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그건 또 무슨 말이야?
[띠링! 축하합니다. 소환수의 증가로 소환 대기실이 확장합니다.]
<집사! 잘됐다. 이번에는 꾸루의 덩치를 좀 감안해주면 좋겠다. 애가 날개 펴고 맘껏 날게는 해줘야 할 것 아니야.>
[넓어진 소환 대기실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소환 대기실이 넓어졌다는 것은 쪼롱이와 꾸루도 들은 모양이었다.
방에 있다가 쪼르르 거실로 나오더니 거실과 맞닿아 있는 소환 대기실을 바라보았다.
"아직 넓어지지 않았는데? 이거 해제했다 다시 불러와야 하는 것 같아. 잠시만."
소환 대기실을 해제했다가 다시 불러냈다.
쫑쪼로로!
꾸루룰루!
소환 대기실을 확인한 쪼롱이와 꾸루가 기쁨의 노래를 불렀다.
모두의 바람대로 소환 대기실은 광활했다.
무엇보다 기꺼운 것은 비세계의 제1숲과 전령조의 쉼터가 어우러진 것 같은 모습이라는 것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넓은 거야?>
"바닥 면적이 축구장 여섯 개 정도래. 밤섬 정도의 크기인 것 같아."
<높이가 시원스레 높아서 좋네. 어서 들어가 봐.>
쫑!
꾸!
쪼롱이와 꾸루가 기다렸다는 듯이 소환 대기실로 들어갔다.
<집사! 저것 봐. 꾸루가 날개를 활짝 펴고 나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속이 다 시원한 것 같아.>
나호의 말처럼 쪼롱이와 꾸루는 날고 있었다.
꾸루가 날개를 활짝 펼치고 있었지만 전혀 답답하게 보이지 않았다.
물론 전령조의 쉼터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저만하면 한동안은 문제없을 것 같았다.
소환 대기실 정보에 높이는 기재가 되어 있지 않았는데 새들이 마음껏 나는데 불편함이 없는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집사 저기 좀 봐. 꾸루 녀석 올라가고 있어.>
소환 대기실의 바닥 면적이 몰라볼 정도로 넓어졌다고 하지만 꾸루의 비행을 생각하면 그리 넓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런데 높이에 제약이 사라지다보니 꾸루가 크게 답답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높이 날아오른 꾸루가 낙하하기 시작했다.
<우와! 빠르네. 전령조를 할 만 하겠어.>
자유롭게 나는 것이 참으로 멋지게 보였다.
순수하게 감탄하고 있는 나호를 잠시 쳐다보았다.
"너도 달리고 싶지?"
<달리고 싶기는 하지. 무엇보다도 바람을 잊을 수 없어. 털 사이를 통과하며 지나가던 바람을 다시 느끼고 싶어. 그런데 지금은 불가능하잖아.>
나호가 담담하게 말했다.
"네게도 좋은 일이 있을 거야. 분명히."
<그럴 거야. 집사도 내 무게를 점점 더 느낀다고 했잖아.>
"맞아. 너 점점 더 무거워지고 있어."
나호가 내 대답이 만족스러운지 미소를 지었다.
실체가 없는 나호이지만 나는 나호의 무게를 느낄 수 있었다.
빛의 나무의 정기를 흡수한 이후부터 일어난 현상이었다.
그때에는 당장이라도 나호가 실체를 갖게 될 것 같았지만 그런 꿈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이후로 조금씩 무거워지고 있었다.
지금은 나호가 내 배 위에 올라가면 기분 좋은 묵직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나호의 몸을 좀 더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에는 약간의 무게감과 부피감만 느꼈는데 지금은 나호의 발과 배가 느껴지는 것이었다.
나호의 꾹꾹이를 받을 날이 멀지 않은 것 같았다.
꾸! 꾸! 꾸우우우!
바닥에 향해 무섭게 내리꽂던 꾸루가 경쾌한 소리와 함께 방향을 전환했다.
<우와아아! 예술적인 비행술이네.>
이번에는 하늘을 뚫을 것처럼 솟구치다 멈추었다.
저런 속도로 날다 갑자기 멈추면 꼬꾸라질 것 같은데 그러지 않았다.
놀라운 제동력이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을 하는 꾸루였다.
꾸루가 한 쪽 날개를 까딱하자 꾸루 주위로 다섯 마리의 전령조가 나타났다.
꾸루보다는 몸집이 작지만 쪼롱이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몸집을 자랑하는 전령조들이었다.
<현재는 다섯 마리를 불러올 수 있다고 했지?>
"그렇지. 전령조의 쉼터에 가면 당연히 대장이고."
<쪼롱이 녀석 전령조의 쉼터에 갈 때마다 비세계의 숲이 생각나겠다.>
나호의 눈은 어느 틈에 쪼롱이에게 가 있었다.
쪼롱이는 제 무리들과 비행을 즐기고 있었다.
쪼롱이가 거느린 새들은 모양도 크기도 제각각이다.
그 중에서 쪼롱이가 가장 작은 축에 속했지만 가장 돋보이는 매력을 지녔다.
<저렇게 큰 덩치를 가졌는데 어떻게 안 보인다는 거지?>
"워프 게이트를 이용해서 이동한다면 노출되는 시간이 많지 않을 거야. 그리고 전령조의 쉼터에서 봤잖아. 구름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높이 나는 거. 그 정도로 높이 날면 눈에 띄기 쉽지 않지."
<흰 색인 것도 한 몫 할 거고···?>
"그렇지. 내가 허락하는 사람 이외에는 볼 수 없다고 했으니 마법적인 효과도 있을 거야. 그것보다 소환 스킬이 없는 사람은 전령조를 소환수로 둘 수 없었을 텐데···."
<미우라에게는 소환 스킬이 없었다는 것 때문에 그러지?>
"맞아. 자기 자랑하기 좋아하는 놈이었잖아. 겸손한 척, 점잖은 척 행동하지만 알잖아. 그만큼 떠벌리기 좋아하는 놈이라는 거."
<알지. 잘 알지. 미우라가 아니라면 미우라 길드에 소환 스킬로 유명한 사람이 있었나?>
"기억나는 사람은 없어. 특히 새를 소환수로 부렸던 사람은 기억나지 않아."
시체를 부리는 시체꾼이나 정령을 부리는 정령사는 기억나는 사람이 있지만 동물을 부리는 사람은 특별하게 기억나는 사람이 없었다.
[띠링! 전생에 미우라 길드원 중 동물을 부린 사람들에 대한 정보가 있습니다. 열람하시겠습니까?]
"좋아."
[미우라 길드원 중 동물을 부린 사람 중 강대한 님께서 한 번이라도 보거나 들었던 사람은 총 다섯 명입니다. 그 중에서 조류(鳥類)를 소환수로 부렸던 사람은 없었습니다.]
"던전쥐를 부렸던 사람은 기억하고 있어. 얼마 못가서 미우라 길드를 나갔던 것으로 기억해."
[정확합니다. 던전쥐를 부렸던 사람을 비롯해서 '몬토끼'와 '몬두더지'를 부렸던 사람이 각각 두 명씩 있었습니다. 부렸던 개체수는 열 마리가 넘지 않았습니다. 모두 얼마 지나지 않아서 길드를 떠났습니다.]
"실력이 도통 늘지 않았나보네."
<집사! 몬토끼를 어디다 쓰겠어. 몬두더지는 또 어떻고.>
"잘 기르면 제법 훌륭한 소환수가 될 수도 있어."
<쪼롱이나 꾸루 같은 애들이 아니면 마나 감당 못해. 소환 대기실은 공짜로 얻나? 알면서 그래.>
나호 말대로였다.
대변혁 초기 소환 스킬을 가진 사람들이 잠깐 각광 받던 시절이 있기는 했다.
소환은 변한 세상을 극명하게 알게 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환상을 충족시켜주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소환사들은 이내 소환보다는 다른 것을 기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마나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소환수를 부리는 것은 모든 것이 마나였다.
더구나 소환 대기실 같은 것은 알려지지도 않았다.
물론 소환사들은 알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알고 있었다고 해도 한두 푼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어? 그러고 보니 소환 대기실의 확장에 왜 마나를 요구하지 않았지?"
[띠링! 정령조의 쉼터에 딸린 보상이었습니다.]
"내가 아닌 다른 소환스킬이 있는 사람에게도 동일한 혜택이 주어졌을 것이라는 말이야?"
[그렇지 않습니다. 소환 대기실을 보유하고 계시기 때문에 따라온 보상입니다. 소환 대기실이 없었다면 전령조들은 전령조의 쉼터에서만 살거나 늘 따라다녀야 했을 겁니다.]
전령조의 쉼터에서 봤던 그 많은 전령조가 따라다닌다고 생각하니 아찔해지려고 했다.
"꾸루는? 혹시 대장새를 소환수로 부리는 것에도 제한이 있었어?"
[그렇습니다. 대변혁이후에는 개별적으로 소환수 계약을 맺어야 합니다. 운 좋게 대장새를 소환수로 부린다고 해도 강대한 님께서 받고 계시는 혜택은 주어지지 않습니다.]
"개별적으로 마나를 먹는다는 거지?"
[그렇습니다.]
이미 얻은 보상에 관한 것이어서 그런지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시스템이었다.
<집사 꼬리에 꼬리를 문다고 하더니 딱 그 짝이네. 척척 맞아떨어지고 있어. 우리가 잘하고 있다는 거야. 조금씩 숨통을 조이고 있는 거 아니겠어?>
나호가 조금은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아마 머릿속으로 미우라와 일본을 족치고 있을 것이다.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네."
<집사! 세상의 대장들을 다 불러들이자. 지금으로도 무서울 것이 없지만 그렇게 되면 정말···.>
나호의 말은 중간에 멈추어야했다.
꾸루가 다섯 마리의 전령조를 데리고 소환 대기실을 나와 우리 앞으로 왔기 때문이었다.
꾸루루! 꾸루!
<꾸루가 인사를 시키고 싶은 모양인데?>
꾸!
꾸루가 그렇다는 의사표현을 했다.
꾸루와 함께 온 다섯 마리의 전령조는 갑자기 바뀐 환경에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한 눈 팔지 않고 꾸루의 명령을 잘 따랐다.
"가장 강한 녀석들부터 오는 거야?"
꾸!
<잘 됐네. 민첩해 보이기도 하고. 기분 좋은 밤이네.>
꾸루가 네 마리의 전령조를 다시 소환 대기실로 돌려보냈다.
전령조 만으로 거실이 꽉 차서 움직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네 마리를 돌려보낸 꾸루가 남은 한 마리를 데리고 숙소를 구경시켰다.
조금 전 쪼롱이가 자신에게 했던 것처럼 하나하나 설명을 하는 것 같았다.
꾸루보다는 덩치가 작지만 만만치 않은 덩치를 가진 전령조가 병아리처럼 졸졸 따라다니며 눈을 빛내고 있었다.
<살다보니 별 걸 다보네. 이런 건 상상도 못했는데.>
꾸루는 한 마리에게만 숙소를 구석구석 소개해주었다.
아마 부대장 정도 되는 녀석인 모양이었다.
덩치들이 커서 한꺼번에 소개시킬 수 없기도 했다.
다음부터는 꾸루에게 안내를 받았던 녀석이 한 마리씩 다른 전령조를 불러내서 안내를 해주었다.
<쟤들도 나름의 체계가 있었던 거야. 재미있네.>
"둘 이상이 있는 곳은 서열이 반드시 존재한다고 하더라."
<좋아 보여. 나는 늘 혼자여서 저렇게 무리지어 사는 녀석들이 좋아 보이더라. 아웅다웅 살더라도 말이야.>
혼자 몇 백 년을 사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감히 상상도 되지 않았다.
거실과 맞닿아 놓았더니 쪼롱이와 꾸루 일행이 자유롭게 소환 대기실과 거실을 오가며 놀았다.
그 모습이 참으로 자유롭게 보였다.
대기실에 소환수가 아닌 생명도 들어갈 수 있다면 함께 어울리고 싶었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집사! 던전이 아니라 소환 대기실을 창고로 이용해도 좋겠다. 저기 컨테이너도 있으니까 말이야.>
"그것도 나쁘지는 않는데 제약이 많으니까. 당장 급한 것은 아니니까 차차 생각하자."
넓어진 소환 대기실에서도 컨터이너는 한 쪽에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저 컨테이너에는 아직 고기가 상당량 남아 있었다.
화순과 전령조의 쉼터에서 사냥을 했기 때문이었다.
가죽을 비롯한 몇몇 중요한 전리품은 가장 위의 컨테이너에 보관을 해두고 고기는 쪼롱이에게 주었다.
고기를 넘겨받은 쪼롱이는 당연하게 소환대기실에 고기를 보관했다.
컨테이너가 비면 그곳에 보관했지만 가득 차면 그냥 소환 대기실 한쪽에 쌓아두었다.
그렇게 두어도 소환 대기실의 음식은 상하지 않았다.
쪼롱이와 새들은 고기를 그렇게 보관하는 것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지만 나와 나호는 아니었다.
문명사회에 적응한 우리에게는 바닥에 보관하는 것은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좋게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큰아버지께 컨테이너를 충분히 구해주실 것을 부탁해 놓은 상태다.
일부의 컨테이너에는 선반까지 설치해서 물건의 보관을 용이하게 할 생각이다.
<그런데 집사! 전령조들은 뭘 먹고 살았을까? 저 녀석들은 몬오구리 고기에는 관심도 없던데···. 육식을 하지 않는다고 보기에는 덩치가 너무 크고.>
"덩치는 원래 육식을 하지 않는 동물들이 더 커."
<에이 집사! 그건 나도 잘 알지. 저 에너지를 어찌 감당하는지 궁금한 거지. 저런 속도로 움직이려면 고단백을 섭취해야 할 것 같거든.>
전령조의 움직임은 신출귀몰하다고 표현할 정도로 빨랐다.
같은 녀석을 눈으로 좇기 어려울 정도였다.
방향 전환까지 자유자재여서 더 그랬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알았는지 꾸루가 소환 대기실에서 거실로 나왔다.
거실과 맞닿아 두었더니 소환 대기실의 끝에서 거실로 걸어 나왔는데 거실이 어마어마하게 넓어진 것처럼 보여서 속이 다 시원했다.
꾸!
꾸루가 소리를 내며 우리 앞에 물고기를 한 마리 놓았다.
살아있는 물고기였다.
<이거 쉼터에 살던 물고기인데···?>
꾸!
"쉼터와 대기실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고 하더니 잡아온 거야?"
꾸!
쉼터를 공략할 때 물고기를 잡아서 대기실에 넣어두기는 했지만 이미 죽은 것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잡아왔겠지만 너무 의외의 모습이어서 물은 것이었다.
<하하하! 집사! 그 많은 전령조를 어떻게 먹여 살리나 했는데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직접 해결하잖아. 얼마나 좋아.>
쭈루!
언제 왔는지 쪼롱이가 풀 죽은 소리를 냈다.
"하하하! 쪼롱아 그럴 거 없어. 다 다른 거야. 그리고 너희도 사냥하잖아."
간간이 던전을 발견한다면 쪼롱이 먹이도 걱정할 것은 없었다.
<가리는 것 없이 다 잘 먹으니까 혹시 먹이 구하기 힘들 때는 꾸루에게 생선 물어다 달라고 해.>
쫑!
쪼롱이가 우렁차게 대답하더니 꾸루를 쳐다보았다.
꾸루 앞에 쪼롱이는 타조 앞의 병아리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 쪼롱이의 눈빛에 꾸루의 어깨가 살짝 쳐지는 것이 보였다.
고양이 앞의 생쥐가 저럴까?
정말 이해 안 되는 조합이었다.
꾸루룰루!
쫑! 쫑!
뭐라고 꾸루가 대답했는지 모르겠지만 쪼롱이의 반응으로 보아 긍정적인 답변을 들은 것 같았다.
"우리도 굶어죽을 일은 없겠다."
<그건 또 무슨 말이야?>
던전 찾아 삼만 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