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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85화 (85/350)

85. 평생 책임질게

<뭐야? 블랙 앤 화이트야? 저런 녀석은 처음 보는데?>

나호도 많이 당황스러운 것 같았다.

"저 녀석도 대장이려나? 그래서 저런 모양인가?"

<집사! 나는 대장이 좋더라. 대장 늘어나니 얼마나 좋아. 저 애들 봐. 얼마나 사랑스러워.>

나호의 눈이 쪼롱이와 꾸루에게로 향했다.

"대장이면 좋지. 몬야크는 활용도가 정말 높은 가축이 될 수도 있으니까. 특히 블랙 몬야크를 길들일 수 있다면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잖아."

길들여지지 않은 몬야크는 재앙 덩어리였다.

난폭한데다 지칠지 모르는 체력을 지녔기 때문이었다.

<아우! 저 녀석 길들이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자존심도 세 보이고.>

쪼롱이나 꾸루와 달리 몬야크는 혼자 서 있었는데 아직 우리를 인식하지 못한 상태였다.

몬야크를 길들이기 위해서는 준비해야 할 것이 있었다.

그래서 우선 뒤로 물러났다.

"쪼롱아. 꾸루야. 잠깐만 이리 와봐."

쪼롱이와 꾸루가 기다렸다는 듯이 다가왔다.

쫑!

꾸!

"그래. 대기실에 자라는 풀 중에 가장 맛있는 것이 뭐야?"

쫑?

꾸?

쪼롱이와 꾸루가 동시에 고개를 갸웃했다.

"아! 미안하다 너희는 풀을 먹지 않지. 육식하는 새들도 간혹 풀을 먹기도 하던데···. 너희는 아예 안 먹는 거야?"

쫑!

꾸!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쪼롱이와 꾸루였다.

"어? 쪼롱이 너는 야채도 잘 먹잖아. 내가 해준 호박전도 좋아하고. 다른 야채들도 잘 먹고."

쭈! 쭈루! 쭈!

쪼롱이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쪼롱이 녀석 배가 불러서 그래. 비세계에서 나오고 난 이후부터 얼마나 잘 챙겨줬어. 한국 올 때마다 컨테이너 가득 소며 돼지며 넣어가니 대기실에 자라는 풀을 먹겠어? 입맛만 고급이 되어 가는 거지.>

핀잔하는 것 같지만 재미있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대기실에 자라는 풀의 맛은 모르는 거야?"

쫑!

꾸!

"그럼 가장 부드러운 것들로 세 종류만 뜯어와 봐."

막상 자신들의 보금자리와 같은 곳에 자라는 풀의 맛을 몰랐다는 것이 민망했는지 부탁을 하자 바로 대기실로 사라지는 쪼롱이었다.

꾸루도 쪼롱이 뒤를 따라 날쌔게 대기실로 사라졌다.

지금 대기실은 이전보다 넓어진 상태였다.

비세계에서의 활동도 영향을 미쳤지만 대기실이 넓어진 것은 거의 쪼롱이와 꾸루 덕분이었다.

녀석들이 강해지면서 불러올 수 있는 새의 수가 늘어났다.

새가 늘어나니 거기에 맞게 대기실이 넓어진 것이었다.

물론 마나는 지불했지만 지불한 마나가 결코 아깝지 않았다.

지금은 바닥 면적이 이전보다 두 배 늘어났고 높이는 가늠할 수 없었다.

전령조들이 아무리 높이 날아올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한계가 없는 것 같았다.

시스템이 높이 나는 것을 좋아하는 전령조를 배려한 것 같기도 했다.

지금 쪼롱이가 불러온 사냥조는 총 60마리, 꾸루가 불러온 전령조는 총 20마리였다.

전령조의 덩치가 워낙 크기 때문에 모두 함께 날고 있을 때는 넓어진 대기실도 좁게 느껴졌다.

바닥 면적만 축구장 열두 개 크기인데 말이다.

쫑!

꾸!

쪼롱이와 꾸루가 대기실에서 자라는 풀을 뜯어왔다.

<집사! 이것은 '파드득 나물'과 비슷하게 생겼다.>

쫑!

"파드득 나물과 비슷해서 뜯어온 거야?"

쫑!

던전을 찾으러 산을 다니다 보면 종종 파드득 나물이 자라고 있는 것을 보게 되는데 이름이 재미있어서 가르쳐주었더니 기억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맛도 비슷하나? 집사도 전생에 그거 종종 먹었잖아.>

전생에 대변혁이 일어나고 한 달 정도 지나자 집안에 먹을거리가 떨어졌다.

평상시에 사두었던 쌀이나 김치 등이 다 떨어진 것이었다.

아껴먹는다고 먹었는데도 한 달을 넘기지 못한 것이었다.

일반 가정은 조금 더 버틸 수 있었을 것이다.

아무튼 먹거리가 떨어지자 뭐라도 먹어야했다.

그렇게 먹거리를 찾아다니다 알게 된 나물 중의 하나였다.

'반디 나물'이라고도 불리는 파드득 나물은 겉절이를 해 먹어도 좋지만 나물이나 국을 끓여먹어도 맛이 있었다.

<나중에는 그런 나물도 귀했어. 나기가 바빴잖아. 기억해?>

"기억하고말고."

먹고 싶은 것을 언제든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정말 좋은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었다.

대변혁이 일어나면 먹고 싶은 것을 찾는 것이 아니라 먹을 수 있는 것을 찾게 된다.

먹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먹고 살아야 했으니 말이다.

"미우라와 일본 놈들만 아니었다면 적어도 우리나라는 그렇게 처절하게 살지 않았어도 되었을 텐데."

으드득!

"미우라를 시험에서 탈락시켜야 하는데···."

파드득 나물을 보니 미우라 놈 생각이 났다.

<지난 세 번의 시험에서는 만나지 못했잖아. 아니 잠깐 만나기는 했지. 하지만 이내 갈라졌지만.>

지난 세 번의 소환은 소그룹으로 나누어서 시험이 치러졌다.

미우라 놈과 같은 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가족이 아닌 그와 같은 조로 편성되는 일은 없었다.

당연하게도 미우라는 그 세 번의 시험도 무사하게 통과했다.

얼마나 훌륭한 성과를 냈는지까지는 알지 못하지만 놈이 여전히 마나통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입맛을 쓰게 했다.

<이 두 개는 처음 보는 것이고···. 이거 독 없는 거 맞지?>

쭈루!

루루!

둘 다 고개를 저었다.

<없다는 거야?>

쭈루!

<모른다는 거지?>

쫑!

<집사! 이거 함부로 먹으면 안 될 것 같은데?>

나에게 걱정스런 시선을 보낸 나호가 이내 쪼롱이와 꾸루를 다그치기 시작했다.

<본인들 집에 자라는 식물이 뭔지도 모르면 되겠어? 자! 반성하는 의미로 너희가 먹어봐.>

쪼?

끄?

쪼롱이와 꾸루가 이상한 소리를 내며 먼 산을 쳐다보았다.

<너희 안 먹겠다는 거야? 그럼 이거 누가 맛을 봐야하는 거야? 내가 먹어?>

쭈루!

루루!

그래도 고개를 젓는 쪼롱이와 꾸루였다.

"이리 줘. 내가 맛볼 테니까."

<그러다 탈이 나면 어쩌려고 그래? 집사! 먹지 마.>

"괜찮아. 많이 먹지도 않을 거야. 독이 있는지만 확인할 거야. 혹여 독이 있다고 해도 치료수 있으니까 걱정 없어."

<저건 해독약이 아니잖아. 치료수가 독까지 해독 시키지는 않아.>

"그건 등급이 낮은 치료수 이야기고 우리 것은 웬만한 독은 해독해."

대답하기가 바쁘게 세 가지 식물을 조금씩 뜯어먹어 보았다.

"이건 좀 시큼한 맛이 나. 이건 약간 쓰고···."

<그건? 그건 달큰해?>

나호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

"으음! 확실히 단맛이 있기는 해. 애들아 이거 많이 자라지?"

쫑!

"그럼. 이것 좀 많이 뜯어와."

쫑!

꾸!

쪼롱이와 꾸루가 대기실로 들어갔다.

꾸루 휘하의 전령조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쪼롱이는 휘하의 사냥조들이 열 마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정찰을 나간 상태여서 혼자 움직이고 있었다.

열 마리는 정찰을 나가지 않았지만 함께 대기실로 들어가지 않았다.

나를 호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괜찮다고 해도 쪼롱이의 고집을 꺾을 수 없어 호위로 세워둔 아이들이었다.

<빠르네. 나중에 전령 보내면 순식간에 소식을 받아오겠다. 어떤 식으로 전령이 보내지는지 벌써부터 궁금해.>

전령조들이 부드러운 풀을 모으는 것을 보고 하는 말이었다.

겁은 많지만 시키는 일은 잘 해내는 녀석들이었다.

금세 풀이 상당량 모아졌다.

"그 정도면 됐어. 이리 가지고 나올래?"

대기실에 비치해둔 바구니에 풀을 담더니 그것을 발로 잡고는 가지고 나오는 전령조들이었다.`

전령조의 쉼터에서 잡아오는 물고기를 담아오라고 넣어준 바구니 중 하나였다.

<하여튼 영리하다니까. 집사 이걸로 저 녀석 유혹하려는 거지?>

"맞아. 몬야크들은 신선한 풀에 약하니까."

바구니를 들고 몬야크에게 접근했다.

눈이 마주쳤는데도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저 녀석 나를 만만하게 보는 것 같아. 대학생 앞의 유치원생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녀석! 그러다 혼나려고. 집사! 우리 식구가 될 수도 있는 녀석이니까 너무 심하게 몰아붙이지는 마.>

나호가 정말 어려운 주문을 했다.

"최선을 다해볼게."

<저 녀석 봐. 벌써 코를 벌름거리고 있어. 이런 곳에 사니 신선한 풀이라면 사족을 못 쓸 만하지.>

나호의 말대로 관심 없는 척 하고 있는 몬야크이지만 풀 냄새에 코를 벌름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다가오지는 않았다.

자존심이 강한 몬야크는 신선한 풀만으로 길을 들일 수 없었다.

반드시 자신보다 강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복종을 했다.

더구나 저 녀석은 반은 검은색이고 반은 하얀색이었다.

얼굴부터 꼬리까지 자로 잰 듯 나뉜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꿀! 꾸우울!

어지간해서는 소리를 내지 않는 몬야크가 신선한 풀 냄새에는 견딜 수 없는지 특유의 소리를 냈다.

<아우. 귀여운 녀석! 내가 몬야크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저 소리 때문이잖아. 소를 닮은 몬스터가 돼지 소리를 내니···. 하하하!>

나호가 즐거워했다.

실제 야크도 돼지와 흡사한 소리를 낸다고 하는데 몬야크도 그랬다.

오히려 조금 더 돼지 울음소리에 가까운 소리를 내는 것이 몬야크일 것이다.

"만나서 반갑다. 내가 네 등에 좀 타야겠는데···?"

꾸에에엑! 꾸에엑!

돼지들이 화가 날 때 내는 소리를 하는 몬야크였다.

내 몸짓에서 자신을 굴복시키려는 것을 느낀 모양이었다.

"쪼롱아 애들 뒤로 물려. 혼자 해야 저 녀석이 완전히 따를 거야."

몬야크에게 다가가자 내 호위를 맡고 있는 새들도 따라왔다.

그러다가 몬야크가 위협적인 태도를 취하자 재빨리 쪼롱이에게 말한 것이었다.

쪼롱이가 재빨리 사냥조를 뒤로 물렸다

"해치려는 거 아니야. 함께 하자는 거지. 좋잖아. 신선한 풀도 매일 먹을 수 있고."

그냥 혼자 떠벌리는 것 같지만 지금 내가 하는 말은 몬야크도 모두 듣고 있을 것이 뻔했다.

몬스터 중에는 이성을 상실한 것 같은 녀석들도 많았지만 반대로 동물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영리한 녀석들도 많았다.

인간의 언어까지는 이해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표정이나 행동으로 심리를 간파하는 것이었다.

그러니 지금 몬야크에게 이야기를 건네는 것은 결코 무의미한 행동이 아니었다.

몬야크의 귀가 살짝 움직였다.

"난 말한 것은 분명 지킬 거야. 네 무리가 있다면 네 무리까지 내가 돌봐줄게."

특이한 외형을 하고 있으니 대장일 것 같아 하는 말이었다.

이번에는 조금 전보다 더 크게 귀가 움직였다.

그 순간 풀이 담긴 바구니를 몬야크의 앞으로 던지면서 뛰어 올랐다.

어깨 높이가 내 키보다 높은 녀석이었지만 이 정도는 가뿐했다.

점프를 한 후 몬야크의 털을 잡고 한 번 더 몸을 튕겨 올렸다.

그리고 뿔을 잡고 등으로 올라탄 것이었다.

꾸에에엑! 꾸에에엑!

놀란 몬야크가 발버둥치기 시작했다.

이제 버텨야했다.

길들일 생각이 없는 놈이라면 이 상태에서 뒷목에 칼을 찔러 넣으면 목숨을 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최대한 상처 없이 길들이는 것이 목적이니 느긋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었다.

쿠에에엑! 쿠에에엑! 쿠에엑!

몬야크가 죽겠다고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

등에 탄 나를 어떻게든 떼어내려고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몬야크는 나를 떼어내려고 하면 할수록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몬야크의 뿔을 쥐고 있는 내가 뿔만 쥐고 있는 것이 아니라 목덜미에 난 기다란 털을 말아 쥔 채 뿔을 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상태이니 발버둥을 치면 칠수록 고통이 밀려드는 것이었다.

꾸에에엑! 꾸웩!

<그냥 복종해. 그럼 남은 생 편하게 살게 될 거야.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아볼 수도 있고 말이야.>

발버둥을 치고 있는 몬야크 앞에서 태연히 이야기를 하는 나호였다.

영체 상태이기 때문에 몬야크가 혹여 들이받는다고 해도 상처 입을 일은 없었다.

그걸 믿고 저런 행동하는 것은 아니고 몬야크의 정신을 산만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몬야크는 영리하지만 단순한 구석이 있었다.

한 번 목표를 삼으면 그것에만 집중하지만 관심을 돌리면 처음 목표로 삼은 것을 쉽게 잊기도 했다.

나호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집중을 흩트리는 것이었다.

꾸에에엑! 꾸에에엑!

몬야크의 눈에 나호가 보이는지 나호를 향해 달려들면서 동시에 등에 올라탄 나를 떨치려고 했다.

그때 나호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멀찍이 떨어졌다.

꾸에엑! 꾸엑!

그 순간 잡고 있던 몬야크의 털을 힘껏 당겼다.

내 존재를 각인시키는 작업이었다.

꾸에엑! 꾸에엑!

몬야크가 고통에 펄쩍펄쩍 뛰고 몸을 사정없이 흔들었다.

옆에 바위라도 있었으면 제 등을 들이받았을지 모르지만 지금 몬야크가 있는 곳에는 그런 것은 없었다.

몬야크는 쉽게 굴복하지 않았다.

제 발에 신선한 풀이 밟히고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은 채 나를 떨어뜨리는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다시 나호가 몬야크의 앞으로 다가왔다가 멀어졌다.

꾸에에엑! 꾸우울!

영체 상태로 존재하는 생명체는 처음이었을 것이다.

호기심은 이는데 다가가지는 못하고 있는 몬야크였다.

"이제 포기하자. 버리지 않을게. 다들 잠깐 쓰고 버리지만 난 너와 네 무리를 평생 책임질 수 있어."

꿱?

지칠 줄 모르고 버둥거리던 녀석이 호기심을 드러냈다.

반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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