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125화 (125/350)

125. 금붙이와 공간이동

잔치가 끝나갈 무렵이었다.

갑자기 도뮤가 꼬물이의 앞으로 다가갔다.

<어! 드디어 친구가 생기나?>

나호가 기대에 찬 시선으로 둘을 내려다보았다.

꼬물이의 작고 여린 뿌리는 나뭇잎 위에 살포시 놓인 상태였다.

대기실을 볼 수 없는 사람의 눈에는 기괴해 보일 수 있는 모습이었다.

잘린 뿌리가 움직이는 것으로 보일 테니 좀비 바이러스에 걸린 식물로 보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소환수가 된 순간부터 대기실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인지 도뮤는 꼬물이를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꼬물이 앞으로 다가가더니 입을 벌렸다.

<집사! 쟤 왜 저래? 뭐야! 뭔 입이 저렇게 큰 거야?>

입을 다물고 있을 때는 입이 있는지도 모를 만큼 작은 입이었다.

푸른 밤하늘 같은 눈만 있는 것 같은 얼굴에 갑자기 커다란 입이 생긴 것이었다.

아귀를 연상시킬 만큼 커다란 입이었다.

저렇게 큰 입을 감추고 있었다는 것이 신기할 노릇이었다.

제 얼굴 크기만 한 입을 벌린 도뮤가 앞발을 제 입속에 넣었다.

입이 워낙 커서 작은 손이 입안으로 쏙 들어갔다.

<어째 점점 엽기적인 아이들이 모이는 것 같아.>

입안으로 사라진 발이 뭔가를 찾는 것 같더니 들어갔던 것처럼 쑥 빠져나왔다.

입에서 나온 발을 그대로 꼬물이의 앞으로 가져가더니 발을 펼쳤다.

손처럼 쓰는 앞발은 손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 같았다.

앞발에 놓인 것은···?

<어?>

앞발에 놓인 것을 보고 나호가 놀라 나를 쳐다보았다.

꼬물이도 놀라 뿌리 끝을 나에게 향했다.

이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느냐고 묻고 있는 것 같았다.

뮤! 뮤!

^선물이다. 친구!^

도뮤가 선물이라고 건넨 것은 조금 전 꼬물이가 건넸던 금붙이였다.

그런데 언듯 본 사람은 절대로 꼬물이가 건넨 금붙이라는 것을 알 수 없을 것 같았다.

꼬물이가 건넸던 금붙이는 자세히 보지 않으면 금이라는 것을 알 수 없었다.

땅속에 오래 묻혀 있던 것들이라 금 특유의 빛을 잃어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꼬물이가 계속 만져서 깨끗해진 상태였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여전히 금으로는 보기 어려웠던 것이다.

전생에 금을 많이 보지 않았다면 나도 금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 도뮤가 입에서 꺼낸 것은 반질반질 광이 나는 것이 마치 매장에 전시된 금붙이 같았다.

당장 내다팔아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지 않았다.

뮤! 뮤!

^네꺼다! 친구!^

꼬물!

친구라는 말에 꼬물이의 뿌리가 파르르 떨리더니 배배 꼬기 시작했다.

수줍음을 타는 소년처럼 보이는 몸짓이었다.

<저 녀석은 냄새를 느끼지 못하나?>

나호가 도뮤를 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도뮤는 꼬물이의 냄새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꼬물이가 만지지 못하고 있자 금붙이를 꼬물이 옆으로 더 밀어주는 도뮤였다.

꼬물이의 여린 뿌리가 금붙이에 닿았다.

파르르!

뿌리 전체가 파르르 떨리는 것이 적잖이 감동을 한 모양이었다.

뿌리에 옅게 물까지 고이는 것이 사람으로 치면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것 같았다.

꼬물!

뮤!

꼬물!

뮤!

둘은 한동안 꼬물과 뮤를 주고받았다.

우리는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이었지만 한 가지 사실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꼬물이와 뮤는 친구가 되었다!

드디어 꼬물이에게 친구가 생겼다.

<녀석 오늘 잠은 다 잤네.>

나호가 꼬물이를 보며 하는 말이었다.

그런데 도뮤가 꼬물이에게 금붙이를 주는 것을 보던 소환수들의 시선이 갑자기 나에게로 쏠렸다.

마치 왜 주기로 한 금붙이 주지 않느냐고 묻는 것 같은 시선이었다.

"아! 미안! 잊고 있었어. 줄게. 원하는 것으로 가지고 가."

세 분에게 금붙이를 하나라도 더 챙겨드리기 위해 애를 썼는데 정작 함께 하는 시간이 가장 많은 소환수들에게는 금을 준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대변혁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금이 여러모로 좋은 것이었다면 당연히 소환수들에게도 마찬가지 일 텐데 말이다.

인벤토리에 보관 중인 금은 상당했다.

기회만 되면 계속해서 금을 사서 모으고 있기 때문이었다.

편의점을 들르는 것보다 금은방에 들르는 것이 더 잦았다.

되도록 순금으로 된 것을 사려고 했지만 순금으로 된 것은 많지 않았다.

요즘에는 18금이나 14금을 선호하기 때문이란다.

어쨌든 모아둔 것들 중 장식품이 될 만한 것을 꺼내 놓자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것 같던 반반이까지 금붙이 구경에 나섰다.

<이거 방물장사가 온 것 같아. 여기에 적당한 수다와 흥정까지 끼면 딱 방물장사 같겠어. 흐흐흐! 재미지다.>

나호가 즐거워했다.

"너도 골라봐. 보지만 말고."

<나?>

"그래. 너! 너도 곧 실체를 갖게 될 거잖아."

<윽! 나 방금 심장 폭격 맞았어.>

나호가 과장된 몸짓으로 뒤로 넘어갔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저 바닥에 금붙이 꺼내 놓은 것만으로도 즐거운 대화가 오갔다.

쪼롱이가 고른 것도 작은 팔찌였다.

제 머리깃과 같은 노란색 보석이 박힌 팔찌였다.

노란 머리깃에 노란 보석이 박힌 팔찌를 목에 걸자 왕족이라도 납신 것처럼 보였다.

"잃어버리면 또 줄 테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써."

<어? 보통 이런 거 줄 때는 그런 말을 하지 않잖아. '잃어버리지 마! 내 마음이야!' 이래야 감동이지.>

"애들 활동에 방해되면 그것이 더 손해야. 이런 건 얼마든지 구할 수 있어. 그러니 잃어버려도 돼. 발에도 하나 끼워줄까?"

쫑!

<발에 낀 것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겠다. 그런데 인식표처럼 보일 것 같은데?>

"노란 보석이 박힌 걸로 하면 되지."

빙 둘러 노란 보석이 박힌 반지를 쪼롱이의 발에 끼워주었다.

<스프링 형태로 되어 있어서 편리하네. 모양은 마음에 들었는데 끼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했더니.>

"요즘에는 이렇게 크기 조절이 편한 제품이 많더라."

금은방을 하도 다니다보니 알게 된 사실이었다.

쫑! 쫑! 쪼로롱!

쪼롱이가 마음에 드는지 폴짝폴짝 날아오르며 기쁨을 표시했다.

하지만 아직 꾸루와 반반이는 선택을 하지 못했다.

커다란 덩치에 어울릴 만한 금붙이를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너희는 이것을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은데? 대신 마음에 드는 메달을 골라봐. 줄에 끼워줄게."

다행히 금으로 된 긴 줄이 있었다.

목에 두 번 세 번 감아서 멋을 내는 목걸이였는데 둘에게는 그 중 가장 긴 것을 건넸다.

꾸!

음머어어!

<꾸루는 온 몸이 흰색이니 뭘 골라도 잘 어울리겠다. 반반이는 으으음···.>

나호가 반반이에게 어울리는 메달은 쉽게 고르지 못했다.

그런데 반반이는 자신에게 어울리는 메달을 아주 쉽게 골랐다.

금으로 된 둥근 메달이었다.

아주 크고 태양처럼 보이는 것이었다.

그런데 반반이는 메달을 하나만 고른 것이 아니었다.

같은 모양의 메달 세 개를 고르더니 대기실 안을 가리켰다.

<오! 멋진 남편, 좋은 아빠네.>

"알았어. 챙겨줄게."

음머어어어!

꾸루도 이것저것 고민을 하더니 금으로 된 메달을 골랐다.

메달의 모양은 꾸루를 꼭 닮은 새 모양이었다.

날개를 활짝 편 새 모양을 단순화한 것으로 제법 멋이 있었다.

목걸이를 둘에게 걸어주고 발에도 목걸이를 걸어주었다.

발에는 일반 목걸이를 걸어주었는데 꾸루에게는 약간 컸고, 반반이에게는 살짝 작았다.

그래서 반반이에게는 다시 좀 더 긴 목걸이를 발에 걸어주었다.

발에도 목에 걸린 것과 같은 메달이 달린 것이었다.

<나중에 주문을 해야겠다. 목에 걸린 메달이 너무 작아 보여. 발에 걸린 것이 딱 맞네.>

꾸루와 반반이를 보고 나호가 한 말이었는데 나쁘지 않은 생각이었다.

"사냥조와 전령조들 것도 넉넉하게 주문을 넣어줄게."

쫑!

꾸!

쪼롱이와 꾸루가 기뻐했다.

반반이는 바로 목걸이와 메달을 들고 대기실로 들어갔다.

어떻게 걸어주나 걱정을 했는데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너무도 쉽게 목과 발에 끼고는 세 식구가 기뻐하는 것이 보였다.

[띠링! 소환수들이 매우 기뻐합니다. 소환수들이 휘하에 둘 수 있는 수가 늘어납니다.]

말과 함께 대기실에 사냥조 열 마리, 전령조 다섯 마리가 나타났다.

아직 반야크는 발견되지 않아서 늘어날 수 없는 것 같았다.

그런데 메시지와 함께 도뮤 옆으로 두 마리의 던전 도깨비가 착 달라붙었다.

"저 애들도 도뮤가 데리고 갈 수 있게 되는 것 같은데?"

<도뮤도 족장이니 다른 소환수들처럼 휘하에 도깨비들을 둘 수 있는 거 아니야?>

"그럼 좋지. 정보나 살펴볼까?"

<어서 띄워봐.>

말을 한 나호는 물론이고 쪼롱이와 꾸루까지 관심을 보였다.

<너희 글씨도 모른다며 상태창엔 왜 관심을 두는 거야? 혹시 글씨는 모르는데 상태창은 인식할 수 있다 뭐 그런 거냐?>

쫑!

꾸!

너무도 천진하게 대답하는 쪼롱이와 꾸루였다.

<아이고! 내가 콧구멍이 두 개니까 숨을 쉬고 살아요. 집사 이 녀석들 글씨 쓸 수 있을 거야. 분명해. 읽을 수 있는데 쓸 수 없다는 것이 말이 안 되잖아.>

나호의 말에 꼬물이를 슬쩍 보면서 대답했다.

"아직은 그대로 둬. 통역하며 친해지라고."

<아! 역시 집사는 생각이 깊어.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네.>

상태창의 소환수창을 허공에 띄웠다.

도뮤가 소환수로 등록이 되어 있었다.

[도뮤(던전 도깨비)]

던전도깨비 도뮤는 도깨비 마을의 족장입니다.

대기실과 도깨비 마을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으며 도깨비 마을의 도깨비를 다스립니다.

강해질수록 대기실로 불러올 수 있는 던전도깨비의 수는 늘어납니다.

매우 영리하며 마음에 드는 선물을 받으면 같은 것을 선물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한번 맺은 친구관계는 영원히 지속됩니다.

[던전도깨비]

신비의 종족입니다.

한번 맺은 친구관계는 대를 이어가며 우정을 나누며 약속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종족입니다.

기본적으로 부지런하며 생각지 못한 일을 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냄새에 민감하며 냄새로 상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존재에게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며 공간을 이동하는 재주를 가지고 있습니다. 도깨비는 신비의 종족답게 신비로운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에게나 그 재주를 보이지는 않습니다.

우정의 깊이가 깊어지면 새로운 다양한 재주를 가지게 될지도 모릅니다.

"엄청나네."

<그냥 봐도 예쁜데 이런 것 알고 보니 더 예쁘네. 그럼 여기 있는 이 도깨비들도 다 집사를 따르게 될 거라는 거잖아. 우리 집사 돈 열심히 벌어야겠다. 이 많은 애들에게 목걸이 걸어주려면.>

나호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도뮤가 내 앞으로 오더니 당당하게 앞발을 내밀었다.

앞발은 손처럼 사용해서 발이라고 말하기 미안해졌다.

뮤!

^두 개 줘!^

자신에게 걸어준 것과 비슷한 목걸이를 두 개 달라는 말 같았다.

대기실로 따라가게 된 도깨비들에게 걸어주려는 것 같았다.

<당당하다. 같은 것을 선물해주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니까 금붙이를 원 없이 가져다주려나?>

어차피 소환수들에게 다 줄 생각이었다.

마침 도뮤에게 준 것보다는 조금 작은 메달이 달린 목걸이가 있었다.

두 개를 건네주자 두 마리의 던전 도깨비에게 걸어주더니 앞에 놓인 금붙이를 빤히 쳐다보았다.

무얼 저렇게 보나 하고 시선을 따라가 보니 목에 건 목걸이와 같은 색 보석이 박힌 반지를 보고 있었다.

남자용 반지로 두툼하지만 세련된 것이었다.

"이것도 줄게. 앞발에 끼워달라고?"

뮤!

^고맙다. 친구.^

앞발가락에 끼웠다가는 바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늘어나는 반지도 아니어서 쪼롱이 발에 채웠을 때처럼 찰 수도 없었다.

그런데 도뮤가 놀라운 행동을 했다.

앞발로 반지를 잡더니 다른 앞발에 쏙 끼워버리는 것이었다.

<어? 어떻게 저렇게 되지? 금이 순간 늘어났다 줄어든 것도 아닌데?>

"너 어떻게 한 거야?"

뮤! 뮤!

^넣었다. 요렇게.^

도뮤가 작고 가는 발목에 낀 반지를 뺏다 다시 끼웠다.

다시 봐도 알 수 없는 현상이었다.

마치 반지가 사라졌다가 발목 사이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보였다.

"너 공간이동을 할 수 있다고 하더니 물건도 이동을 시킬 수 있는 거야?"

뮤!

"요만큼!"

도뮤가 앞발가락 두 개를 엄지와 검지처럼 들어보였다.

아이가 엄지와 검지로 '쪼금!'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만한 물건을 옮길 수 있다는 거야? 아니면 그만큼의 거리를 이동시킬 수 있다는 거야?>

뮤!

^둘 다!^

"너도 이동할 수 있고?"

뮤!

^요만큼.^

얼마나 이동할 수 있는지 보여주었는데 딱 50센티미터 정도 되었다.

물건은 반지만한 것을 5센티미터 정도 이동시킬 수 있는 것 같았다.

"네가 든 물건도 함께 이동되는 거야?"

뮤!

^요만한 것은 가능해.^

자신의 목과 발에 걸린 금붙이들을 보고 말했다.

<그럼 지금은 뭔가를 들고는 이동이 안 되는 거야?>

뮤!

^지금은.^

꼬물체의 향연이 펼쳐지는 만큼 신비의 종족, 던전도깨비의 족장인 도뮤에 대해 알아가고 있었다.

처음 사귄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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