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132화 (132/350)

132. 가장 좋은 치료수

시스템이 장사에 눈이 먼 것 같지만 기본적으로 시스템은 합리적이었다.

그러니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나에게 밖에 팔 수 없다면 나중에 사도되겠네. 어차피 지금 마나가 넉넉한 것도 아니니까."

[지금 구매하시면 기능을 상향해드립니다. 다음에는 이런 조정은 불가능합니다.]

"악성 재고가 쌓여도?"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지만 회귀이후 느낀 시스템은 왠지 회사 같은 느낌을 줄 때가 많았다.

대변혁이라는 거대한 기획을 하고 그 기획에 맞는 다양한 상품을 만들고 판매해서 마나를 벌어들이는 회사!

어떻게 보면 게임회사처럼 보이지만 게임회사라고 말하기에는 그 규모가 너무 방대했다.

시스템이 하는 방식은 대기업의 기획실을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지금 나에게 팔려고 하는 물통은 고객의 반응을 먼저 살피기 위해 만드는 시제품이나 시범상품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풍겼다.

그런데 시제품이라고 해서 항상 나쁜 것은 아니었다.

어쩔 때는 이후에 나오는 제품보다 나을 수도 있었다.

특히 시스템이 파는 물건이라면 말이다.

[가격 조정은 불가능합니다. 2만 마나는 주셔야 물통은 구매가능하십니다. 물건의 기능을 보면 이건 엄청나게 싼 가격입니다.]

"2만 마나는 변하지 않는다는 거지?"

[그렇습니다. 이건 쇼이를 호출하셔도 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와 거래해야 기능을 상향시키시기 용이하실 겁니다.]

<자기들이 쇼핑 가이드를 팔았으면서 쇼이를 호출하지 말래. 이게 말이야? 방구야?>

나호가 어이없어했지만 이건 시스템의 말이 맞을 것 같았다.

쇼이는 가이드이지 기능의 상향까지 해줄 수 있는 위치가 아닌 것 같았다.

"마나가 없어. 아직 3천도 되지 않는데 2만 마나짜리 물건을 사라니···. 그렇다고 다 털어 넣을 수는 없잖아."

[이번 기능 상향은 특별합니다. 단순히 치료수가 상하지 않도록 보관하는 것이 아닙니다.]

혹시라도 중간에 말을 끊을까 걱정이 되는지 속사포처럼 말하는 시스템이었다.

[보관하시는 치료수의 등급을 1단계 상승시켜드리겠습니다. 이 물통에 보관하는 것만으로 B등급 치료수가 A등급 치료수가 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단 한 번의 경험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이 경험은 이 물통을 사용하시는 동안 계속 하실 수 있습니다. A이 S급이 되고, SSS급이 EX급이 되는 것이 꿈이 아닌 현실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정말 당장 사고 싶게 말하기는 한다.>

[거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겉으로는 가로, 세로, 높이 1미터의 물통에 지나지 않지만 실제로 담기는 물은 천 배! 천 배가 들어갑니다.]

"천 배라고?"

지금 시스템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 말을 하고 있었다.

천 배라면 가로, 세로, 높이가 10미터씩이라는 말이었다.

겉으로 1㎥인데 담기는 것은 1000㎥라니 쉽게 감이 잡히지 않았다.

아니 이런 물건이 가능하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다.

[정확하게 천 배입니다. 이 물건의 놀라운 점은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치료수를 담는 것도 큰일이지······.]

시스템은 이 물통을 꼭 팔고 싶은 모양이었다.

줄줄이 기능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전생에 어떤 물건을 팔아도 이렇게 상세하게 설명을 해준 적이 없었던 시스템이었다.

물건에 대한 정보마저 소량의 마나를 주고 구매하게 했던 시스템인데 지금은 너무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 물건을 꼭 팔아치워야 하는 나름의 사정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옳다구나 하고 살 줄 알았던 물건을 사지 않으니 당황한 것인지도 모른다.

대기실용이라고 하니 인벤토리에 들어갈 수도 없는 것이고, 혹여 인벤토리에 들어가게 바꾼다고 하더러라도 1㎥라면 B급 인벤토리 이상이 아니면 보관이 불가능했다.

문제는 당장 B급 인벤토리를 구매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당장 마나도 문제이지만 인벤토리처럼 단계가 있는 물건은 아래 등급의 물건을 단 한 개라도 구매하지 않으면 상위 등급의 물건을 구매할 수 없었다.

정말 악성 재고가 발생할 것 같으니 팔아치우려는 것 같았다.

<집사! 치료수를 빨아들이듯이 담을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다. 호스가 있다는 것도 좋기는 하고. 물건을 잘 만들기는 했어.>

나호가 말하는 장점 이외에 이 물통은 겉으로는 하나의 물통으로 보이지만 천 개의 칸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1㎥짜리 물통이 천 개 붙어 있는 것이었다.

물론 천 가지 종류의 치료수가 존재하지 않지만 만약 마나수나 정령수, 각종 약을 보관할 수 있다면 빚을 내서라도 사고 싶은 물건이었다.

"치료수만 보관이 가능한가?"

[원칙적으로는 그렇습니다만 최초의 구매이시니 액상인 것은 무엇이든 보관하게 해드리겠습니다.]

"등급의 상향도 모든 액체가 가능하고?"

[그건 또 다른 문제입니다. 잠시 기다려주십시오.]

<집사 사려고?>

"만약 모든 액체를 저기에 담아서 한 등급 상승한다면 백 번이라도 사야지. 시스템에게서 산 물약도 저기에 담았다 꺼내면 등급이 상승한다는 거니까."

<그렇게 해주면 좋지만 그렇게 해주겠어? 바보가 아니고서야.>

"모르는 일이지."

담당자와 이야기를 했는지 잠시 후 시스템의 음성이 들려왔다.

이번에는 나호의 추측이 맞아떨어졌다.

치료수를 제외한 다른 것은 보관만 가능했다.

등급의 상승이 없다고 하더라도 1000㎥의 유혹은 강렬했다.

"이자는 없다고 했는데 언제까지 갚아야하지?"

<집사 2만 마나 그거 작은 거 아니다. 신중해야해.>

"알아. 그래도 저 물통이 있으면 저게 인연이 돼서 좋은 물을 많이 만날 수 있을 것도 같아. 전생에 일회성 던전에서 기회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전생에 1회성 던전에서 치료수에 버금가는 물을 만난 적이 한두 번 있었다.

하지만 많은 물을 담아올 수 없었다.

고작 인벤토리에 보관 중이던 물통에 담아온 것이 다였다.

이렇게 좋은 물들은 아니었지만 언제 또 그런 기회가 찾아올지 모를 일이었다.

<집사가 잘 선택해. 빚은 지기는 쉽지만 갚는 것은 쉽지 않다는 거 잊지 말고.>

뮤! 뮤!

^빚 갚는 거 힘들다. 허리가 휜다.^

나호의 말에 격하게 동의하는 도뮤였다.

머리를 어찌나 격하게 끄덕이는지 꼬물이가 제지를 할 정도였다.

[원래는 12월 31일까지는 갚아주셔야 하지만 조금 더 연장을 해드려서 내년 2월까지 갚아주시면 됩니다.]

순간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2만 마나!

상환까지는 7개월 남짓!

지난번 소환처럼 팔 물건이 있다면 모르지만 사냥만으로 모으기는 불가능에 가까운 마나였다.

뮤! 뮤!

^벌써부터 하늘이 노랗다. 사는 거 쉽지 않다.^

꼬물이는 급하게 도뮤의 입을 막으면서도 착실하게 통역을 하고 있었다.

<2만···. 내년 2월! 2월이라면 말일을 말하는 거겠지?>

[당연합니다.]

<확실하게 해둬야지. 나중에 딴소리하면 안 되니까.>

고민이 되었다.

지금 가지고 온 물통에 보관을 하면 공간을 많이 차지하기는 했다.

고구마도 잘 자라고 있고, 고구마 밭도 늘어나고 있는데 많은 부피를 차지하는 물통을 보관하면 소환수들의 삶의 질도 떨어질 것이 뻔했다.

그렇다고 컨테이너 위에 올려두면 꼬물이가 자유롭게 사용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저 물통이라면 부피도 적당하고 꼬물이가 이용하기도 쉬웠다.

현재 대기실에 보관중인 치료수도 저기에 다 담으면 그만큼 공간도 확보가 되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 저거 하나 있으면 앞으로 집사는 따로 물통은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되겠다. 액상은 무조건 된다고 했으니까 죽이나 스프를 보관해도 좋고. 뜨거운 물도 보관 가능하겠지?>

[당연합니다. 칸마다 다른 온도의 액상을 보관하셔도 서로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영구적으로 품질의 변화 없이 보관이 가능합니다.]

마치 만병통치약 판매상을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시스템의 말대로라면 정말 좋은 물건임에 틀림이 없었다.

나호의 말대로 던전이든 이세계든 물을 챙기는 것이 보통일이 아니었는데 그런 수고도 사라지고, 음식 걱정도 조금은 덜 수 있을 것 같았다.

"기능을 보면 2만이라는 비용이 결코 비싸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데 이상하게 망설여지네."

[빚을 지는 것이기 때문에 그럴 겁니다.]

"그래. 빚 때문에 이렇게 불안한 거야. 내년 2월까지 갚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갚으셔야합니다. 약속은 지켜야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묻는 거잖아. 큰일 날 뻔했네. 집사 잘 생각했어. 이상하게 빚을 낼 때는 갚는다는 생각까지만 하는 것 같아. 갚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는데 말이야>

"미래는 긍정적으로 보고 싶으니까. 불안하다고 생각하면 빚을 내서 뭔가를 하지 못하지."

[내년 2월 말일까지 빚을 갚지 못하시면 이자가 붙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저희가 받는 이자방식입니다.]

상태창에 이자방식이라고 띄워준 것을 보고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을 지경이었다.

<집사! 집사 대학 들어갔으니 저 정도는 계산할 수 있지? 뭐가 저렇게 복잡해? 나는 뭐가 뭔지 도저히 모르겠어.>

나호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아니 연 몇 % 이런 단순한 방식 없어?"

[저희는 그 계산식만 사용합니다.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 계산 방식에 따라 이자를 계산할 겁니다.]

"그래서 이자가 얼마라는 거야?"

직접 계산은 어려울 것 같아 물었다.

그런데 함께 상태창을 들여다보고 있던 도뮤가 반응을 보였다.

뮤! 뮤! 뮤!

^3월 1일 5마나, 2일 6마나, 3일 7마나.^

<집사! 도뮤의 계산이 정확한 건가?>

뮤! 뮤! 뮤!

^빚져봤다! 친구 만나지 못해서 빚진 삶 살아봤다! 정확하다!^

도뮤가 조금은 절박한 표정으로 항변하듯 말했다.

"3월 1일 부터는 날마다 1마나씩 올라간다는 거지?"

뮤!

^ㅇ^

뮤!

^연체는 지옥이었다.^

정말 연체되는 순간 지옥문이 열릴 것 같았다.

<만약 1년을 갚지 못한다면 원급의 세 배가 넘는 이자를 갚아야 한다는 거잖아. 이거 웬만한 사체업자보다 심한데?>

[그래도 저희는 이자에 이자는 붙지 않습니다. 5마나부터 시작해서 날마다 1마나씩 추가될 뿐입니다. 다 갚으실 때까지.]

"원금의 일부를 갚아도 이자는 줄지 않고?"

[그렇습니다. 원금은 빨리 갚을수록 좋은 겁니다.]

<무섭네. 너희 아무리 적은 돈을 빌려도 연체되면 그런 식으로 이자 받지?>

[그렇습니다. 저희의 계산 방식입니다.]

뮤! 뮤! 뮤!

^개미지옥 따로 없다. 빚지면 안 된다. 지옥문 열린다.^

도뮤가 우는 시늉을 했다.

빚진 적이 있다더니 아무래도 시스템에게 빌려 쓴 적이 있는 모양이었다.

꼬물이의 작은 뿌리 하나가 도뮤의 등을 쓰다듬고 있었다.

[제 때 갚으면 저희보다 좋은 대출처는 없습니다.]

<그렇게 빌려주고 이것저것 물건을 판매하니까 문제지.>

나호가 고개를 저었지만 2만 마나 정도는 갚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좋아. 한 가지만 약속해주면 살게."

[말씀하십시오.]

산다고 하자 시스템의 음성이 달라졌다.

지금 말하면 그것이 무엇이든 다 들어줄 것 같았다.

"아 먼저! 그 물통을 꼬물이나 소환수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확실하지?"

[그렇습니다. 대기실에 보관하는 것이니 당연합니다. 꼬물이가 이용하기 쉽도록 설계에서부터 배려했습니다.]

꼬물이 때문에 만든 물건인가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다.

"약속 받고 싶은 것도 소환수들에 관한 거야. 이곳에서 치료수를 가지고 갈 거잖아."

[말씀하십시오.]

"이곳은 어디에 있는지 모르니 내가 다시 올 수 없잖아? 대변혁 전까지."

[이곳의 위치는 대변혁 전까지는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단 클리어 하시면 소유권은 강대한 님께 넘어갈 겁니다.]

<맞아. 우리 이 던전 아직 클리어 하지 못했지. 난 클리어 됐다고 잠깐 착각하고 있었어.>

"소유권이 내게 넘어오는 것은 미개방 던전이니 당연한 거고, 대변혁 전까지 딱 한 번만 더 이곳에 들어올 수 있게 해줘. 소환수들을 위해서."

지금 꼬물이는 하루에 세 번이 아니라 다섯 번 이상 씻고 있었다.

거기에 들어가는 치료수의 양도 장난이 아니었다.

잠시라도 냄새를 줄이고 성질을 바꾸어서 쓰레기 버섯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앞으로는 더 많은 치료수가 필요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래서 한 번 더 왔으면 하는 것이었다.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닙니다. 잠시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어떨 것 같아?>

"나에게 팔아야 하는 물건이니 해주겠지."

<그런데 그렇게 많은 치료수가 필요할까?>

"해준다고 하면 다른 곳에 비워두고 한 번 오려고."

<아! 뛰는 시스템 위에 나는 집사네.>

화순 집에도 넉넉하게 드리고 지금 현재는 우리나라에만 독도를 파니 그 안에 옅게 희석한 치료수를 섞어도 좋을 것이었다.

어느 정도 희석할 때까지 약효가 유지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약효가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우리 국민들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지금도 자잘한 병이 나은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정말 병을 낫게 해줄지도 모를 일이었다.

물론 엄청나게 희석을 하니 큰 병을 고치지는 못하겠지만 말이다.

독도에 넣지 않더라도 쓸 곳은 차고 넘쳤다.

특히 대변혁 직후에는 아무리 많은 치료수가 있어도 부족할 수 있었다.

그때에는 이렇게 던전에 오갈 시간조차 없을 테니 이번 기회에 확보를 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다.

[띠링!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방문은 어렵습니다. 대신 지금 사신 물통의 치료수를 모두 소비하시면 저희가 1회에 한하여 가득 채워드리겠습니다.]

<와우! 정말 아예 채워준다고?>

[그렇습니다. 바로 채워드리겠습니다.]

너무 선선히 승낙을 하자 이 던전에 이 치료수 말고 다른 것도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치료수가 이 던전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치료수이기는 한 거지?"

통째로 삼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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