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96화 (96/350)

96. 황금 던전

[한국 2344번 이두재(한국, 남, 43세)]

마나홀 : 아직 수치로 나타낼 수 없습니다.

마나통 : 아직 수치로 나타낼 수 없습니다.(발현율 0%)

마 나 : 1

특 성 : 장사

직 업 : 사업가

현재 위치 : 경주 황성 호텔 3번 엘리베이터 내

현재 상태 : 짜증

가족 관계 : 부, 모, 아내, 아들 2

성 향 : 이익추구, 다혈질, 기회주의자

현재 재산 : 1조 2천억

마나의 눈은 상식적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았다.

마나통을 보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원소유자의 엄청난 정보를 알 수 있었다.

이런 정보는 마나통의 수가 늘어날수록 점점 늘어나고 있다.

특성은 1만, 직업은 5만, 현재 위치는 10만, 현재 상태는 15만, 가족 관계는 30만, 성향은 50만, 현재 재산은 마나통을 백만 개 수거했을 때 열렸다.

앞으로 더 많은 마나통을 수거하게 되면 더 많은 정보를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는 실시간 정보이기 때문에 그 어떤 정보보다 믿을 수 있는 정보였다.

<잠깐! 집사 저 정도 재산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룹 회장이나 후계자 같은데? 이름은 어디서 들은 것 같은데 확실하지가 않네.>

'네가 생각하는 그 사람 맞는 것 같아. 두재에서 일재로 바꾸었지.'

[대변혁 3년 후 이일재로 이름을 바꾼 이두재에 관한 기억이 있습니다. 열람하시겠습니까?]

이일재에 관한 것은 듣기도 싫었다.

'아니 됐어. 듣더라도 지금은 싫어.'

<나도! 이일재라고 하니까 알겠어. 저 자식 얼굴보고 왜 몰라봤나 했는데 대변혁의 날 얼굴이 엉망이 됐던 놈이었어. 차라리 그날 죽었어야 했는데···. 그랬어야 우리 국민이 조금이라도 더 편했을 텐데.>

엘리베이터에 탑승하고 있던 이두재를 몰라봤던 이유!

전생에 내가 알던 얼굴과 너무 다르기 때문이었다.

대변혁의 날 이두재는 큰 상처를 입는다.

함께 다니던 경호원이 아니었으면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심한 상처였다.

이두재의 재산이 저렇게 많지 않았다면 절대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돈의 힘으로 대변혁 초기에서 겨우 살아남은 놈은 철저하게 일본의 앞잡이 노릇을 했었다.

앞잡이를 넘어 매국 행위를 일삼다 암살을 당했지만 미우라가 버렸기 때문에 죽었다는 말이 더 많았다.

미우라가 지켜주려고 했으면 어이없이 암살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말이었다.

일재가 된 두재가 남긴 재산의 대부분이 미우라에게 넘어간 것을 보면 틀린 말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도 멀쩡하게 생겼네. 저런 얼굴이 망가졌으니 속이 상하긴 했겠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대변혁 전에도 친일적인 행보를 보였던 이두재는 대변혁 3년 후 미우라가 들어와 세력을 확장하자 미우라의 최측근이 되었다.

그러면서 이름까지 일재로 바꾸었다.

일본에 충성을 다하겠다는 충성 서약 같은 것이었다.

그런 일재 놈이 특히 싫어했던 것이 어린 아이들이었다.

대변혁의 날 혼란의 도가니에서 경호원이 아이를 보호하다 자신을 제대로 지키지 못해 얼굴에 흉터가 남았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굳이 책임소재를 따지기 어려운 문제에서 놈은 그 책임을 그 누구도 아닌 어린 아이들에게로 돌렸다.

그것도 한국의 아이들에게···.

그때부터 놈이 행한 악행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나호와 내가 이를 갈고 있다는 것은 까맣게 모른 채 놈은 핸드폰의 문자를 확인하고 있었다.

<집사! 저놈 의왼데?>

'왜?'

<기부했나봐. 감사 문자야. 어디보자. 모두 아동 관련인데···.>

'기업인이니 기업이미지 차원에서도 기부는 많이 하겠지.'

"에이 버러지 새끼들 먹여 살리느라 뼛골이 빠지네."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중얼거리는 목소리였다.

매우 작은 소리여서 감각을 높여두지 않았으면 듣지 못했을 말이었다.

그 사이 엘리베이터는 1층에 도착했고 이두재가 먼저 내렸다.

이두재는 행동에 거침이 없었다.

성큼성큼 걸어 나가니 로비에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따라붙었다.

비서와 경호원들 같았다.

<꼴값을 떨어요.>

나호의 비아냥거림은 듣지 못한 채 놈은 호텔을 벗어났다.

"연락하지. 그럼 내가 올라갔을 텐데. 왜? 아는 사람이냐?"

멀어지고 있는 이두재를 쳐다보고 있는데 큰아버지께서 다가오시며 물으셨다.

"이때의 저는 몰랐지만 미래의 저는 알았던 사람이죠. 국민에게 빨대 꽂았던 놈이죠. 그것도 아주 큰 빨대를···."

"조사 좀 해주랴?"

"조사할 필요도 없는 사람이에요. 검색하면 아마 바로 나올 거예요."

전생에 이 시기에는 사업이나 경제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관심도 없었다.

<시간이 더 주어졌으면 대변혁 전에 망하게 해버리는 건데.>

"재벌을 단기간에 망하게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그 기업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생각해야하고."

<쉬운 일이 없어. 저놈 대변혁 후에 제법 고생했다고 했는데.>

"저 사람 기준에서 고생이겠지."

큰아버지께서는 함께 걸으면서도 혼잣말을 해도 그러려니 하셨다.

"어디로 갈 생각이냐?"

"아무리 생각해도 혼자 움직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저 사람들도 의식되고요."

"이제 굳이 의식할 필요 없을 것 같은데?"

"괜한 관심을 끌면 앞으로 움직일 때 머리가 아플까 싶어서요."

"무슨 말인지 알겠다. 그리고 라면과 국수 주문 넣어뒀다."

우리나라는 가정에 쌀과 김치 등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보관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변혁 초기에는 먹거리 문제는 다른 나라보다는 나았을 것이다.

더구나 1월 1일에 대변혁이 일어났기 때문에 전기가 오락가락해도 음식보관에 조금은 더 유리했었다.

하지만 음식을 준비하지 못한 사람도 많았고 특히 한 달 이상 지나면 대부분 먹거리 문제에 봉착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라면과 국수를 대량 주문하기로 했다.

국수는 지금부터 계속 사들이고 있고 라면은 유통기한이 짧아서 11월과 12월에 생산된 것으로 받기로 하셨단다.

"고생하셨네요."

"부피는 작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으면서 오래 보존할 수 있는 음식은 다 사들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예. 그럼 가볼게요. 시간이 되지 않으면 바로 일본으로 넘어갈 거예요."

"편하게 해. 영상통화하면 되니까."

큰아버지께서 타신 차가 떠나는 것을 보고 나도 렌트해 온 차에 올라탔다.

<저 차가 정부에서 보내준 경호 차량 같은데?>

큰아버지 차가 출발한 후 뒤따라 이동하는 차량을 보고 나호가 한 이야기였다.

큰아버지 차를 운전하고 있는 사람도 경호원이었다.

물론 그 사람은 회사에서 고용한 사람이지만 말이다.

호텔에서 나온 차는 해남을 향해 달렸다.

대변혁의 날 열린 던전이고 세계에서 가장 좋은 금광 던전이 있던 곳이었다.

'황금 던전'이라 불리던 곳!

안타깝게도 이 던전에는 워프 게이트가 생성되지 않았다.

워프 게이트까지 있었다면 가치를 매길 수 없었을 것이다.

<전생에 이곳에 오려면 고생이 많았는데···.>

"그래도 안에 들어가면 좋았잖아."

<이곳에 금광이 생길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지.>

나호가 전생 이야기를 했다.

황금 던전은 처음부터 황금 던전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공략하기 쉬운 던전 쯤으로 생각했었다.

그래서 이 던전의 소유를 미우라 길드에 넘긴다는 결정이 나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대변혁 초기에는 공략하기 쉬워 인기가 있었지만 이내 더 강한 몬스터가 나오는 곳으로 헌터들의 관심이 쏠리자 관리의 어려움을 들어 팔아넘긴 것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관리비용이 더 들 수 있으니 파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리고 결정을 앞두고 언론과 정치권이 나서서 유난히 파는 쪽으로 여론을 몰아갔었다.

미우라 길드에서 '땅 끝 던전'을 사주는 것에 감사해야한다는 말들까지 했던 그들이었다.

일부에서 하급 헌터들의 훈련에 적합한 던전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계속 소유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그런 주장은 묵살되었고, 어느 언론도 이런 주장은 보도하지 않았다.

그렇게 던전이 미우라 길드로 넘어간 육 개월 후 땅 끝 던전은 황금 던전이 되었다.

미우라의 손에 들어가고 난 다음 가치가 수천, 수만 배 이상 뛴 던전은 셀 수 없이 많았다.

그 모든 것이 우연이라고 절대 말할 수 없었다.

나중에는 미우라 길드의 입김과 영향력이 너무 강해져서 미우라 길드를 제외하고는 국가 운영이 되지 않을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일반 던전이 어떻게 황금 던전이 되었는지는 끝까지 알려지지 않았지."

<집사! 여기 던전을 대기실에 넣을 거야?>

"생각 중이야. 우선 던전 덩굴이 있으면 캐서 대기실에 보관해야지."

이번에는 지난번과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비닐 봉투는 물론이고 스텐 통까지 사가지고 오는 길이다.

뚜껑과 잠금장치까지 모두 스텐으로 된 통이니 아무리 던전 식물이라고 해도 안심하고 보관할 수 있을 것이다.

해남의 땅 끝 마을로 향했다.

바다를 마주하고 있는 그곳에 황금 던전이 있었던 장면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아침이면 참 장관이었다.

황금을 품고 있다는 것을 자랑이라도 하듯이 햇살에 노랗게 빛이 나곤 했었다.

빛을 내는 주체는 던전을 덮고 있는 던전 덩굴이었다.

황금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평범한 던전 덩굴이었는데 황금이 발견된 날부터 햇살을 받을 때는 황금빛을 뿌렸다.

그리고 점차 잎이며 줄기, 덩굴손까지 황금색으로 물들어갔다.

마치 던전 안의 황금 일부를 흡수한 것처럼 보여 신비롭게 보였다.

그런 던전 덩굴을 본 사람들은 잎이나 줄기를 뜯어가려고 했다.

물론 뜻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황금색으로 빛나기 시작한 이후로 '던전 황금 덩굴'로 불리게 됐지만 그저 식물일 뿐이었다.

일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황금을 토해내거나 금 성분을 함유하고 있지는 않았던 것이다.

<보이지 않네. 황금 덩굴로 불리기 전에는 평범했었는데···. 그래서 더 찾기 어려운 것 같아. 저 녀석은 냄새가 나서 쉽게 찾았는데.>

나호가 쓰레기 버섯 덩굴을 가리키며 말했다.

소환수들을 위해 이동을 할 때는 대기실에서 밖을 쉽게 볼 수 있도록 설정을 해둔다.

물론 그런 설정이 없어도 소환수들은 밖을 볼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내가 소환수들을 관찰하기 쉽게 하려고 그렇게 해두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꼬물꼬물 움직이는 뿌리를 대기실 입구에 대고 밖을 구경하던 쓰레기 덩굴이 움찔하는 것이 보였다.

제 이야기를 하는 것을 아는 것이다.

"저 녀석처럼 쉽게 찾을 수 있는 던전 덩굴은 흔하지는 않을 거야. 그나저나 저 녀석 이름이라도 지어줘야 하나···."

<꼬물꼬물 움직이는 것이 '꼬물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기는 한데 그건 나중으로 미루자. 냄새와 쓰레기 버섯을 양산하는 이상 꼬물이라는 이름을 줄 수는 없지.>

이름이 생기나 하고 기대를 했던 모양이었다.

쓰레기 버섯의 뿌리에 잠깐 생기가 돌더니 다음으로 미루자는 말에 푹 내려앉았다.

바람 빠진 바람인형 같았다.

"안 보이네. 전생에는 분명 이 근처였는데···."

땅 끝 마을에 바다를 바라보는 작은 언덕이 하나있다.

이름도 없는 그저 마을의 언덕일 뿐인 그곳에 땅 끝 던전이 생겼었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서 던전 덩굴을 찾는 것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언덕 가득 칡을 비롯한 각종 덩굴이 무성히 자라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마을 앞인데도 누구도 나서서 베지 않아서 이래.>

"나름의 사정이 있겠지."

<사정은 무슨···.>

나호가 혀를 끌끌 찼다.

그래도 나호가 있어서 이런 곳을 살펴볼 때는 도움이 많이 되었다.

수풀 깊숙이까지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없는 것 같아. 내려가자."

<가야지. 없으면 가야지.>

아쉬움을 뒤로 하고 언덕을 내려가려고 할 때였다.

대기실의 쓰레기 덩굴이 꼬물꼬물 뿌리를 움직였다.

무척이나 다급하게, 자신 좀 봐 달라는 듯이 꼬물거리는 것이 무언가 말을 하고 싶은 것 같았다.

<저 녀석 왜 저래? 매운 것 먹은 강아지 마냥!>

매운 것 먹은 강아지가 저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쓰레기 덩굴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마치 나를 부르는 것 같기도 했다.

"왜? 하고 싶은 말 있는 거야?"

꼬물!

아마 쓰레기 덩굴이 소리를 낼 수 있었으면 이런 소리를 냈을 것이다.

뿌리 끝을 살짝 꼬물거리는 것으로 대답을 하는 쓰레기 덩굴이었다.

"무슨 말인데?"

쓰레기 덩굴의 뿌리가 왼쪽으로 향했다.

언덕을 내려가는 것과 반대되는 방향이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누구도 대기실 밖을 가리킨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야! 너 치료수 달라는 거지? 저기 봐. 왼쪽에 치료수 그릇 가르키는 거. 와아아! 은근 영악한 녀석이네.>

나호가 어이없어 하는 사이 쓰레기 덩굴은 뿌리를 열심히 가로젓고 있었다.

그것이 아니라는 의사 표현이었다.

"치료수가 아니면 뭐?"

대기실의 왼편 끝에는 컨테이너가 엄청나게 쌓여있었지만 그걸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 분명했다.

그것이 아니라면 특별한 것은 없었다.

그런데도 쓰레기 덩굴은 열심히 왼편으로 뿌리 끝을 향한 채 꼬물거렸다.

"대기실 안이 아니라 밖을 말하는 거야?"

꼬물!

다시 이런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꼬물거리던 뿌리가 위아래로 더 열심히 꼬물거렸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는 말 같았다.

"너 설마···.

황금 꼬물! 황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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