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117화 (117/350)

117. 그래서 얼마야?

[민첩성을 순간적으로 높여주는 비약의 재료입니다.]

마나의 눈이 알려주는 정보를 들으면서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이런 것도 알려주나?'였고, 다음으로 드는 생각은 '어쩐지'였다.

마나가 깃든 물건이 있을 때마다 마나의 눈이 반응을 했다면 비세계에 소환되는 순간부터 잠시도 쉴 틈이 없어야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일정 이상, 즉 주변보다 마나 함유량이 높거나 특별한 물건에만 반응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고작 피개구리의 특정 기관에 반응을 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이건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네. 잘 모아두었다가 사용해야겠다."

<양이 상당한데 어디에 둬? 인벤토리에 이것만 가득 넣을 수도 없잖아.>

잡은 피개구리가 많았기 때문에 전리품의 양도 상당했다.

우선 인벤토리에서 투명 비닐봉투를 꺼내 모조리 담았다.

그리고 이걸 어디에 넣나하고 있는데 시스템이 먼저 반응했다.

[띠링! 수납이 고민이시라면 고민을 해결할 적합한 물건이 있습니다. 6회차 소환이 끝나고 상점에 등록된 물건입니다.]

시스템의 낚시질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지금 시스템이 팔려고 하는 아이템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수납함이나 공간 주머니를 팔려고 하는 것이었다.

전생에 '등골템'이라는 말을 만들어냈던 물건이었다.

<인벤토리를 그따위로 만들지 않았으면 이런 불편함도 없잖아.>

나호가 불만을 드러냈다.

사실 이건 나호만 이런 불만을 제기하는 것은 아니었다.

대변혁이후가 되면 마나홀을 가진 사람, 즉 비세계를 다녀간 모든 사람은 상태창을 가지게 된다.

각성의 유무와 상관없이 누구나 갖게 되는 것이다.

아주 어린 아이를 제외한 전 세계인이 상태창을 가지게 된다고 보면 정확하다.

이 상태창에는 각성 유무와 상관없이 나타나는 것이 이름, 마나홀, 마나통(발현율), 마나였다.

이런 이유 때문에 대변혁 초기에 각성을 했다고 착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각성유무를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마나로 스킬을 사서 등록을 해보는 것이 가장 정확했다.

권능이나 직업과 달리 스킬은 각성했다면 특성 유무와 상관없이 등록됐기 때문이었다.

물론 특성이 없으면 스킬의 위력이나 효과는 특성을 가진 사람보다 떨어졌지만 말이다.

이 말은 마나만 많으면 각성 유무와 상관없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구매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상점을 먼저 열어야 한다는 선제조건이 있었지만 그것도 마나로 사는 것이니 마나면 다 된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

산 물건이 자신에게 적용되는지는 별개의 문제였지만 말이다.

이런 사실을 꼼꼼하게 시스템이 설명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대변혁 초반이 더 힘겨웠다.

불필요하게 마나를 낭비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각성하지 않았는데 직업이나 권능은 물론이고 능력치까지 사는 사람은 널리고도 널렸었다.

발현율의 의미를 몰랐을 때는 특히 더 그랬다.

시간이 흐르면서 초반의 실수를 하지 않았지만 낮은 발현율을 가진 사람들의 마나낭비는 여전했다.

언제 각성했는지 불분명하니 저렴한 스킬을 사서 자꾸 등록을 해보는 것이었다.

등록이 되지 않으면 마나를 주고 산 것들이 사라져버리는데 말이다.

혹시나 하며 피 같은 마나를 낭비하는 것이었다.

이런 것에 비하면 인벤토리는 양반이었다.

마나를 주고 구매하면 누구든 등록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대변혁이후에는 누구든 F급 인벤토리 한두 개는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인벤토리에도 한계는 있었다.

크기와 개인이 구매할 수 있는 수량이 문제였다.

인벤토리는 용량으로 판매를 하면 좋은데 그렇지 않았다.

정해진 모양으로만 판매가 되었고, 그 상태로만 사용할 수 있었다.

인벤토리는 정육면체 모양인데 이걸 이어붙일 수는 있지만 같은 용량의 다른 모양으로 바꿀 수는 없었다.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것처럼 일정한 모양이 아닌 것을 인벤토리에 담으면 공간의 낭비가 심해지는 것이었다.

비싼 구매금액에 개인이 구매할 수 있는 수량까지 제한이 있는데 모양까지 이러니 대안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런 대안으로 시스템이 제공한 것은 상점에서 판매하는 수납함이나 공간주머니 등이었다.

너무 비싼 물건들이지만 헌터 생활을 하다보면 반드시 구매를 해야 하는 순간들도 있었다.

그럴 때는 눈물을 머금고 구매를 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시스템은 그런 기회를 잡은 것이었다.

"구매를 할 수밖에 없나? 무슨 방법이 없을까?"

지구였다면 이미 획득한 던전에 넣어두면 되는데 이곳에서는 이고지고 다닐 수밖에 없었다.

<농사물품이 아니니 대기실에 넣을 수도 없어.>

"그렇지."

대기실에는 소환수들의 물건이나 농사물품만 넣을 수 있었다.

소환수들이 먹고 쓴다는 핑계로 각종 고기와 가죽을 보관하도록 허락해준 것만도 사실 많이 봐준 것이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대기실에 있던 반반이가 음머어하고 크게 울었다.

그러더니 밖으로 나오고 싶어 했다.

<늘 조용하던 녀석이 왜 저러지?>

"답답했나 보네. 반반아 여기는 너무 더워. 네가 나오기에는 적합하지 않아."

음머어어!

<집사! 저리 나오고 싶어 하는데 나오라고 하자. 녀석 나와 봐야 다시는 이런 환경에서 조르지 않지.>

허락하기 바쁘게 대기실 밖으로 나온 반반이었다.

빠르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였다.

<녀석 정말 나오고 싶었나 보다.>

나호가 반반이를 안쓰럽게 쳐다보았다.

그런데 밖으로 나온 반반이가 옆으로 오더니 앞발을 피개구리의 전리품에 살짝 가져다 댔다.

그러더니 고개로 제 등을 쳐다보았다.

이건 누가 보든 제 등에 실으라는 말이었다.

"이게 가능하나?"

<되기만 한다면 이것도 나쁘지 않겠다. 어차피 곧 소환은 해제될 거고 그럼 전령조의 쉼터로 옮겨놔도 되잖아.>

"정말 좋은 생각이기는 하지. 반반이가 저걸 등에 지고 대기실에 들어갈 수 있다면 말이야. 그게 가능하다면 꾸루에게 들려서 바로 전령조의 쉼터에 옮겨도 되겠다."

<어? 그게 나쁘지 않은 생각이다. 아니 정말 좋은 생각 같은데? 우리가 지금까지 왜 그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꼭 어딘가에 보관한다고만 생각했던 것 같아. 바보처럼.>

"던전에 보관해도 상하니까 그런 거잖아."

<아! 그러네. 대기실은 아예 상하지 않고 인벤토리도 보존 기간이 길지.>

"던전용 보관 장치들이 빨리 나오면 좋겠다."

<던전에서도 태양력 발전기 같은 것이 가동하면 딱 좋은데···.>

"안 되는 거 알잖아."

[띠링! 던전에 두고 물품을 보관하기 적합한 물건이 있습니다. 처음으로 구매하시면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도록 하겠습니다.]

평상시에 메시지를 전할 때보다는 훨씬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는 시스템이었다.

낚시질할 때만 나오는 친절모드였다.

"지금까지 그런 말 없었잖아?"

이전에 던전을 얻었을 때 보관 장치들을 아쉬워해도 이런 말을 하지 않았었다.

[그때는 강대한 님의 마나가 다양한 보관 물품을 사기에는 부족했습니다. 살 수 없는 사람에게 구매를 권하지 않습니다.]

<돈 없는 개털들에게는 입 아프게 떠들지도 않겠다는 거잖아.>

나호가 톡 쏘아붙였다.

[다양한 모양과 기능이 있는 보관 물품이 있습니다. 지금 구매하시면 50%까지 할인해드리겠습니다.]

"50%?"

[그렇습니다. 처음이자 마지막 할인입니다.]

<너희는 원래 할인이라는 것이 없는 족속이잖아. 피개구리보다 더 쪽쪽 빨아가면서. 마나 좀 모아서 살만 하면 어찌나 뜯어갈 것을 잘 만들어 내는지···.>

필요할 때 딱 맞는 제품을 제시하는 것을 시스템처럼 잘 하는 존재도 없을 것이다.

'이런 물건이 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어김없이 상점에 등장했다.

혹여 구매하지 못할까 싶어 그런 제품은 홍보까지 하던 시스템이었다.

이런 점 때문에 편리할 때도 많았지만 그 만큼 마나를 모으기 어려웠다.

"쇼이를 통해 구매해도 되나?"

[쇼핑 가이드가 있으면 이용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그럼 즐거운 쇼핑되시길 바랍니다.]

"잠깐 하나만 물어봐도 되나?"

[좋습니다.]

쇼핑할 것이라고 판단했는지 시스템이 무엇이든 대답해줄 것처럼 굴었다.

이런 기회는 놓치지 않아야 했다.

"반반이가 진다면 전리품이 대기실로 들어갈 수 있나?"

[그렇습니다. 단 내려놓으면 그대로 대기실 밖으로 떨어질 겁니다.]

던전에서야 상관없지만 현실에서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보통일이 아니었다.

"알았어. 그럼 아까 우리가 말했던 대로 꾸루를 통해 쉼터로 옮겨놓는 것도 가능하나?"

[현실에서라면 가능합니다. 하지만 비세계에서는 안 됩니다.]

"지구에서는 어디서든 가능하나? 던전에서도?"

[지구에 생성된 던전에서는 가능합니다. 어차피 전령조들은 던전을 통해 세상에 소식을 전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대기실과 던전을 오가는 것은 전령조 만한 것은 없을 겁니다. 단,]

<집사! 난 저 '단'이라는 소리 싫어. 공포증 생길 것 같아.>

나호가 과장된 몸짓으로 몸을 떨었다.

[단, 대기실에서는 전령조의 쉼터로만 이동이 가능합니다.]

"대기실에 던전이 완전히 자리 잡으면?"

[그때는 대기실에 형성된 던전으로도 이동이 가능하겠죠. 그건 다른 소환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잠깐! 소환수들이 대기실에서 던전으로 갈 수 있다고?"

[대기실에 형성된 던전이니 당연히 출입이 가능하죠. 하지만 다른 소환수들은 딱 거기까지입니다. 하지만 전령조들은 던전안의 워프게이트를 통해 어디든 갈 수 있죠.]

"내가 동행하지 않아도?"

[원칙적으로 소환수는 소환자와 동행하지 않으면 던전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하지만 대기실에 형성된 던전은 자기 집에 생긴 방과 비슷하게 인식이 되어 소환자인 강대한 님의 동행 없이도 왕래가 가능합니다.]

<와우! 저 녀석들 부럽네. 나중에 마음껏 성장할 수도 있잖아.>

[잘 이용하면 좋은 성장 동력이 될 것입니다.]

이런 말까지는 해주지 않는 시스템인데 어쩐 일인지 저런 말까지 해주었다.

고마움을 느낄 찰나 감동을 깨는 말이 이어졌다.

[소환수들이 던전을 누비며 사냥을 하게 되면 더더욱 보관 장치가 필요할 겁니다. 현명한 구매로 사랑하는 소환수들의 즐거운 사냥을 준비하십시오.]

<헐! 정말 꾼이다! 꾼! 인정!>

나호가 앞발을 번쩍 들었다.

할 말이 없게 만드는 시스템이기는 했다.

하지만 좋은 정보를 얻었으니 이 정도는 충분히 넘어갈 수 있었다.

"알겠어. 쇼이 통해서 알아보고 최종 결정할게."

[즐겁고 현명한 쇼핑 즐기시기 바랍니다.]

끝까지 쇼핑을 종용하며 사라지는 시스템이었다.

시스템이 잠잠해지고 나자 쇼이를 호출했다.

[강대한 님의 쇼핑 가이드 쇼이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보관 장치를 보고 싶다고 하셨죠? 그래서 미리 정보를 가지고 왔습니다.]

"잠깐! 꼭 필요한지 알고 싶어."

[현명한 소비자시네요. 구매 전에는 꼼꼼하게 따져보아야 후회 없는 선택을 하실 수 있죠. 저희가 가지고 있는 보관 장치는······.]

쇼이는 정말 쇼핑 가이드다웠다.

최소한의 정보만을 제공하는 시스템과 달리 쇼이는 상태창을 통해 미리 물건을 볼 수도 있게 해주었다.

이것뿐만 아니라 물건의 장단점과 효용성 등을 분석해서 보여주었다.

평가서와 다름없는 자료는 정말 현명한 소비를 가능하게 할 것 같았다.

[이런 모델은 추천하지 않아요. 아니 할 수 없어요. 비용대비 효율이 너무 떨어지거든요. 차라리 이것을 사시는 것이 좋습니다. 기능도 월등하거든요. 분리합체도 자유롭고······.]

<천 마나를 들였다고 하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 이 정도 서비스라면 천 마나가 아니라 만 마나도 아깝지 않을 것 같아.>

놀라울 정도의 분석력을 보여준 쇼이의 설명을 들은 나호가 쇼이에 대한 평가를 상향조정했다.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저야말로 감사하죠. 보다 나은 가이드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한결 애교스러운 목소리로 말하는 쇼이였다.

친절을 판다더니 어떤 면에서는 더 쉽게 지갑을 열게 할 것 같았다.

어쨌든 쇼이가 추천한 제품은 겉모양은 컨테이너와 비슷하게 생긴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냉온장고와 비슷한 기능을 갖추었고 여러 조각으로 분리합체가 가능했다.

다음에 같은 제품을 구매해 연결할 수도 있고 위로 쌓아 올릴 수도 있었다.

분리합체 뿐만 아니라 안에서 공간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어서 한 제품 안에 다양한 온도의 물건을 보관할 수 있었다.

"이것이 귀속품이라는 거지?"

[그렇습니다. 이런 제품을 귀속시킬 수 없다면 누구도 구매하지 않죠.]

<전생에 이런 제품 쓰는 사람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우리는 보지 못했지만 미우라 놈은 던전에 뒀을지도 몰라. 출입을 통제했었던 던전들에 말이야."

<아! 그럴 수도 있겠다. 그놈 워낙 음흉한 데가 많았잖아. 정보라고 할 만한 것은 절대로 외부로 노출시키지 않았지.>

"다 마나니까."

미운 놈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놈이 한 모든 일을 싫다고는 할 수 없었다.

정보를 통제한 것은 당연하고도 잘한 일이었다.

정보가 힘이 되는 세상에서 더구나 피 같은 마나를 주고 산 정보를 그냥 푼다는 것은 미친 짓이나 다름없었다.

미우라는 그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었다.

사실 나도 내가 아는 수많은 정보를 그냥 풀 생각은 없다.

"좋아. 나쁘지 않아. 반반이에게 계속 지고 있으라고 할 수도 없으니까 하나 정도는 있는 것이 좋겠지. 그래서 얼마야?"

[첫 구매인 관계로 50% 할인해서··· 마나입니다.]

휘이이이이이잉!

"뭐라고? 얼마라고?"

<뭐라고 했어? 집사는 들었어?>

"못 들었어. 바람소리에 묻혀서 알아들을 수가 없네. 아니지? 뇌로 바로 전달되는 소리인데···?"

[보관 장치의 가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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