스템이 아닌데···. 미션이라서 제공했나?>

"가장 기본 지도를 제공했을 거야."

예상대로 상태창이 제공하는 지도는 조잡했다.

지도를 보고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해석해서 찾아가야 할 정도였다.

"그런데 여기가 어디지?"

상태창에 나타난 지도에는 현재 장소가 나타나 있지 않아서 도착지점이 얼마나 먼 곳에 있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때였다.

[강대한 님께서는 던전지도 C급을 보유 중입니다. 상태창에 나타난 지도를 C급으로 조정합니다.]

<오오오! 좋은데···.>

시스템의 메시지와 동시에 조잡했던 지도가 명확해지기 시작했다.

점점 시야가 밝아지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현재 위치가 나타나네. 이거 이러면 너무 쉬운 거 아니야?"

<그럼 어때? 이 지도도 집사가 고생해서 얻은 건데. 바로 출발할 거지?>

"그래야지. 잠깐. 저기 샘물만 받아가자."

소환이 되기 전 마나통을 수거하면서 얻은 마나로 D급 인벤토리를 모두 구매했다.

그리고 D급 인벤토리 하나를 추가로 받았다.

이번에 올 때는 꼭 필요한 물품을 제외하고는 인벤토리 가득 접어지는 물통을 담아왔다.

혹시나 하고 준비를 했는데 대박이 난 것이다.

쪼로로로로롱!

쪼롱이가 맑은 소리로 새들을 불러 모았다.

지구에서는 그저 귀여운 새에 지나지 않은 쪼롱이지만 이곳에서는 누구보다 믿음직한 지도자였다.

쪼롱이가 부르자 새들이 금세 모여들었다.

그 모습이 잘 훈련된 군사들을 보는 것 같았다.

잘 훈련이 되어있지만 딱딱하지는 않은 조직이 쪼롱이가 이끄는 새들이었다.

쪼롱이가 지시를 하자 새들이 사방으로 정찰을 나갔다.

그리고 몇 마리는 옹달샘이 있는 방향으로 앞장을 섰다

<정말 똑똑하다니까. 저리 똑똑한데 한글은 익히지 못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아.>

옹달샘이 있는 곳으로 빠르게 이동을 했다.

그리고 부지런히 물을 담기 시작했다.

물이 담긴 물통은 소환 대기실에 보관했다.

쪼롱이가 먹기도 하는 물이어서 그런지 쏙쏙 잘 들어갔다.

<물통을 더 가지고 올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저 정도도 충분해. 출발하자."

접어지는 물통을 가지고 왔기 때문에 소환 대기실 한쪽 벽이 물병으로 가득했다.

이렇게 많은 치료수는 본 적이 없었다.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나왔다.

<도착지까지 얼마나 걸릴 것 같아?>

"도착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은데···. 빛의 나무에서 여기 호수까지 열흘이 걸렸어. 지도를 봐. 세 배 이상의 거리야."

<민첩 능력치를 더 구매해야하나?>

"그것도 나쁘지는 않지."

마나통을 수거하면서 얻은 마나에서 인벤토리를 사고 1289마나가 남은 상태였다.

지난 소환 때처럼 30일 안에 도착해야 한다면 서둘러야 했다.

이동을 하면서 상점창을 열었다.

그리고 민첩 능력치를 구매했다.

한꺼번에 많은 능력치를 산다고 해서 할인해 주지 않기 때문에 1씩 구매를 했다.

이렇게 구매를 하는 이유는 내 육체의 능력에 미치지 못하면 더 이상 구매가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현재 민첩 능력치가 12였기 때문에 이제부터 민첩 능력치 1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50마나 필요했다.

[띠링! 50마나를 투자하여 민첩 능력치가 12에서 13이 되었습니다.]

[띠링! 50마나를 투자하여 민첩 능력치가 13에서 14가 되었습니다.]

[띠링! 50마나······.]

민첩 능력치는 순탄하게 올라갔다.

<잘 올라가네. 18에서 멈출 줄 알았더니.>

지구에 있을 때도 운동을 열심히 했다.

운동량과 능력치가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능력치를 꾸준히 높이기 위해서는 운동은 필수였다.

민첩은 20에서 멈추었다.

더 구매하려고 하자 이런 메시지가 들려왔다.

[띠링! 민첩 능력치를 더 이상 구매하실 수 없습니다. 민첩 능력치를 더 상승시키시려면 훈련장을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이용하시겠습니까?]

<와아아! 또 낚싯대 드리우네.>

"훈련장은 그래도 양반이지."

<그렇기는 하지만 훈련장을 이용해도 마나를 지불해야 하잖아. 그것도 정말 열심히 하지 않으면 바로 올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개인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일정수치까지는 특별한 제약 없이 능력치를 올릴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올리기 위해서는 해당 능력에 대한 훈련이 필요했다.

열심히 사냥을 다니면 자연스럽게 올릴 수 있게 되지만 조금 빠르게 가고 싶으면 훈련장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그런데 이 훈련장의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개인 훈련장을 구매하는 것부터 어마어마한 마나를 요구했다.

훈련장을 구매하는 비용만 드는 것도 아니었다.

유지와 관리 비용도 지불해야 하고 이용할 때마다 이용료도 줘야했다.

대신 자신이 훈련하고 싶어 하는 능력치에 대한 훈련은 최고로 할 수 있도록 모든 준비가 갖추어졌다.

하지만 이곳에서 훈련을 한다고 해도 바로 능력치를 상승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훈련장에 들어가서 정말 열심히 해야 능력치를 상승시킬 수 있었다.

"훈련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면 할 수도 있지."

혹시 몰라서 시스템에게 제안을 해보았다.

현재는 능력치를 한계까지 상승시킨 사람이 없을 테니 충분히 해볼 만한 제안이었다.

대답이 돌아오기를 기다렸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훈련장 개방도 해주면 좋은데···. 연습하는 만큼 효과도 좋고···.>

잘만 활용하면 훈련장은 비싼 값을 충분히 치르고도 남았다.

"남은 마나로는 훈련장 구매는 꿈도 꿀 수 없어. 공용훈련장이라도 한 시간 이용도 못할 거야."

<훈련장이 비싸기는 하지.>

민첩 능력치가 적용되자 몸이 가벼워지면서 반응속도가 확실히 빨라졌다.

쪼로로롱!

이동속도 빨라지자 쪼롱이가 즐거워했다.

<이건 뭘 평가하는 걸까? 집사도 30일 안에 도착할까말까 하는 거리까지 오라고 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아.>

"끈기나 문제 해결 능력을 보려고 하는지도 모르지."

조잡한 지도로 도착점까지 찾아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던전에서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들이 있었다.

그런 것을 시험한다고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시험이었다.

"내가 궁금한 것은 모두가 같은 목적지가 주어졌느냐는 거야."

<그러고 보니 그러네. 여기에서 30일 정도 거리에 있는 곳이니까 다른 사람들에게는 40일은 족히 걸릴 거잖아. 아니 50일은 걸리겠다.>

50일도 지도 해석 능력과 방향 감각이 좋은 사람만 도착할 수 있을 것이었다.

목적지를 향해 빠르게 이동하던 우리는 얼마 가지 않아 멈추어야 했다.

몬스터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E급 몬스터였다.

나에게는 반가운 존재였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아니었다.

부모님과 큰아버지는 이번 시험을 어떻게 치르고 계실지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걱정만 할뿐 도울 방법이 없었다.

정해진 구역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었다.

크르르르! 캬아아아!

나타난 몬스터는 늑대였다.

늑대와 흡사하게 생겨 늑대라고 불리지만 정말 늑대는 아니었다.

몬스터인 늑대는 일반 늑대보다 더 민첩하고 영리하고 집요했다.

우리 앞에 나타난 늑대는 십여 마리였다.

쪼록! 쪼로록!

몬스터를 본 순간 쪼롱이가 새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늑대 몬스터는 최소 등급이 E등급 중간이었다.

지금까지 만난 몬스터 중에서는 강한 편에 속한데다 무리 사냥을 하기 때문에 더 모이기 전에 처리하는 것이 좋았다.

늑대들은 혼자 움직이는 나를 보더니 다 잡은 먹이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모두 달려들지 않고 대여섯 마리만 앞으로 나오며 공격을 했다.

하지만 같은 방향에서 공격하지 않고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공격을 했다.

스걱! 푹! 스걱! 스걱!

뒤로 빠지며 점프하는 늑대의 목을 그었다.

늑대의 목을 그은 창을 그대로 돌려 바로 옆의 늑대의 배를 찔렀다.

배를 찌른 창은 굳이 당겨 빼지 않았다.

찌르고는 몸을 틀며 인벤토리에 넣어둔 다른 창으로 다른 두 마리의 목을 그었다.

캬아아앙! 커어어엉!

목이 베인 늑대들이 고통스러운 괴성을 질렀다.

쪼로록! 쪼록!

그때 쪼롱이가 날카롭게 울었다.

쪼롱이의 신호와 함께 새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여든 새들은 상처 입은 늑대들을 공격했다.

눈을 공격하거나 이미 피가 배어 나오는 상처 부위를 쪼아댔다.

새부리의 날카로움은 쪼여본 사람만이 정확하게 알 것이다.

키아아아아아앙! 키아아아앙!

늑대들의 울부짖음 속에 창이 두 번 더 그어졌다.

앞서 공격하던 여섯 마리의 늑대가 순식간에 바닥을 뒹굴자 남은 늑대들은 얼어붙었다.

무척이나 놀랐는지 얼음이 된 채 나와 새들을 번갈아보고 있었다.

<이해가 되지 않겠지.>

스걱! 스걱! 스걱!

캬아아앙! 커어엉!

고통을 호소하는 늑대들의 소리가 몇 번 더 울리더니 이내 주위가 조용해졌다.

사냥을 나왔다 사냥감이 되어버린 늑대들은 이미 숨이 끊어진 상태였다.

"도축!"

쫑!

<집사가 챙겨줄 거야.>

쫑!

도축을 하자 고기를 탐내는 쪼롱이를 달래는 나호였다.

실체는 없지만 나호는 쪼롱이의 멘탈 관리를 정말 잘 했다.

"어?"

<집사! 왜?>

[띠링! E5 마나통을 획득하셨습니다. 마나를 저장하실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괜찮지."

"전생과 들어가는 양은 똑같겠지?"

<그렇겠지. 지금까지 큰 줄기는 변한 것이 없으니까.>

F급은 보조 저장장치로 사용하기에는 용량이 너무 작았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사용하지 않았지만 E5에는 마나를 비상용으로 저장하고 다녀도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몬홀은 정말 안 나온다. 이렇게 안 나와도 되는 거야?>

"비세계라 주지 않는 것 같아."

나에게는 몬홀이 굳이 필요하지 않았다.

온전한 마나통을 얻을 때마다 마나홀과 마나통이 조금씩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몬스터의 마나홀은 자신의 마나홀을 성장시킬 수 있는 열쇠 같은 것이었다.

<이렇게 주지 않으니 대변혁 초기에 사람들이 그렇게 고생했던 거야.>

나호가 불퉁한 목소리로 불만을 터뜨릴 때였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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