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 생존게임! '나 잡아봐아라!'
대변혁 초기에는 사람들이 자신의 가슴에 마나홀이 있다는 것도 자각하지 못했다.
마나통의 유무와 상관없이 마나홀이 생긴 모든 사람, 즉 어린 아이를 제외한 모든 사람에게 상태창이라는 것이 생겼지만 상태창은 친절하지 않았다.
여러 시행착오를 통해 서서히 마나홀과 마나통 그리고 상태창을 알아가야 했다.
이때에도 오션 28과 마나통을 연관 지어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션 28 수술을 받은 사람과 자연 치유가 됐던 사람은 대변혁 직후 반드시 가슴 통증과 입 냄새가 다시 시작되었지만 그것이 마나통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한 것이다.
그저 다시 병이 생겼다고만 생각했다.
사실 이것도 사회가 어느 정도 안정이 된 이후에나 생각한 것이었다.
살아남기 급급했던 초기에는 입 냄새 쯤은 문제가 되지 않았고, 가슴 통증은 그저 견뎌내야 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어쨌든 상태창을 가진 모든 사람은 자신의 마나통을 자신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상태창에 마나통이 팔렸다고는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발현율 0%이라는 것이 힌트가 됐지만 단지 자신이 가진 마나를 사용할 수 없다고만 생각했다.
그리고 노력하면 발현율이 상승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다.
절대로 그럴 일은 없었지만 말이다.
나중에 발현률 0%인 사람들은 마나통이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걸 누군가가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자그마치 대변혁 8년 후 일부 각성자들이 양심 고백을 통해 마나통의 거래를 알렸지만 이것도 발현율 0%인 사람들의 마나통만 거래된다고 생각했다.
발현율이 단 1%라도 되는 사람들은 당연히 자신들이 마나통을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각성자는 말할 것도 없었고 말이다.
그런데 죽기 전에 알게 된 사실!
각성자인 내 마나통이 자그마치 20년 전, 미우라가 한국에 온 직후에 이미 미우라의 손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쭉 놈의 마나 배터리이자 성장의 동력으로 살았다는 말이었다.
믿기지 않고, 믿고 싶지도 않은 일이지만 사실이었다.
놈에게는 상점에 올라오지 않은 마나통도 구매하거나 빼앗을 방법이 있었다는 말이었다.
언젠가 각성자의 마나통까지 빼앗을 수 있는 기능이 열릴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리 마나통을 수거해도 반응이 없었다.
그러다 마나통을 백만 개 수거한 순간 '수거와 구매'이외의 방법으로 마나통을 얻을 수 있는 1차 조건이 달성되었다는 메시지를 들었다.
드디어 실체를 확인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다시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
막연히 대변혁 이후에 열리지 않을까 싶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메시지가 들렸다.
이번 소환에서는 바로 조건을 알려줄 모양이었다.
[띠링! 반갑습니다. 오늘은 조금 쌀쌀하네요. 옷을 잘 챙겨 있으셔야겠어요.]
<집사! 평상시의 시스템이 아닌 것 같은데?>
시스템은 항상 정중하고 딱딱했다.
그런데 지금의 시스템은 소환된 사람들의 고통을 즐거워하는 것 같았다.
[이제 슬슬 여러분도 이 상황에 익숙해지셨죠? 그래도 여기 계신 분 중에는 놀랍도록 잘 적응한 몇몇 분도 계시네요. 나머지는 모두 쓰레기에 가깝지만요. 분발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웃음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시스템은 웃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이번에 여러분이 확실히 열심히 할 수밖에 없는 시험을 준비했어요. 일명 '나 잡아 봐아라!'.]
유난히 과장되게 말하는 시스템은 마치 재미난 장난감을 앞에 둔 악당 같았다.
[여러분은 잠시 후 흩어지게 될 거예요. 가족? 이번에는 개별 시험이라 그런 거 고려하지 않아요. 살아남는 것이 가족에게 힘이 된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겠죠?]
[이번 시험에서 1등을 하면 특별한 선물이 있으니 열심히 하세요. 지금부터 시험 방법을 설명할게요. 단 한 번만 설명할 테니 새겨들으시고요······.]
게임방식은 어릴 적 해본 총 게임과 비슷한 방식이었다.
넓은 곳에 던져놓고 적을 처리하는 방식이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물총이었다.
얼굴이나, 목, 가슴위의 명찰에 정확에 맞으면 탈락이었다.
세 번 연속으로 적을 맞히지 못하면 5분간 총이 발사되지 않고, 한 사람을 세 번 놓치면 열두 시간이 지나야 다시 그 사람을 맞힐 수 있었다.
처음에는 넓은 장소에서 시험이 시작되겠지만 점점 시험 장소는 좁아지게 되며 마지막에는 축구장 한 개 크기로 줄어든다고 했다.
[잠시 후부터 축구장 한 개 크기로 줄어들 때까지 걸릴 시간은 한 달이에요. 길죠? 하지만 여러분은 시간이 줄어드는 것을 느낄 새가 없을 거예요.]
[1등을 하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최대한 오래 살아남도록 하세요. 그래야 두루두루 좋답니다.]
[한 달이 길다고 느끼시는 분들이 계시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쉬운 방법이 있어요. 모두 탈락시켜버리면 돼요. 그럼 하루만에도 종료될 수 있죠. 그럼 지금부터···.]
시스템이 시작을 알리려는 것 같았다.
'꾸루야! 저기 저놈 알지. 그놈 옆에 꼭 붙어있어. 그리고 어디로 떨어졌는지 알려줘.'
재빨리 꾸루에게 부탁을 했다.
꾸루가 대기실에서 나와 미우라 놈 옆으로 섰다.
꾸루가 같은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 놈의 옷자락에 날개를 살짝 가져다 댔는데도 미우라는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물총을 지급하겠습니다. 물총은 개인 취향을 최대한 고려했으니 그리 아시고, 불만이 있다면 자신의 취향을 탓하세요. 아! 참고로 총알은 세 사람을 처리할 때마다 자동으로 충전되니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 말은 세 사람을 처리하기 전에는 총알이 자동으로 충전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총알을 얻어야할까?
이건 뻔했다.
뺏거나 빼앗기거나···.
물총을 지급하겠다더니 아무것도 지급된 것이 없었다.
하지만 시스템은 이미 지급한 것처럼 다음 말을 이어갔다.
[자, 그럼 눈을 감아주시겠어요? 여러분의 눈을 보호하려는 배려이니 감사하게 생각하시고 갑니다. 출바아알!]
잠깐 놀이동산에 와 있는 것 같았다.
시스템의 목소리와 톤이 딱 그랬다.
시스템의 말대로 눈을 감자 번쩍 하는 것 같더니 주위가 조용해졌다.
어딘가로 옮겨졌다는 것이었다.
아마 처음 있었던 곳이 확 넓어지면서 뿔뿔이 흩어진 것 같았다.
<집사! 미우라 놈을 떨어뜨리기 딱 좋은 기회다.>
'그렇지.'
바로 꾸루를 소환하려다 꾸루도 주변을 확인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다.
5분 정도 후에 소환하기로 하고 주변을 먼저 둘러보았다.
폭포소리가 크게 들렸었는데 옮겨진 곳에서는 폭포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일반인들은 전혀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소리였다.
주변을 파악하기 위해 나무를 올랐다.
사정거리 안에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사정거리 밖으로는 간간이 사람이 보였다.
지금 내가 있는 그룹은 평상시처럼 오천 명 정도가 아니었다.
최소가 1만 오천 명, 최대 2만 명 정도의 되는 것이었다.
조금 빨리 움직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절대 1주일 이상 시험을 끌 생각이 없었다.
<집사! 어디부터 시작할 거야?>
'여기부터 해야지. 그리고 최대한 빨리 미우란 놈에게 가야지.'
<좋아. 애들 나오라고 할까?>
'좋지.'
경험치 때문에 최대한 도움을 받지 않으려고 해서 그렇지 소환수들은 내 전력이었다.
그러니 필요할 때는 이들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현명했다.
비세계로 쪼롱이가 나오고 쪼롱이 뒤로 사냥조와 전령조들이 줄줄이 따라 나왔다.
하지만 반반이와 반반이 가족은 밖으로 나올 수 없었다.
꼬물이는 말할 것도 없고···.
다른 때 같으면 쪼롱거릴 쪼롱이가 조용히 어깨에 앉았다.
쪼롱이의 고갯짓 몇 번에 호위조 열 마리가 내 주위에 배치됐고, 나머지 새들은 사방으로 흩어졌다.
정찰을 위한 비행이었다.
호위를 맡은 새들도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않기 위해 적당하게 떨어져 있었다.
그 상태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에게 접근했다.
총은 이미 손에 쥐어진 상태였다.
번쩍하는 순간 손에 쥐어져 있었던 것이다.
총의 사정거리를 확인하고 싶지만 세 번 오발을 하면 5분간 총을 쏘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을 상대로 실험하기로 했다.
물총이어서 부담은 없었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은 50대 중반의 아주머니였다.
벚꽃 문양의 거대한 장식이 많이 달린 물총을 든 아주머니는 벌벌 떨면서 앞을 주시하고 있었다.
픽!
물총을 쏘는 소리는 생각보다 작았다.
"아야!"
하지만 아주머니의 목소리는 짧고도 날카로웠다.
아주머니의 비명 같은 소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으아악! 엄마! 엄마아아아! 히로시이이! 히로시이이! 어어어엉! 엉! 어어엉!"
아주머니의 울음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생각보다 아픈가?>
'충격은 크지 않은 것 같았는데?'
사정거리가 확실하지 않아 2미터 떨어진 나무 뒤에서 목을 쏜 것이었다.
물총이 발사될 때 소리는 작지만 확실했다.
하지만 맞을 때는 거의 소리가 나지 않았다.
충격 자체는 그리 크지 않다는 말이었다.
'맞고 난 후에 아픈 건가?'
내 몸에 대고 실험을 해볼 수도 없으니 넘어가기로 했다.
아주머니가 소리를 지르자 이쪽으로 시선이 집중되었다.
재빨리 몸을 낮추고 아주머니 쪽으로 걸어오는 30대 중반의 남자를 쏘았다.
남자와의 거리는 8미터 남짓!
픽!
"윽!"
남자의 목에 정확하게 물총 자국이 났다.
아주머니에게 날아간 총알은 붉은색이었는데 이번에는 노란색이었다.
남자도 잠시 후에 목을 잡고 주저앉았다.
<확실히 맞은 후에 고통이 따르나봐.>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처음 총을 맞았던 아주머니가 사라지고 있었다.
총을 맞은 두 사람 모두 마나통을 잃은 사람 같았다.
각성 예외자가 되도 매번 소환이 된다.
그리고 그 사람들도 똑같은 시험을 치른다.
이미 각성 예외자가 된 사람 중 그 이후의 시험을 의외로 잘 치르는 사람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마나통을 잃은 사람은 아무리 잘해도 다시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마나통을 이미 잃은 사람은 대개는 마나통을 가지고 있는 사람보다는 능력이 떨어졌다.
이전 시험에서 빨리 떨어지면서 경험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이지만 발현율이 0%인 것도 원인 중의 하나 같았다.
아직 각성을 하지 못했고 발현율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이곳의 마나를 사용할 수 있었다.
물론 스킬 같은 것으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고 조금 더 몸을 편하게 움직이는 것이었다.
정식 스킬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효과는 매우 적었지만 아예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두 사람을 정리한 다음 바로 꾸루를 소환했다.
꾸루가 소환되어 대기실로 돌아왔다.
꾸루를 확인하고는 바로 총을 발사했다.
픽!
조금 전 아주머니가 내는 소리를 듣고 접근하는 사람을 처리한 것이었다.
"윽! 으아악!"
이번에는 검은색의 물감이 남자의 목에 맞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맞고 몇 초 후 고통을 호소했다.
그리고 총을 맞은 지 1분 정도 후 사라졌다.
바로 소환이 해제되는지 아니면 일정한 장소로 이동이 되는지는 알 수 없었다.
픽! 픽! 픽! 픽!
총을 맞고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의 소리를 듣고 알아서 찾아와주니 이것보다 좋을 수가 없었다.
나무 뒤에서 편안하게 앉아서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을 맞추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뒤는 나호와 세 마리의 호위조가 감시하고 있으니 나는 앞쪽만 살피면 되었다.
<집사! 일곱 시 방향!>
뒤로 오는 사람은 없어서 안심을 했더니 뒤로 접근하는 사람도 있었다.
픽!
남자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재빨리 몸을 낮추면서 총을 쏘았다.
이번에는 총알이 남자의 얼굴에 맞았다.
총을 맞은 남자의 얼굴이 퍼렇게 되었다
이번에는 푸른 물감이었던 것이다.
픽! 픽! 픽! 픽!
같은 장소에서 30명을 처리했다.
물총으로 쏘는 것이라 부담도 없었다.
<이제 없는 것 같아.>
'꾸루야! 미우라 놈과 같은 곳으로 이동됐어?'
개별적으로 이동이 된다고 했지만 꾸루는 새이니 같은 곳으로 이동이 될 수도 있었다.
루루!
꾸루가 기대와 어긋난 대답을 하게 된 것이 미안한지 힘이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지만 이내 뭔가 열심히 말하는 꾸루였다.
꾸꾸룰루 꾸룰루!
<뭐라는 거야?>
답답한지 나호가 쪼롱이를 잠시 노려보았다.
하지만 이럴 때 쪼롱이의 반응은 항상 같았다.
시선을 외면한 채 모른 체 할뿐이었다.
꾸룰루! 꾸룰루! 꾸!
꾸루가 자꾸 왼편을 가리키며 뭔가를 열심히 말했다.
'꾸루야! 혹시 미우라 놈이 어디 있는지 아는 거야?'
꾸루가 막 대답을 하려는 순간 호위조 한 마리가 퍼덕거렸다.
저것은 나에게 접근하는 적이 있다는 말이었다.
재빨리 몸을 낮추고 신호를 보낸 호위조가 있는 세 시 방향을 주시했다.
세 시 방향에서는 세 사람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며 접근하고 있었다.
"나는 이게 뭐야?"
남자가 들어 보이는 것은 자신의 물총이었다.
어린이 캐릭터가 그려진 물총은 일곱 살 아이가 쓰면 딱 좋을 모양이었다.
"이건 소리도 커. 나 이러다 죽는 거 아니야? 이거 시스템인가 뭔가가 너무 불공평한 것 아니야?"
"네 취향을 원망하는 말 잊었어. 하하하!"
"그러는 네 것은 어떻고? 나는 그래도 너에 비하면 양반이야."
캐릭터 물총을 든 남자가 가리킨 여자가 든 물총은 여자의 누드 모양이었다.
"이거 너무 웃겨. 내 성적 취향을 반영하면 어쩌자는 거야? 나 여기 와서 처음으로 웃었잖아. 하하하!"
<여기가 어떤 곳인지 아직 깨닫지 못한 것 같네.>
픽! 픽! 픽!
나들이라도 온 것 같은 세 사람이 쓰러졌다.
그 순간 꾸루의 대답이 들려왔다.
강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