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 마나통 구매
[마나통의 가격은···.]
<애 태우지 말고 말을 해! 왜 이리 애를 태우는 거야?>
시스템의 대답이 빨리 돌아오지 않자 나호가 짜증을 냈다.
쫑! 쫑!
쪼롱이도 옆에서 한 몫 거들고 있었다.
요즘 둘은 죽이 아주 잘 맞았다.
[······지금 구매하시면 1마나에 하나의 마나통을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싸다고 해야 하는 거야 아니면 비싸다고 해야 하는 거야?>
1마나라고 하니까 싼 것 같지만 절대 싼 것이 아니었다.
1마나를 얻기 위해 들여야 하는 노력은 결코 적지 않았다.
<집사! 계산 좀 해봐. 오천 명의 30%면 천오백 명이 떨어졌다는 거네. 집사가 가지고 있는 마나면 다 구매할 수 있겠다.>
"일본만 따지면 30% 이상일 거야."
[그렇습니다. 일본은 각성 예외자 비율이 유난히 높습니다. 세 번의 소환에서 각성 예외자로 분류된 사람은 전체의 46.3%입니다.]
"46%라면 거의 절반이라는 소린데? 마나통을 떼어낸 사람이 많아서 그러나?"
일본은 소환이 거듭될수록 마나통 수술을 받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의식이 강한 민족답게 입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수술을 받는 사람이 많았다.
더구나 일본 정부에서 수술비용을 일부 지원해주니 더 많은 사람이 수술을 받고 있었다.
특히 일본의 보험회사에서는 나머지 수술비용까지 지급이 되었다.
보험을 든 사람의 경우에는 비용부담 없이 수술이 가능한 것이었다.
이런 사정이다 보니 소환된 순간 각성 예외자인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일본이었을 것이다.
<일본은 큰일 났네. 나라의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거 아니야?>
"무슨 걱정이야. 오히려 잘 된 거지."
<전생에도 이 정도였을까?>
"모르지. 이런 것은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으니까. 아마 이런 것은 전생의 미우라도 몰랐을 수도 있어. 알았다고 하더라도 전반기를 기억하지 못했겠지."
전생의 전반기를 기억하는 사람은 정말 소수였다.
그리고 그 안에 미우라는 없었다.
전반기를 기억한다고 하는 사람들을 무시했던 미우라였는데, 그 무시에는 질투와 불신이 가득했었다.
어쨌든 지금은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내가 속한 도쿄 제1그룹의 마나통은 얼마나 돼?"
구매할 수 있는 마나통의 수를 물은 것이었다.
[강대한 님께서 속한 그룹의 마나통은 다른 지역보다 더 많습니다. 각성 예외자 비율이 일본의 그룹 중에서도 가장 높습니다. 60%의 매물이 나온 상태입니다.]
<큭큭큭! 이거 다 집사 때문이잖아. 인정하지?>
나호가 자랑스럽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쳐다보았다.
"인정하지. 그래도 평가를 방해한 것은 아니잖아."
시스템도 이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말이 없었다.
문제를 삼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사냥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사냥할 것이 없을 정도로 사냥을 해버리니 좋은 점수를 얻을 만한 것이 없었던 것이다.
"60%면 삼천 개, 하지만 삼천 개가 다 있지는 않겠지. 이미 수술을 한 사람도 적지 않을 테니까."
[그렇습니다. 현재 매물로 나온 마나통은 2934개입니다.]
<그럼 백 명 중에 한 명 이상은 수술을 받았다는 말이네. 도쿄이기는 하지만 은근 수술 비율이 높네.>
"그렇게 열심히 수술을 받으니까 내게 마나통이 들어온 거지."
완전한 마나통, 즉 살아있는 사람의 마나통을 수거한 것이 304,234개였다.
마나를 지급할 필요 없이 내 스킬로 수거한 것들이었다.
<마나통 수거 스킬로 수거하는 것이 싸기는 하네. 그건 공짜로 얻을 수 있잖아. 이렇게 얻는 것은 마나를 지불해야 하고 말이야.>
"대신 떼어내지 않은 마나통을 얻을 수 있잖아."
<그건 또 그러네. 각성 예외자로 구분된 사람들은 이미 마나통이 제거된 건가?>
"그러지 않을까?"
이것은 나도 정확하게는 알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시스템에게 질문을 했다.
[각성 예외자로 구분된 사람들의 마나통은 제거되었습니다. 마나홀만 존재하겠죠. 제거된 마나통은 허상의 공간에 보관되었다가 구매하는 사람에게 넘어갑니다.]
<그렇다면 굳이 그룹 확장권을 구매하지 않아도 되잖아.>
나호가 시스템에게 따졌다.
생각해보니 그랬다.
이미 각성예외자의 마나통이 모두 허상의 공간에서 보관하고 있다면 다른 그룹의 마나통을 산다고 해서 추가 비용을 요구할 필요가 없었다.
[그룹 확장과 접근을 처리해야 하니 정당한 비용 청구입니다.]
시스템의 음성이 유난히 뾰로통하게 느껴졌다.
쫑?
<업무? 이건 또 무슨 말이야?>
[2934개를 모두 구매하시겠습니까?]
나호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질문을 하는 시스템이었다.
"모두 구매하겠어. 당연히 구매해야지."
그냥 구매를 하는 것 같지만 히든 상점 중 마나통 상점을 개방했기 때문에 구매를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미 얻은 권리 중 마나통을 50% 할인해서 구매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었다.
[띠링! 강대한 님께서 마나통을 구매하시는 경우 50% 가격에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1467마나를 투자하여 2934개의 마나통을 구매하셨습니다. 구매한 마나통은 마나통 저장고로 입고되었습니다.]
[띠링! 매물로 나온 마나통을 최초로 구매한 각성자가 되셨습니다. 이에 대한 보상으로···.]
"보상으로?"
<왜 이리 뜸을 들여?>
"보상으로 지급할 만한 것이 없나봐."
[보상으로 다른 나라에 속한 그룹의 마나통을 구매하실 수 있는 권리를 드리는 것은 어떻습니까?]
보상을 이렇게 물어오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것보다 일본 내의 어떤 마나통이든 구매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어때? 물론 각성 예외자의 마나통 중에서 말이야."
<맞아. 우리는 그것이 가장 좋아.>
[그룹을 넘어갈 때 마나를 지급하지 않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런 말이지."
잠시 대답이 없는 시스템이었다.
<마나가 걸려 있으니 쉽게 해주지 않으려고 할 거야.>
쫑!
[추가 보상까지 포함한다면 그렇게 해드리겠습니다.]
<추가 보상으로 나오는 것이 마나였나? 집사! 이상하지?>
"추가 보상으로 선정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어?"
[소정의 마나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럼 이럴 리가 없는데?>
"너무 그렇게 생각하지 마."
[추가 보상으로 선정된 것은 마나 200이었습니다.]
<당장 지급하는 마나가 더 아깝다는 건가? 이해할 수가 없네.>
"좋은 게 좋은 거지. 남은 마나 1780 중 80을 제외한 나머지도 모두 마나통을 구매하겠어."
[저희야 언제든 환영입니다. 일본의 마나통 3400개를 지급하여 드리면 됩니까?]
"잠시만. 혹시 일본 왕가의 마나통이나 정부 유력인사의 마나통을 구매할 수 있나?"
[원칙적으로는 불가능하지만 강대한 님께는 가능합니다. 어떤 기준을 적용하시겠습니까?]
<오우우우! 이걸 해주네. 당연히 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마나가 들어가지 않는 일이라서 쉽게 해주는 것 같았지만 지금 그런 말을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았다.
"왕실의 마나통을 우선적으로 구매할게. 다음으로는 정치, 경제, 문화, 교육 등에서 자주 거론되는 사람들이나 그들의 자녀 마나통을 먼저 구매할게."
이렇게만 말해도 되는지 살짝 걱정스러웠지만 시스템은 의외로 유능했다.
잠시 후 3400개의 마나통이 구매되었다는 메시지가 들려왔다.
<집사. 기대된다. 어떤 사람들의 마나통인지···. 그런데 왜 왕실과 유력인사들의 마나통이야? 아아! 알겠다.>
자문자답을 하는 나호를 뒤로 하고 마나통 저장고를 슬쩍 쳐다보았다.
그 순간 소환을 해제하겠다는 메시지와 함께 장례식장의 숙소로 돌아와 있었다.
쪼로로롱! 쪼롱!
이번에는 쪼롱이가 먼저 반응을 보였다.
"나오고 싶어?"
쫑!
<제 무리에게 지구를 소개해주고 싶어서 그럴 거야.>
"나와도 돼. 지구에서는 늘 조심하고. 전깃줄 위험한 거 알지? 더 위험한 것은 특별한 것을 쫓는 사람들이야. 너희 외모는 이목을 끌 수 있어. 그러니 조심 또 조심해."
쫑!
맑은 소리로 대답을 하더니 쪼롱이가 제 무리를 이끌고 소환 대기실에서 나왔다.
그런데 쪼롱이가 이끄는 새들이 더 많아진 것 같았다.
"늘어난 것 같은데?"
쫑!
상태창을 확인하니 쪼롱이가 거느린 새가 25마리로 늘어나 있었다.
"너희가 살 던 숲에서 봤던 아이들이지?"
쫑!
<신기해. 이해도 잘 안 되고.>
"네 존재도 만만치 않아."
<그런가? 그나저나 저 애들 다 나오니 여기가 좁아 보이네. 집사! 그런데 저 애들 먹이는 어떻게 해?>
"되도록 고기로 먹여야지."
쫑!
<저 먹성을 고기로 감당하겠다고?>
"열심히 벌어야지."
<계속 늘어날 텐데?>
"앞으로는 사냥하면 소환 대기실에 무조건 넣어두어야지."
<하루에 소 한 마리는 먹어치울 텐데···.>
쪼루루!
<알았어. 그만할게. 애들 말썽부리지 않도록 관리 잘해.>
쫑!
쪼롱이는 소환 대기실에서 나온 아이들을 데리고 숙소 안을 소개시켰다.
넓지 않은 숙소라 26마리의 새들이 날아다니자 숙소가 좁게 느껴졌다.
"아이들이 더 많아지면 다른 거처를 찾던지 해야겠다."
<굳이?>
"쟤들에게는 중요한 문제잖아."
쪼로롱!
그때 쪼롱이가 내 왼쪽 어깨 위를 가리켰다.
소환 대기실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소환 대기실에 혹시 변화가 생긴 것인지 확인했지만 변화는 없었다.
"저기를 넓히면 된다는 거야?"
쫑!
<하긴 그게 장기적으로 가장 좋기는 하지. 여기가 미우라 놈을 제외하면 환경이 나쁜 것도 아니고···. 방세로 나가는 돈이면 한 달에 금 몇 돈은 살 수 있으니까.>
은근히 돈에 밝은 나호의 얼굴이 밝아졌다.
내일 당장 고기를 사와야 할 것 같았다.
"내일 밤에 화순을 다녀와야겠어."
<또? 세 분께 이미 말씀을 드렸잖아. 그런데 왜?>
"소고기 때문에."
<애들 먹이 때문에 한국까지 다녀온다고?>
"그래야지. 30마리는 잡아야 하는데 여기서는 그렇게 많이 구매할 수도 없고 이상하게 생각할 거야."
<날마다 사면되잖아.>
"물론 그렇기는 한데 좋은 거 먹이고 싶은 것도 있고···."
그 말까지 했을 때 핸드폰이 울렸다.
이 시간에 전화 올 곳이 없는데··· 확인해 보니 아버지에게서 온 전화였다.
"예. 아버지. 이 시간에 어쩐 일이세요?"
"우리 모두 잘 다녀왔다. 다들 입 냄새도 여전하고. 확실하게 확인하기 위해서 어제부터는 독도를 마시지 않았거든."
"마나 통증만으로도 확인이 가능한데···."
"알고 있지. 하지만 환상통이라는 것이 있을 수도 있잖아. 그래서 다 같이 마시지 말자고 했지. 그런데 네 말대로 비세계라는 곳이 기억나지는 않아."
역시 걱정이 많은 아버지다웠다.
<세 분은 확실히 비세계를 기억하지 못하시네.>
"아버지. 소 30마리만 잡아주세요."
"소를 30마리나? 갑자기 그렇게 많이 잡기는 여기도 쉽지 않은데···. 그런데 소는 갑자기 왜?"
아버지에게 차근하게 소고기가 필요한 이유를 말씀드렸다.
"언제까지 준비하면 되는 거냐? 내일 당장 오려고?"
"예."
"알았다. 여기저기 말을 해서 어떻게든 준비해두마."
큰아버지와 어머니께서도 옆에서 듣고 계셨으니 알아서 준비를 해주실 것이었다.
그때 큰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대한아. 이왕 준비하는 거 돼지도 한 50마리 잡으마. 옆에 돼지 농장도 도와줄 겸. 쪼롱이가 흑염소도 먹을라나?"
쫑!
먹을 것 이야기에 냉큼 대답하는 쪼롱이었다.
흑염소 고기는 먹어본 적이 없었는데 듣기만 해도 맛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모양이었다.
"아무튼 우리가 여기서 넉넉하게 준비해둘 테니 내일 조심해서 와."
이번에는 어머니 목소리였다.
세 분에게 말씀을 해둔 것이 이럴 때는 참 좋았다.
다음날이 마침 금요일이어서 근무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인천에서 차를 빌려 타고 화순에 도착하니 자정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고향은 대낮처럼 환한 상태였다.
<어? 집사 잔치 벌였나봐. 이런 마을 잔치 정말 오랜만이다. 아무리 잔치라도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노는 거야?>
"대한아!"
사람들 사이에서 어머니께서 나오시며 반기셨다.
"잘 계시죠? 그런데 무슨 잔치에요?"
"고기를 그렇게 사들였는데 그냥 넘어갈 수 없잖아. 그럼 다들 서운하지."
<역시!>
쫑!
소환 대기실로 냄새가 전해지는 것인지 쪼롱이가 먹성을 드러냈다.
"쪼롱이 나오라고 해도 될까요?"
"괜찮을 것 같은데."
어머니의 허락을 받은 후 쪼롱이의 외출을 허락했다.
쪼롱이는 혼자 나오지 않고 제 무리를 이끌고 나타났다.
"예쁜 아이들이 늘어났구나. 아이고. 힘이 장사겠는데?"
"맞아요. 다들 힘이 세죠. 쪼롱이 말도 잘 듣고."
쪼로로롱!
쪼롱이가 뭐라고 명령을 내리자 흩어지는 새들이었다.
아마 주변 정찰을 시킨 것 같았다.
지구는 안전하다고 해도 늘 주변 정찰을 하는 쪼롱이었다.
안전을 중시하는 것은 아버지와 비슷했다.
어머니와 함께 집에 들어가자 마당에는 고기가 익고 있었다.
이미 구운 고기도 엄청난데도 또 고기를 굽고 있었는데 한쪽에 쌓인 고기는 아마 쪼롱이와 새들을 위한 것 같았다.
"아버지."
"그래. 고생했다. 기억이 전혀 나지 않은데 뉴스를 보니 네 말이 다 맞더구나. 세계적으로 28에서 35프로 정도의 사람들이 치유됐다고 그러던데."
"정확하게는 30%에요."
"네 말이니 맞겠지."
<오올! 아버지께서 웬 일이야?>
"여보. 대한이 식사부터 하고요."
"그래. 어서 먹어라."
"큰아버지는요?"
"직원들이랑 함께 있지. 이거부터 먹어. 네가 추천한 주방장이 만든 양념에 잰 거야."
양념 숯불갈비를 자정이 다 된 시간에 먹어보기는 처음이었다.
고기를 한 점 집어서 먹으려고 하는 찰나였다.
쪼롱이가 다급한 소리를 내며 내 옷을 끌어당겼다.
"왜? 무슨 일이야?"
역대급 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