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 ^우리는 오늘 태어났다! 네 친구로!^
<집사! 5분이면 서둘러야겠다.>
특성에 소환이 있다고 하더니 이번 생은 감사하게도 가는 곳마다 소환수들과 인연이 닿는 것 같다.
뮤! 뮤!
^도깨비가 무섭대.^
분홍 도깨비가 살짝 뛰어오르며 뮤뮤하자 냉큼 꼬물이가 바닥에 글씨를 썼다.
"무서워할 것 없어. 나는 강대한이고 옆은 쪼롱이야. 만나서 반갑다."
쪼롱이에게 쪼이기라도 했는지 쪼롱이과 반반이의 눈치를 보는 분홍 도깨비에게 인사를 했더니 순진하게 보이는 눈이 반짝거렸다.
자신에게 인사를 건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뮤! 뮤! 뮤!
^신기하게 생겼다.^
<지금 저 말을 저 분홍 도깨비가 했다는 거야?>
"그런 것 같아. 내가 신기하다는 거니?"
뮤!
^다!^
<으앙! 꼬물이의 '꼬물체' 너무 귀여워!>
열심히 하는 꼬물이를 예뻐하는데 우리에게 하는 말이라는 표시로 꼬물꼬물을 붙여주니 정말 꼬물체라고 해도 될 것 같았다.
모든 말이 꼬물거리며 귀엽게 보였다.
생각지도 못한 매력을 발산중인 꼬물이였던 것이다.
"친구가 되면 신기한 것을 더 많이 볼 수 있는데. 친구가 되지 않을래?"
뮤! 뮤!
^좋다. 친구 좋다.^
시간을 끌어서 등록이 늦어지면 어쩌나 했는데 분홍 도깨비는 의외로 협조적이었다.
"이름이 있어?"
뮤! 뮤!
^도뮤! 도깨비 족장 뮤를 줄였대요.^
"도뮤! 정말 좋은 이름이네. 우리 잘 지내보자."
뮤! 뮤! 뮤!
^ㅇㅇ^
^ㅇㅇ^
^ㅇㅇ^
<으하하하! 응응 하는 거 너무 귀엽다. 빠져들 것 같아.>
나호는 꼬물이가 쓰는 글씨에 쏙 빠져 있었다.
쓰는 글씨마다 반응을 하며 즐거워했다.
그러자 뿌리에 힘이 들어가며 더 열심히 글을 쓰는 꼬물이었다.
나호와 꼬물이의 합이 기가 막히게 좋았다.
서로 인사를 했으니 소환수 계약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소환수로 등록되었다는 말이 나오지 않아 도뮤를 바라보자 씨익 웃는 도뮤였다.
<뭐지?>
뮤!
작은 앞발 하나를 내밀며 귀여운 소리를 내는 도뮤였다.
^선물!^
"선물이 필요하다는 거야?"
뮤!
^ㅇ^
<소환수 계약에 선물을 요구하는 것은 또 처음 보네.>
뭘 주면 좋을까 잠시 생각을 하는데 꼬물이의 뿌리가 톡톡 노크를 하듯이 대기실 입구를 두드렸다.
통역을 하는 중이라 뭔가 이야기를 할 것이 있어서 그러나 하고 봤더니 금붙이 하나를 들고 있었다.
"그걸 주겠다는 거야?"
꼬물!
<어쩐 일이야? 아무도 만지지 못하게 하더니?>
꼬물이는 땅에서 주은 금붙이를 마치 보물이라도 되는 듯 애지중지했다.
옆에 두고 만지고, 가장 큰 가락지는 뿌리에 끼우고 놀기도 했다.
다른 소환수들이 금붙이에 호기심을 보이면 뒤로 감추기까지 했다.
워낙 작은 몸이라 감춰지지도 않는데 말이다.
그런데 처음 보는 도깨비에게 금붙이를 주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보자마자 호기심을 드러내더니···.
아무래도 도깨비가 무척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맞선임이라고 챙기는 건가?>
"맞선임은 또 뭐야?"
<도뮤에게는 꼬물이가 맞선임이나 마찬가지지.>
^이거 줄꼬야! 도뮤 귀여워.^
"그래."
꼬물이에게 금붙이를 받아 건네려다 꼬물이가 주는 것만 건네기 미안해서 인벤토리에 넣어두었던 금붙이 중 적당한 것을 하나 꺼냈다.
<그것까지 주려고?>
손에 들린 팔찌를 보고 나호가 물었다.
"응! 목에 걸면 목걸이가 될 것 같잖아. 금붙이를 주려면 이게 나을 것 같아서."
녹색 보석하나가 달린 금팔찌로 녹색 보석이 도뮤의 털 색깔과 잘 어울릴 것 같아서 고른 것이었다.
대답을 하자 나호의 시선이 소환수들에게 향했다.
"하하하! 너희들도 줄게. 이왕이면 같은 걸로 줄까?"
쭈루!
루루!
쪼롱이와 꾸루는 바로 싫다는 내색을 하고 반반이는 살짝 고개를 돌렸다.
<개성시대야. 같은 걸 주면 안 되지. 비슷한 것이라면 몰라도.>
"알았어. 그건 잠시 후에 하자. 우선···."
5분 안에 소환수로 등록이 되어야 하니 서둘러야 했다.
도뮤에게 꼬물이가 준 금붙이와 내가 주는 팔찌를 주었다.
뮤! 뮤! 뮤!
^좋아! 좋아! 친구 좋아!^
꼬물이가 통역하는 것이 정확한지 알 수 없지만 닭살이 돋을 만큼 앙증맞은 표현이었다.
도뮤가 친구라는 말을 하는 순간 메시지가 들렸다.
[띠링! 던전 도깨비 도뮤가 강대한 님의 소환수가 되었습니다. 상태창을 통해 도뮤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소환수가 되었다는 말이 끝남과 동시에 도뮤가 폴짝 뛰어올랐다.
탱탱볼처럼 튀어 오른 도뮤는 정확하게 내 손바닥에 올라섰다.
"아이고 깜짝아!"
뮤! 뮤!
^친구! 친구!^
보드랍고 시원한 털의 감촉과 적당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분홍색 털을 가지고 있어서 따뜻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였다.
뮤!
^친구! 좋아!^
팔찌가 마음에 들었는지 좋다고 말하고는 목에 거는 도뮤였다.
조금 크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어떻게 했는지 딱 맞았다.
팔찌를 도뮤가 목에 걸자 목걸이가 되었다.
팔찌 줄이 분홍 털에 가려서 보이지 않아서 펜던트를 걸고 있는 것 같았다.
분홍색 털에 녹색 펜던트는 정말 잘 어울렸다.
이제는 목걸이가 된 팔찌를 자랑하듯 보이더니 꼬물이가 준 금붙이는 그대로 입에 넣어버렸다.
<어! 그거 먹는 거 아닌데?>
나호가 놀라 소리를 질렀지만 나호의 외침은 도뮤에게 닿지 못했다.
뮤!
^친구! 가자!^
입에 넣자마자 손바닥에서 뛰어내려 던전 안쪽을 향해 빠르게 이동했기 때문이었다.
<어? 쪼롱이 못지않겠다.>
쪼!
쪼롱이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더니 도뮤가 간 방향으로 날아올랐다.
<그런데 집사! 방금 도뮤 날았어? 아니면 걸었어?>
"글쎄···. 눈이 좋다고 자부했는데 그것도 아닌가봐. 확실하지가 않네."
점프해서 손바닥에 올라설 때도 그렇고 방금 뛰어 내릴 때도 약간 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확신할 수는 없었다.
^친구! 친구! 친구!^
꼬물이가 멀어져가는 도뮤를 보며 바닥에 쓴 글씨였다.
자신의 친구이기도 하다는 말인 것 같았다.
귀하게 여기는 금붙이를 준 걸 보면 정말 친구가 되고 싶은 모양이었다.
소인국 같은 도깨비 마을은 나무도 언덕도 모두 자그마했다.
그렇다고 아주 작은 것은 아니었고 가장 큰 나무가 8미터 정도였다.
일반 던전에 비해 전체적인 높이가 무척 낮고 아기자기했다.
던전의 크기도 매우 작은 편에 속했다.
하지만 도뮤의 크기를 생각하면 도깨비들에겐 결코 좁게 느껴질 것 같지는 않았다.
도뮤를 따라가니 광장이 나타났다.
그리고 도뮤가 광장의 가운데 놓인 단상에 올라섰다.
그리고 청아한 노래를 시작했다.
우리가 듣기에는 그저 뮤뮤거리는 것으로 들리는 소리이지만 던전 도깨비들에게는 의미 있는 소리인 것 같았다.
^친구! 친구가 생겼다.^
^우리는 이곳에 뿌리를 내릴 것이다.^
^도깨비들아! 축제를 시작하자.^
꼬물이의 뿌리가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무얼 쓰든 꼬물거리는 것이 그대로 느껴지는 글은 도깨비 족장 도뮤의 말을 옮겨 적은 것이었다.
도뮤의 말이 끝나기가 바쁘게 사방에서 도깨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메추리알보다 작은 것부터 테니스공만한 녀석들까지 많기도 했다.
하나같이 복슬복슬 만지고 싶은 털을 가진 도깨비들은 네 발로 달렸다가 두 발로 걷기도 했다.
사족 보행을 하고 있을 때는 둥글게 털을 깎은 토이 푸들 같고, 이족 보행하면 둥근 공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점프를 잘 해서 계속해서 점프로 이동하는 녀석들도 있었다.
사방에서 털이 달린 공이 튀어나오는 것 같았다.
<색이 다양하네. 같은 종족일 텐데 색이 저렇게 다양할 수도 있나?>
"인간도 피부색과 머리, 눈동자··· 천차만별이야."
<에이. 저 정도는 아니지.>
도뮤는 정말 고급스럽게 보이는 분홍색 털을 가졌다.
그래서 다른 던전 도깨비들도 비슷한 색을 가졌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색이 얼마나 다양한지 알고 싶으면 이곳에 와 보라고 하고 싶을 만큼 다양한 색의 털을 가진 던전 도깨비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축제를 열려는 모양인데?"
<상상도 못해본 일인데···.>
"전생에는 왜 이런 던전이 발견되지 않았을까?"
[던전 도깨비에 관한 기억이 있습니다. 열람하시겠습니다.]
시스템이 아니고 기억이 말하는 것이었다.
"좋아."
전혀 생각나지 않는데 권능 기억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하는 것이 아무래도 흘려봤던 정보인 것 같았다.
[대변혁 이후 15년인 2045년, 충주의 한 정신병원에서 탈주한 각성자가 자신이 대변혁 이전에 도깨비 나라에 다녀온 적이 있다며 자신은 정신병자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도깨비들이 친구를 맺지 못해 떠나버렸다며 자신을 가둔 정신병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한다고······.]
기억은 신문 기사 한 조각을 읽어주는 것 같았다.
아마 도깨비라는 단어 때문에 끌려서 읽었던 기사인 모양이었다.
기억이 기사를 읽어주어도 전혀 기억에 없는 일이었다.
"대변혁 전에 이곳에 들어왔던 사람이라···? 가능한 일일까?"
[정신병원에서 탈출한 각성자는 산에서 실족한 덕분에 도깨비 나라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곳을 나오고 난 후 다시 들어가려고 했지만 도깨비 나라는 다시 찾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다시 기억이 정보를 풀어주었다.
<우연에 우연이 겹쳐서 들어왔나? 각성도 하지 않았는데?>
"대변혁 이후 비슷한 주장을 한 사람들이 있기는 했어. 꿈에서 미리 던전을 경험했다고 하거나 심지어 던전에 직접 다녀왔다고 말한 사람도 있었잖아."
<맞아! 대변혁 전 실종된 사람들 중 상당수가 이미 형성된 던전에서 돌아오지 못한 것은 아니냐는 말도 있었지.>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대변혁의 충격이 워낙 커서 저들의 말 중 일부는 사실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상당히 신빙성이 높은 사례들도 몇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랫동안 정신병원에 갇혀 있던 사람은 우연히 이곳에 들어왔다가 자신이 본 것을 이야기했고 미친 사람으로 오해를 받았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물론 그냥 아무 말이나 했는데 이곳과 비슷할 수도 있었다.
남자는 자신이 갔다고 주장하는 산의 이름이나 위치를 기억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뭐 하는 거지?>
"우리가 앉을 곳을 준비하나본데?"
가장 덩치가 큰 족장이 테니스공보다 약간 컸다.
그런 작은 녀석들이 나뭇잎을 모아다가 바닥에 깔고 있었다.
나름 손님을 챙기겠다는 것 같았다.
작지만 움직임은 빨라서 금세 나뭇잎 돗자리가 만들어졌다.
나뭇잎을 깐 것이기 때문에 작은 바람에도 움직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다.
어떻게 했는지 돗자리에 앉은 것 마냥 편안했다.
쪼롱이와 꾸로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고 반반이는 그 옆 자리를 차지했다.
꼬물이는 뿌리 하나만 밖으로 꺼내둔 상태였다.
<오랜만에 맨 뿌리네. 금반지를 잠시도 놓지 않더니.>
금반지를 줍고 난 후에는 꼬물이는 잠시도 반지를 놓지 않았다.
긴 뿌리로 잡고 있거나 끼고 있었다.
뿌리에 끼면 반지가 너무 커서 바닥에 떨어져버리지만 그렇게라도 만지고 있는 꼬물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맨 뿌리로 잔치마당에 참여한 것이었다.
뮤! 뮤! 뮤!
^우리의 친구다!^
^인사하고 잔치를 즐기자.^
^이제 이곳이 우리의 터전이 될 것이다.^
꼬물이가 나뭇잎위에 쓴 글씨였다.
나뭇잎이 칠판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었다.
던전 도깨비들의 잔치가 시작되었다.
잔치라고 했지만 거의 장기자랑에 가까웠다.
움직임 하나하나가 신기해서 정말 재미난 구경이었다.
처음 보는 생명체가 벌여주는 잔치에 참여한 사람은 나 밖에 없을 것이다.
도깨비들의 잔치는 쉽게 끝나지 않았다.
지치지도 않는지 끝도 없이 재주를 부렸다.
"이게 일상인가?"
뮤! 뮤!
^잔치다. 우리도 평상시에는 일한다. 먹고 사는 거 만만찮다.^
"일? 무슨 일을 한다는 거야?"
뮤! 뮤!
^친구를 찾고 있다. 우리가 살기 위해서는 친구 필요하다.^
꼬물이와의 소통 때문인지 말에 어색한 것이 조금 있었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이곳은 너희만 있는 거야?"
다른 생명체는 전혀 느껴지지 않지만 확인차원에서 물은 것이었다.
뮤!
^없다. 아직 반려동물 기를 정신없다.^
<뭐야? 그럼 앞으로는 기를 수도 있다는 말이야?>
뮤!
^우리 살기도 바쁘다.^
뮤! 뮤!
^사는 거 호락호락하지 않다. 친구 만나는 거 어렵다!^
생긴 것은 귀엽게 생긴 녀석에게서 중년의 향기가 느껴졌다.
족장으로 도깨비들을 이끌어야 해서 그런지···.
"여기에 온 건 얼마나 됐어?"
뮤!
^여기 저기 떠돌다 여기 온지는 며칠 되지 않았다.^
"여기 저기 떠돌았다고?"
뮤!
^살만한 곳 찾기 어렵다. 영영 떠날까도 생각했다.^
"어디서 왔는데?"
뮤! 뮤!
^우린 원래 고향이 없다. 친구가 있는 곳이 고향이다.^
인간과는 많이 다른 생명체 같았다.
단순한 소환수로 대하기에는 깊은 연륜이 느껴지기도 했다.
"얼마나 살았어? 나이 말이야."
뮤! 뮤!
^우리는 오늘 태어났다! 네 친구로!^
금붙이와 공간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