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73화 (73/350)

73. 대한아아아!

잠깐 눈이 부시다고 생각한 순간 장소가 바뀌었다.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원래 이곳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 곳이었다.

세 분이 계신 곳으로 보내준다고 했으니 내가 서 있는 곳 부근에 부모님과 큰아버지가 보일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잠깐 둘러본 주위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어? 왜 안계시지? 세 분이 계신 곳으로 보내준다고 했잖아. 설마 시스템이 사기친 거야?>

'시스템은 사기는 치지 않아. 알잖아.'

어떤 곳인지 모르니 심상으로 대답했다.

감각을 최대한 확장한다고 생각했다.

분명 이 근처에 계실 것이 분명했다

시스템이 망설임 없이 이곳으로 보내주었다는 것은 세 분이 함께 계시다는 말도 되었다.

세 분이 계시다는 그룹이 있는 곳도 숲이었다.

'나호야. 쪼롱아. 토굴이 있는지 살펴봐줘.'

혼자 찾는 것 보다는 함께 찾는 것이 빠를 것 같아 부탁을 했다.

하지만 나호와 쪼롱이가 멀어지기 전에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소리는 등 뒤에서 들렸다.

속삭이듯 하는 이야기였지만 나에게는 명확하게 들렸다.

엄마 목소리였기 때문이었다.

재빨리 뒤를 돌아보았다.

바위라고 생각해서 흘려보았는데 자세히 보니 바위 사이의 나무가 이상했다.

잡목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누군가가 급하게 꽂아둔 것이었다.

"서두르지 말아요. 기회가 올 거예요."

이런 곳에서 들었기 때문일까?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울컥했다.

<어머니 목소리야.>

나호의 목소리도 감격에 젖어있었다.

쫑!

쪼롱이도 아는 목소리라고 아는 체를 했다.

<내가 먼저 들어가 볼게.>

나호가 바위 사이로 들어갔다.

당장 들어가고 싶었지만 나호의 신호가 있을 때까지 잠깐 기다리기로 했다.

<집사. 여기 안은 제법 넓다. 그리고 세 분만 계시는 것이 아니야. 열댓 분 정도 될 것 같은데? 병원에서 봤던 의사도 있어.>

세 분이 처음 소환된 곳은 인천의 병원이었다.

그러니 그 부근에 있었던 사람들이 함께 소환이 되었을 것이다.

의사가 함께 있었다는 것이 참으로 다행이다 싶었다.

'들어가도 되겠지?'

<문제없어. 불러봐.>

"엄마! 엄마!"

엄마를 부른 순간 안에서 들려오던 작은 목소리들이 뚝 그쳤다.

"엄마 저 대한이에요."

<모두 놀라셔서 얼음이 되었어. 역시 큰아버지께서 가장 먼저 움직이시네.>

바위 사이에서 얼굴이 하나 쑥 하고 나왔다.

"대한아!"

큰아버지께서 나를 발견하시더니 급하게 나무를 치우기 시작하셨다.

그리고는 격하게 나를 껴안으셨다.

"네가 보이지 않아 걱정이 많았는데 아이고···."

큰아버지의 목소리가 젖어들고 있었다.

<지난번에 해드린 말씀을 기억하지 못하시나봐.>

"그렇게 큰 소리를 내면 늑대가···."

안에서 누군가가 걱정 섞인 말을 쏟아내려고 할 때 어머니의 목소리가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대한아아아!"

큰소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어머니의 감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목소리였다.

"대한아. 영영 너를 보지 못할까봐···."

아버지였다.

아버지의 감정도 그대로 느껴졌다.

세 분 모두 지난번 드렸던 말씀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처음 소환된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고 생각하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소환이 해제가 돼도 이곳의 기억을 다들 하지 못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그래도 세 분 모두 무사해서 천만다행이었다.

"저기···."

함께 있던 사람들이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늑대의 위험성을 자각하고 있는 것이니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대한아 먼저 들어가라. 발자국 지우고 여기 가리고 들어갈 테니···."

큰아버지께서 말씀을 하시며 나를 안으로 당기셨다.

바위 사이는 나호의 말대로 생각보다 넓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열다섯 명 정도의 사람이 함께 있었다.

병원에서 세 분을 돌보던 의사도 보이고, 나에게 교통사고 소식을 전했던 병원 관계자도 있었다.

"큰아버지. 제가 할게요. 안에 들어가 계세요."

"아니다. 내가 할 테니 먼저 들어가."

<큰아버지 성격은 여전하시네.>

전생에도 던전에 함께 들어가면 위험한 일은 본인이 하셨던 큰아버지셨다.

외팔이인 자신보다 약했던 조카가 늘 걱정스러웠던 것이다.

전생에는 큰아버지께서 나를 지켰지만 이제는 내가 지킬 차례였다.

그리고 이곳에 있는 다른 사람들도 모두 지킬 생각이다.

비세계에서의 평가는 그룹단위로 하는 것은 아니었다.

철저히 개인을 평가했다.

그룹은 그저 운영의 편이성을 위해 나눈 것뿐이었다.

"그래. 대한아. 어서 들어와. 이건 내가 함께 할 테니."

아버지께서도 나를 안쪽으로 이끄셨다.

큰아버지와 아버지께서 바위 주변의 발자국을 지우고 나무로 바위를 가렸다.

그 사이 나는 어머니의 품 안에 안겨 있었다.

"어떻게 온 거야?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지구의 기억을 통째로 가지고 이곳에 온 것은 아니었다.

최악의 경우에는 함께 비세계로 온 가족을 몰라보는 일도 있었다.

다행히 세 분은 첫 소환 이전의 지구의 일은 상당히 잘 기억하고 계시는 것 같았다.

물론 더 확인을 해야겠지만 말이다.

"그것보다 어머니. 왜 여기에 계세요? 목적지로 향하지 않고요?"

"목적지가 주어지기는 했지. 하지만 늑대 등살에 이동이 쉽지가 않았어. 다행히 여기 고구마 같은 작물이 있어서 그거 먹으면서 버티고 있었지."

<오래 식사를 못 하신 것 같은데?>

세 분은 몹시 말라있었다.

다이어트가 쉽지 않다고 하셨는데 지금 이 모습으로 지구로 돌아간다면 무척 좋아하실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식사부터 하세요."

소환 대기실에 보관 중이던 음식을 꺼내기 시작했다.

현실 시간으로 한 달 전에 길드장이 만들어준 음식이었다.

몬가재로 만든 요리들이 나타나자 맛있는 냄새가 진동을 했다.

허공에서 음식이 나타나는 것보다 등장하는 음식에 시선을 빼앗기는 사람들이었다.

오랫동안 굶주렸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어서 드세요."

"어디서···?"

"드시고 나면 말씀드릴게요."

동굴 안에 있는 사람들의 연령은 다양했다.

아무래도 모두 병원에 있었거나 병원 인근에 살던 사람들 같았다.

"천천히 드세요. 음식은 얼마든지 있으니 더 필요하시면 말씀하시고요."

이야기를 하면서 치유수도 꺼내 놓았다.

<허겁지겁 먹는다는 것이 저런 거지?>

안쓰러워 보일 정도로 급하게 먹고 있었다.

새들이 먹는 속도가 빠르다고 생각했는데 굶주림 사람들도 못지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캑! 캑!"

"천천히 먹어."

할머니 한 분이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소년의 등을 두드리시면서 말씀하셨다.

"너무 맛있어요."

소년이 해맑게 웃으며 쳐다보았다.

<저 얼굴 왠지 낯이 익지 않아?>

'글쎄? 잘 모르겠는데?'

그 말을 하는 순간 권능 기억이 발동했다.

[권명성! 현재 나이 14세. 마법사로 각성하지만 대변혁 5년 후 사망합니다. 미우라 길드와 연합으로 던전 공략 중 사망했습니다. 강대한 님께서 미우라 에이지를 조사할 때 찾은 자료에서 보신 적이 있습니다.]

권능 기억이 말해주는 정보는 내가 보거나 들었던 것에 한정되어 있다.

대신 흘려 보았던 것이라도 이렇게 명확하게 말을 해준다.

<미우라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대변혁 3년 후였지?>

'맞아. 그리고 점점 활발하게 활동했지. 공략을 하지 못해 골머리를 썩고 있던 던전들을 처리해 주던 시기이기도 하고.'

그때에는 정말 고맙게 생각했다.

나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가 고마워했었다.

그래서 자원해서 함께 던전에 동행했었던 각성자들도 많았다.

그리고 유난히 각성자들의 사망사고가 많았던 시기이기도 했다.

미우라와 함께 던전에 들어가면 유독 우리나라 각성자의 사망사고가 많았지만 당시에는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공략이 힘든 던전이기도 했고 우리 각성자들의 경험이 부족한 탓이라고 생각했었다.

던전을 클리어한 후 미우라가 보인 태도도 의심을 걷어내는데 한 몫을 했다.

미우라는 던전에서 사망한 각성자들에 대해 충분한 애도를 표했다.

말뿐이었다면 의심을 했을지 모르지만 금전으로도 넉넉하게 보상을 했다.

던전에서 얻은 것을 죽은 헌터들에게는 더 지급한 것이었다.

이러니 누구도 미우라를 의심하지 않았다.

물론 이때부터 이상하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말들은 다수의 사람들에 의해 묻혀버렸다.

'이번에는 그렇게 허망하게 가지 않도록 도와줄게.'

<그래야지. 미우라 놈이 죽였다는 것은 제 손아귀에 들어올 것 같지 않으니까 죽였을 거야. 그거면 충분하지.>

나호가 소년을 보며 말했다.

"대한아. 이 음식들은···? 너는 뭔가 알고 있는 거니?"

배를 적당히 채운 큰아버지께서 물으셨다.

"물부터 한 잔 드세요."

고구마를 드셨다고는 하지만 많은 양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런 식량으로 그동안 버텼다면 식사를 하지 못한 날이 더 많았을 것이다.

갑자기 들어간 고단백의 음식은 체를 유발할 수 있었다.

"크으윽! 아이고 시원하다. 이거 차지는 않는데 개운하네."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분이 물을 드시더니 하신 말씀이었다.

크지 않은 목소리였다.

이곳에서 살면서 조용히 말하는 것이 몸에 밴 것 같았다.

"아이고. 잘 먹었수. 고마워. 여기 강 선생 아들이라고?"

70대로 보이는 할머니이기는 한데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지속적으로 운동을 하신 분 같았다.

"예. 반갑습니다. 강대한 입니다. 메시지는 다들 들으셨죠?"

"듣기는 했는데···. 길을 잃었다우. 지도라고 주기는 했는디 도통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더라고."

할머니의 억양은 묘하게 정감이 갔다.

"이런 것은 우리가 할 테니 이야기나 좀 해주십시오."

먹은 것을 정리하려고 하자 30대로 보이는 남자가 깍듯하게 말을 하며 정리를 시작했다.

남자가 정리를 시작하자 함께 있던 사람들이 모두 움직여서 금세 주위를 말끔하게 정리했다.

<살짝 걱정을 했는데 그래도 괜찮은 사람들 같다. 짐이 될 사람은 없는 것 같아.>

'세 달 가까이 함께 보냈으니 이상한 사람은 걸러졌겠지.'

<하긴···.>

"여기는 비세계, 숨겨진 세계라는 곳입니다. 아주 어린 아이들을 제외한 세계 모든 사람들이 불려와 있습니다. 1월 1일에 있었던 곳에 의해 그룹이 나누어진 상태고······."

먼저 이곳에 대한 것을 차근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한국인만 있는 곳이기 때문에 이런 설명을 하는 것에 거리낌이 전혀 없었다.

"그럼 언제까지 우리는 이곳에 있어야 합니까?"

소환이 끝날 때마다 지구에 다시 다녀온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어차피 다들 기억을 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지구에 다녀온다고 하면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었다.

"올 12월 1일까지는 이곳에 있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우리는 듣지 못했는데···?"

"성적에 따라 주어지는 정보의 양도 달라집니다. 나중에 여러분이 지구에 돌아가실 때 이곳에 대한 기억도 성적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지구를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그래도 한국인은 양호한 편입니다."

"다른 나라 사정은 더 심합니까?"

"심합니다. 이곳에서 만난 가족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족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말에 모두의 입이 벌어졌다.

<설마 하는 것 같아. 정말인데···. 차라리 다들 기억하지 못하면 다행이지. 어느 한쪽은 기억하는데 다른 쪽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안타깝더라.>

나호가 일본그룹에서 본 일들을 이야기했다.

"그럼 문제가 많을 것 같은데요?"

"많죠. 하지만 나중에 이곳의 기억을 거의 하지 못하니 크게 문제되지는 않을 겁니다."

아주 문제가 없지는 않았지만 지금 그런 이야기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당장 출발해야 한다는 겁니다. 단 1분에도 등수차이가 클 겁니다. 그러니 어서 출발하시죠."

"대한아. 여기가 어디인지를 모르겠어."

"모두 목표지점은 같습니까?"

"다행히 모두 같아. 다른 공동체도 같은 곳인 것 같더라고."

"그런데 왜 같이 움직이지 않으셨어요? 많은 사람이 함께 움직이는 것이 늑대를 상대할 때 더 도움이 될 텐데."

"성향이 다르니 껄끄럽더라고."

<한국인이라고 해서 성향이 같은 것은 아니니까.>

나호가 알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상태창의 지도를 한 번 띄워보시겠어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잠깐만요. 혹시···."

지도이야기를 하다 혹시 C급인 던전 지도가 여기에서도 적용이 되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상태창의 지도를 확인해보았다.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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