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 이탈권
[띠링! 축하합니다. E급 몬스터의 마나홀을 획득하셨습니다. 흡수하시면 마나홀을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떴다! 얼마 만에 보는 몬홀인지···.>
나호가 감격에 겨워했다.
[띠링! 인류 최초로 몬스터의 마나홀을 획득한 각성자가 되셨습니다. 이에 대한 보상으로 강대한 님의 마나홀과 마나통은 이후로도 동일하게 성장하게 됩니다.]
<에이. 이게 뭐야. 이전에도 동일하게 성장했잖아. 그런데 뜬금없이 왜?>
"몬홀을 얻으면 달라질 수도 있었나봐."
<뭔가 손해 보는 느낌이야.>
"그렇게 생각하지 마. 언제 달라질지 모르는 것보다 이렇게 확답을 받아두면 좋잖아."
<효율 두 배라든지, 아니면 히든 상점에서 뭔가를 하나 주든지 하면 얼마나 좋아.>
나호가 아쉬움을 드러냈다.
욕심을 부리는 것 같지만 다른 것에는 욕심이 많지 않은 나호였다.
나호의 욕심은 복수에 관한 것에 국한되어 있었다.
인벤토리로 들어온 몬홀을 꺼내보았다.
인간의 마나통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몬홀을 손에 쥔 채 흡수한다고 생각하자 스르르 녹으며 흡수되었다.
정말 신기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기다리던 메시지가 들려왔다.
[띠링! 마나홀이 미량 성장합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상태창에는 1미만의 수는 나타나지 않았다.
<0.1정도 커졌을까?>
"정확하게는 모르지. 같은 E급이라도 조금씩 다르니까."
<등급이 높은 몬스터에서 나오는 몬홀은 1, 2씩도 성장하기도 하는데 말이야.>
"그건 시간이 더 흘러야 가능하겠지. 지금은 몬홀이 나왔다는 것에 만족하자. 쪼롱아 애들 먹여도 돼."
쪼로롱! 쪼롱!
도축을 해두고도 허락이 떨어지지 않자 먹지 않고 기다리던 쪼롱이었다.
허락을 하자 그제야 신호를 보냈고 그러자 사냥한 늑대고기를 먹는 새들이었다.
혹시 몰라 늑대가죽 다섯 장을 소환 대기실에 넣어두었다.
소환 대기실의 환경은 숲이었으니 굳이 늑대가죽 같은 것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쪼롱이의 쉼터를 만들어준다고 생각하고 늑대 가죽을 집어넣자 쏙 들어갔다.
아마 그냥 넣었으면 들어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편법이기는 하지만 소환 대기실의 활용방법을 조금씩 넓혀가고 있는 것이었다.
새들의 식사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워낙 먹성이 좋은 녀석들이라 순식간에 사라질 것이지만 다 먹도록 기다리지는 않았다.
뒷정리가 끝나자 바로 출발을 했다.
늑대고기를 먹고 있는 새들은 다 먹고 나면 알아서 합류를 할 것이니 걱정할 것은 없었다.
목표지점을 향해 가는 길은 걷는 것과 사냥의 연속이었다.
꼭 필요한 전리품을 챙기고, 새들을 먹이고 남은 것은 시스템과의 거래를 통해 처리했다.
그렇게 보름 정도 걸었을 때였다.
처음 소환되었던 쪽에서 날아온 새들이 쪼롱이에게 뭔가를 보고하기 시작했다.
쪼로로로로! 쪼조로롱!
한참을 이야기하던 쪼롱이가 연극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제가 아무리 열심히 쪼롱거려도 의사소통이 되지 않을 이야기인 모양이었다.
새들이 펼치는 연극이었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연극의 수준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었다.
새 몇 마리가 몸에 나뭇잎을 잔뜩 꽂은 채 나타났다.
그리고 괴이한 소리를 내며 위협적인 몸짓을 했다.
나뭇잎을 꽂은 새들은 하나같이 덩치가 크고 평상시에도 사냥을 잘하는 녀석들이었다.
<집사! 저거 몬스터를 나타내는 것 같지?>
"그러네. 그것도 무리로 움직이는 몬스터."
<늑대일까? 계속 늑대만 나타나고 있잖아. 강함의 정도는 다르지만···.>
보름동안 나타난 몬스터는 모두 늑대였는데 모두 E급은 아니었다.
늑대가 맞나 싶을 정도로 약한 개체들도 있었고 E1정도 되는 강한 녀석들도 있었다.
전생에 상대했던 녀석들에 비하면 약한 녀석들이지만 떼로 몰려다니니 주의가 필요했다.
새들의 연극은 계속되고 있었다.
늑대로 보이는 몬스터가 사람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들 중 일부를 죽이는 것 같았다.
<죽였어? 사람을?>
쫑!
<정말 죽였다고?>
쫑!
나호가 놀라서 두 번이나 확인을 했다.
이전 두 번의 소환에서 몬스터들이 사람을 죽이는 경우는 없었다.
상처를 입히는 경우는 있었지만 살려는 두었다.
물론 지레 놀라 과잉 행동을 하다 죽는 경우도 있었지만 비세계에서 죽는다고 해서 현실에서 죽는 것은 아니니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
첫 소환에서 죽어도 두 번째 소환에도 불려왔고 말이다.
그런데 지금 새들이 펼치는 연극에서는 죽임을 당한 사람이 바로 사라지고 있었다.
<늑대들이 유난히 공격적이기는 했어. 지금까지는 사냥감에 불과했는데 사냥을 하려고 했잖아.>
그랬다.
지난 두 번의 소환에서 나타나는 몬스터들은 강함과 상관없이 적극적으로 사람을 공격하지는 않았다.
몬스터는 사냥감에 불과했었다.
그런데 이번 소환에서 몬스터들은 다르게 행동했다.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남은 사람이 별로 없다고?"
쫑!
대부분의 사람들이 늑대에게 사냥 당한 모양이었다.
"걱정이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의 안위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일본 놈들이니 한 놈이라도 더 떨어졌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런데 세 분이 걱정이었다.
특히 아버지가 걱정이었다.
"하아! 정말 답답하다."
미래를 알면 좋은 일만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더니 아는 만큼 걱정만 늘어나는 것 같았다.
<집사!>
"알고 있어. 혹시 아버지가 이번에 떨어지시면 아버지의 마나통이라도 구매를 해야지. 가자."
이번 소환이 끝나면 마나통을 구매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니 부지런히 벌어서 최대한 많은 마나통을 구매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속도를 높여야했다.
이동속도를 높이면서도 최대한 많은 늑대를 사냥했다.
지나칠 수 있는 늑대무리까지 사냥을 했다.
단 1이라도 마나를 더 얻기 위해서였다.
남들은 사냥을 하고 모두 버려두고 가야하지만 나는 아니었다.
꾸준히 시스템과 거래를 했다.
그리고 그런 나에게 시스템은 친절하기만 했다.
물론 거래를 할 때만 적용되는 친절 같지만 말이다.
그렇게 부지런히 움직여 목표지점에 도착했다.
출발 전에 30일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27일 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도중에 사냥을 하지 않았으면 열흘 정도는 더 빨리 왔을 것이다.
<집사! 막상 도착하고 나니 살짝 걱정이 되네. 1등을 놓쳤으면 어떻게 하지?>
"놓칠 리 없어. 아무리 피해도 하루에 세 번 이상은 모두들 늑대를 만나게 되어 있었잖아. 남들이 나보다 더 빨리 사냥을 할 리가 없잖아."
세상에 아무리 놀라운 사람이 많다고 해도 지금 나보다 빠르고, 전투에 능한 사람은 있을 수 없었다.
늑대들은 피한다고 피해지는 존재가 아니었다.
설정을 해둔 것인지 하루에 세 번 이상은 반드시 만났다.
설정에 의해 만나는 늑대들은 반드시 열 마리 이상이 함께 나타났다.
그래서 안심하고 사냥과 이동을 동시에 했던 것이다.
나호와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경쾌한 알림음이 들렸다.
[띠링! 축하합니다. 목표지점에 인류 최초로 도착하셨습니다.]
<휴우우우! 다행이다. 집사를 믿으면서도 은근히 걱정했거든. 항상 예외는 있을 수 있으니까.>
전생에 워낙 놀라운 사람을 많이 봤기 때문에 나호가 저러는 것이었다.
사람이 맞나 의심이 될 정도의 능력을 가진 사람들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걱정이 되지 않았다.
기억에 없는 전반기지만 그래서 더 자신이 있었다.
나는 한 달 간격으로 소환되어 온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니었다.
기억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 빨리 적응을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포기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어떻게 할지 몰라 하는 사람은 더 많았고 말이다.
상태창의 활용방법도 정확하게 모를 때이니 보상으로 받은 사람을 제외하고는 상점을 개방한 사람은 없다고 봐야했다.
보상으로 혹여 상점을 받았다고 해도 능력치나 스킬을 구매할 정도로 마나를 모은 사람은 없을 것이고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메시지 알림음이 들렸다.
그리고 기분 좋은 메시지가 흘러나왔다.
[······보상은 세 가지입니다. 먼저 발현율 상승입니다. 인류 전체에서 1등을 하셨기 때문에 기존 발현율에 5%가 추가됩니다.]
1등을 하면 발현율을 올려주는 것은 첫 소환 때부터 받은 것이라 당연하게 생각했다.
발현율 상승이라는 엄청난 보상도 반복되니 식상하게 느껴진 것이다.
그런 내게 무엇보다 크게 다가온 것은 세 가지 보상이라는 말이었다.
발현율 상승을 첫 번째로 받았으니 두 가지 보상이 남은 상태였다.
<집사! 왜 그리 긴장해?>
"원하는 보상이 있어서."
<그게 뭔데?>
나호가 묻는 순간 메시지가 이어졌다.
[두 번째 보상으로는 '그룹 이탈권'을 드리겠습니다.]
뭔가 시스템이 계속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참지 못하고 먼저 이야기했다.
"그룹 이탈권'이라면 다른 그룹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말이야?"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룹자체를 바꾸는 것은 되지 않습니다. 이번처럼 1등을 한 경우에 아직 시험이 끝나지 않은 그룹의 시험에 개입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이탈이 아니라 '개입'이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룹에서 벗어나는 것이 그만큼 어려운 겁니다.]
"나만 벗어날 수 있는 건가?"
[이전에도 말씀드렸듯이 보상에 관한 것은 강대한 님과 관계된 것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도 이탈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졌다는 말과 같았다.
"개입은 얼마나 할 수 있는 거지?"
[강대한 님의 경우에는 개입하는 그룹의 시험이 모두 끝날 때까지 머무실 수 있습니다.]
<집사! 세 분이 아직 탈락하지 않았다면 도울 수 있겠다.>
쫑!
"언제 갈 수 있는 거지?"
[보상 지급이 완료되면 바로 개입하실 수 있습니다.]
"이번 시험 기간도 30일인가?"
[그렇지 않습니다. 도전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이 있는 한 시험은 끝나지 않습니다.]
<집사! 저 말은 거짓말인 것 같아. 그럼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10년이든 100년이든 지속한다는 거야? 말이 안 되잖아.>
[백 일도 되지 않아 시험은 끝날 겁니다.]
대답하는 시스템의 말이 유난히 냉정하게 들렸다.
<다 죽여서라도 시험을 끝내겠다는 건가? 살벌하네.>
"세 번째 보상은 뭐지?"
[세 번째 보상은 이 시험이 완전히 끝나고 나서 제공될 겁니다.]
왠지 마나통과 연관된 보상 같았다.
시험이 완전히 끝나면 그동안의 점수가 공개될 것이다.
그리고 각성 예외자가 결정이 될 것이다.
<집사! 드디어 마나통을 구매할 수 있게 된 건가? 일본 놈들의 마나통을 드디어···.>
나호가 꿈을 꾸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호 못지않게 감격스럽지만 지금 그런 감정에 빠져 있을 시간이 없었다.
어서 세 분이 계시는 곳으로 가야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미우라 놈은 안중에도 없었다.
"세 분이 계시는 그룹으로 보내줘."
시스템은 내가 말하는 세 분이 누구인지 알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특별 서비스를 받고 계시는 분이니 현재 세 분이 계시는 곳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세 분이 계시는 그룹에 들어가기는 하더라도 세 분이 어디에 계시는지 모른 상태에서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세 분이 계시는 곳으로 보내주겠단다.
살짝 시스템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고마워."
[1등에게 주어지는 그룹 이탈권에 포함된 기능입니다. 특별히 감사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특별 서비스라며?>
나호가 불퉁한 목소리로 말했다.
[3분 후에 이동합니다.]
시스템이 나호의 말에 반응하지 않고 이동을 약속했다.
<뭐야? 제 멋대로야.>
"나호야. 여기 새들에게 인사해야 해. 아무래도 다시는 이곳에 오지 않을 것 같거든."
<정말?>
"왠지 그럴 것 같아. 왠지 한 단락이 지어진 것 같거든."
<돌아가는 분위기가 그렇기는 하지.>
다른 그룹으로 넘어가는 순간 이 숲과는 이별이었다.
그동안 도움을 많이 받은 새들을 다시 보지 못한다고 생각을 하니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쪼롱아. 애들에게 고맙다고 전해줘."
쪼조로로로로!
쪼롱이가 유난히 길게 쪼롱거렸다.
쪼롱이의 쪼롱거림을 들은 새들이 날아올랐다.
쪼롱이가 내 옆쪽 어깨 위를 가리켰다.
"왜? 소환 대기실 불러주라고?"
쫑!
소환 대기실이 보이도록 했다.
그 순간이었다.
쪼롱이가 이끄는 새들이 소환 대기실로 들어갔다.
<어? 이게 뭐야? 저 녀석들 설마 데리고 갈 수 있는 거야?>
나호가 기대에 찬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새들은 소환 대기실에 머무르지 않았다.
그대로 통과했다.
사실 허공에 나타난 소환 대기실은 분명 실체가 있는 것이지만 허상이기도 했다.
그러니 저렇게 통과하는 것이 정상이었다.
그런데도 조금 아쉬운 것도 사실이었다.
쪼롱이가 이끄는 새들이 작별인사를 하듯 소환 대기실을 통과하고 나자 쪼롱이가 다시 길게 쪼롱거렸다.
인사를 마친 쪼롱이가 소환 대기실로 들어갔다.
쪼롱이 이외에는 따로 정리할 것은 없었다.
이제 이곳과 이별을 할 시간이었다.
<집사! 두근거려.>
"나도 그래."
그 순간 번쩍하며 장소가 바뀌었다.
대한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