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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135화 (135/350)

135. 지극정성

땅이 크기 때문인지 아니면 토질이 다르기 때문인지 이상하게 같은 종류의 던전 덩굴이라도 서양의 것들은 크기가 컸다.

나호는 그것을 지금 묻는 것이었다.

"아직 어릴 때니 비슷할지도 모르지."

<미국의 던전 덩굴은 대개 컸잖아. 잎도 이만씩 하고···. 그래서 덩굴손이 만져도 더 살벌하게 느껴진다고들 했는데. 생각나?>

"기억하고 있어."

<미국 놈들이 우리 덩굴손들 보고 무시하다 큰 코 다쳤던 것도 생각나?>

"잊을 수 없지. 눈앞에서 목격한 적도 있으니까."

대변혁 초기에는 국제교류가 불가능했지만 3년 정도 지난 후부터는 가능해졌다.

장거리 워프 게이트를 품은 던전이 클리어 되고 워프 게이트를 이용하는 방법이 알려졌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국제교류가 가능해지면서 한국은 기회의 땅이 되었다.

그 기회의 땅을 차지한 것은 안타깝게도 일본이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좋은 던전이 많은 우리나라는 헌터들이 오고 싶어 하는 나라가 되었다.

워프 게이트 이용비용과 던전 이용비용까지 치르고 들어가도 이득이 되는 던전이 그만큼 많았던 것이다.

이상하게 같은 몬스터를 잡아도 우리나라에서는 더 많은 마나를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나라를 서로 차지하려고 혈안이 됐었고 최후의 승자는 미우라를 위시한 일본이 되었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차지하고 난 이후에도 외국인들은 우리나라에 있는 던전을 공략하고 싶어 했다.

비용을 치르고라도 들어가려고 하니 자연 우리 헌터들의 기회는 줄어들었고, 그건 우리나라 헌터들의 성장을 방해하는 또 다른 요인이 되었다.

미우라와 일본에게는 손 안대고 마나를 버는 방법이 되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우리나라 던전에 와서 처음 덩굴을 보면 모두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서양의 던전 덩굴에 비해 잎의 크기나 줄기의 굵기가 절반밖에 되지 않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었다.

사람이 작으니 덩굴까지 작다며 무시하던 놈들은 대개는 응징을 당했다.

던전 덩굴은 마치 사람의 말을 듣는 것처럼 입을 함부로 놀린 사람에게는 가혹했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것을 경험으로 한두 번 경험한 사람들은 다시는 함부로 입을 놀리지 않았다.

<전생은 온통 먹구름이었다고 생각했는데 간혹 그렇지 않은 순간들도 있었던 것 같아.>

나호가 추억에 잠겼을 때 시스템이 전령의 쉼터로 이동한다는 메시지를 토해내며 번쩍했다.

그리고 전령의 쉼터로 이동되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확인을 했더니 밖의 시간과 비교했을 때 십분의 일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십분의 일이면 정말 좋다. 이게 대변혁 이후에도 변하지 않으면 좋겠네.>

나호가 이 말을 한 순간 꾸루와 전령조들이 쉼터로 나왔다.

그리고 제 무리로 날아갔다.

아마 우리가 이 던전을 나갈 때까지는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것이다.

"쪼롱아! 너도 놀아."

쫑!

쪼롱이와 사냥조들도 꾸루의 뒤를 따랐다.

소유가 넘어온 던전은 안전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보이는 행동이었다.

반반이는 쉼터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쉼터가 온화한 기후에서 반반이가 활동하기에도 나쁘지 않지만 반반이는 조금 더 서늘한 것을 좋아했다.

<녀석들 아주 오늘 신났네.>

사냥조와 전령조가 대기실을 비우자 대기실이 텅 빈 것처럼 보였다.

"대기실도 조만간 더 늘려줘야 하는데···."

<지금은 꿈도 꾸지 마. 소환수가 늘어서 조금 좁은 감이 있지만 소환사 사정도 생각해야지.>

현재 대기실의 바닥 넓이는 축구장 20개 크기였다.

그만하면 넓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사냥조가 쪼롱이까지 91마리, 전령조가 꾸루까지 36마리였다.

반반이 가족과 도깨비들, 소환식물을 빼고 생각한다고 해도 이제 넓혀줄 때도 되기는 했다.

전령조들의 크기가 워낙 크고, 사냥조들도 쪼롱이를 제외하고는 한 덩치들을 자랑하기 때문에 좁아 보일 때가 많았다.

"알지. 빚쟁이니까 서두를 수는 없지."

<다행이네. 또 빚을 진다고 할까봐 조마조마했는데···.>

"또 빚을 내겠어?"

<한 번 둑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우수수야. 편리함만을 기억하고 빚의 무서움을 망각한다니까.>

"걱정하지 마. 다 갚기 전에는 빚내는 일 없을 거야."

<다 갚고도 빚은 쳐다보지도 마. 패가망신의 지름길이야. 빚을 쉽게 생각했다가 정말 큰일 나는 거야. 갈수록 쉽게 빚을 지게 만들더라.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게 만들고.>

뭘 생각하는지 정색을 하며 말하는 나호였다.

나호와 이야기를 하다 우연히 꼬물이의 뿌리를 보았다.

꼬물이는 어제 봤던 받아쓰기 중 틀렸던 것을 반복해서 연습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른 뿌리에 걸려 있는 실반지가 유난히 가늘어진 것이 보였다.

"왜 저렇게 가늘어졌지? 도뮤는 광만 내주었는데?"

반지이야기를 하자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바로 알아채고 반지를 뒤로 감추는 꼬물이었다.

하지만 가는 뿌리 뒤로 감추어봤자 다 보이는 반지였다.

<어? 집사! 정말 곧 끊어질 것 같은데? 이상하다.>

"치료수에 녹았을 리도 없고···. 다른 아이들 금붙이는 여전한데 왜 꼬물이 금붙이만 저렇지?"

꼬물!

^몰라! 몰라!^

꼬물이가 뿌리를 흔들며 대답을 거부했다.

"혼내려는 거 아니야. 궁금해서 그래. 상태창에 네 병을 고칠 방법이 있다고 했는데 혹시 관계가 있나 싶기도 하고."

꼬물?

^??^

뿌리와 글씨로 동시에 물음표를 그리는 꼬물이었다.

그 모습이 무척이나 앙증맞았다.

저런 모습을 보면 누구도 꼬물이에게서 냄새가 난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꼬물아. 너 혹시 금 먹니?"

꼬물!

^···.^

몇 번 더 물었지만 꼬물이는 대답을 피하기만 했다.

"언제든 말하고 싶을 때 말해. 금은 얼마든지 줄 수 있으니까 부담 갖지 말고."

<꼬물이가 금을 먹고 그것 때문에 냄새도 나지 않고 쓰레기 버섯도 토해내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득이기는 하다. 그치?>

"당연하지. 그렇다면 당장 황금 던전을 꼬물이 옆으로 심을 수도 있어."

꼬물!

^ㅈㄹ?^

뮤!

^방금 황금 던전이라고 했어?^

꼬물이와 도뮤가 동시에 반응을 보였다.

"정말이지 그럼. 너희들이 좋아한다면 얼마든지 심을 수 있지."

꼬물!

^ㅈㄹ? ㅈㄹ?^

뮤! 뮤! 뮤!

^심자! 심자! 황금던전!^

뮤! 뮤! 뮤!

^우리에게 황금은 최고의 먹이다. 우리는 금속을 좋아한다. 그 중에서 황금이 최고다.^

분홍 털 뭉치가 통통 뛰어오르며 뮤뮤거렸다.

대기실에서 놀고 있던 다른 던전 도깨비까지 옆으로 와서 대화에 집중했다.

<던전 도깨비가 금속을 좋아한다는 것은 정보에 없던데. 신기하네. 금을 완전히 먹는 것이 아니라 금 주변에 붙은 이물질만 먹는 것 같던데···.>

뮤! 뮤! 뮤!

^그게 우리 먹이다. 우리 금속 좋아한다. 그 중에서 황금이 최고 좋다.^

황금 던전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으면 어쩔 뻔 했나 싶을 정도로 도뮤가 좋아하고 있었다.

도뮤가 과하게 흥분을 하고 있어서 잠시 잊고 있었지만 꼬물이도 도뮤 못지않게 좋아하고 있었다.

꼬물! 꼬물!

^황금 맛있어요. 하지만 조금만 먹어요.^

황금을 먹기는 한다는 말이었다.

지난 보름간 반지가 닳아진 정도를 보면 많이 먹는 것은 아니었다.

더구나 꼬물이는 자신이 발견한 금을 먹었다.

그러니 뭐라고 할 수는 없었다.

"참 다른 소환수들에게는 다 금을 줬는데 꼬물이에게만 주지 않았던 것 같아."

<어? 맞아. 꼬물이가 직접 얻은 것이 있다고 주지 않았던 것 같네.>

그때 갑자기 도깨비도 만나고 뜻하지 않게 금붙이도 주기도 해서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준 것도 같고 주지 않은 것도 같고···.

"꼬물이 네겐 아이들이 끼는 돌 반지 줄게. 크기 조절이 쉬우니까 뿌리에 끼고 있기 쉬울 거야. 닳아지면 얼마든지 또 줄 테니까 얼마든지 먹어도 돼."

식물이 금을 먹는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지만 원래 던전 덩굴은 이해의 범주를 넘어선 식물이었다.

꼬물! 꼬물!

^좋아요. 이건 안 먹을 거예요.^

"먹어도 돼. 얼마든지 또 줄게."

꼬물!

^이건 선물인데···?^

"괜찮아. 또 줄 거야. 아예 하나 더 줄까?"

꼬물! 꼬물!

^짝에게도 줄 거예요? 아수라도?^

"그래 던전 덩굴들에게도 다 줄게."

주지 못할 것이 없었다.

사람이나 동물에게 좋다면 소환 식물에게도 좋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주는 것이 여러모로 좋았다.

꼬물이에게 돌 반지를 두 개 건넸다.

그러자 짝의 뿌리에 하나를 끼워주고, 자신의 다른 뿌리에 하나를 챙겼다.

챙긴 돌 반지는 먹을 생각인 것 같았다.

뮤! 뮤!

^친구 멋지다!^

도뮤가 반지를 낀 꼬물이를 보고 한 말이었다.

"도뮤야. 이거 아수라 끼워줘."

아수라 몫으로 두 개의 돌 반지를 건네자 도뮤가 아수라 덩굴에 하나씩 반지를 끼워주었다.

도뮤의 앞발은 손처럼 사용하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반지를 끼우고는 감상하는 도뮤였다.

정말 신기한 종족이었다.

뮤! 뮤!

^아수라도 멋지다. 멋져!^

그 순간이었다.

[띠링! 던전 덩굴 '아수라'가 강대한 님의 소환식물이 되었습니다. 상태창을 통해 정보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금을 선물해서 소환식물이 된 건가?>

"꼭 그렇지는 않겠지만 아주 영향이 없는 것도 아닌 것 같다."

<무슨 말이야? 일본에 살더니 일본 사람들 말투 따라가는 거야?>

나호가 조금 황당해 했지만 지금 내 심정이 딱 저랬다.

좋은데 당황스러웠다.

특성에 소환이 있었기는 했지만 이렇게 소환식물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아수라는 또 어떤 재주를 가졌을까? 조금 진중해 보이기도 하고.>

꼬물이는 식물이지만 무척이나 바지런한 아이였다.

잠시도 가만있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꼬물거리는 아이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강아지나 고양이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아수라는 듬직한 꼬마 같다.

이제 서너 살 정도 되어 보이는 꼬마!

통통하게 젖살이 올라 볼만 봐도 건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아이!

아수라가 딱 그랬다.

건강했기 때문에 던전을 바로 자리 잡게 한 것 같기도 하고···.

두 그루의 아수라가 꼼지락거렸다.

꼬물이가 꼬물거리는 것과는 조금 다른 움직이었다.

<집사! 어떤 녀석을 아수라라고 할 거야? 구분을 해주는 것이 좋지 않아?>

"글쎄? 직접 물어보는 것이 좋겠지?"

<애들이 알까?>

"당연하지. 소환수처럼 이지가 있을 테니까? 누가 '아수라'할래? 다른 덩굴은 '아수리'라고 할 거야."

이렇게 말을 했더니 내가 봤을 때 오른 쪽에 있던 아수라가 줄기를 바짝 들어올렸다.

자신이 아수라가 되겠다는 말이었다.

"좋아! 그럼 네가 아수라 그리고 네 짝은 아수리야. 반가워."

지금까지는 그저 식물에 지나지 않았지만 소환 식물이 된 이상 절대 그냥 식물이라고 할 수 없었다.

인사를 하자 던전 덩굴인 아수라와 아수리가 꼼지락거리며 인사를 했다.

<귀엽네. 신기해. 황금 덩굴도 소환식물이 되려나?>

"아무래도 그럴 것 같은데."

<소환식물을 가진 소환자는 본 적이 없는 것 같아. 정말 신기해. 이 녀석들이 다 자라면 정말 볼만하겠어.>

나호는 어느새 소환식물들이 다 자란 모습을 상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지금 이대로 소환식물들이 머물러 있어도 좋을 것 같았다.

꼬물거리고 꼼지락거리는 것이 너무 귀여웠기 때문이었다.

<정보는 꼬물이와 비슷해?>

"잠시만···."

아수라와 아수리의 정보를 본다고 하자 다들 관심을 가졌다.

특히 도뮤의 관심이 많았다.

[아수라, 아수리 덩굴 : 던전식물의 일종입니다. 던전을 생성시키는 매개체이며 차후 던전을 출입하는 생명체의 소지품을 검사할 수 있습니다. 이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해력이 좋습니다. 소환자의 명령을 잘 따르며 소환자를 보호하는 것은 물론이고 공격에도 능합니다.]

여기까지는 꼬물이와 동일했다.

그런데 이어지는 설명은 꼬물이와 완전히 달랐다.

[아수라와 아수리는 새롭고 창조적인 일을 좋아하고 호기심이 많지만 신중합니다.]

<호기심이 많은데 신중하기는 쉽지 않은데 독특한 성격을 가졌네. 똑똑한 꼬마 같아. 움직이는 것도 그렇고.>

보는 눈은 비슷비슷한지 나호도 같은 말을 했다.

"그런데 왜 꼬물이의 짝은 움직이지 않지? 혹시 아픈가?"

꼬물!

^아프다! 내 짝!^

꼬물!

^하지만 낫고 있다.^

<그래서 제 짝에게 그리 지극정성이었나?>

꼬물이는 짝을 참 잘 돌봤다.

치료수를 그릇에 담아뒀을 때도 자주 치료수를 자신의 짝에게 발라주었다.

뿌리로 제 짝의 뿌리를 자주 붙들고 있기도 했다.

아파서 더 챙겼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찡해졌다.

꼬물!

^건강해질 거예요.^

"그래야지. 치료수 얼마든지 써도 돼. 잘 돌봐줘."

꼬물!

^감사해요.^

지금까지 그저 반응이 없다고만 생각했지 아프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미안해지는 새벽이었다.

밖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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