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94화 (94/350)

94. 시스템의 아이?

지금 천안의 아수라 던전에서 가지고 온 던전 덩굴인 단프는 쓰레기 버섯 덩굴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아무리 봐도 단프는 일반 던전 덩굴일 뿐이었다.

나중에 던전이 형성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인간의 눈에 던전이 보이지 않았다고 해서 던전의 생성이 시작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이건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눈에 보이기 이전부터 던전은 분명 움을 트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던전의 싹이 트인 던전 덩굴은 이식이 불가능합니다. 이식이 가능한 던전 덩굴이라고 해도 모든 던전 덩굴이 소환 나무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까지 말한 시스템이 잠시 뜸을 들였다.

말을 할까 말까 고민을 하는 것 같았다.

<그냥 말해주지? 우리 집사 같은 사람도 없는데 말이야. 우리 집사가 이런 것을 나쁘게 사용할 사람도 아니고···. 시스템에게 해를 끼치지도 않을 거고···. 시스템의 일을 방해하지도 않을 텐데···.>

나호가 열심히 시스템을 설득했다.

나호의 설득에 넘어간 건지 아니면 원래 말해주려고 했었던 건지 모르겠지만 시스템의 설명이 이어졌다.

[던전 덩굴의 성격에 따라 다릅니다. 성격이 얌전한 애들은 소환 나무가 되려고 하지 않습니다. 나무의 삶을 살아갈 뿐이죠. 하지만 성격이 진취적인 아이들은 조금 더 적극적인 삶을 원합니다.]

[인간이 천차만별의 성격을 가지고 있듯 나무도 그렇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집사! 이렇다는 말은 까칠한 녀석들을 찾으면 된다는 말이잖아. 전생의 말썽쟁이, 골칫거리들이 이번 생에서는 보물 같은 아이들이 될 수도 있겠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아니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무작정 소환 대기실에 옮겨 심을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었다.

"그냥 나무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던전 덩굴로 살아가는 거겠지?"

이건 옮겨진 곳에 던전이 생기냐는 질문이었다.

[그렇습니다. 그 아이들은 어디서든 던전 덩굴의 본분을 다할 것입니다.]

시스템은 계속 던전 덩굴을 아이로 표현하고 있었다.

던전 덩굴이 던전을 생성되게 하는 매개체라고도 했으니 던전 덩굴은 시스템이 원하는 일을 수행하는 존재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생에 던전 입구에서 덩굴손들의 활동만 봐도 심상치 않았었다.

지난 비세계에서도 덩굴손의 활동은 여전했었고···.

"그럼 대기실에 던전이 형성되겠네?"

[원래는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었습니다만 강대한 님은 특별서비스를 받고 계시고 놀라운 성과를 내고 계시니 말씀드리겠습니다.]

<좋아! 오늘 왠지 좋은 날이네.>

나호가 어깨를 들썩였다.

[던전 덩굴이 이식됐으니 소환 대기실에 던전이 형성됩니다. 하지만 대기실에 던전이 형성되는 순간 일반적인 던전은 아니게 될 겁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일반적인 던전이 아니라니?"

살짝 걱정이 되었다.

괜한 짓을 저질렀나 하는 생각들···.

마나통이나 열심히 모을 걸 너무 오지랖을 부린 것은 아닌지···.

[그건 던전이 생성된 이후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말을 하면 같은 질문을 아무리 해도 대답해주지 않는다.

이럴 때는 이렇게 돌려서 질문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렇다면 대기실에 던전이 생긴다는 말이잖아. 던전이 폭발하면 어떻게 하지?"

[폭발하지 않도록 관리하셔야죠.]

"대기실에 있는데?"

[대기실의 입구는 어디든 설정이 가능하니 던전의 입구에 하시면 대기실에 입장하지 않고도 입장하실 수 있습니다.]

대기실에 있는 던전에도 사람이 입장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혹시 폭발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옮겨 심으셨으니 알아서 하셔야죠. 다음 메시지로 넘어가겠습니다. 참고로 31개 메시지가 남았습니다.]

"잠깐! 40개가 남아야 하는 거 아니야?"

[제가 설명한 내용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알겠어. 계속해줘."

[띠링! 대기실에 옮길 수 있는 던전 덩굴은 세 개입니다. 이는 초과할 수 없습니다.]

[띠링! 워프 게이트를 품은 던전 덩굴은 대기실에 한 개 이상 이식할 수 없습니다.]

[띠링! 이미 이식한 던전 덩굴을 다시 옮겨 심으려면 몇 가지 조건에 충족해야 합니다. 이 조건은 각각의 던전 덩굴에 따라 다르며 '던전 덩굴 관리창'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띠링! 축하합니다. '던전 덩굴 관리창'이 생성되었습니다.]

[띠링! 대기실에 임시 보관할 수 있는 던전 덩굴의 수는 다섯 개입니다.]

[띠링! 대······.]

[띠링!······.]

한 번 시작한 메시지는 물 만난 고기처럼 팔딱거렸다.

하나하나 의미 없는 메시지가 없었다.

중요한 것을 먼저 말한다고 했지만 꼭 그런 것 같지도 않았다.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열심히 메시지를 토해 낸 시스템이 마지막 메시지를 전해왔다.

[띠링! '최초로 소환 나무를 가진 각성자'에 대한 보상으로 소환 나무의 성장 속도를 다섯 배 이내에서 조절할 수 있는 권한을 지급하여드렸습니다.]

[소환수 관리창을 통해 조절하시기 바랍니다.]

"다섯 배 이내라고 했으니 보통의 성장수준보다 낮출 수도 있다는 소리지?"

[그렇습니다. 참고로 성장속도를 0으로는 설정하실 수 없습니다.]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대기실에 이식한 던전 덩굴이든, 다른 곳으로 옮겨 심으려는 던전 덩굴이든 죽지 않게 관리하셔야 합니다. 던전 덩굴이 죽으면 그에 대한 책임은 강대한 님께서 지셔야 합니다.]

<좀 살벌하네.>

시스템이 계속 아이라고 표현했던 던전 덩굴이었다.

대변혁을 가장 잘 보여주는 식물이기도 하고 던전을 생성하는 매개체라고 한다면 저런 반응을 보일만 했다.

그래서 던전 덩굴에 대해서는 상당히 소상히 설명을 해주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정보료도 요구하지 않은 채···.

<집사! 이럴 줄 알았으면 장프를 이식할걸 그랬어. 장프는 국내·국외 모두 이동이 가능하잖아.>

"아수라도 좋아. 아수라는 국내에 있는 게이트로는 다 연결이 됐었어. 이런 워프 게이트도 드물었지."

<그렇기는 하지. 외국으로 나갈 수 없는 것이 아쉬워서 그렇지. 이럴 줄 알았으면 화순 던전을 대기실에 넣을 걸.>

"이용 방법이 어떨 줄 알고? 아직 대기실에 있는 던전의 이용방법을 정확하게 모르잖아. 어차피 화순 던전의 소유권은 내게 넘어왔으니 밖에 있어도 괜찮아."

이대로만 간다면 누구도 나를 어찌할 수 없었다.

그러니 저런 고민은 쓸 데 없는 것이었다.

"세 개의 던전만 대기실에 심을 수 있다고 했어. 혹시 나중에 더 늘어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시스템의 반응으로는 세 개가 끝일 것 같아. 세 번째는 신중해야겠다."

이야기를 하면서 슬쩍 쓰레기 덩굴을 보았다.

쓰레기 덩굴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가만히 있었다.

하지만 이제 저렇게 얌전히 있다고 해서 그냥 식물로는 보이지 않았다.

분명 시스템과 나의 이야기를 다 들었을 것이고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다 파악이 끝난 상태일 것이다.

"저 녀석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 저대로 자라면 골칫덩어리인데···."

나를 보호하려는 모습은 기특하지만 당장 냄새도 문제였다.

지금 대기실에 있는 사냥조와 전령조들도 멀찍이 떨어져 있는 것이 냄새를 느끼는 것 같았다.

대기실이 음식물 쓰레기 썩는 냄새로 가득해지기 전에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우선은 성장 속도를 가장 낮춰놔야겠어. 자랄수록 냄새가 날 테니까."

쫑!

꾸!

쪼롱이와 꾸루도 찬성을 표했다.

그때였다.

멀쩡히 서있던 쓰레기 덩굴이 축 땅바닥으로 처졌다.

덩굴식물이라 휘어지는 것에는 문제가 없고, 던전이 형성되고 난 후에는 인간의 손보다 더 세밀하게 움직일 수 있는 녀석이지만 저런 모습은 의외였다.

이지가 있다고 하더니 정말 인간의 말을 듣고 이해하는 것 같았다.

<와! 흥미 돋게 하는 녀석이네. 저 녀석 똑똑할 것 같지 않아? 집사! 저 녀석에게 한글 가르쳐볼까? 집사가 거실 한쪽에 대기실 열어두면 가능할 것 같은데?>

"냄새는 어떻게 하고? 분명 거실로 참기 힘든 냄새가 밀려들 텐데?"

<내가 맡는 거 아니니까···.>

쭈! 쭈루! 쭈!

나호가 그런 말을 했을 때 쪼롱이가 나호 앞을 지나가며 내는 소리였다.

"하하하! 쪼롱이 때문에 참는 거야. 생각은 해볼게. 영리해 보이기는 하니까. 냄새는 어떻게 해야 하는데···. 독도를 먹여볼까? 아님 치료수? 마넛도 괜찮을 것 같고···."

<치료수를 좋아하는 것 같기는 했어. 그런데 치료수 먹으면 쑥쑥 자랄 것 같은데?>

"성장 속도는 낮춰둬야지."

성장 속도를 낮춰둔다는 말을 하자 아주 바닥에 누워버리는 쓰레기 덩굴이었다.

<네가 아무리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거야. 너는 네 냄새가 얼마나 심한지 모르지? 머리가 깨질 정도라니까.>

쓰레기 덩굴이 더 몸을 낮추었다.

기가 잔뜩 죽은 강아지를 보는 것 같아 더 이상 몰아붙일 수도 없을 것 같았다.

<속은 다 있는 녀석이라 뭐라 할 수도 없고. 에궁!>

"오늘 그래도 중요한 것을 알았어. 여기에 이식하지 않더라도 던전 덩굴을 다섯 개는 보관할 수 있다고 했잖아. 아마 한 쌍을 하나라고 했을 거야."

<쟤들은 하나라고 봐야지 개별적으로는 움직일 것 같지 않으니까. 만약 하나만 다른 곳으로 옮기면 어떻게 될까?>

"용납하지 않을 것 같은데?"

오늘은 충분히 이야기를 했다고 생각했는지 이것에 대해서는 시스템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집사 생각보다 태평하다. 말썽쟁이를 떠안았는데 말이야.>

"어쩌겠어. 이미 뿌리를 내렸는데···. 그리고 소환 나무라잖아. 이미 내 식구가 된 애를 어떻게 할 거야. 가족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잖아. 그렇게 생각해야지."

쓰레기 덩굴이 몸을 조금 일으켰다.

한껏 눈치를 보며 슬며시 일어나는 것 같아서 미소가 지어졌다.

정말 속은 다 있는 녀석이 분명했다.

"함께 고쳐보자. 대변혁까지 육 개월 남았으니 그 안에는 뭔가 해결책을 찾을 수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편하긴 하겠다. 너도 성장 속도 낮추는 거 이해해야해. 알았어?>

나호가 짐짓 엄격하게 말을 하자 여린 줄기를 힘없이 흔드는 쓰레기 덩굴이었다.

정말 웃기는 녀석이었다.

그런데 한 그루만 반응을 보이고 다른 한 그루는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처음 치료수를 먹은 덩굴만 저런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었다.

"혹시 치료수가 덩굴에게 영향을 끼쳤나?"

<나도 그 생각 했는데···. 그렇다고 막 부어볼 수는 없잖아.>

조금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다고 이런 것을 시스템이 말해줄 리도 없었다.

말을 해줄 것 같았으면 진작 해줬을 것이다.

"혹시 모르니 상점에서 살펴봐야겠어."

바로 상점을 오픈했다.

현실에서는 상점에서 파는 물건을 구매하는 것에 제약이 많았다.

하지만 뭘 팔고 있는지는 살필 수 있었다.

그런데 상점의 물건을 살피다 생각지도 못한 문제에 봉착했다.

물건이 너무 많았다.

일일이 물건을 확인하고 적합한 물건인지 살피는 것에만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띠링! 상점의 물건을 검색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계십니까? 상점의 이용을 쉽게 하실 수 있는 가이드와 검색 기능을 상점에 적용하실 수 있습니다. 첫 고객이시니 저렴하게 모시겠습니다.]

시스템의 낚시질이었다.

다른 때 같으면 절대로 낚이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솔깃했다.

<이래서 광고를 하고 낚싯대를 드리우는 거야.>

나호가 내 표정을 보고 눈치를 챘는지 고개를 모로 돌리며 하는 이야기였다.

살며시 앞발로 눈까지 가리는 것이 낚싯줄을 덥석 무는 것은 차마 볼 수 없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얼만데? 내 마나가 지금 얼만지 알지? 천도 되지 않아."

지난번에 소환 대기실을 넓히면서 남겨둔 마나의 대부분을 쓰고 이번 두 개의 던전에서 소량의 마나를 얻어 923마나를 보유한 상태였다.

분명 이 마나로 살 수 있으니 낚싯대를 드리웠을 시스템이었다.

[원래 각각 천 마나는 지불하셔야 합니다.]

<무슨! 가이드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단순 검색이 천 마나나 한다고? 이거 칼만 안 들었지 날강도네.>

나호가 발끈했다.

사실 발끈한 척 하는 것이었다.

시스템과의 거래가 있을 때는 바람잡이 역할을 충실히 하는 나호였다.

그리고 그런 나호와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소환수들이었다.

쓰레기 덩굴까지 소환 대기실 입구로 뿌리 하나를 내밀고 있었다.

분명 조금 전에는 축 늘어져 있던 녀석인데 말이다.

<야! 너는 나오면 안 돼! 큰일 나. 집사가 위험할 때가 아니면 단 1센티도 나오지 마.>

나호의 말에 대기실 입구에 내밀고 있던 뿌리를 축 내리던 쓰레기 덩굴은 나호의 시선이 다른 곳으로 향하자 이내 뿌리 끝을 바깥으로 향했다.

쓰레기 덩굴은 어차피 내 허락이 없으면 밖으로 나올 수 없었다.

소환수이니 내가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잠깐 밖으로 나왔지만 그 이상은 불가능했다.

그건 어떤 소환수든 마찬가지였다.

쓰레기 덩굴은 호기심이 많은지 뿌리로 우리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물론 뿌리로 보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직은 뿌리가 더 길어서 뿌리를 이용하는 것뿐이지 줄기와 덩굴손이 발달하면 그것을 이용할 것이다.

[가이드와 검색은 각각 천 마나가 정가였습니다. 하지만···.]

<빨리 말해. 성질 급한 사람 숨넘어가.>

[가이드와 검색을 구매하시는 첫 고객이시고 이 상품을 구매하실 분이 한 동안 없을 것 같으니 923마나에 모시겠습니다.]

전 재산을 투자하라는 말이었다.

아니 이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었다.

923마나를 모두 소비하면 자칫 마나 고갈이 올 수도 있었다.

<야! 너 물건을 팔려고 하는 거야? 아님 우리 집사 죽이려고 하는 거야? 상도(商道)가 있어야지. 마나가 어떤 의미인지 뻔히 알면서···. 이런 식으로 장사하면 안 되지!>

나호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소리를 지르고 흥분할 만한 이야기였다.

전생에 이런 식의 수작질에 속아 마나를 탕진하고 위기에 처한 헌터들이 한둘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때는 모르지만 시스템이 뭔가를 팔려고 할 때는 없던 정신까지 잘 잡고 있어야 하는 이유였다.

[아! 제가 한 가지 보상을 빠뜨렸습니다. 제가 빠뜨린 보상은···

1인 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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