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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109화 (109/350)

109. 생존방법

따아악! 탁! 딱! 따다닥! 따아악!

턱! 터덕! 터어억! 따악! 퍽! 타아악!

잠시 들리지 않아 검놀이는 보지 못하나 했더니 다시 목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분명 검을 체계적으로 배운 사람들끼리의 대련이나 다툼이었다.

한쪽은 간간이 발길질도 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검이 부딪히는 소리가 나기 시작하면서 주위가 조용해졌다.

모두가 숨죽여 지켜보는 것 같았다.

걸음을 조금 서둘러서 소리가 나는 쪽으로 이동하려고 할 때였다.

쪼로!

쪼롱이가 작은 소리를 내며 내 앞을 가로막았다.

이번에는 완전히 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었다.

단지 속도를 늦추는 것이었다.

쪼롱이의 이런 행동은 정찰 중인 새들의 보고를 계속 받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속도를 늦추자 그제야 안심을 하는 쪼롱이었다.

<집사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강해. 너무 조심성이 많아도 집사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 조절 잘 해야 한다!>

쫑!

자신의 조언에 작지만 명확한 소리로 대답하는 쪼롱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나호가 조금 더 앞으로 걸어 나갔다.

이런 숲에서는 간혹 나호가 부러울 때가 있었다.

나호는 수풀이 아무리 우거진 곳에서도 직진할 수 있었다.

영체 상태이니 가지 못할 곳이 없는 것이었다.

지금도 아무렇지도 않게 가시덤불을 지나갔다.

감각은 간혹 예상치 못한 놀라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

특히 비세계에서는 더 그랬다.

땀 냄새를 비롯한 온갖 꼬질꼬질한 냄새!

비세계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씻지 못한 사람들에게서 나는 냄새였다.

이 냄새만으로도 대략 사람의 위치나 수를 파악할 수 있었다.

가시덤불 너머에는 아무리 못해도 백 명 이상의 사람이 있는 것 같았다.

쪼롱이에게 미리 듣기는 했지만 놀라운 숫자였다.

'나 잡아 봐라'가 시작된 지 이제 겨우 세 시간 남짓이었다.

이 짧은 시간 동안 백 명 이상의 공동체를 이루었다면 만난 사람 전부를 받아들였다고 봐야 할 것 같았다.

그런 공동체가 하나만 나와도 놀라운데 둘이나 나오고 그들끼리 싸운다?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사실 나를 제외한 사람들은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구에서 비세계를 다녀오는 것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이곳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더구나 세 번째 소환이 끝난 이후로는 계속해서 환경이 바뀌고 그때마다 험난한 시험을 마주하게 되다보니 저들 나름의 생존전략을 갖추어 놓은 상태였다.

그중 하나가 빠른 공동체 형성이었다.

혼자보다는 둘, 둘보다는 셋, 넷이 생존에 유리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이렇다보니 낯선 사람을 공동체로 받아들이는 것에 주저함이 없었다.

물론 다 이러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백 명 이상의 공동체는 시간적으로 맞지 않았다.

<집사! 대략 백삼사십 명 정도 될 것 같은데?>

나보다 5미터를 앞서 가던 나호가 말했다.

나호의 목소리에 다급함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 사냥조들이 생각했던 것보다는 위험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따다닥! 따아악! 탁! 턱! 타닥!

몇 걸음을 더 걸어가자 수풀 너머의 사람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순간 내가 비세계에 와 있는 것이 맞나 싶었다.

지금 눈앞의 사람들이 보이는 모습은 내가 상상했던 것과 너무 달랐기 때문이었다.

빙 둘러앉은 사람들!

그리고 가운데에서 검을 부딪치고 있는 두 사람!

그들은 도저히 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검은 제법 매섭게 휘두르고 있었지만 저건 약속 대련이 분명했다.

하지만 언 듯 보면 약속대련으로 보이지 않을 만큼 날카롭게 움직이는 두 사람이었다.

오랫동안 합을 맞췄다는 증거였다.

<뭐 하는 거지?>

'저들은 시험에 관심이 없는 거야. 그저 이 시간들을 보내는 거지.'

저 사람들을 보자 떠오르는 전생의 기억!

내가 기억하는 전생의 비세계는 후반기, 즉 이번 소환부터였다.

그리고 그 기억 속의 비세계에서 이해하지 못할 기억들이 몇 있었다.

시험과 상관없었던 사람들!

분명 시험의 장이라고 했는데 시험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던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는 그것이 비세계에서 만나게 되는 이세계인이라고 생각했다.

게임의 NPC처럼 우리의 시험과 상관없는 이세계인들 말이다.

그런데 저들을 보니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세계인이나 NPC가 아니라 같은 소환자였을 가능성이 더 높은 것 같았다.

명확하게 기억나지 않아 단언할 수는 없지만···.

지금 눈앞의 사람들은 시스템이 말한 시험에는 관심도 없는 것 같았다.

전혀 별개인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들···.

<뭐하는 거지? 열심히 해도 모자랄 판에···.>

'저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잖아.'

나호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이해되지 않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저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딘가에 불려가서 시험이랍시고 몰아붙이는데 하란 대로 하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떻게 할 거야?>

'처리하고 가야지. 어차피 시험에 관심도 없는 사람들이니 쉬게 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금세 끝나겠네?>

'그럴까?'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시험에 관심이 없으니 약한 거 아니야?>

'시험에 관심이 없으니 어떤 면에서는 더 강할 수도 있어.'

나호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전생의 비세계 중에는 도심으로 소환된 적도 있었다.

도심에 살면서 외곽의 몬스터를 처리하며 일정 기간을 보내는 시험이었다.

이때 몬스터 사냥은 전혀 하지 않은 채 정말 NPC처럼 도심에 사는 사람들이 있었다.

현지인처럼 살던 사람들.

약할 거라고 생각하고 이들을 털어먹으려다 큰 코 다치는 경우를 여러 번 목격했었다.

시험에는 관심 없지만 생존에는 그만큼 더 민감했을 사람들이었다.

<그럼! 혼자 상대하기는 너무 많지 않아?>

'괜찮아. 아직 저들 중 강한 사람은 몇 되지 않아 보이니까.'

시험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강해질 것이다.

시스템이 바라는 쪽과는 거리가 멀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아직 저들 중 강해 보이는 사람은 몇 되지 않았다.

그들부터 처리해버린다면 간단하게 제압이 가능할 것 같았다.

픽! 픽! 픽!

사냥조의 도움을 받을 필요도 없었다.

이들은 시스템에게 받은 물총마저 옆에 두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세 개의 총알은 검을 맞대고 있던 두 사람과 이곳의 대장으로 보이는 사람을 맞추었다.

빗맞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윽! 누구냐?"

"악! 보초는 뭘 하고···."

"아악! 다들 무기 들어!"

지금 여기에서 들어야 하는 무기는 시스템이 제공한 물총이었다.

하지만 저들이 들어 올린 무기는 목검이나 나무창, 몽둥이 같은 것들이었다.

<뭐지? 시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건가?>

'이해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무시하는 거야. 그저 살아가겠다는 거지.'

<이해되지 않아.>

이 시험이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오는지 잘 알고 있는 우리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태도이지만 저들은 저들 나름 찾은 생존방법이었다.

창이나 목검을 든 사람들은 그래도 자세가 나오는 사람들도 몇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무 막대기를 들어 올린 자세가 아직 어설펐다.

"대, 대장님이 당했어."

"이번 적은 너무··· 너무 강한 거 아니야?"

"흩어져!"

"아악! 무서워!"

주도적인 세 사람이 사라지고 나자 남은 사람들은 오합지졸이 따로 없었다.

픽! 픽! 픽! 픽!

모여 있는 것이 이리 고마울 수가 없었다.

"어디야? 어디서 공격이 날아오는 거지?"

"저쪽이야! 아니 뒤쪽인가?"

둥글게 둘러앉아 대련을 관람하던 사람들은 우왕좌왕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그리고 그런 그들에게 어김없이 총알이 날아들었다.

그리고 빠르게 사람들의 수가 줄어들고 있었다.

절반 정도의 사람이 사라졌을 때였다.

살기위해 몸부림칠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갑자기 의외의 행동을 보였다.

공터 중앙에 모이더니 죽음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죽이시오.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죽이시오."

<이건 또 뭐야?>

"어차피 잠시 후면 다른 곳에서 깨어날 것이 분명하니 죽이란 말이야!"

"대장님 말씀대로 더 강해져야 해."

"어차피 우리끼리는 살아남지 못해! 그러니 죽여어어!"

자조적으로 외치는 소리는 묘한 느낌을 자아냈다.

<포기하는 거야? 죽음이 두렵지 않나? 몇 번을 경험해도 죽음은 싫을 것 같은데?>

픽! 픽! 픽! 픽!

가운데로 모인 사람들을 처리하는 것은 단 몇 분도 걸리지 않았다.

물총을 맞고 잠시 후 고통을 호소하던 사람들은 1분도 지나지 않아서 모두 사라졌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순순히 죽음을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다.

시스템의 시험은 거부했지만 그렇다고 죽음까지 받아들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집사는 이해가 돼? 나는 이해할 수 없어. 끝까지 맞서야지. 죽이라니···.>

'나도 이해하지 못해. 나라면 끝까지 맞설 것 같거든.'

<이런 사람들이 많을까?>

'적진 않겠지.'

우린 달아난 몇 사람을 쫓고 있었다.

죽음을 자청하며 공터로 사람들이 모여들 때 살겠다고 달아난 사람들이었다.

달아나도록 내버려둘 수도 있지만 그들의 입에서 나온 늑대라는 말이 이들을 쫓게 했다.

이 숲에서 늑대를 사냥했을 수도 있지만 혹시 늑대가 나오는 던전이 있나 싶어서 쫓는 것이었다.

달아났던 사람들이 도착한 곳은 공터와 멀지 않은 곳이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동굴이 하나 있었다.

내가 자신들을 쫓아오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동굴로 쏙 들어가는 세 사람이었다.

<무슨 자신감이지?>

'안에 길이 여러 갈래일 수도 있지.'

<그런 동굴이 있기도 하지.>

세 사람의 뒤를 쫓아 동굴로 들어섰다.

동굴의 천장은 매우 높았다.

그래서 서늘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늑대가 살 것 같지는 않은 동굴이었다.

늑대의 흔적도 보이지 않았고···.

타다다다다다!

타다다다!

앞서 달리는 세 사람의 발소리였다.

세 사람은 망설임 없이 달리고 있었다.

확실한 목적지가 있다는 말이었다.

그들의 목적지도 동굴입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집사! 던전이야.>

비세계에서 던전은 이미 이전에 경험한 적이 있었다.

지구에 형성되는 던전과는 여러모로 다른 던전이었다.

그런데 앞선 세 사람은 그런 던전 안으로 아무런 망설임 없이 들어가 버렸다.

'덩굴손이 존재하지 않는 던전이네.'

<정말! 덩굴손이 없었어. 여기도 미개방 던전인 건가?>

'그건 아닐 거야. 지구에 형성되는 던전과 다른 거겠지.'

세 사람의 뒤를 따라 던전에 입장한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물총이었다.

바닥에 엄청난 양의 물총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다 모셔놨었네.>

나호가 말하는 순간 재빨리 몸을 엎드렸다.

그리고 방금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총을 쏘았다.

픽!

쫑! 쪼로로로!

쪼롱이가 왼쪽으로 날아간 것은 내가 총을 쏘는 것과 거의 동시였다.

그리고 잠시 후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으아아악! 으아아악! 내 눈! 내 누우운!"

쪼롱이만 날아간 것은 아니었다.

덩치와 달리 겁이 많은 꾸루가 어느 틈에 내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하얀 날개를 활짝 편 채!

'천사 강림이냐?'

끽끽끽끽 하고 소리 내서 웃고 싶은 것을 겨우 참았다.

앞에서는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꾸루의 날개 끝이 심하게 떨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렇게 겁이 나면서도 날 지키겠다고 앞을 막고 선 것이 기특하기도 하고 듬직하기도 했다.

떨지 않았으면 백 점이었겠지만 떨어서 백오십 점을 맞은 꾸루였다.

오십 점은 두려움을 이겨낸 용기에 부여한 점수였다.

점수에 해당하는 만큼의 칭찬을 결심하는 순간 오른쪽에서 묵직한 소리가 들려왔다.

파아악! 쿵!

"으아악! 억!"

쪼롱이와 꾸루만 활약을 한 것은 아니었다.

식구가 된 이후로 처음으로 반반이가 대기실에서 나온 것은 던전에 입장한 직후였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무언가 날아오는 것을 느끼고 몸을 수그리는 순간이었다.

쪼롱이 날아가는 것과 거의 동시에 나온 반반이는 쪼롱이와 반대 방향으로 거대한 몸을 날렸다.

그리고 조금 전 비명은 반반이의 활약이 만들어낸 소리였다.

반반이가 한 사람을 덮친 것 같았다.

<무시무시하네. 집사를 죽이는 것은 쉽지 않겠다. 꾸루가 저런 반응을 보일지는 몰랐네.>

던전으로 달아났던 사람들은 던전 입구에 매복을 한 채 나를 기다린 것이었다.

물총을 들고서···.

그들은 분명 나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달아난 세 사람은 너무도 허망하게 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집사! 끝났어!>

픽!

나호가 끝났다고 하는 순간 내 물총에서 다시 한 발의 총알이 발사됐다.

늑대를 사냥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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