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 그래서 마나통 가격은?
[띠링! 새로운 그룹에서 처음으로 도축을 사용하셨습니다. 이에 대한 보상으로 앞으로 도축의 경험치가 두 배가 됩니다.]
새로운 그룹에서 하는 행동에도 보상이 주어지는 것인가?
그렇다는 말은 분명 첫 사냥에도 보상이 주어졌을 것이다.
나처럼 원래 그룹을 이탈해 새로운 그룹에 합류한 사람 중 나보다 먼저 사냥을 한 사람이 있다는 말이었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세 분은 물론이고 되도록 많은 사람을 이끌고 목표지점에 도착하려고 했는데 계획을 조금 수정해야 할 것 같았다.
새롭게 합류한 사람들 간의 경쟁도 시스템은 원하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는 말은 최대한 빨리 도착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빠른 도착과 충분한 훈련을 동시에 하기 위해서는 함께 움직이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놀라는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아니 이게···."
"도축이라면 설마···."
"맞습니다. 스킬을 구매하시면 사냥감을 이렇게 도축하실 수 있습니다."
도축은 정말 놀라운 것이기는 했다.
그 어떤 장인이 발골을 해도 이렇게 깔끔하게 할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뼈에는 살이 한 점도 붙어있지 않고 가죽도 완벽하게 벗겨져 있었다.
더 좋은 점은 필요하지 않은 부위는 사라진다는 점이었다.
물론 사라지는 부위가 필요한 경우도 있었다.
그런 경우에는 직접 해체를 하면 되었다.
도축 스킬 등급이 올라가면 사라질 부위를 설정할 수도 있지만 아직 그런 등급까지는 가지 못했다.
"대한아. 그럼 이거 들고 가야 하는 거냐?"
피가 빠진 고기이지만 고기를 들고 이동하는 것은 몬스터를 더 불러들이는 일이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아니에요. 인벤토리에 넣을 수도 있어요."
"인벤토리? 그러고 보니 요리가 인벤토리에서 나온 것이냐?"
다른 사람들도 있는 곳에서 소환 대기실까지 말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서 그냥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고기만 소환 대기실로 넣었다.
가죽은 당장 신발을 만들어야 할 것 같았다.
소환된 지 세 달이 되다보니 신발들이 엉망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는 시간에 소환이 됐기 때문에 대부분 시스템이 처음 제공한 신발을 신고 있었다.
신발이라고 신고 있었지만 신발의 역할은 거의 하지 못하고 있었다.
빨리 걷기 위해서라도 좋은 신발은 필수였다.
"신발을 감싸서 묶으세요."
"고마우이. 작은 강 선생."
할머니께서 가장 먼저 가죽을 받으시며 말씀하셨다.
받은 가죽으로 소년의 발을 먼저 감싸주셨다.
"할머니부터 하셔도 되는데···."
"명성아. 어른이 해줄 때는 그냥 받는 것이라고 혔제?"
<보기 좋네.>
가죽은 넉넉했다.
모두의 발을 감싸고도 남아서 팔까지 감싸게 했다.
옷도 많이 헤진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큰아버지. 저기 저 새를 따라가세요."
"너는 어쩌려고?"
옆에 계시던 아버지께서 먼저 물으셨다.
"저는 앞서 가면서 늑대를 처리할게요."
"그냥 함께 가는 것이 나을 것 같은데? 여기가 만만한 곳이 아니더라고······."
아버지의 걱정이 시작되었다.
이런 곳이니 걱정이 되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멀리 가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저 새는 목표지점을 정확하게 알고 있으니까 믿고 따라가시면 돼요."
"저 새를?"
"알았다."
의아해하는 아버지와 알았다고 대답하는 큰아버지.
두 분의 성격이 극명하게 보이는 순간이었다.
쪼로로롱!
갑자기 쪼롱이가 무언가를 열심히 말하기 시작했다.
"쪼롱아 왜?"
쪼롱이가 왼쪽 어깨 위를 가리켰다.
'소환 대기실은 왜?'
다른 사람들도 있어서 소환 대기실에 대한 것은 심상으로 말했다.
쪼로로롱!
<집사! 소환 대기실을 보라는 말 같은데?>
쪼롱이의 작은 얼굴에는 기쁨과 즐거움, 자랑스러움 등 여러 감정들이 드러나 있었다.
아무래도 나쁜 일은 아닌 것 같았다.
바로 소환 대기실을 쳐다보았다.
'어?'
<헉! 쟤들이 왜 저기 있지?>
쪼로로로! 쪼로롱!
뭐라고 하는지 확실하게 알 수 없지만 함께 다니게 되었다는 말을 하는 것 같았다.
바로 상태창을 확인했다.
언 듯 보았을 때는 상태창에 특별한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상태창의 소환 대기실 창을 열었다.
이전에는 이곳에 쪼롱이만 나타나 있었다.
그런데 소환 대기실을 연 순간 메시지가 들리면서 상태창에 변화가 생겼다.
[띠링! 상태창에 소환수 창이 새롭게 오픈합니다. 이 창을 통해 소환수를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소환수]
*쪼롱(새) - 비세계 제1숲의 대장새입니다. 제1숲의 새들을 거느릴 수 있습니다. 강해질수록 더 많은 새들을 불러올 수 있고, 소환 대기실이 제1숲과 비슷해집니다. 현재 열다섯 마리를 거느립니다. 쪼롱이가 거느린 새의 경우 소환에 강대한 님의 마나를 소비하지 않습니다.
대박이었다.
<집사! 집사! 첫 번째 소환에서 쪼롱이를 선택했던 것이 신의 한수였네. 쪼롱아! 너 대단하다. 인정! 인정!>
쫑!
'내 허락이 떨어져야 저애들도 나올 수 있는 것 같아.'
쫑!
'네가 나올 때는 언제든 함께 나와도 좋아. 지구에서는 각별히 주의하고.'
쫑!
새들은 쪼롱이가 워낙 잘 다루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쪼롱아. 네가 길안내하고, 두 마리만 내게 붙여줘. 연락책으로 써야겠어.'
쫑!
쪼롱이가 소환 대기실을 보고 고개를 까딱하자 새들이 나왔다.
"저 새들도 네 소환수인 거야?"
"예. 길 안내는 물론이고 제게 여기 상황도 알릴 거예요. 사냥에도 능한 녀석들이니 도움이 많이 될 거예요. 그럼 출발하죠."
"가야지. 등수를 매긴다고 하니 부지런히 움직여야지."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걱정스런 눈으로 쳐다보셨지만 지금은 차근히 설명할 시간이 부족했다.
쪼롱이와 새들이 있으니 이제 안심해도 될 것 같았다.
<쪼롱이가 있으니 문제없을 거야.>
큰아버지가 이끄는 공동체가 보이지 않게 되자 나호가 말했다.
"알고 있어. 책임감이 강한 녀석이잖아. 자기들끼리도 몇 마리의 늑대는 충분히 사냥할 녀석들이기도 하고."
<귀여운 외모와 달리 무섭기도 하지.>
앞서 나가면서 늑대를 사냥했다.
사냥한 늑대는 약간의 고기와 가죽을 제외하고는 모두 시스템과 거래를 했다.
주변의 늑대까지 사냥을 하면서 간간이 공동체가 잘 따라오고 있는지 확인을 했다.
하루 세 번은 꼭 늑대를 마주치도록 되어 있었기 때문에 내가 앞서서 늑대를 처리해도 늑대를 마주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전과 달리 한결 수월하게 늑대들을 사냥하면서 따라왔다.
쪼롱이와 쪼롱이가 이끄는 새들이 사냥을 돕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이동을 하다 밤이 되면 다시 공동체에 합류를 했다.
아무래도 밤이 더 위험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25일을 더 가고야 큰아버지께서 이끄는 공동체는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함께 목적지에 도착한 사람의 수는 백 명이 넘었다.
중간에 만난 사람들이 제법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다시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메시지가 들렸다.
물론 개인 메시지였다.
대부분 사람들의 표정들은 밝았다.
아마 마나통을 지키게 되었다는 메시지를 들은 것 같았다.
"이번 시험은 통과라고 하는구나."
어머니께서 기쁨을 감추지 못하셨다.
옆에 계시던 아버지께서도 뭔가 말씀을 하시려는 순간 번쩍하더니 사라져 버렸다.
<집사! 다시 집사만 남았어.>
"그래도 다행이야. 아버지도 이번 시험을 무사히 통과하신 것 같으니까."
<생각보다는 적응을 잘하고 계시더라.>
나호가 대답을 한 순간 메시지가 들렸다.
[띠링! 강대한 님께서는 지금부터 이번 회차의 시험이 끝날 때까지 이곳에 머무실 수 있습니다. 물론 바로 지구로 귀환하실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직 보상을 다 수령하지 않았는데?"
1등으로 받은 보상 하나와 추가 보상이 남은 상태였다.
[이번 시험이 완전히 끝나야 마지막 보상을 지급하여드릴 수 있습니다.]
아마 마지막 보상 때문에 이곳에 머무르게 해주려는 것 같았다.
"바로 지구로 돌아간다고 하면 마지막 보상은 어떻게 되지?"
[지구에서 보상에 대한 것만 들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먼저 소환이 해제 되도 지구로 돌아가는 시간은 동일했다.
"시험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면서 무엇을 하든 상관없는 건가?"
[평가를 방해하는 행동만 아니라면 상관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곳에 있겠어."
[알겠습니다. 좋은 시간되시길 바랍니다.]
<방금 시스템이 웃는 것 같았지?>
"좋아하는 것 같기는 하더라."
<집사가 열심히 사냥하는 것이 시스템에게 도움이 되나봐.>
그때부터 다시 사냥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사냥을 하다보면 의도와 상관없이 그룹 내의 사람들을 돕게 되었다.
세 분이 속해 있던 공동체처럼 적극적으로 돕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엄청난 것이었다.
시험은 의외로 쉽게 끝나지 않았다.
나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남지 않았는데도 끝나지 않은 것이 아마 다른 그룹의 사람 중 아직도 도전 중인 사람이 있는 모양이었다.
사실 내 입장에서는 시험이 단 하루라도 더 지속되는 것이 유리했다.
꾸준히 사냥을 통해 마나를 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작한 모든 것은 끝이 있기 마련이었다.
세 분이 소환해제 되고 46일이 지났을 때 시험의 끝을 알리는 메시지가 들렸다.
<집사! 고생했어.>
"고생은 쪼롱이와 새들이 했지."
쫑! 쪼로로!
칭찬을 하자 쪼롱이와 새들이 즐겁게 쪼롱거렸다.
<그동안 마나는 얼마나 모았어?>
"3247."
<마나 모으기가 쉽지 않네.>
"쉽지 않지. 쉽게 모이는 거면 전생에 그리 고생하지 않았을 거야. 여기도 초반이어서 이렇게 그럴 수도 있고."
전생에도 마나는 모으기 쉽지 않은 것이었다.
비세계에 오면 마나 모으기가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전생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곳도 아직 마나가 풍부하지 않기 때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띠링! 이제 강대한 님께 드리는 보상만 지급하면 이번 소환도 마무리됩니다.]
이미 모든 사람이 소환이 해제된 모양이었다.
[강대한 님께 약속되었던 마지막 보상은 이미 정해진 것이고, 추가 보상을 산정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보상을 기다리는 시간은 늘 설레고 긴장이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바로 메시지가 들려왔다.
[띠링! 마지막 보상은 강대한 님께서 생각하셨던 것처럼 마나통 구매에 관한 것입니다.]
마나통 구매라는 말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전생에 미우라도 이렇게 우리나라 사람들의 마나통을 구매했을 것이다.
[이번 시험까지의 결과를 종합해서 각성예외자가 정해졌습니다. 이렇게 선정된 각성 예외자는 소환된 사람의 30%입니다. 원래 강대한님께서 구매하실 수 있는 마나통은 원래 속했던 그룹에 한정됩니다.]
"그 그룹 안에 속한 사람의 마나통을 다 구매하면?"
[그룹을 확장하면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그룹을 확장할 때마다 마나를 지불해야 합니다. 이런 확장은 국가 단위까지 가능합니다.]
<또 마나타령이네.>
나호가 뽀로통한 목소리로 말했다.
[모두에게 적용되는 원칙입니다. 하지만 강대한 님처럼 이탈권을 획득한 사람에 한해서는 새로 합류한 그룹의 마나통도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한국의 마나통도 구매할 수 있다는 말이야?"
[그렇습니다. 당장은 두 개 그룹에서만 마나통만 구매할 수 있겠지만요.]
지금은 약 오천 명 정도씩 한 그룹으로 나누어진 상태다.
"만약이지만 내가 속한 두 개의 그룹이 점차 확장시켜서 나라 단위가 되었다면 말이야. 또 다른 나라의 마나통도 구매할 수 있나?"
[원칙적으로 나라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각성 예외자로 분류된 마나통이 70% 이상 팔려야 합니다. 물론 강대한 님께서 모두 구매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미우라가 우리나라에 3년 후에 진출을 한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나?>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
[강대한 님의 경우 일본과 한국의 마나통이 모두 70% 이상 팔리면 다른 나라의 마나통 구매를 시도할 수 있습니다. 물론 마나를 지불해야 확장될 것입니다.]
"여기서 마나통은 각성 예외자의 마나통이겠지?"
[그렇습니다.]
"시험이 거듭될수록 각성 예외자로 분류된 사람은 늘어날 텐데."
[시도할 때의 기준만 충족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런 것까지 고민하지 않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당장 두 그룹의 마나통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일본 내에서 그룹을 확장할 때는 따로 요구하는 조건은 없나?"
[없습니다. 마나만 지불하시면 됩니다.]
마나면 뭐든 되는 세상이었다.
<결론은 집사는 일본과 한국의 마나통은 안정적으로 구할 수 있다는 거네. 이탈권이 의외로 가치 있는 것이었어.>
나호가 나름의 평가를 했다.
"지금 당장 마나통을 구매할 수 있다는 거잖아."
[그렇습니다. 일본의 도쿄 제1그룹과 한국의 인천 제1그룹의 마나통은 마나만 지불하시면 제약 없이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왜 다 제1이 붙은 거야?>
[강대한 님께서 속한 그룹이기 때문입니다. 첫 소환에서 1등을 하신 분이 속한 그룹을 기준으로 번호를 매겼습니다.]
"나호야. 큰 의미 없는 거야. 번호는 시스템의 편이성을 위한 거지 우리 인간과는 큰 상관없어."
<그런 거야? 좋다 말았네.>
[형식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한두 번 정도는 특전을 부여해줄지도 모릅니다.]
사람이든 시스템이든 저렇게 불확실하게 하는 말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좋았다.
시스템이 저렇게 말하는 것은 '언제 밥 한 번 먹자'라는 말과 같았다.
"그래서 마나통 가격은 어떻게 돼?"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마나통의 가격이었다.
[마나통의 가격은······.]
마나통 구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