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130화 (130/350)

130. 기대

몬날아귀의 머리에 붙은 촉수가 사방을 살필 수 있고 매우 예민하다고 해도 만능은 아니었다.

거대한 새, 그것도 위협적인 부리와 발톱을 가진 존재가 접근을 하면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촉수와 커다란 입, 그리고 사방으로 뻗친 가시를 제외하면 공격 수단을 가지고 있지 않는 몬날아귀였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하나하나가 엄청난 전력이지만 의외로 연약한 피부를 가진 존재이기도 했다.

그래서 더 촉수를 지키기 위해 전기를 머금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쨌든 촉수는 세 마리의 사냥조에게 완전히 정신이 팔린 상태였다.

그런데 출격한 새는 세 마리가 아니었다.

양쪽으로 갈라진 두 마리의 새의 머리 뒤 쪽으로 각각 한 마리의 새가 탑승하고 있었던 것이다.

탑승하고 공격의 때를 노리던 새는 덩치에 비해 유난히 길고 날카로운 부리를 가진 녀석들이었다.

이 녀석들은 배 밑으로 들어가 위로 치받은 사냥조들의 공격에 몬날아귀가 흔들리는 틈을 놓치지 않고 촉수를 향해 날아들었다.

몬날아귀 옆으로 사냥조 두 마리가 붙은 상태였기 때문에 접근은 어렵지 않았다.

촉수가 위험을 느끼고 뭔가를 해보려고 했을 때는 이미 바닥으로 떨어진 다음이었다.

촉수가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붕 떠오르려고 하는 몬날아귀를 바닥으로 인도한 것은 양쪽으로 날고 있던 덩치 큰 두 마리의 사냥조였다.

<헐! 무섭네. 나중에는 전장에 사냥조들만 풀어놔도 되겠어. 소환수가 사냥한 것도 집사에게 미량씩 마나가 들어오지?>

"고맙게도 그런 것 같아. 경험치는 별개인 것 같지만 말이야."

스걱!

한 마리의 몬날아귀를 처리한 쪼롱이는 이제 본격적으로 사냥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쪼롱이의 지휘에 따르는 사냥조들의 움직임도 일사불란했다.

처음 봤을 때도 그랬지만 놀라울 따름이었다.

쪼롱이가 사냥에 적극성을 보이자 그렇지 않아도 심심하던 전장이 한가해 보일 정도가 되었다.

쪼롱이와 사냥조들의 전투를 보다가 호위조들에게도 사냥을 다녀오라고 했다.

호위조로 붙어 있는 녀석들이 사냥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호위조들은 다른 사냥조들이 교대해주기 전까지는 내 주위를 떠나지 않았다.

아마 쪼롱이가 그렇게 명령을 내려두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럴 때는 인간보다도 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소환수들이었다.

배신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아군이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속이 든든해지는 느낌이었다.

전투는 맥없이 끝났다.

<전생의 사람들이 이 모습을 봤으면 사기라고 했을 거야. 이건 뭐. 너무 심할 정도야.>

나호가 전장을 둘러보며 하는 말이었다.

던전 바닥은 온통 몬날아귀의 전리품 천지였다.

한꺼번에 도축을 했으면 한 쪽으로 정리가 되었겠지만 촉수 때문에 잡을 때마다 도축을 했기 때문이었다.

가장 비싼 전리품에 속하는 촉수는 인벤토리에 보관했는데 총 235개였다.

총 235마리의 몬날아귀를 사냥한 것이었다.

3미터 이상의 몬날아귀여서 발 디들 곳이 없을 정도였다.

쪼로롱! 쪼롱! 쪼로롱!

"그래. 수고했어. 고기는 얼마든지 먹어."

쫑!

당장 한쪽에서 몬날아귀 고기를 먹는 것을 허락했다.

몬날아귀는 맛이 좋은 몬스터에 속했다.

보기에는 징그럽지만 고기가 부드럽기로 유명했다.

잡기 힘들어서 그렇지 잡아두기만 하면 돈이 되는 몬스터였던 것이다.

허락을 하자 사냥조들이 일제히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호위를 맡고 있는 새들은 여전히 자리를 뜨지 않았다.

교대하는 애들이 있기 전까지는 이 상태를 유지할 것이 뻔했다.

이제는 익숙한 일이라 그러려니 할 때도 됐지만 볼 때마다 신기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쪼롱이와 사냥조들이 고기를 먹는 동안 고기와 가죽을 대기실로 넣었다.

비어있는 컨테이너에 넣기만 하면 되는 일이기 때문에 어렵지 않았다.

오늘 잡은 고기만 해도 컨테이너 열 개는 넘을 것 같았다.

고기와 가죽을 정리하고 난 후에는 불필요한 부산물을 시스템에게 팔아 389마나를 얻었다.

부산물을 판 것치고는 많은 마나를 얻은 것이었다.

그런데 부산물까지 팔고 난 이후에도 던전이 클리어 됐다는 메시지가 나오지 않았다.

아마 이 던전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인 것 같았다.

던전이 형성되는 시기라 만만하게 봤더니 대변혁 이후라고 생각하고 공략에 임해야 할 것 같았다.

쪼롱이와 사냥조들의 식사까지 끝나자 던전의 안쪽으로 이동하려고 했다.

그런데 시스템의 메시지가 들렸다.

[띠링! 몬스터의 부산물을 거래하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뭐야? 시스템이 먼저 거래를 청하기도 하는 거야?>

부산물이나 전리품의 거래를 먼저 청한 것은 처음인 것 같았다.

"마나만 많이 준다면 적당히 넘길 수는 있지."

[전부 넘기신다면 만족하실 만큼의 마나를 드리겠습니다.]

시스템의 대답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시원시원했다.

그런데 이런 반응은 묘하게 경계를 하게 만들었다.

<집사! 이렇게 큰 던전에서는 입구에서 얻은 전리품이 공략에 필요할 때가 많아. 잊지 않고 있지?>

"당연하지. 여기서 팔아치우고 고생하면 바보지."

<다행이네. 나는 집사가 다 팔아 버릴까봐 걱정했거든.>

"최소 백 개 이상은 남겨둘 거야. 대변혁 이전까지 이 던전은 올 수 없다고 했잖아. 그러니 충분히 남겨둬야지."

<그렇지!>

시스템이 잠시 말이 없었다.

자신의 계획과 틀어지니 잠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띠링! 그렇다면 135개를 파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딱 백 개만 팔 거야. 최소 백 개는 남겨둔다는 말은 이 던전에서 나갈 때를 기준으로 한 말이었어. 아무래도 이 던전에서 촉수손전등을 좀 쓸 것 같으니까. 얼마나 쳐줄 거야?"

[한 개에 5마나를 드리겠습니다.]

"괜찮은 값이긴 한데 이거 10마나에도 팔 수 있어. 누구보다 잘 알잖아."

대변혁 직후에는 10마나에 촉수손전등을 살 헌터는 없다.

초반에는 성장하기도 바쁘고 촉수손전등이 필요한 던전도 거의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1년이 가기 전에 이런 물건이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 팔려나가기 마련이었다.

처음에는 물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부르는 것이 값이었다.

10마나면 F급 인벤토리를 하나 살 수 있고, 자신이 가진 능력치 1을 활성화 시킬 수 있는 값이어서 어떻게 보면 비싼 값이지만 빛이 없는 던전에서는 목숨이 될 수도 있었다.

더구나 1회성 물건이 아니고 일정기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공급보다 늘 수요가 더 많았다.

[강대한 님께서도 지금부터 1년 이상 가지고 계셔야하는 거 아닙니까? 그러는 것 보다는 팔아서 마나를 확보하시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마나든 돈이든 굴려야 하는 법입니다.]

<헐! 이제는 가르치기까지 하네. 그런데 맞는 말이라는 것이 함정이다. 그치?>

분명 맞는 말이었다.

1년 이상 보관만 하는 것 보다는 마나로 바꾸어서 사용하는 것이 나았다.

그렇다고 해도 5마나에 팔수는 없었다.

"5마나에는 어려워. 10마나도 고민인데···. 5마나라니."

[그럼 저희가 8마나에 사겠습니다.]

"좀 더 쓰지? 지금 이런 물건 구하지 못하잖아. 그래서 사려는 거고?"

[그럼 9마나 어떻습니까?]

"9마나는 아쉽지. 차라리 딱 떨어지게 10마나는 어때? 그럼 내가 두 개 더 줄게."

<우아! 우리 집사 시스템 상대하더니 장사꾼 다 됐네. 하하하!>

102개에 천 마나를 얻는다면 괜찮은 거래였다.

[이왕이면 딱 떨어지게 다섯 개 더 얹어주십시오.]

<우와. 정말···. 대단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다섯 개는 너무 하고 세 개 더 줄게. 더 이상은 안 돼."

[좋습니다. 촉수손전등 103개에 천 마나를 지급하겠습니다.]

거래가 성사되었다는 말과 함께 인벤토리에 담겨있던 촉수손전등 103개가 사라졌다.

그리고 상태창에 천 마나가 들어와 있었다.

<시스템은 뭐든 마음대로 하는 것 같은데 전리품이나 부산물을 왜 사들이지? 이런 건 마음대로 하지 못하나?>

"모르지. 우리가 안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고, 조금 더 강해지고 나면 자연스럽게 알아질 것도 같고."

<그건 집사 말이 맞는 것 같아. 전생에는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경험하고 있잖아.>

우리는 이야기를 하면서 던전 안쪽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촉수 손전등이 필요한 곳이 있었다.

<집사! 이거 보스 몬스터가 있는 거 아닐까?>

'그럴지도 모르지. 바로 보스가 나온다면 고마운 일이고.'

촉수손전등을 들고 통로처럼 생긴 곳으로 들어갔다.

일자형 통로는 매우 어두웠는데 촉수손전등이 없었다면 아무리 감각수치를 높여놓은 나라도 고생을 했을 것 같았다.

물론 나호가 있으니 크게 걱정은 없지만 말이다.

그렇게 10분 정도 지나자 갑자기 통로가 확 넓어지면서 갈림길이 나왔다.

그런데 한 쪽에서 물 냄새가 나는 것이었다.

쫑!

쪼롱이가 물 냄새에 반응을 보였다.

꼬물이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먹을 것이라 그런지 꼬물이가 정확하게 물 냄새가 나는 통로를 가리켰다.

저쪽으로 가자는 말 같았다.

우리는 물 냄새가 나는 쪽의 통로로 들어갔다.

그런데 통로에 진입하는 순간 등 뒤로 통로가 닫혀버렸다.

아무래도 선택을 바꿀 수는 없는 모양이었다.

<집사! 이거 우리가 던전의 기능을 결정짓는 것은 아니겠지? 다음에 다시 오면 저쪽으로도 가볼 수 있겠지?>

"모르지. 클리어를 하고 나면 뭔가 더 알게 되겠지."

미리 알 수 있으면 좋지만 시스템은 결코 쉽게 정보를 주는 존재가 아니었다.

특히 클리어 전의 던전 정보는 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약간의 정보는 마나를 주고 구매가 가능할 것도 같지만 말이다.

꼬물!

그 순간 꼬물이가 앞쪽을 가리켰다.

어서 가자는 말이었다.

어차피 선택을 되돌릴 수 없다면 전진해야 했다.

또 다시 갈림길이 나오지 않을까 했지만 갈림길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대신 나오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몬날아귀였다.

이런 통로형 던전에서는 잘 나오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녀석인데 통로가 넓고 높기 때문인지 나타나서는 소리를 질렀다.

<이거 까다롭게 나오네.>

나호가 저런 말을 하는 이유가 있었다.

좁은 장소이기 때문에 이런 곳에서는 사실 몬날아귀가 불리했다.

촉수가 잘리면 날아오르기라도 했던 바깥과 달리 이곳에서는 촉수가 잘림과 동시에 사망이라고 봐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곳에 사는 몬날아귀는 영리했다.

통로에 살고 있던 녀석들답게 통로를 아주 잘 이용했다.

머리를 천장에 거의 붙여서 움직이면서 촉수를 드러내지 않았다.

촉수가 자신들의 약점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이었다.

꼬물!

그런 몬날아귀를 보던 꼬물이가 반응을 보이는 것은 그 때였다.

<꼬물아! 마음은 알겠는데 집사가 알아서 할 거야.>

나호가 진정을 시켰는데도 꼬물이는 꼬물거리며 자꾸 바닥에 뭔가를 썼다.

^할수 있어요. 도뮤!^

^나도 잘 할 수 있어요.^

이런 글을 쓰며 천장을 가리켰다.

아무래도 대기실의 입구를 천장 가까이로 대달라는 것 같았다.

<집사! 우리 꼬물이 천재 아닐까? 왜 그 생각을 못했지. 지금까지 대기실은 그저 아이들의 쉼터라고만 생각한 것 같아. 이용하기에 따라 충분히 공격에 이용할 수도 있는데 말이야.>

꼬물이는 그저 자신도 한몫 거들고 싶다고 한 것뿐이었는지 모르지만 꼬물이로 인해 대기실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다.

그리고 입을 쩍쩍 벌리며 전의를 불태우는 도뮤의 활약을 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몬날아귀를 상대로 아직 어느 정도의 전력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는 도뮤를 실험할 수는 없었다.

꼬물이는 두말 할 것도 없고 말이다.

스걱! 푸우우욱! 스걱!

"지금은 내가 알아서 할게."

짧게 말을 하고는 몬날아귀의 큰 입을 피해가며 공격을 했다.

입이 큰 만큼 공격할 곳이 많지 않지만 어쩔 수 없었다.

몬날아귀의 입속은 공격해봤자 효과가 좋지 못했다.

쁘에에에엑! 쁘에에엑!

몬날아귀가 통로지형의 장점을 극대화시킬 공격을 감행했다.

위액을 토해낸 것이었다.

몬날아귀는 그것으로 날 잡았다고 생각한 것 같았지만 아니었다.

오히려 무모한 공격으로 역습을 허용하고 말았다.

몬날아귀가 위액을 토해낼 때의 특유의 동작 때문이었다.

푸우우우욱!

쁘아아악! 캬아아악!

몬날아귀는 유난히 괴로워했다.

하지만 자신의 배를 뚫고 들어오는 창을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그러게 적당히 까불어야지. 쯧쯧!>

나호의 말과 함께 몬날아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촉수는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다.

몬날아귀의 숨은 끊어졌지만 촉수로 전해지는 양분은 여전했기 때문이었다.

스걱!

촉수를 잘라내지 않고 도축을 해도 되지만 잘라낸 후 도축을 했다.

이렇게 해야 촉수손전등의 수명이 조금 더 길어지기 때문이었다.

<이제 전리품을 챙길 시간인가?>

나호의 목소리에 기대가 어렸다.

좋은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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