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87화 (87/350)

87. 농자재 출입

반반이가 가는 곳은 당연히 자신이 이끄는 무리가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반반이는 던전의 끝을 향해 나아갔다.

그것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는 듯이···.

그리고 아직은 넓지 않은 던전의 끝에서 만난 것은 거대한 몬털쥐였다.

던전에서 가장 흔하게 만나는 몬스터를 꼽자면 던전쥐였다.

몬털쥐도 던전쥐의 일종으로

털이 유난히 길어서 이곳처럼 추운 곳에서 사는 녀석인데 가죽이 좋아서 은근히 인기가 있던 몬스터였다.

던전쥐라고 해서 모두가 약한 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던전쥐는 사냥하기 쉬웠다.

그래서 짐꾼으로 들어온 일반인들도 잡을 수 있는 몬스터가 던전쥐였다.

물론 이런 던전쥐도 떼로 덤빌 때는 만만치 않지만 말이다.

아무튼 지금 눈앞에 있는 몬스터도 던전쥐였지만 일반적인 몬스터는 아니었다.

저렇게 거대한 덩치를 가지고 있으면 저건 보스라는 소리였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보스네. 하급 던전에서는 던전쥐도 보스로 등장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있었지.>

"처음에는 저런 던전쥐에게도 빌빌거리는 헌터들이 많았잖아. 나도 처음에는 힘들어 했었고."

<낯설었으니까.>

그랬다.

덩치가 아무리 커도 쥐는 쥐일 뿐이었다.

그런데 처음 보는 크기와 높고 날카로운 소리에 압도되기 쉬웠다.

물론 한두 번만 경험을 해보면 그럴 일이 없었지만 말이다.

찌이이익! 찌이이이익!

보스로 나오는 던전쥐는 종류를 불문하고 저렇게 높고 날카로운 소리를 지르기로 유명했다.

귀가 먹먹할 정도의 소리는 듣는 순간 집중력이 깨지게 쉬웠다.

집중력이 흐트러진 순간 날카롭고 더러운 발톱이나 이빨로 상처를 입히는 녀석들이었다.

지금도 소리를 지르는 것과 동시에 뛰어오르며 더러운 발톱을 들이밀고 있었다.

몬야크의 등에 타고 있는 나를 보고도 공격하는 것을 보면 미련하다고 밖에 볼 수 없지만 어떻게 보면 영리하기도 했다.

몬야크에게 상처를 입혀 나를 떨어뜨리려는 생각까지 했으니 말이다.

어떤 생각에서 한 공격이든 몬털쥐의 공격이 몬야크나 나에게 닿을 리 없었다.

스걱!

앞으로 뻗은 몬털쥐의 두 발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찌이이익! 찍! 찍! 직!

두 발이 잘린 몬털쥐가 고통스런 괴성을 내질렀다.

무척이나 높고 거친 소리였다.

두 발이 잘리며 중심을 잃고 바닥으로 꼬꾸라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퍼어어억!

육중한 몸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나는 소리였다.

바닥에 쌓여있던 눈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치이익!

푹!

시끄럽게 구는 몬털쥐의 소리가 듣기 싫어 창을 내리꽂았다.

어깨 높이만 4미터 남짓한 몬야크 위에 타 있었기 때문에 5미터 정도의 높이에서 던져진 창이었다.

많은 힘을 주지 않았는데도 창은 너무도 쉽게 몬털쥐의 몸으로 박혀들었다.

창이 박힌 위치는 정확하게 몬털쥐의 목덜미였다.

몬털쥐의 몸이 잠시 파르르 떨더니 축 늘어졌다.

창이 박힌 순간 이미 숨은 끊어진 상태였다.

그런데도 잠시 몸이 떤 것은 살아있던 생명체의 잔여 신경반응이었을 뿐이었다.

<아직 여물지 못했네. 정상적인 던전에 등장하는 보스 던전쥐는 저 녀석보다는 강한데.>

"던전이 형성되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아."

말을 하며 도축을 했다.

보스 몬털쥐에게서는 가죽과 발톱, 고기가 나왔다.

던전쥐의 고기는 맛이 제법 괜찮은 편에 속했다.

잡식을 하기 때문인지 몬스터 특유의 잡내도 적은 편이어서 일반 가정에서도 요리하기 쉬웠다.

물론 잡내 같은 것을 따질 상황이 아닐 때도 많았지만 말이다.

<던전쥐는 어떤 종이든 상처 부위를 물어서 살점은 물론이고 피까지 빨아먹어. 그러니 조심해야 해. 물리면 열은 물론이고 설사와 구토까지 나거든. 쪼롱이 너는 잘 알고 있지?>

쫑!

나호가 소환수들에게 던전쥐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나호로부터 소환수들에게 지식이 전달되고 있었다.

소환수들은 자신이 들은 정보를 제 무리에 속한 아이들에게 다시 교육시켰다.

이런 식으로 교육이 되고 있지만 누락된 정보 없이 지식의 전수가 상당히 잘 이루어지고 있었다.

지금은 일일이 나호가 교육을 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럴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나호가 설명을 하는 사이 전리품을 챙겼다.

인벤토리로 들어온 것 중 발톱을 제외한 나머지를 대기실로 옮겼다.

발톱은 소환수들에게 불필요한 물건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보관이 되지 않았다.

사실 가죽과 고기가 보관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었다.

쭈루!

나호의 설명을 듣던 쪼롱이가 대기실로 옮겨지는 가죽과 고기를 보며 내는 소리였다.

"왜? 생각보다 고기가 적어서 실망스러운 거야?"

쫑!

"이번은 참아. 비세계에서 잡아온 고기가 아직 차고 넘칠 정도로 많잖아."

쫑!

"메시지가 나올 때가 됐는데···."

그 말을 했을 때 메시지가 흘러나왔다.

[띠링! 축하합니다. 미개방 던전을 클리어 하셨습니다. 던전의 소유권이 강대한 님께 넘어갑니다.]

던전의 소유권이 넘어오는 것 이외에는 다른 보상은 존재하지 않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반반이가 이끄는 무리가 생각났다.

"잠깐! 이곳도 몬스터가 사라지는 건가?"

이 던전은 특이하게 보스 몬털쥐를 제외하고는 몬스터가 존재하지 않았다.

[미개방 던전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클리어가 된 이후로는 몬스터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럼 반반이의 가족은?"

[반반의 가족은 소환 대기실로 이동될 겁니다.]

"모두?"

[그렇습니다.]

쪼롱이와 꾸루 휘하의 새들은 한꺼번에 이동되지 않았다.

세상에 적응하고 강해질수록 불러올 수 있는 새의 수가 증가하고 있었다.

그런데 반반이는 처음부터 모두 불러올 수 있단다.

"숫자가 많지 않은 건가?"

[그렇습니다. 반반의 짝과 새끼가 한 마리가 있을 뿐입니다. 몬야크가 소환 대기실에서 생활하기 위해서는 소환 대기실의 환경 조정이 필요합니다.]

[천 마나를 투자하시면 세 종류의 소환수가 어우러져 살 수 있는 환경 조성이 가능합니다. 투자하시겠습니까?]

<왜 낚시질이 없나 했어. 집사 저건 넓혀준다는 말이 아니야. 알지? 잘 생각해. 마음 약해져서 무조건 지르지 말고.>

가족이나 소환수를 위한 것이라고 하면 어떤 각성자든 지갑을 벌리기 쉬웠다.

지금 나만 해도 그랬다.

시스템의 말을 들었을 때는 당연히 천 마나를 투자해서 세 종(種)의 소환수가 어우러져 생활하도록 해줘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이미 이전에 이런 경험이 있었다.

시스템의 낚시질에는 낚일 필요는 없었다.

"마나를 투자하지 않아도 셋이 살기 적합한 환경으로 바뀌는 거잖아."

[그렇기는 합니다. 하지만 일반 버전과 프리미엄 버전은 질적으로 다릅니다.]

"기능이나 효과에 변화가 있나?"

만약 소환수들의 회복이 빨리된다거나 넓이가 넓어진다면 바로 투자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단지 셋이 사는 환경이라면 마나를 지불할 이유는 없었다.

마나를 투자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차이가 미미하기 때문이었다.

[기능이나 효과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아직 소환 대기실의 기능이나 효과를 높이는 상품은 준비되지 않았습니다.]

준비가 안됐다는 말은 아직은 그럴 필요가 없다는 말이었다.

필요한 기능이나 효과 증진이 필요하다 싶으면 바로 상품을 올리는 것이 시스템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럼 투자하지 않을게. 대신 소환 대기실을 넓힐 수 있는지 알아봐줘."

분명 식구가 늘었으니 소환 대기실도 넓힐 수 있는 것이 분명했다.

아니 먼저 권할 시스템이었다.

이번에는 먼저 말을 꺼내서 거래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생각이다.

[잠시만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시스템이 계산에 들어갔다.

평상시의 몬야크의 활동 패턴을 분석해서 적당한 면적을 산출해 줄 것이다.

계산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띠링! 천 마나를 투자하여 소환 대기실을 넓힐 수 있습니다. 넓히시겠습니까?]

"얼마나 넓어지는 거지?"

[축구장 세 개 면적만큼 넓어질 것입니다.]

<집사 세 개에 천 마나면 비싸다. 이건 할인되는 품목도 아니잖아.>

비싸다고 해서 할인해줄 시스템이 아니었다.

차라리 이럴 때는 조금 우회적으로 접근해야 했다.

"몬야크가 세 마리가 더 들어가는데 축구장 세 개만 넓어지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좁은 것 같아. 반반이를 보면 짝이나 아들의 덩치도 보통이 아닐 텐데."

<저희의 계산으로는 충분합니다.>

"아니 조금 더 넓었으면 좋겠어. 이렇게 드넓은 곳에 살다 좁은 곳에 들어가면 얼마나 답답하겠어. 새들은 높이 날아올라 답답함을 해소하기라도 하지만 몬야크들은 그것도 아니잖아."

[······.]

"그러니 인심 좀 써서 대기실을 축구장 스무 개의 넓이로 만들어주자는 거지."

<베팅 좋고!>

나호가 추임새를 넣었다.

현재 열두 개이니 여덟 개를 더 추가하자는 말이었다.

[그럼 2666마나를 지불하시겠습니까?]

"아니. 계산하기 좋게 이천 마나는 어때? 어차피 나만큼 구매해주는 고객도 없잖아."

[잠시 기다려주십시오.]

시스템의 답변은 오래지 않아 돌아왔다.

[좋습니다. 대신 오백 마나를 더 투자하셔서 소환 대기실에 농자재를 넣으실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하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우와아! 정말 시스템답다. 대단하다. 대단해.>

시스템은 어떻게든 단 1의 마나라도 더 소비하게 하려고 했다.

이것은 전생에도 동일했었다.

"농자재라면 어디까지 말하는 거지?"

나호와 나눈 대화를 듣고 시스템이 하는 말 같은데 그렇다면 어디까지 허용을 해줄 수 있는지도 중요했다.

소환 대기실은 소환수들만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의외의 기구들이 필요할 수도 있었다.

[수동기계까지는 허용이 될 것입니다.]

"경운기 같은 것도 안 된다는 말이네?"

[그렇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소환수들만으로 농사를 짓는다면 사실 농기구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농자재는 언제든 무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좋아. 대신 소환수들이 어우러져 생활하는데 무리가 없게 신경 좀 써줘."

[그건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충분히 고려해서 설정해드리겠습니다.]

<집사! 나쁘지 않은 거래야. 그치?>

나호가 말을 하는 순간 방금의 거래에 대한 메시지가 전해졌다.

[띠링! 2500마나를 투자하여 축구장 여덟 개에 해당하는 면적이 넓어졌습니다. 높이는 제한이 없습니다. 또한 농자재의 출입이 이 시간부터 허용됩니다.]

메시지와 함께 보유하고 있던 마나가 빠져나갔다.

다시 마나의 보유량이 천미만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결코 아깝지 않은 거래였다.

메시지가 나온 후 잠시 시간이 지나자 소환 대기실이 변하기 시작했다.

<저렇게 변했었구나.>

쫑!

꾸!

음머어어!

나호와 소환수들이 대기실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대기실이 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먼저 기존의 바닥이 살아있는 생명처럼 옆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흙이 계속 불어나며 옆으로 밀리고 있었다.

마치 열심히 흔든 탄산음료에서 거품이 쏟아져 나오며 옆으로 퍼져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만큼 빠르게 땅이 늘어나고 있었다.

늘어난 땅에는 바위가 생기기도 하고 자갈이나 모래가 생겨나기도 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땅위에 식물이 자라기 시작했다.

새싹이 나와 아름드리나무가 되는 것은 단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금세 만들어진 숲을 보는 것은 상당히 만족스러운 기분을 선사했다.

형체가 갖추어지고 나자 기암괴석이 돋아나고 물줄기가 생겨났다.

그렇게 넓혀진 공간 중 대부분은 몬야크를 위한 곳 같았다.

몬야크를 위해 조성된 공간은 기존의 대기실로부터 완만하게 높아지는 지형이었다.

높은 지대에서 사는 특성을 고려한 것 같았다.

몬야크만 지내는 곳은 아니기 때문에 급격하게 높은 지대를 만든 것은 아니었지만 몬야크들이 충분히 만족할 만했다.

음머어어어!

푸른 식물이 자라고 있는 언덕을 보더니 만족스러움을 표출하는 반반이었다.

"다 된 것 같으니 들어가 봐."

쪼롱이가 가장 먼저 넓어진 대기실로 들어갔다.

그 뒤를 꾸루와 반반이가 따라 들어갔다.

그리고 그 곳에 반반이의 짝과 새끼가 나타났다.

<어? 집사! 셋 다 반반이야.>

"그러게. 수장 부부였나 보네."

<몬야크는 저 셋이 끝인가? 그렇다면 조금 서운할 것 같아. 수장인데 가족밖에 없는 거잖아.>

"수장이라고 했으니 몬야크를 휘하에 둘 수 있을지도 모르지."

<이 녀석 상세 정보 좀 보여줘. 도대체 어떤 녀석인지 궁금해.>

"잠시만."

아직 퇴장에 대한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았다.

[띠링! 10분 후 던전입구로 이동됩니다.]

"직접 퇴장하지 않아도 되는 점은 좋네. 십 분 남았으니 반반이가 어떤 녀석인지 볼까?"

<좋아! 어서 보자.>

[강대한 님의 소환수인 반반이는 몬야크의 수장(首長) 부부 중 수컷으로 짝과 새끼 한 마리를 두고 있습니다. 수장 부부는 블랙 몬야크와 화이트 몬야크를 모두 휘하에 둘 수 있으며 충직하고 영리하며 위험감지에 능합니다.]

[몬야크는 길들이면 가축처럼 부릴 수 있는 몬스터입니다. 기본적으로 주인에게 충직하고 시키는 일을 잘 합니다. 놀라운 체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반반이 가족은 블랙 몬야크와 화이트 몬야크의 특성을 모두 지니고 있나봐."

<아주 듬직해. 새끼 덩치도 장난이 아니야.>

태어난 지 얼마 되어 보이지 않은 새끼인데도 어깨높이가 1.5미터는 되는 것 같았다.

"가족이 함께 있는 모습이 보기 좋네."

<집사도 가족과 함께 살고 싶지.>

"당연하지. 하지만 마지막 소환을 끝날 때까지는 계속 일본에 있을 거야. 단 하나의 마나통이라도 더 얻어야 하니까."

지금까지 수거하거나 사들인 마나통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느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아직 부족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번쩍하면서 던전 밖으로 이동이 되었다.

고혈(膏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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