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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128화 (128/350)

128. 유일한 나라

꼬물이가 아기라고 표현했던 구울을 처리하자 메시지가 들렸다.

[띠링! 축하합니다. 던전을 클리어하셨습니다. 던전의 소유가 강대한 님께 넘어옵니다.]

[띠링! 총 일곱 개의 던전을 소유하셨습니다. 일곱 번째 소유한 던전은 특별히 난이도를 직접 조절할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일곱 개가 아니라 여덟 개째 아닌가?"

대기실에 심은 두 개까지 총 여덟 개라고 생각했는데 일곱 개라고 말하는 시스템이었다.

[꼬물이는 포함하지 않은 겁니다. 아직 성격이 제대로 규정되지 않아서 던전의 개수에 포함시킬 수 없습니다.]

<집사! 그렇다는 말은 꼬물이 쓰레기 버섯을 토해내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인가?>

"알 수 없지. 조금 더 시간이 지나봐야 정확하게 알겠지. 그런데 어떻게 난이도를 조절한다는 말이지?"

[던전창을 이용해서 조절할 수 있습니다.]

<조절할 수 있다면 이거 정말 좋겠다. 이 녀석들 초반에 너무 강해서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잖아.>

"잠깐만."

흥분하는 나호를 진정시키고 상태창을 확인했다.

던전창에 치악산 던전이 새로 추가되어 있었지만 난이도를 조절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난이도 조절도 대변혁 이후에 가능한 건가?"

[난이도 조절은 2030년 1월 1일이 되기 30분 전부터 가능합니다.]

"대변혁 30분 전에 조절이 가능하다고? 물론 이 던전만이지?"

[그렇습니다. 이 던전만 특별히 드리는 혜택입니다.]

"좋아. 고마워."

[퇴장하시겠습니까?]

"퇴장할게."

퇴장한다는 말과 함께 던전밖으로 이동되었다.

그리고 다시 던전에 잠깐 들어가서 확인하고 나왔다.

물론 던전을 잠가두는 것을 잊지 않았다.

<한 번만 난이도를 조절하게 해주는 것은 아니겠지?>

"그렇겠지. 치악산 던전은 수시로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말이겠지."

<여기 던전에 구울이나 좀비 같은 녀석들이 나와서 영 싫었었는데 정말 잘됐다. 그나저나 일본 왕의 거처에는 어떤 던전을 가져다 둘 생각이야?>

"그거 구하러 가려면 외국 나가야 하는데 나갈 때 한꺼번에 돌고 올까 생각 중이거든. 너무 지체하면 던전이 깃들어버릴 수도 있을 것 같으니까 조만간에 다녀와야지."

치악산에서 내려와 다른 곳을 더 살펴보았지만 던전이나 던전 덩굴을 더 발견하지는 못했다.

우리는 바로 일본으로 돌아왔다.

일본으로 버리고 싶은 던전이 몇 있었는데 발견되지 않은 것이 안타까웠다.

일본으로 돌아오니 반가운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미우라 놈이 발 빠르게 움직였는지 마나통을 가지고 온 것이었다.

놈은 기가 막히게 마나통만을 골라서 가지고 왔다.

냄새가 싫은지 질색을 하면서도 첫 거래라며 직접 들고 온 것이었다.

"자! 여기 첫 거래니 현금으로 들고 왔다!"

<미친! 누가 요즘 현금으로 거래를 한다고···.>

"그래. 거기 둬라."

"그런데 왜 사무실을 여기로 옮긴 거야? 지난번 거기도 나쁘지 않던데?"

바닷가 쪽으로 이전한 사무실을 두고 한 말이었다.

<저놈 사무실도 알고 있었던 거야?>

나호가 툴툴거렸다.

"해외 영업도 생각 중이어서."

놈을 자극하기 위해 한 말이었다.

"해외까지? 어느 나라 공략 중인데?"

"공략은 무슨? 너 게임도 하냐?"

"내가 왜 공략이라고 했지? 모르겠고. 어디 교섭 중이야?"

"그건 왜! 남의 회사 영업 비밀을 알려고 해? 니 일이나 잘하면 되지."

"내 일은 잘 하고 있어. 독립을 하려고 했는데 절대로 안 된다고 하셔서 회사 내에 부서를···."

회사 설립을 추진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그것이 틀어진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것까지 내가 자세하게 알 바는 아니었다.

"아니 됐어! 내가 그것까지 알 필요는 없잖아. 너는 모아오고 나는 처리하면 그만이지."

"그렇기는 한데···. 그래서 같이 일하는 처지에···."

"같이 일 하기는···. 부지런히 모아오기나 해!"

"그럴 거야. 성과가 좋으면 독립하기로 했거든."

놈은 뭔가 더 이야기하고 싶어 했지만 들어줄 마음은 없었다.

"그건 됐고! 비용을 금으로 가지고 오면 3프로 할인해 주마."

"금으로?"

"그래. 되도록 순금으로."

"금은 한국으로 가지고 가려면 쉽지 않을 텐데?"

"그건 니가 신경 쓸 거 없고. 맘에 있으면 금으로 가지고 와."

"5프로 할인해주면 모두 금으로 준비해볼게. 아버지 친구 분이···."

"그래 그렇게 해. 바쁘다."

놈의 말이 길어질 것 같아서 끊었다.

이놈에게는 틈을 주어서 좋을 일이 없었다.

"너는···. 알았어. 가면 되잖아."

미우라 놈이 사무실을 나섰다.

사장인 직원이 미우라를 대하는 것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미우라가 다녀간 후 직원의 눈빛이 바뀌었다.

자신에게 돌아올 인센티브를 마치 미우라가 빼앗아가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았다.

<좋은 자세야. 집사에게는 잘 된 거잖아. 둘이 경쟁하면 더 많이 들어올 거 아니야. 흐흐흐!>

이런 기대는 다행히 어긋나지 않았다.

중국과의 거래를 확정 짓더니 다른 곳과의 거래도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슬슬 직원이 이전에 보내둔 메일에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수술로 떼어낸 마나통이나 화장 후에 나오는 마나통에서 나는 냄새는 비단 일본이나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고민하던 차에 처리해주겠다는 업체가 있자 문의가 들어왔고 이를 놓칠 직원이 아니었다.

직원은 이 일이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

내가 받는 돈의 일부이지만 그것도 적은 돈은 아니었다.

대변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정말 인생이 바뀔 엄청난 기회이기는 했다.

"저 사장님! 제가 물어오는 일도 금으로 모든 비용을 처리하면 제게 추가 인센티브를 주십니까?"

눈치를 보면서 매우 조심스럽게 묻는 직원이었다.

"드려야죠. 그것도 미우라보다 많이 드리겠습니다. 가지고 오시는 양에 따라 7프로까지 드리겠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직원은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이런 걸 도랑치고 가제 잡는다고 하지! 일석이조 이상이네. 하하하!>

나호가 즐거워했다.

나호의 웃음소리만큼이나 원활하게 마나통과 금이 모아지기 시작했다.

그 많은 마나통과 금이 어디로 가는지에 대해 매우 궁금해 했지만 설명해줄 생각은 없었다.

<진작 이렇게 모을걸! 이렇게 쉽게 모을 수 있는 것을 그 고생을 했으니···.>

보름 정도 지나 급격하게 들어오는 양이 늘어나자 나호가 한 말이었다.

"이전의 수고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어. 일본 놈들이 어떤 놈들인지 네가 더 잘 알잖아. 성과가 없이 일을 추진했다면 과연 이렇게 됐을까?"

미우라 놈의 사업 감각이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이전의 노력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긴 하지. 이렇게 들어오니 확실히 마나통도 그렇고 마나도 그렇고···. 많이 들어오네. 금은 말할 것도 없고. 금 바꾸는 일도 큰일이었는데 덕분에 수고를 덜었어.>

"경쟁과 보상이 불러온 결과지. 오늘 밤에 갈 거야."

<그렇지 않아도 기대하고 있었어. 착실히 준비했으니 뭐가 나와도 잘할 수 있을 거야.>

시스템이 지난 번 마나를 뜯어가면서 소개해주기로 한 던전이 있었다.

오늘 밤에 그곳을 가기로 했다.

현실에서 마나통 수거가 이렇게 잘 되지 않았다면 일본으로 돌아온 직후 소개받은 던전으로 향했을 것이다.

하지만 마나통 수거가 생각보다 잘 되었고, 나름 새로운 분야의 개척이었기 때문에 그동안 자리를 비울 수 없었다.

더구나 마나통이 수거될 때 이미 모여진 마나가 들어왔기 때문에 서두를 이유가 없었다.

누구나 갈 수 있는 곳이라거나 던전 덩굴이 있었다면 바로 갔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미루다 오늘밤에 가기로 한 것이었다.

퇴근을 하고 마트에 들러 즉석음식과 과일, 야채를 더 구입했다.

이미 완벽에 가까운 준비가 되어 있지만 소환수들이 좋아하는 음식과 간식을 더 챙긴 것이었다.

준비는 다 끝난 상태였지만 바로 던전으로 갈 수는 없었다.

전령조의 쉼터를 이용해서 시스템이 말해준 던전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현재 공원에 사람이 너무 많았다.

<전령조의 쉼터가 사람이 좀 적은 곳이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그럼 더 자주 드나들면서 물건도 보관하고 얼마나 좋아. 그치?>

"그럼 금상첨화이기는 하지만 다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은 아니잖아. 어디 두메산골이 아닌 것만 해도 다행이지."

전령조의 쉼터는 자정 쯤 들어가기로 하고 도쿄대학교로 향했다.

도쿄대에 그동안 보관 중이던 '꽝 던전'을 심기 위해서였다.

꽝 던전을 어디에 심을까 고민을 많이 하다가 결정을 한 곳이 도쿄대였다.

도쿄대에 들어가니 자꾸 나호가 쳐다보았다.

"왜 그래?"

<아니. 혹시라도 아쉬움이 있나 해서?>

"무슨 아쉬움? 대학 중퇴한 거?"

<두루두루.>

"별 소리를 다해. 입대 전까지 충분히 누려봤어. 그 정도면 됐지 얼마나 더. 그래도 대학이라도 입학해 보고 대변혁이 일어났으니 얼마나 다행이야."

그래도 제대로 된 학창시절을 누려본 것이었다.

대변혁 이후 다시 사회가 안정될 때까지 일상적인 삶은 기대할 수 없었다.

대학은 고사하고 초등학교를 입학해보지도 못한 아이들이 속출하게 되니 나 정도면 정말 양호했다.

<저 학생들에게 저런 삶이 6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고 하면 미쳤다고 하겠지?>

"정신병원에 갇힐 수도 있지."

<그런데 어디에 심을 거야? 이 넓은 곳에서?>

"저기다 심자. 저기도 괜찮겠다."

마침 적당한 연못이 있었다.

전통적인 일본풍 연못이었다.

꽝 덩굴은 특이한 것은 없으니 어디든 심으면 잘 자랄 것이 분명했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연못가에 꽝 덩굴을 심었다.

<마음껏 자라라! 다음에 클리어 하러 올 테니. 집사! 그런데 이 녀석들 대변혁 이전에 미개방 던전이 되려나?>

"그럼 좋지. 이런 던전이 내 소유로 넘어오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은지 나호의 입 꼬리가 자꾸 올라갔다.

<으흐흐흐! 흐흐!>

꽝 던전 같은 것을 이용해 일본을 치는 상상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조금은 사악한 미소를 짓고 있는 나호가 싫지 않았다.

동경대를 나와서 집으로 돌아왔다.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아서 식사를 하고 갈 생각이었는데 TV에서 뜻밖의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참 어이가 없네.>

"내비 둬. 나쁜 일은 아니잖아. 오히려 잘 됐지 뭐. 나중에 욕은 일본이 다 먹을 테니까."

뉴스에 등장한 사람은 뜻밖에도 미우라의 아버지인 화장 장례식장의 사장이었다.

미우라의 아버지는 자신들이 마치 마나통을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독창적인 방법으로 마나통을 처리한다며 사업을 세계적으로 적극 확대할 것이라는 뉴스였다.

"···세계 최초로 '오션 28'의 찌꺼기를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기쁜 소식이었습니다. 이로써 일본은 치료에서부터 처리까지 완벽한 유일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다음 소식···."

<집사! 저것들 웃기지 않아? 만약 집사가 이의를 제기하면 어쩌려고 저러는 거야?>

"그럼 자기들은 1차 처리를 담당하고 있다는 말이었다는 식으로 빠져나갈 거야. 뭐 어찌됐든 세계적으로 적극 홍보해서 처리를 도맡는다잖아.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지."

<그렇기는 해. 나중에 욕도 일본이 먹을 거고. 흐흐흐! 정말 일이 잘 풀려도 너무 잘 풀린다. 전생의 불운이 이번 생의 행운으로 돌아오는 건가?>

엄청난 마나를 들여서 행운 수치를 높였는데 그것 때문인가 싶기도 했다.

뉴스를 조금 더 시청하다 공원으로 나왔다.

그리고 인적이 드문 틈을 타서 전령조의 쉼터에 입장했다.

전령조의 쉼터에 들어오니 가장 좋아하는 것은 당연히 꾸루와 전령조들이었다.

바로 대기실에서 나오더니 시원하게 날아올랐다.

대기실이 넓어졌다고 해도 쉼터와 비교할 수 없었다.

잠시 전령조들의 비행을 구경하다 시스템을 불렀다.

[약속한 던전으로 이동하시겠습니까?]

"준비됐어. 전령조들이 몸만 풀면 언제든 갈 수 있어."

[그럼 10분 후에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직 시스템이 소개한 던전의 정확한 위치는 알 수 없었다.

남극이나 북극 그것도 아니면 태평양 한가운데가 아닐까 싶었다.

그러니 전생에 발견되지 않았을 것이다.

꾸루와 전령조들이 몸을 풀더니 나왔던 것처럼 가볍게 날아서 대기실로 들어갔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10분이 흘렀을 때 번쩍하더니 낯선 곳에 와 있었다.

그런데 낯선 환경을 감상하고 있을 시간 같은 것은 주어지지 않았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지 않았다면 큰일이 났을 것이다.

창까지 들고 이동을 한 것이 참으로 다행이었다.

스걱!

떨어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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