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 보호
"마나통 저장고의 기능 중 '보호' 기능이 있다고 알고 있어."
처음 회귀한 이후 마나통과 마나홀에 대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알게 된 사실이었다.
<집사! 보호부터 열려고? 차라리 굴리는 것을 열어야지. 그래야 빨리 마나를 모으지.>
전생에 미우라 놈이 우리 민족에게 하던 짓을 우리도 똑같이 하자고 말하는 나호였다.
"아버지를 생각해야 하니까."
<아! 미안! 내가 복수에 눈이 멀었나봐. 아버지 마나통이 매물로 나오면 보호기능부터 열기는 해야겠다.>
마나통 저장고의 기능으로 열리는 보호기능은 마법사가 펼치는 보호와 비슷하면서 조금 다르다고 알고 있다.
이 보호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한데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보호하고자 하는 대상의 마나통이 내 저장고에 입고되어야 했다.
마나통 저장고를 통해 펼치는 보호이기 때문에 이는 당연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 보호를 펼치기 위해서는 내가 보호하고자 하는 대상의 마나통에 든 마나 일부는 포기해야 했다.
아버지처럼 탈락을 해서 발현율이 0%가 되는 사람은 마나통의 크기가 10이어서 마나가 10이 되어도 자신은 단 1의 마나도 사용할 수 없다.
대신 마나통을 소유한 사람이 모두 먹게 된다.
그래서 일반인이나 각성자보다 예외자의 마나통을 가진 것이 훨씬 효율이 좋았다.
그런데 이렇게 가지고 올 수 있는 마나 중 내가 포기하는 마나만큼 원소유자가 편했다.
내가 포기하는 마나만큼 원소유자에게 일종의 보호막이 쳐진다고 보면 된다.
마나통이 얼마 크지 않을 때는 포기하는 전부가 보호막으로 사용되어도 겨우 가슴 통증을 조금 줄여주는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하지만 마나통이 점차 커지면 가슴 통증을 상당히 줄일 수 있었다.
보호 기능만으로 가슴 통증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90%까지는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안다.
이것뿐만 아니라 내가 마나를 제공해서 보호를 강화할 수도 있었다.
마나통이 10이어서 10마나만을 가진 사람에게 추가로 10, 20 마나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이렇게 부여된 마나는 마나통을 키우지는 않았지만 보호막처럼 사용이 되었다.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기능까지도 수행이 되는 것이었다.
전생에 미우라는 절대로 이렇게 사용하지 않았지만 나는 이런 식으로도 사용할 생각이다.
개개의 마나통의 정보를 볼 수 있고, 분류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마나통 저장고의 기능은 마나통의 수가 늘면 자연 개방되는 것이니 조금 먼저 열어드려도 좋을 것 같습니다. 소원권의 미흡함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또 뭔 말을 하려고? '하지만', '단', 이런 말만 들어도 깜짝깜짝 놀라. 그러니 어지간하면 그런 말 좀 하지 마. 그냥 시원하게 주란 말이야.>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나호는 진지했다.
[하지만 강대한 님의 마나까지 부여하시는 것은 대변혁 이후에 가능합니다.]
"좋아. 그 정도는 이해해야지."
<집사! 보호기능이 열리면 말이야. 어떻게 보면 집사가 마나통을 가지고 있는 것이 좋을 수도 있겠다. 마나통을 잃는다고 해도 죽는 것은 아니잖아. 그런데 집사가 보호기능을 걸면······.>
수거하고 구매한 마나통은 사용하기 나름이었다.
마나통을 내가 가지고 있으면 언제든 아버지께서 어디에 계시는지, 상태는 어쩐지 알 수 있었다.
이것을 아버지를 보호하는데 사용하기만 해도 엄청난 것이었다.
어차피 탈락을 하셨다면 절망만 하고 있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어떻게든 전생과 다른 삶을 살게 해드리고 싶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후에 어떻게 할지 생각해야 했다.
독도가 있으니 대변혁이후에도 가슴 통증을 줄여드릴 수 있다.
마나통에 보호를 걸고, 독도를 드시면 어쩌면 통증을 전혀 느끼지 않을 수도 있었다.
아직 확신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좋아. 열어줘. 그리고··· 아니 그냥 열어줘."
고맙다는 말을 하려다 말았다.
미우라의 마나통을 손에 완전히 넣었다면 열 번이라도 고맙다고 했겠지만 그렇지 못했다.
미우라와 아버지를 생각하자 고맙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다가 쏙 들어가 버렸다.
[띠링! 강대한 님의 '마나통 저장고(EX)'에 '보호'기능이 개방되었습니다. 소유하고 계신 마나통의 마나를 일부 포기하거나 마나를 부여함으로써 마나통의 원소유자에게 보호를 거실 수 있습니다.]
[포기하거나 부여하는 마나의 양에 따라 걸리는 보호의 정도는 달라집니다.]
[보호를 위한 마나부여는 2030년 1월 1일 이후부터 가능합니다.]
시스템의 메시지를 들은 후 상태창을 확인하니 마나통 저장고에 보호기능이 추가 되어 있었다.
"아! 보호 기능은 원래 언제 개방되는 거였어?"
백만 개를 얻었을 때 구매와 수거 이외의 방법으로 마나통을 얻을 수 있는 1차 조건에 충족되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묻는 것이었다.
[오백만 개의 마나통이 마나통 저장고에 들어오면 열릴 것이었습니다.]
<오백만 개라면 지금 이렇게 연 것이 잘한 거네. 아무리 집사라도 오백만개 모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잖아.>
"그렇지."
미우라가 얼마나 마나통을 모아주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오백만은 쉽지 않은 숫자였다.
현재 수거와 구매를 통해 모은 마나통의 숫자는 총 1,433,824개!
이번 회차에서 모은 마나로 탈락자의 마나통을 또 구매하고 귀환한 후에는 계속해서 수거를 하겠지만 그렇다고 오백만 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아버지는 대변혁까지 입 냄새와 가슴 통증에서는 해당되셨네. 혹여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면 어쩌지?>
아버지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하는 소리였다.
전생에도 아버지께서는 짐이 되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치셨다.
전생의 대변혁 초기에는 그저 다들 치유됐던 병이 재발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병이 마나를 요구하는 병이었다.
대변혁이 나고 난 후에는 마나통이 팔려버린 사람은 마나가 모두 현재 마나통을 소유한 사람에게 가버리니 마나통이 더 마나를 갈구했다.
마나를 조금 채워놓으면 통증을 덜 느끼는 환장할 병이 오션 28이었던 것이다.
부모님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겠다고 던전을 누비는 자식을 그냥 보고 있을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부모님, 특히 아버니께서는 본인이 직접 단 1의 마나라도 더 버시겠다고 고통을 참아가며 온갖 험한 일을 하셨다.
아무리 말려도 소용이 없었다.
병이라고 생각하던 그때도 그랬는데 탈락해서 그런 것이라면 얼마나 괴로워하실지 보지 않아도 훤했다.
"마나통을 누군가가 사버리면 함부로 죽지도 못했던 거 기억하지?"
<기억하고말고. 아! 아버지 마나통을 집사가 사버리면 아버지도 좌절하실망정 나쁜 생각은 못하겠구나. 이거 참 묘하다.>
"호감도 상승과 거부감 경감까지 적용이 될 거니 아버지와 관계가 조금 더 좋아질지도 모르지."
<그래. 차라리 그렇게 좋은 것만 생각해.>
좌절하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시스템에게 하나 더 얻어 낼 것이 있었다.
"소원권에 두 개의 조건을 걸었잖아. 나도 하나만 더 부탁을 들어줘."
[말씀하십시오.]
아버지의 탈락을 알렸기 때문인지 유난히 친절하게 구는 시스템이었다.
"앞으로 남은 다섯 번의 시험은 능력만으로 1등을 할 수 없는 시험도 많잖아. 행운이 적용되는 것도 많으니 행운을 좀 주면 좋겠는데?"
[강대한 님께서 가지고 계신 행운 능력치 10은 평균치보다 높습니다. 행운 때문에 1등을 놓칠 리는 없습니다.]
<에이! 안 통하네. 뭐라도 하나 더 뜯어내야 하는데···.>
[대신 치유력을 2% 올려드리겠습니다.]
<웬일?>
[그리고 이번 1등에게는 한 가지 보상이 더 있습니다.]
[띠링! 축하합니다. 치유력 2%, 상태이상 저항 5% 상승하였습니다. 상태창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상태이상 저항이라고?"
전생에 상태이상에 관한 것은 버프나 디버프, 각종 물약으로 해결을 했었다.
아니면 상점에서 필요할 때마다 구매를 해서 사용해야 했다.
한 마디로 상시 적용되는 상태이상 저항 스킬 같은 것은 없었던 것이다.
물론 지금도 스킬을 얻은 것은 아니지만 개인이 가진 저항에 5%를 상승시켜주면 이것은 적지 않은 것이었다.
일회성 상품을 사서 사용하던 헌터에게는 특히나.
상태창을 확인하니 치유력 밑에 '상태이상 저항 ??+5% 상승'이라고 기록되어 있었다.
치유력과 비슷하게 표기가 된 것이었다.
"인류 전체에서 1등이니 5% 상승인 거지? 2등은 4%고?"
대답하지 않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한 이야기였다.
당연히 대답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선선히 대답을 하는 시스템이었다.
[그렇습니다. 5등까지만 지급되는 보상입니다. 이미 여러 번 경험을 통해 아시는 것 같아 말씀드리는 겁니다.]
"고마워."
작은 정보도 마나를 받고 파는 시스템이 그냥 알려주는 정보였다.
나름의 사과로 받아들여도 좋을 것 같았다.
[그럼 이탈권을 사···.]
"잠깐만! 하나만 더! 지금 아버지께서는 소환 해제가 된 건가?"
[그건 말씀드릴 수 있는 사항이 아닙니다. 그냥 해제가 됐다고 생각하시는 것이 마음 편하실 것 같습니다. 그럼 어디로 이동하시겠습니까?]
시스템이 저렇게 말하는 것으로 봐서 이번에 사라진 사람들은 바로 소환이 해제된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어딘가로 불려가서 훈련을 받거나 고통을 당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마음이 편하지 않았지만 항의한다고 달라질 것도 아니고, 내 힘으로 뭔가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편이 나았다.
"어머니가 계신 곳으로 보내줘. 개별 시험이지만 내가 가서 도와주는 것은 상관없지?"
[강대한 님 어머니의 점수는 본인이 직접 쏘신 것만 계산됩니다. 이것만 주의를 하시면 어떤 도움을 드리든 상관없습니다. 단 어머니 한 분에게만 해당됩니다.]
"알겠어. 고마워. 이제 보내줘."
[이틀 전으로 시간이 돌려집니다.]
시스템의 음성과 함께 시야가 바뀌었다.
그리고 나는 전혀 다른 곳으로 이동이 되었다.
"억!"
이동되자마자 들은 소리였다.
자신의 옆으로 갑자기 누군가가 나타나자 억눌린 소리를 내시는 어머니였다.
"어머니 저예요."
"간 떨어질 뻔했네. 이제 오니?"
3회차 이후부터는 내 시험이 끝나면 바로 와서 도와드렸더니 내가 올 것 미리 알고 계시는 세 분이었다.
항상 듣던 말인데 이제 오냐는 말을 듣는 순간 울컥했다.
어머니를 보자 아버지의 탈락이 실감되었던 것이다.
"대한아. 왜 그러니? 무슨 일 있어?"
큰 나무 뿌리 옆으로 땅을 파고 몸을 숨기고 계시던 어머니였다.
몸에 물감이 몇 군데 묻어있는 것으로 보아 위기 상황이 몇 번 있었던 것 같았다.
"아니에요. 눈에 뭐가 들어갔나 봐요."
"그럼 다행이고."
이렇게 둘러대도 어머니께서는 어렴풋이 짐작을 하실 지도 모른다.
하지만 굳이 확인시켜드릴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어머니께도 이번 시험은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나는 네가 아빠에게 갈 줄 알았는데···."
"아버지는 남자니까 잘 하실 거예요. 군대도 다녀오셨으니 총도 잘 쏘실 거고."
"과연 그럴까 싶다."
부부로 살아온 지 25년이니 누구보다 아버지 성격을 잘 아실 어머니였다.
어머니께서도 이번 시험에서 아버지의 탈락을 염려하시는 것이었다.
"얼마나 처리하셨어요?"
"글쎄. 세질 않아서 정확하지는 않은데 백 명 가까이는 될 것 같아."
<와우! 백 명이면 여기 계속 계셨던 것이 아닌 것 같은데?>
나무를 이용해서 은신처를 만들어두셔서 이곳에 계속 계셨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혹시 큰아버지는 보셨어요?"
"못 봤어. 봤어도 서로 지나쳤겠지."
"너는? 이번에도 1등이니?"
"다행히 1등이에요."
"다행이구나. 그럼 움직일까?"
어머니께서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분이다.
이런 성격의 어머니께서 아버지를 만나 결혼까지 하셨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주위를 계속 살피고 계셨던지 어머니께서는 과감하게 움직이셨다.
하지만 소리를 내지 않도록 주의를 하시는 것은 잊지 않으셨다.
<시원시원하시네. 아버지께서 어머니 절반만 과감하셨어도 탈락하는 일은 없었을 텐데.>
나호가 아쉬움을 떨치지 못하고 있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나도 같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빨리 불필요한 감정을 떨궈버렸다.
어머니는 왼쪽으로 움직이셨다.
이미 목적지가 있으신 모양이었다.
"열댓 명이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이 있더라. 개별 시험이라고 했는데···. 네가 오지 않았다면 밤에 야습을 하려고 했지."
<와우! 역시 어머니!>
작은 목소리로 빠르게 말씀을 하신 어머니께서는 날쌔게 움직이셨다.
다람쥐처럼 가볍게 움직이는 어머니는 비세계에 완전히 적응을 한 것 같았다.
쫑!
쪼롱이가 허락을 구하고 있었다.
이전 사냥처럼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사냥조들도 반복적인 사냥을 통해 사냥술이 발전하고 있었다.
이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쪼롱이는 기회가 올 때마다 사냥하고 싶어 했다.
"잠시만 기다려줘. 어머니께서 하시는 것 좀 보고."
그동안 얼마나 느셨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어머니께서는 무척이나 영리하게 움직이셨다.
아직 내가 적극적으로 나설 생각이 없다는 것을 눈치 채시고는 혼자 작전을 수행한다고 생각하시고 준비를 하셨다.
픽!
준비를 마친 어머니께서 드디어 총을 쏘셨다.
가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