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 각성자의 마나통을 빼앗는 방법
미개방 던전이 보이기 시작하면서부터 사실 회사에 매달려 있을 시간이 없었다.
그 시간까지도 하나의 던전이라도 더 클리어해서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더 이득이었다.
그런데도 회사 경영에 힘을 쏟았던 것은 오로지 마나통 때문이었다.
그것도 직접 수술로 떼어낸 마나통들!
이것은 상점에 매물로 올라오지 않았다.
아직은 각성예외자가 되는 사람들의 마나통만 상점에 올라오기 때문이었다.
전생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대변혁이 일어나고도 5년 이내에는 올라오지 않았었다.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됐는지 알 수 없지만 말이다.
한마디로 수술로 떼어낸 것은 직접 수거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올 12월 1일 마지막 소환을 마치고 나면 이곳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이기 때문에 그때까지 최대한 모아야했다.
그런데 그동안 직접 움직여야 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미개방 던전에 들어가 클리어 해야 하고, 던전 덩굴까지 이식해야하니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판이었다.
그런데 이 어려운 난제를 미우라 놈이 해결해준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저 그럼 이왕이면 해안으로 옮기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사장 직함을 달고 있는 직원이 하는 말이었다.
업무 방식이 바뀐다고 해도 자신을 자를 생각이 없다고 하는 크게 안도하더니 뭔가 좋은 생각이 있는 모양이었다.
"나쁘지 않죠."
"그럼 제가 좋은 곳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 알아보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저어! 제가 해안으로 옮기려고 하는 이유가 사실 하나 더 있습니다."
직원이 뭔가 하고 싶은 말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다른 이유라뇨?"
"제가 아는 사람 중에 중국 화장장에서 근무하는 친구가 있거든요. 거기도 냄새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고 합니다. 우연히 저와 통화하다가 이곳 이야기를 했더니······."
직원은 정말 생각지도 못한 말을 꺼냈다.
중국 화장장에서 마나통을 들여올 수 있다는 말이었다.
수출 물품으로 정식으로 들어오는 것은 어렵겠지만 다른 방법으로 들여올 수 있단다.
<바다에 버리거나 산에 묻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리 깊이 묻어도 냄새를 가릴 수 없으니 그렇겠지.'
바다에 버리면 어떻게 되는지는 모른다.
그런데 버리지 않고 이곳으로 보낸다고 하는 것으로 봐서 바다에 버려도 제대로 처리가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값만 적당하면 당장이라도 보내고 싶다고 했는데 제가 알아보고 연락하겠다고 했습니다."
돈을 주고라도 사고 싶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오려고 했지만 그런 속내까지 보일 필요는 없었다.
"이곳까지 오는 값이 있으니 여기 가격의 반값으로 처리해준다고 하십시오. 그리고 얼마든지 보내라고 하시고요."
"알겠습니다."
직원의 얼굴이 환해졌다.
<집사! 이 사람 중간에서 이득을 좀 챙길 것 같은데? 눈빛에 묘한 기운이 스쳤어.>
'상관없어. 이득이 있으면 더 열심히 하겠지.'
각 화로에서 나오는 마나통을 처리해주는 비용으로 받는 돈의 6할을 미우라에게 받기로 했다.
중국에서는 3할만 받는다고 해도 적은 돈은 아니었다.
돈도 돈이지만 중국에서 나오는 마나통의 숫자는 적지 않을 것이었다.
워낙 인구가 많은 중국이었다.
이미 죽은 사람의 마나통에서도 소량의 마나를 얻을 수 있을 것이고, 수술로 떼어낸 마나통이라면 마나통 저장고로 들어가서 평생 내 마나 밧데리가 될 것들이었다.
이거야 말로 일석이조이고, 꿩 먹고 알 먹기였다.
"이런 거래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알아보십시오. 이것으로 들어오는 돈의 10%를 성과금으로 바로 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중국은 그 친구 통해서 처리하면 될 것 같고, 다른 나라는 제가 인맥 좀 동원해보겠습니다."
"그러십시오."
허락이 떨어지자 직원의 얼굴은 당장이라도 방방 뛸 기세였다.
어차피 마나통은 내가 처리했다.
처리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지만 이건 가만히 앉아서 돈 버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것을 눈치 챈 것이었다.
이제 저 직원은 누구보다 열심히 움직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나에게 생각지도 못한 결과를 안고 올 것이 분명했다.
<일이 풀리려니까 이렇게 쉽게 풀리네. 이제 집사에게 시간이 좀 생기면 조금 더 편하게 움직일 수 있겠다. 흐흐흐! 집사 내가 최고의 던전과 최악의 던전 리스트 뽑아 놓을게.>
나호의 얼굴도 환해졌다.
요즘은 나호가 점점 선명해지고 있었다.
간혹은 다른 사람의 눈에도 나호가 보이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지만 여전히 아무도 나호를 보지 못했다.
직원의 업무 추진력은 대단했다.
아직 계약기간이 만료되지 않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단 3일 만에 모든 일을 처리하더니 이사까지 끝내버렸다.
성과금의 힘이었다.
회사 자체의 이득과 별개로 마나통과 관계되는 일로 들어오는 돈의 10%라고 했으니 결코 적은 돈이 아니었다.
그리고 중국과의 거래에서 챙기는 뒷돈도 있을 것이 뻔했다.
요즘 사장인 직원은 전화통을 붙들고 산다.
자신의 모든 지인을 총 동원하고 있는 것이었다.
지인들에게 마나통 처리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그 업무까지 하게 되었다는 것을 광고하는 것이었다.
마나통에 대한 고민을 처리해주겠다는 문서를 영문으로 만들고는 인터넷 여기저기에 뿌리기까지 하고 있었다.
<사람이 돈 앞에서 저리 달라질 수 있구나. 회사 영업이익에 대한 성과금도 약속했는데 그때는 저렇게까지 하지 않더니···.>
'당장 잡히는 돈과 잡히지 않는 돈의 차이겠지.'
<인간의 돈에 대한 집착은 놀라워.>
나호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생존과 직결되니까. 현대 사회에서는 생존과는 거리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따지고 들어가면 생존 아니겠어?'
<생존! 처절한 문제지.>
그제야 이해가 되는지 고개를 끄덕이는 나호였다.
어떨 때는 나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인생에 대한 통찰력이 뛰어난 나호지만 어떨 때는 일곱 살 아이보다 못할 때도 있었다.
그것이 나호의 매력이지만 말이다.
옮긴 사무실에서는 바다가 훤하게 보여서 시원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무실이 옮겨오기는 했지만 바로 마나통이 들어온 것은 아니었다.
미우라도 아버지에게서 분리해서 회사를 설립하느라 바빴고, 중국에 연락을 해두었지만 그곳에서 마나통이 들어오는 데도 시간이 필요했다.
아직은 여전히 화장장을 돌며 직접 청소하며 마나통을 수거하고 있었다.
그러다 일곱 번째 소환이 이루어졌다.
<집사! 여기는 또 어디야?>
쏴아아아! 쏴아아아!
소환이 완료되고 가장 먼저 느낀 것은 물 소리였다.
근처에 큰 폭포가 있는 것 같았다.
시원스럽게 떨어지는 물소리 때문인지 서늘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바로 옷을 꺼내 입었다.
'이번 소환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집사가?>
'아니 일반 사람들 말이야.'
<기후가 달라서 고생을 하겠다.>
전생에는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현생에서 새롭게 안 사실이 하나 있다.
그것은 스트레스였다.
비세계는 스트레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다.
소환을 경험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자신들이 주기적으로 지구를 다녀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이곳에서 얼마의 시간을 보내든 단 1초의 시간조차 흐르지 않는다는 것도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 상태로 현재 일곱 달째였다.
물론 이곳에서 보낸 시간이 정확하게 7개월은 아니었지만 계속 낯선 환경을 접해야 하는 것은 어지간한 정신력으로는 버티기 어려웠다.
그것마저 시험에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말이다.
"또! 또 여기는 어디야! 어디냐고! 왜! 왜에에에!"
여인의 울부짖음이었다.
적응할 만하면 옮겨지니 미치고 팔짝 뛸 일이었다.
각성하지 못한 사람들이 비세계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축복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마지막 소환까지 마나통을 보존하는 사람들도 개개인에 따라 비세계를 기억하는 정도가 달랐는데 어쩌면 감당할 수 있는 정도만 기억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지금 이곳은 나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간혹은 혼자 있는 곳에 소환이 되기도 했는데 여기는 주변에 사람이 많은 것 같았다.
이럴 때는 바뀐 환경을 빠르게 파악하고 주변에 누가 있는지 정도는 살펴야했다.
그리고 그런 방법으로 가장 좋은 것은 나무타기였다.
이곳의 나무는 무척 컸다.
빛의 나무에 비하면 작은 편이지만 튼실한 것이 오르기도 좋았다.
사람들의 이목이 쏠리기 전에 재빨리 나무에 올랐다.
나무를 오르는 중간 중간 아래를 살피니 넓지 않은 곳에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충분히 나무를 올라 나뭇잎 사이에 몸을 숨겼다.
그리고 그동안 모인 마나가 얼마나 되는지 확인했다.
1007마나!
지난번에 보상으로 천 마나를 얻은 이후에 겨우 7이 오른 것이었다.
사실 며칠 되지 않은 사이에 마나 7이 올랐으면 많이 오른 것이었지만 부족하게만 느껴졌다.
<집사! 마나통 저장고 보여줘.>
'좋지.'
마나통 저장고를 나호와 소환수들이 모두 볼 수 있도록 허공에 띄웠다.
<우와아아!>
쫑! 쪼로로로!
꾸룰룰루!
음머어어어!
꼬물!
제각기 표현 방식은 달랐지만 마나통 저장고를 보며 지르는 환호성이었다.
마나통 저장고에 담긴 마나통은 비세계에 오면 활성화가 된다.
지구에 있을 때는 도저히 산 사람의 몸에서 나온 것이라고는 볼 수 없는 모습이지만 이곳에 오면 활동을 시작하며 푸르게 빛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마나통을 떼어낸 사람들에게는 공포의 시작이었다.
통증을 느끼기 때문이었다.
지구에서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 떼어냈는데 이곳에서 고통을 느끼는 것이었다.
입 냄새도 마찬가지였다.
각성 예외자도 마나통을 떼어낸 사람과 똑같은 고통을 느꼈다.
아직 누구에게도 팔리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건 변하지 않았다.
시스템이 어딘가에 보관하고 있을 마나통이지만 자신의 몸에 있어야할 것이 없기 때문에 느껴지는 고통이었다.
지구에서 마나통을 제거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억울해했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그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집사! 몇 개나 되는 거야? 장관이다. 별이 정말 잘 보이는 곳에서 밤하늘을 보면 저런 느낌일까?>
'글쎄. 현재 1,433,824개야. 그중 대부분이 일본 거고.'
저 중에서 80%가 일본인의 마나통이었다.
나머지 20% 중 대다수는 한국인의 것이고 다음은 중국인이 많았다.
아직 중국에서 마나통이 들어오지 않았는데 많은 이유는 중국인들이 일본에 와서 수술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었다.
단체로 의료관광을 와서 떼고 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일본의 병원들은 연일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6개월 후에는 온갖 비난에 휩싸이겠지만 그때는 왕래가 불가능하니 급한 불은 피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지금처럼 대처를 한다면 어쩌면 대변혁 직후에도 국제간의 왕래가 가능할지도 모른다.
<백만 개가 넘은 것이 얼마 되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많이 늘었다.>
'최우선으로 마나통을 구매했으니까.'
마나통은 50%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었다.
할인해주지 않아도 살 생각인데 할인까지 해주니 사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사면 살수록 쉽게 마나를 모으고, 그 마나로 또 마나통을 구매하니 선순환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아직 다른 조건은 개방되지 않았지?>
'마나통 획득 조건?'
<응!>
'아직 감감무소식이야.'
<궁금하게 말이야. 이거 또 정보 사게 하려고 이렇게 찔끔찔끔 흘리는 거 아니야?>
'그럴지도 모르지.'
나호와는 심상으로 대화중이었다.
근처에 소환된 사람이 많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 나호가 묻고 있는 것은 수거나 매매 이외의 마나통 획득 방법을 묻고 있는 것이었다.
마나통 저장고는 마나통의 수가 늘어날수록 기능이 늘어나고 있었다.
처음에는 자동입고 되는 기능만 개방이 됐었고 계속 마나통이 늘어날수록 거리가 늘어났다.
그래서 현재 가능한 거리는 5미터였다.
그런데 마나통이 30만개가 되었을 때 '호감' 기능이 열렸다.
마나통 저장고에 마나통이 들어와 있는 사람은 날 보면 호감이 1% 상승하는 것이었다.
그 이후 호감도가 계속 상승하나 했더니 그건 아니었다.
호감도는 1% 상승에서 변하지 않았다.
그 이후 50만개가 되었을 때는 '거부감 감소' 기능이 열렸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나에 대한 거부감이 1% 감소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100만개가 되었을 때 수거나 구매 이외의 방법으로 마나통을 획득할 수 있는 방법의 1차 조건이 만족되었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즉 수거나 구매 이외의 방법으로도 마나통을 획득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말이었다.
아무래도 이것이 각성자의 마나통을 빼앗을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은데 이에 대한 말은 그 이후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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