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 늑대를 사냥하는 방법
물총에서 날아간 총알은 던전 입구에서 멀지 않은 나무 옆이었다.
<집사?>
나호가 깜짝 놀라며 나무가 있는 쪽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부스럭! 타다다다!
동굴도 그렇더니 던전도 발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아니! 저 놈은···.>
던전에는 세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언제 들어왔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던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무 뒤에 숨어 있던 남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남자였다.
쪽! 쪽! 쪽!
쪼롱이도 남자를 확인했는지 남자가 달아난 방향을 향해 날아갔다.
그 뒤를 반반이가 따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집사! 안가?>
앞서 나가던 나호는 걸음을 멈춰야만 했다.
나로부터 5미터 이상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마음은 가장 먼저 놈을 쫓아 덮쳤을 나호였다.
하지만 현실은 내 얼굴만 쳐다보아야 했다.
"확인할 것이 있어."
쪼롱이와 반반이가 쫓아갔으니 남자는 얼마가지 못해 잡힐 것이 분명했다.
그것보다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
우리보다 조금 먼저 들어왔던 세 사람!
한 사람은 내 총에 맞았고 다른 두 사람은 소환수에 의해 생을 달리했다.
그 사람들이 어떻게 됐는지 확인해야 했던 것이다.
<뭘 확인한다는 거야? 저놈부터 잡아야지.>
"물총으로 잡으라고 했지 물리력을 사용해서 죽이라고는 하지 않았잖아. 그러니 확인해야지. 혹시라도 페널티를 먹을 수도 있으니까."
<아! 그렇지. 빨리 확인해봐. 시스템 성질 알잖아.>
나호의 얼굴에 근심이 어렸다.
전생을 함께 보냈다고 하는 나호는 시스템이 어떤 존재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시스템은 정확한 것을 좋아했다.
어느 정도의 아량은 종종 보이지만 늘 그런 것은 아니었다.
금지된 행동을 하면 어떤 방식으로든 제재를 가하는 것이 시스템이었다.
조금 전 사람들처럼 시험을 거부한 사람들에게도 우리가 모르는 제재가 분명 가해졌을 것이다.
각성 예외자 명단에 자동 등재됐을 수도 있고 말이다.
물총을 맞춰 죽인 남자는 당장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
던전 밖과 다르지 않다면 사라졌을 것이 분명했다.
쪼롱이가 처리한 여자를 확인하기 위해 왼쪽으로 이동했다.
<으윽! 꼬물아! 너 눈 감아! 보지 마. 너는 이런 거 보는 거 아니야. 너 스트레스 높아지면 대기실 오염된다.>
나호가 급하게 대기실의 꼬물이에게 말했다.
꼬물이가 뿌리 하나로 눈을 가리는 시늉을 했다.
그저 작게 자란 줄기 앞에 뿌리 하나 가져다 댄 것뿐인데 정말 눈을 가린 것처럼 보였다.
<저 녀석은 고운 것만 보여주며 키워야해. 그래야 나쁜 거 만들어내지 않지.>
나호가 나만 들리도록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리 작은 목소리로 말해도 다 들을 것 같지만 말이다.
나호가 꼬물이에게 보여주기 싫을 정도로 처참한 몰골의 사람이 우리 앞에 놓여있었다.
현실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난리가 났을 것이다.
두 눈이 없고 목의 대동맥이 끊어진 상태!
저렇게 많은 피를 흘렸으니 살아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이미 의식은 없는데도 미약한 숨은 붙어 있었다.
편안하게 보내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픽!
총알은 여자의 가슴에 맞았다.
잠시 후 여자는 사라질 것이었다.
<쪼롱이가 이 정도면 반반이에게 당한 사람은 죽었겠다. 험한 꼴은 아니어야 할 텐데. 꼬물이 너 계속 눈 감고 있어. 형이 보라고 할 때까지 보지 않는 거야! 알았어?>
꼬물!
반반이가 처리한 사람은 가슴을 밟힌 상태였다.
그런데 이 사람도 숨이 붙은 상태였다.
"시스템의 설정인 건가?"
<쪼롱이와 반반이가 힘 조절을 했을 수도 있어.>
"이렇게 절묘하게?"
쪼롱이와 반반이가 내가 확인할 시간까지 고려해서 숨을 붙여놨다고 말하기에는 두 사람의 상태가 너무 험했다.
특히 반반이에게 당한 사람은 즉사했어야 하는 상태였다.
그런데도 숨이 붙어있었다는 것은 이번 시험에서는 물총으로만 처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집사! 왜 웃어? 방금 그 웃음은 좀 무서웠어.>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나보다.
두 사람의 죽음을 확인하며 미우라를 떠올렸기 때문이었다.
"물총으로만 죽일 수 있나봐. 그리고 그 전에 무슨 짓을 해도 숨이 끊어지지 않는 것 같아."
<그게 왜?>
"미우라!"
<미우라? 아! 으하하하하! 으흐흐! 집사가 그런 미소를 지을만하네. 빨리 보고 싶네.>
나호가 광소에 가까운 웃음을 터뜨렸다.
반반이에게 당한 남자까지 처리를 한 후 쪼롱이와 반반이가 간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우리가 있는 방향으로 걸어오고 있는 반반이를 만났다.
"왜? 길이 좁아서 가지 못한 거야?"
음머어어어!
나무가 점점 빽빽해진다고 생각했는데 앞은 더 심한 모양이었다.
<뼈다귀를 연상시키는 몸을 가진 것이 도움이 되는 건가?>
달아나던 놈을 생각했는지 나호가 뼈다귀를 언급했다.
조금 전 달아난 놈은 나와 같은 그룹에 속한 놈이었다.
진작 마나통은 잃은 놈인데도 공동체의 대장으로 군림하고 있었다.
뼈다귀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놈은 육체적으로 강한 것은 아니었다.
놈이 공동체의 대장으로 있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눈치와 입이었다.
말빨로는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놈의 직업은 사기꾼!
사기전과가 세 번이나 있는 남자였다.
그런 놈이 여기서도 입으로 먹고 살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쪼로롱!
반반이를 대기실로 들여보내고 걷고 있는데 쪼롱이가 날아왔다.
그런데 날갯짓이 유난히 가벼워 보였다.
<먹었네. 먹었어!>
나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쪼롱이의 부리가 오늘따라 더 붉어보였다.
작은 발톱도 빛나 보이고···.
"잡았어?"
쫑!
<죽였어?>
쭈루!
역시 죽지는 않은 것 같았다.
쪼롱이가 따라오라는 듯 앞서 날았다.
멀지 않은 곳에 조금 전 쪼롱이가 처리한 여자와 비슷한 몰골의 남자가 쓰러져 있었다.
미약한 숨은 붙어 있었지만 이미 과다출혈로 의식은 잃은 상태였다.
물총으로 남자의 숨을 끊어주었다.
쫑!
"그래 잘했어!"
쪼로로!
칭찬이 즐거운지 높이 날아올랐다 다시 돌아오는 쪼롱이었다.
<사냥조 아니랄까봐. 저런 모습에 사냥조들이 복종을 하는 건가? 평상시의 귀여움과 깜찍함은 어디 가고···.>
쪼롱이는 아무 말도 듣지 못했다는 듯 어깨로 내려앉았다.
남자까지 사라지고 나자 이제 던전에는 우리만 남은 상태였다.
조금 전의 공동체는 분명 이 던전에서 늑대를 사냥한 것 같았다.
그런데 어디에도 늑대는 보이지 않았다.
분명 늑대를 언급하며 이 던전으로 들어왔는데···.
설마 조금 전 쪼롱이가 잡은 뼈다귀 남자를 두고 늑대라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메시지가 들려왔다.
['늑대의 숲'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곳은 이번 시험 동안 여러분에게 먹거리를 제공하는 곳입니다.]
[아! 시간이 걱정이라고요? 걱정하지 마세요. 이곳에서 열 시간을 보내면 밖에서는 한 시간밖에 흐리지 않으니까요. 안심하고 먹거리를 준비하실 수 있겠죠? 대신 늑대는 조금 흉포할 거예요. 그럼 사냥을 즐겨보아요.]
<흉포하다고? 그런 늑대를 아까 그 정도의 사람들이 열 마리도 넘게 잡았던 거야? 앞뒤가 맞지 않는데?>
나호가 의문을 표했을 때 마치 시스템이 시작 버튼을 누른 것처럼 늑대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야에 늑대가 나타났다.
쫑!
비세계에서 여러 몬스터를 접한 쪼롱이도 놀라 소리를 지를 정도로 거대한 늑대였다.
근육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늑대는 마치 검은 재규어처럼 보였다.
늑대는 나를 발견하자 바로 달려들었다.
늑대는 무리사냥을 즐겨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녀석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전혀 소통을 하지 않고 달려들고 있었는데 마치 서로 먹이경쟁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집사! 굶주린 것 같아. 그것도 많이.>
나호가 다급하게 외쳤다.
하지만 나는 그리 다급할 것이 없었다.
인벤토리에서 창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옆으로 피하며 창을 앞으로 뻗었다.
늑대의 움직임을 고려한 것이었기 때문에 창이 늑대를 길게 베어야 했다.
그런데 내가 예상한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 펼쳐졌다.
띠이잉!
마치 탄력 좋은 고무를 내리친 것 같은 감각이 돌아온 것이었다.
늑대의 몸에 상처가 남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뭐지? 집사의 힘으로도 뚫지 못하는 거야? 이거 말이 안 되는데?>
창이 들어가지 않을 수는 있었다.
몬스터 중에는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특성을 가진 녀석들도 있으니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조금 전 공동체는?
내 공격도 받아내는 녀석을 잡았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이 십분의 일이라고 하더라도 말이 되지 않았다.
크르르릉! 크르릉! 캬아악!
뒤이어 또 다른 늑대가 몸을 날렸다.
점프력이 놀라울 정도였다.
앞발로 머리를 짓뭉개버릴 것만 같은 몸짓이었다.
가만히 서있다면 말이다.
하지만 가만히 서서 늑대의 공격에 당할 만큼 어리석지 않았다.
앞으로 굴러 몸을 피한 다음 늑대를 향해 발을 뻗었다.
창이 들어가지 않았으니 몸으로 부딪쳐보는 것이었다.
간혹 몬스터 중에는 무기로는 어떤 타격도 줄 수 없는 녀석들도 있었다.
마법이나 육체로 상대해야 하는 녀석들!
이 늑대가 그런 몬스터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느낌은 이전에 창을 들이댔을 때와 같았다.
<뭐지? 집사! 괜찮아? 피해야 하는 거 아니야?>
공격이 아무런 피해를 주지 못하자 나호가 다급하게 외쳤다.
쫑! 쪽! 쪽!
쪼롱이도 날카롭게 울어댔다.
당장이라고 돕고 싶은 모양이었다.
소환수들에게 미리 말해두지 않으면 끼어들 것 같아 지켜보라고만 했더니 발을 동동 구르는 것이었다.
반반이는 대기실에서 콧김을 내뿜고 있었다.
<집사! 반반이라도 부르자! 저 녀석이 집사 옆에 서있기만 해도 반은 먹고 들어갈 거야.>
"잠깐만 있어봐. 아까 그 사람들도 처리했던 늑대들이야. 내가 처리하지 못할 것은 없어."
<괜한 자존심 내세울 때가 아니라···.>
나호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눈앞에서 너무 황당한 일을 마주했기 때문이었다.
픽! 픽! 픽!
늑대들을 향해 물총을 쏘는 나를 보며 멍하니 입을 벌리던 나호가 소리를 질렀다.
<집사! 뭐하는···. 어랴? 이건 또 무슨 경우야?>
풀썩! 철푸덕! 쿠우웅!
달려들던 자세에 따라 전혀 다른 소리가 났지만 늑대들이 쓰러진 것은 동일했다.
숨이 붙어있는 것도 아니었다.
늑대들은 물총을 맞고 그대로 숨이 끊어지고 말았다.
<미친! 무슨 이런 말도 안 되는···. 이런 것은 미리 말을 해줘야···.>
나호가 시스템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려 하자 시스템의 메시지가 치고 들어왔다.
[띠링! 이런! 이렇게 빨리 비밀을 알아채 버리면 재미없는데···.]
재미난 구경을 놓쳐서 아쉽다는 듯한 시스템이었다.
평상시의 시스템과 너무 다른 반응이었다.
하지만 이어서 들려오는 메시지에 그런 생각들은 멀찍이 달아나고 말았다.
[띠링! 신기록이에요. 늑대 공략법을 가장 빨리 발견했다는 말이죠. 이에 대한 보상도 줘야겠죠? 신기록이 깨지기 전까지 물총의 사정거리를 두 배로 늘려줄게요. 감사하게 생각하세요. 넉넉하게 보상을 책정한 것이니.]
인심 썼다는 듯 말하는 시스템이었지만 정해진 보상만을 지급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이곳에서만 적용되는 건가?"
[말 많은 남자는 싫은데···. 어디 보자. 오오오! 강대한 씨! 아니 강대한 님! 그룹 이탈권을 가지고 계시네요. 놀랍네요.]
시스템의 목소리가 살짝 떨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임시로 맡은 업무에서 큰 실수를 저지른 신입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그룹에서 강대한 님께서 시험을 빨리 마무리하신다면 다른 그룹에서도 사용 가능합니다. 단 지금 가지고 계신 물총을 사용하실 때만 적용됩니다.]
갑자기 시스템이 공손해졌다.
하지만 목소리는 여전히 평상시의 시스템은 아니었다.
<뭐야? 왜 저래? 시스템도 담당자 같은 것이 있나? 이해가 되지 않네.>
픽! 픽! 픽!
시스템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해서 늑대의 공격이 멈추는 것은 아니었다.
공격해 오는 늑대들을 처리하며 보상을 수령하고 있었다.
[띠링! 이곳에서의 사냥은 더 이상 하실 수 없습니다.]
열 마리 늑대를 처리했을 때 시스템이 한 말이었다.
보상을 수령하는 도중에 사냥도 종료된 것이었다.
"혹시 시체를 시스템과 거래하면 더 할 수 있나?"
부산물을 어디에 사용하는지 모르겠지만 시스템은 부산물 거래를 좋아했다.
마나를 지급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시스템이 그래도 별 거부감 없이 지급하는 때가 부산물을 거래할 때였다.
[잠시만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집사! 너무 어수룩하지 않아? 시스템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다른 애가 와 있는 것 같아. 갑자기 담당자가 나타나서 '이거 다 무효야!' 이러는 거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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