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97화 (97/350)

97. 황금 꼬물! 황꼬물!

"너 설마 던전 덩굴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 거야?"

꼬물!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데 쓰레기 버섯 덩굴을 보면 이런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가늘고 하얀 뿌리인데 어린 아이의 손가락을 보는 것도 같고, 젤리 같은 고양이 발바닥을 보는 것도 같아서 그런 모양이었다.

<집사! 저 녀석! 던전 덩굴이야.>

"던전 덩굴이지 그럼. 지구에 없는 종(種)이고."

<아이 답답해. 인간을 누가 가장 잘 이해하겠어? 인간이야. 그럼 던전 덩굴은 누가 가장 잘 알까? 바로 저 녀석이야. 그 옆에 있는 단프도 잘 알겠지만 반응을 보이지 않잖아.>

나호는 상당히 흥분하고 있었다.

만약 쓰레기 덩굴이 던전 덩굴을 찾아낼 수 있다면 이건 엄청난 일이었다.

그동안 던전과 던전 덩굴을 찾아다닐 때마다 답답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불확실성!

근처에 던전이 형성됐는데도 혹시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바로 옆에 던전 덩굴이 자라고 있는데도 지나친 것은 아닌지···?

어느 것도 확실하지 않다는 것에서 오는 답답함은 미련과 집착을 만들어냈다.

분명 아직 던전과 던전 덩굴이 나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부근을 몇 번이고 확인했다.

그렇게 확인을 하고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런데 쓰레기 덩굴이 던전 덩굴을 찾아낼 수 있다면 이런 답답함을 한 번에 털어낼 수 있었다.

조금 전까지는 조금 앙증맞다고 생각했던 꼬물거림이 지금 이 순간은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

새로운 시대를 여는 손짓처럼 보인 것이다.

꼬물!

너무 놀라 석상이 된 우리를 일깨운 것도 쓰레기 덩굴의 꼬물거림이었다.

왼쪽을 가리키는 꼬물거림은 조금 전보다 힘차게 느껴졌다.

쓰레기 덩굴의 꼬물거림이 출발 신호가 되었다.

발이 뿌리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뭔가에 사로잡힌 듯한 느낌이 들었다.

발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기대가 어렸다.

그리고 그 기대가 불러오는 기분 좋은 긴장감이 느껴졌다.

꼬물!

조금 전과 분명 다른 움직임이었다.

"이 부근이야?"

쓰레기 덩굴이 뿌리를 가로저었다.

그러더니 이제는 정면을 가리켰다.

"이쪽으로 가라고?"

꼬물! 꼬물!

천천히 앞으로 움직였다.

이번에는 멈추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러더니 살짝 옆을 가리키며 그쪽으로 가란다.

그렇게 쓰레기 버섯 덩굴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한참을 움직였다.

뿌리로 알려주는 거라 가리키는 방향을 정확하게 잡지 못해 조금 헤매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건 뭔가 좀 이상했다.

<야! 너 지금 장난치는 거지? 이 녀석 정말 던전 덩굴 찾으면 업고 다니려고 했더니···. 업는 것은 고사하고···. 너 이리 나와! 너 좀 혼나야겠다.>

나호의 목소리가 조금 날카로워졌다.

밉다, 밉다 하면서도 식구가 됐다고 하니 정을 주려고 애를 쓰던 나호였다.

그런데 쓰레기 덩굴이 장난을 치는 것처럼 보이자 화가 난 것이었다.

꼬물거리며 열심히 아니라는 의사를 표시하는 쓰레기 덩굴의 움직임은 조금 처절하게 보이기도 했다.

워낙 가늘고 투명한데다 연약해 보이기도 한 뿌리여서 더 그런 것 같았다.

<아무리 그래도 소용없어! 너 똑바로 말해! 알아! 몰라!>

나호가 조금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

쓰레기 덩굴의 뿌리가 바로 아래를 가리켰다.

바로 우리가 서 있는 곳을 가리키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야?"

꼬물!

"여긴 아무것도 없는데?"

감각 수치가 현재 15였다.

이런 감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하면 없다고 봐야했다.

그런데 절박한 몸짓으로 아래를 가리키는 쓰레기 덩굴을 보면 뭐가 있어도 있는 모양이었다.

"정말 있는 거지?"

꼬물!

인벤토리에서 정글도를 꺼내 어지럽게 뻗은 칡넝쿨을 정리했다.

풀숲에 자리를 잡고 살던 벌레들이 놀라 날아올랐다.

칡넝쿨을 정리하고 봐도 던전 덩굴로 보이는 식물은 보이지 않았다.

쓰레기 덩굴처럼 냄새라도 나면 찾기 쉬울 텐데···.

"혹시 아직 땅속에서 올라오지 않은 거야?"

분명 올라와 있는 식물 중 던전 덩굴은 없으니 이제 남은 곳은 땅속밖에 없었다.

설마하고 물은 것인데 쓰레기 덩굴은 당연하다는 듯이 꼬물거렸다.

<너! 땅속의 던전 덩굴도 알 수 있는 거야?>

꼬물!

<집사 내가 살펴볼게. 땅속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네.

땅을 직접 파볼 필요는 없었다.

우리에게는 나호가 있었다.

영체 상태인 것이 이럴 때는 좋았다.

나호는 망설임 없이 얼굴을 땅속에 박았다.

그런 상태에서 주변을 살폈다.

나호는 열심히 찾겠다고 저러고 있지만 보기에는 결코 좋아보이지 않았다.

쪽! 쪽! 쪽! 쪽!

쪼롱이가 놀라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꾸루는 제 커다란 날개로 눈을 가리고 있었다.

대기실의 입구에서 적당히 떨어진 곳에서 밖을 살피고 있던 반반이의 눈도 더 커질 수 없을 정도로 커진 상태였다.

꼬물거리던 쓰레기 버섯 덩굴의 뿌리도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괴기스럽게도 보이는 모습에 적잖이 놀란 모양이었다.

고개를 땅속으로 넣은 채 주변을 살피는 나호의 모습은 주둥이를 물속에 넣은 채 먹이를 찾는 오리의 모습과 닮아있었다.

<오! 집사! 있다! 있어! 그런데 정말 어린 나무야. 이제 움이 터서 올라가고 있어. 뿌리도 나왔고. 모두 해서 5센티도 되지 않겠어.>

머리는 꺼낸 뒤에 말을 해도 될 텐데 여전히 땅속에 박은 채 말을 했다.

"여기야?"

<어! 여기야. 정말 신비롭게 생겼다. 뿌리가 세 개 났는데 두 개는 황금색이고 하나는 그냥 평범해. 그런데 황금색 뿌리는 아주 작아. 저게 충분히 자라는 동안은 황금 던전이 되지 않는 건가?>

"나호야. 내가 캐도 될까?"

<미안! 너무 신비스러워서 그만!>

나호가 박혀있던 머리를 쑥 꺼내더니 제가 나왔던 자리를 가리켰다.

<딱 여기야. 땅속으로 5센티 내려가면 5센티 정도로 자란 작은 식물이 있어. 다른 덩굴 식물들 뿌리들이 많으니까 조심해.>

미리 준비한 삽을 이용해서 나호가 말한 부위를 통으로 잘라냈다.

쫑?

꾸?

던전 덩굴을 보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사각 큐브 모양으로 떠냈기 때문에 던전 덩굴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뜨는 것도 나쁘지 않네. 주변의 흙이 보관하는 동안 영양분을 제공할 테니 말이야.>

황금 덩굴이라고 불렸던 던전 덩굴을 보고 싶었지만 참았다.

이대로 보관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떠낸 황금 덩굴을 스텐 용기에 넣고 잠갔다.

이 상태로 대기실에 보관했다가 옮겨 심을 장소에 심으면 그만이었다.

<집사! 이거 너무 쉬운데?>

"저 녀석 때문이지. 고마워. 큰 도움이 됐어."

꼬물!

쓰레기 덩굴의 꼬물거림에 힘이 조금 들어간 것 같았다

<저 녀석 쓰레기라고 부르기엔 너무 큰일을 했네. 집사! 저 녀석 이름 지어줄까?>

쓰레기 덩굴의 꼬물거림이 우뚝 멈추었다.

기대가 되는 모양이었다.

잔뜩 집중한 채 다음 말을 기대하고 있는 것도 같았다.

"꼬물이라고 하자고?"

<그냥 꼬물이가 아니지. 저 녀석은 성을 가져도 될 것 같아! 자그마치 황금 덩굴을 찾아냈으니까.>

"성은 '황'씨로 하자는 말이지?"

<집사 어떻게 알았어? '황금 꼬물'이라고 하자고 말하려고 했지. 성은 '황금' 그런데 집사 말을 들으니까 황으로 해도 되겠어. '황꼬물' 좋잖아. 너희들은 어때? 맘에 들지?>

나호가 쓰레기 덩굴에게 묻는 것이 아니라 쪼롱이와 꾸루에게 물었다.

쫑!

꾸!

"덩굴에게 물어야지."

<그러나? 맘에 들어?>

꼬물!

쓰레기 덩굴이 격하게 뿌리를 흔들었다.

왜 저 몸짓이 처절하게 보이는지 모르겠다.

"그래. 지금부터 네 이름은 꼬물이야. 황꼬물! 소환수 중에 가장 먼저 성을 하사 받았네."

성에 아무 의미도 없지만 녀석의 몸짓에 묘한 절박감이 느껴져서 덧붙인 말이었다.

꼬물! 꼬물!

이름을 꼬물이라고 지어서 그런지 녀석의 움직임에 활력이 도는 것 같았다.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항의를 접하게 되었다.

옆에 얌전히 있던 쪼롱이가 포르르 날아오르더니 내 눈높이에 맞추었다.

그러더니 내게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무언가를 열심히 말했다.

"왜?"

<아이고 두야! 집사! 모르겠어? 집사가 꼬물이에게 성을 하사한다는 말을 해서 그렇잖아. 괜한 소리를 해서 애들 자극하는 꼴이 됐어.>

"그런 거야?"

쫑!

"너희도 성을 가지고 싶은 거야?"

쫑!

꾸!

음머어어!

<살다 살다 별꼴을 다 보네. 소환수가 성을 주라고 항의하는 꼴을 보게 될 거라고 누가 생각했겠어?>

"어려운 일도 아닌데 뭐. 같은 식구인데 다른 성을 사용하면 그렇잖아. 소환수들은 모두 '황'씨로 하자. 황금을 줄인 말이야. 너희가 황금보다 귀하다는 의미야."

쫑!

꾸!

음머어어!

소환수들이 기쁨의 노래를 불렀지만 성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런데 예상치 못한 메시지를 듣게 되었다.

[띠링! 소환수와 소환식물의 만족도가 한계치까지 상승했습니다. 소환수와 소환식물의 지능이 상승하고 상황판단능력이 상승합니다. 뿐만 아니라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 강해집니다.]

생각지도 못한 보상을 지급받았다.

따로 소환수와 소환식물을 관리하는 창에 이들의 만족도를 나타내는 것은 없었다.

그래서 이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소환수도 이지가 있잖아. 소환수가 되는 순간부터는 그 어떤 존재보다 믿을 수 있지만 이성이 있으니 좋고 싫은 것이 있을 수 있지.>

그러고 보니 쓰레기 덩굴은 식구가 되고도 정보도 확인하지 않았다.

바로 소환 식물창을 띄우고 이제는 황꼬물이가 된 쓰레기 버섯 덩굴의 정보를 확인했다.

[강대한 님의 소환 식물이 된 황꼬물은 쓰레기 버섯 덩굴로 던전 식물의 일종입니다.]

[던전을 생성시키는 매개체이며 차후 던전을 출입하는 생명체의 소지품을 검사할 수 있습니다. 이성과 지혜를 가진 존재로 이해력이 좋습니다. 소환자의 명령을 잘 따르며 소환자를 보호하는 것은 물론 공격에도 능합니다. 같은 일을 반복적으로 하는 것을 좋아하며 관심과 사랑에 목마른 상태입니다. 냄새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고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냄새가 더 심해집니다.]

꼬물이의 정보를 확인하고 잠시 멍해졌다.

이지, 즉 이성과 지혜를 가진 존재라는 것은 41개의 메시지를 확인할 때 이미 들었던 내용이었다.

그런데 관심과 사랑에 목말랐단다.

냄새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는 말 앞에서는 할 말마저 없어졌다.

대기실에 들이고 난 후에도 얼마나 냄새에 대한 말을 많이 했는데···.

미리 확인을 했다면 상처를 주지 않았을 텐데···.

<할 말 없게 만드는 재주까지 가진 녀석이네···.>

나호가 멋쩍어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그런데 나호와 내 모습을 보고 있던 꼬물이가 더 당황하며 파르르 떨었다.

우리가 자신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대해 매우 예민한 상태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었다.

꼬물이는 자신의 냄새를 누구보다 잘 아는 것 같았다.

어쩌면 앞으로 자신이 토해낼 버섯까지도 알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니 분명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전생의 꼬물이는 무척이나 거친 던전 덩굴 중 하나였다.

냄새 때문에도 사람들이 접근하는 것을 싫어했지만 꼬물이의 반응 때문에 근처에 얼씬도 하려 하지 않았다.

꼬물이는 던전을 드나드는 헌터는 물론이고 주변을 지나는 사람에게 거칠기로 유명했다.

덩굴손을 이용해서 냄새나는 버섯을 던지기도 하고 덩굴로 공격하기도 했다.

물론 크게 다치게는 하지 않았다.

덩굴 중에서는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종종 죽이는 덩굴도 있었지만 꼬물이는 그러지는 않았다.

그런데 끊임없이 까칠하게 구니 사람들이 더 싫어했고 그럴수록 쓰레기 버섯 던전은 더 악명을 높여갔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이 자신을 비난하는 것에 대한 대응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던전 덩굴이 보통의 식물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이성과 지혜까지 있을 거라고 누가 생각했겠어. 미안하다. 꼬물아! 미안한 만큼 더 잘 해줄게.>

꼬물!

이런!

나호에게 선수를 빼앗기고 말았다.

"네 콤플렉스를 없앨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보자. 문제가 있다면 답이 있다더라. 우선 치료수부터 사용해보고 그것도 안 되면 또 다른 방법을 찾아볼게. 어딘가에 분명 해답이 있을 거야."

꼬물!

쓰레기 버섯 덩굴이라 냄새와 쓰레기 버섯만 토해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재주까지 갖은 꼬물이었다.

던전은 대변혁 전에만 생기는 것이 아니었다.

이후로도 끊임없이 던전은 생겼었다.

그런데 미리 뽑아서 옮기거나 뭔가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면 그건 가치로 따질 수 없었다.

이런 재주를 가지고 있다면 쓰레기 버섯을 양산한다고 해도 감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기분 좋게 산을 내려가려고 할 때였다.

만약고(萬藥庫)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