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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136화 (136/350)

136. 밖에 사람!

잠깐 움직이기는 했지만 아수라와 아수리는 꼬물이처럼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간간이 줄기와 덩굴손을 움직여서 자신들의 건재를 알릴뿐이었다.

<쟤들도 꼬물이에게 한글 배우라고 하든지 아니면 내가 직접 가르쳐야 하는데 이상하게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네.>

나호가 막 소환식물이 된 아수라와 아수리를 보고 하는 말이었다.

"서두를 거 없어. 꼬물이만으로도 지금은 충분하니까."

<그런데 황금던전은 어쩔 거야? 심을 거야?>

"도뮤가 금을 새 것처럼 만들 때부터 생각했었어. 금 매장량이 더 많은 것을 대기실에 옮기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채굴 방식이 황금 던전보다 쉬운 곳은 드물잖아."

<황금던전이 괜히 황금던전으로 불렸던 것은 아니니까.>

던전에서 황금을 캐는 것은 지구보다는 일반적으로 더 쉽다고 말한다.

물론 예외는 늘 존재 하지만···.

그런 던전 중에서도 황금 던전은 채광이 더 간단했다.

대기실에 자리를 잡은 던전은 나와 소환수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 좋은 던전들이 있기는 한데···.>

"그렇지. 우리나라 다음으로 통증을 느꼈던 아이슬란드에도 정말 좋은 던전이 있었지. 하지만 다녀오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고 접근도 쉽지 않아."

던전이나 던전덩굴이 있다는 것이 확실하면 작정하고 다녀올 수도 있었다.

하지만 불확실성에 기대 다녀오기는 그곳은 너무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이었다.

<발병순서가 빨랐던 나라에 좋은 던전이 더 많았어.>

"마나가 먼저 깃들었기 때문인지도 모르지. 그래서 더 좋은 던전이 형성되었고···. 고통을 먼저 느낀 것에 대한 일종의 보상일 수도 있고."

오션 28의 진원지로 낙인 찍혀서 온갖 욕을 들었지만 대변혁 이후에는 기회의 땅이 되었다.

우리나라 다음으로 통증을 느낀 아이슬란드, 뉴질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 아르헨티나 등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나라보다 좋지는 않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좋은 던전들을 많이 보유한 나라였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네 나라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강대국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번에는 우리나라도 강대국이 되어야지. 세계의 모든 변화를 이끄는 나라 말이야."

<끄으! 생각만 해도 너무 좋아. 흐흐흐!>

뮤! 뮤! 뮤!

^일자리! 일자리! 일자리!^

<저 녀석 지금 뭐하는 거야?>

"더 시간을 지체했다가는 데모라도 할 기세인데···?"

분홍 털 뭉치 도뮤가 손처럼 쓰는 앞발을 들어 올리며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고 있었다.

꼬물이가 쓰는 말이 정확한지 모르겠지만 뭔가 열심히 말하는데 꼬물이는 일자리만을 쓰고 있었다.

던전 도깨비가 금속을 다루는 것을 좋아한다면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금속 중에서도 황금을 가장 좋아한다니 채광이나 채굴은 도깨비들이 알아서 해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래. 심자. 너무 오래 가지고 있기는 했어. 심어야지."

어디에 심을까 고민을 하고 있는데 꼬물이가 제 옆을 가리키며 꼬물거렸다.

<저 자리도 나쁘지 않네. 물통이야 어디든 둘 수 있으니까.>

"너무 가깝지 않아?"

꼬물!

^괜찮아요.^

"너희가 좋다면 거기에 심어야지. 꾸루야 땅 좀 파줘. 저기 꼬물이가 말한 곳!"

쉼터에서 쉬고 있던 꾸루를 불렀다.

고구마 이후로 쪼롱이과 꾸루가 꼬물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바뀌었다고 해도 냄새는 어쩔 수 없었다.

자기도 모르게 인상을 쓴 채 꾸루가 꼬물이 옆으로 다가가더니 후다닥 땅을 파고는 뒤로 물러났다.

아주 전광석화가 따로 없었다.

숨을 참으면서 땅을 파는 것도 같기도 했다.

금세 던전 덩굴을 심기 적당한 구멍이 만들어졌다.

던전 양쪽에 있기 때문에 두 개의 구멍이 필요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다.

던전 덩굴은 두 그루를 한꺼번에 심었다.

꼬물이도 그렇고 아수라도 그렇게 했었다.

아마 자라면서 양쪽 기둥으로 뻗어나가는 것 같았다.

스텐용기에서 황금 덩굴을 꺼내고 심는 것은 쪼롱이에게 부탁했다.

큐브모양으로 흙을 떠내놨기 때문에 심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위아래만 잘 구분해서 심으면 그만이었다.

"오래 고민한 것치고는 쉽게 끝났네."

황금 덩굴을 심고 나자 꼬물이가 치료수 물통을 조작해서 황금 덩굴이 심어진 자리에 치료수를 부어주었다.

치료수가 충분히 스며들었을 때 메시지가 들렸다.

[띠링! 소환 대기실에 황금 던전이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더 이상 대기실에 던전 덩굴을 심으실 수 없습니다.]

[띠링! 황금 덩굴이 강대한 님의 소환식물이 되었습니다. 상태창을 통해 정보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보관하고 있어서 그러나? 반응이 빠르네. 그런데 아직 땅위로 모습이 보이지도 않았는데 소환 식물이 되네. 이거 신기하다. 땅속에서 꼬물거리거나 꼼지락거리고 있으려나? 하하하!>

나호가 즐거워하는 사이 황금 덩굴의 정보를 확인했다.

[황금 덩굴 : 던전식물의 일종입니다. 던전을 생성시키는 매개체이며 차후 던전을 출입하는 생명체의 소지품을 검사할 수 있습니다. 이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해력이 좋습니다. 소환자의 명령을 잘 따르며 소환자를 보호하는 것은 물론이고 공격에도 능합니다.]

여기까지는 다른 소환 식물과 동일했다.

[수줍음이 많고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조용히 자신이 할 일을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성격이 다 제각각이네."

<황금이는 전생에도 조용조용하기는 했지.>

황금을 품은 던전 덩굴들은 대개 거칠다는 말이 많았지만 황금 덩굴은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일반인들도 들어가 일하기 쉬웠었다.

아무튼 그런 던전이 이제 대기실에 심어졌다.

뮤! 뮤! 뮤!

^일자리가 생겼다! 소식을 전해야겠어. 친구 다녀올게.^

도뮤가 방방 뛰더니 다른 던전 도깨비를 데리고 대기실에서 사라져버렸다.

"정신이 하나도 없네."

<친구를 찾는다고 하더니 저런 일자리를 줄 수 있는 친구를 찾았나봐. 정말 좋아하네.>

가장만 되도 어깨가 무겁다고 하는데 도뮤는 한 마을을 책임지고 있었다.

던전 도깨비들이 정확하게 무엇을 먹고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지 못하지만 결코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런데 저리 좋아하는 것을 보니 황금던전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도깨비들에게 좋은 기회가 되는 것 같았다.

꼬물! 꼬물!

^좋아요. 황금이도 좋대요.^

"황금이? 이제 막 심은 황금 던전 말하는 거야?"

꼬물!

^ㅇ^

꼬물!

^좋대요. 좋대요.^

그렇게 바닥에 쓰면서 치료수를 조금 더 황금 덩굴이 심겨진 자리에 부어주는 꼬물이었다.

흘러내지 않을 정도로 적당량을 요령 있게 잘 부어주는 꼬물이었다.

황금 덩굴에 부어주고 난 후에는 아수라에게도 치료수를 부어주었다.

<치료수 물통은 확실히 집사를 생각해서 만든 것이 아니고 꼬물이와 던전 덩굴들을 위해서 만든 것 같아. 꼬물이가 이용하기 정말 편하게 되어 있잖아. 저 작은 뿌리로 다 할 수 있게 해뒀어.>

"좋은 일이지."

뮤! 뮤!

도깨비 마을로 갔던 도뮤가 금세 돌아왔다.

축제라도 열 줄 알았더니 바로 온 모양이었다.

그런데 도뮤가 도깨비를 다섯을 이끌고 왔다.

지금까지는 두 마리의 도깨비만을 대기실로 불러올 수 있었는데 세 마리를 더 불러올 수 있게 된 모양이었다.

대기실로 세 마리의 도깨비를 더 불러온 도뮤가 대기실을 그대로 통과해서 내 앞으로 다가오더니 앞발을 쑥 내밀이었다.

뮤!

제 목에 걸린 녹색 보석이 달린 팔찌를 가리키는 것이 같은 것을 세 개 달라는 것 같았다.

<허허허! 하하하! 집사 황당하지? 하하하!>

나호가 배를 잡고 뒤집어졌다.

뮤!

"지금 같은 것은 없어. 조만간 줄 테니까 우선 이거 하고 있으라고 해."

도깨비들이 하고 있는 것과 똑같지는 않지만 최대한 비슷한 것으로 팔찌 세 개를 건넸더니 냉큼 받고는 고맙다고 고개를 까딱하고는 대기실로 쏙 들어가 버렸다.

<하하하! 당당하네. 당당해.>

"금을 캐주기만 한다면 더한 것도 줄 수 있지."

팔찌를 세 개 받아간 도뮤가 새로 온 도깨비들에게 팔찌를 걸어주고는 뭔가를 열심히 설명했다.

우리가 듣기에는 뮤! 라고만 들리는 말이었지만 세 마리의 도깨비는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

모든 설명이 끝났는지 도뮤가 세 마리의 도깨비를 데리고 와서 인사를 시켰다.

뮤! 뮤!

"그래. 잘 지내보자."

<인사도 시킬 줄 알고 확실히 인간 사회와 비슷한 구조를 가졌나봐.>

나호의 말대로였다.

새로 온 세 마리의 도깨비는 공손하게 인사를 하더니 도뮤를 따라 대기실로 들어갔다.

도뮤는 새로온 도깨비들을 소환 식물들과 소환수들에게 인사를 시켰다.

정말 대기실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지루하지 않을 것 같았다.

"대충 된 것 같은데 나가볼까?"

꼬물!

^잠시만.^

던전을 나가려는데 꼬물이가 다급하게 제지했다.

"왜?"

꼬물!

^밖에 사람!^

"던전앞에 사람이 있다는 말이야?"

꼬물!

<어떻게 아는 거지?>

꼬물!

^그냥 알아요.^

황금이는 아직 땅 위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니 당연한 것이고, 아수라도 반응이 없는데 오로지 꼬물이만 반응을 보이는 것이 신기했다.

던전 덩굴마다 다른 것인지 아니면 다른 덩굴들도 알지만 말을 하지 않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던전밖을 항상 볼 수 있는 거야?"

꼬물!

아니라고 뿌리를 열심히 옆으로 저었다.

<그럼 방금은 어떻게 본 거데?>

꼬물! 꼬물!

^나가려고 했으니까. 위험하니까.^

"위험에 대한 반응이 빠른 건가?"

던전 식물은 아무리 봐도 신기한 생명체였다.

전령조의 쉼터가 공원에 있다 보니 출입에 어려움이 있었다.

방금 새벽이라고 안심하고 나갔으면 괴담의 실체가 됐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잠시 기다리자 꼬물이가 이제 나가도 좋다는 말을 했다.

쉼터에서 나오자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

집으로 돌아와 짐을 꾸리고 비행기를 예약했다.

미국 네바다주로 가는 비행기였다.

<타호호수를 다시 볼 수 있겠네.>

나호가 비행기 예약하는 것을 보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아름다운 곳이긴 하지."

전생에 네바다주의 타호 호수 부근에서는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인간의 욕망과 생존이 얽힌 곳에서 있을 수 있는 모든 일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번에 우리가 던전 덩굴을 발견해서 가지고 오면 정말 아름다운 곳으로만 남게 되겠지."

<에이. 그건 아니다. 전생에는 '대박 던전'이 있어서 주변의 던전들을 클리어 했지만 만약 우리가 대박 던전을 가지고 와 버리면 누가 클리어 하려고 하겠어? 아무도 안할 걸.>

"인근의 리조트나 고급 별장 소유주들이 나설지도 모르지."

<절대 그러지 않을걸. 전생에는 대박이 있었으니까 그렇게 했던 거야.>

전생에는 세계 최대 금 매장량을 자랑하는 던전 덕분에 타호 호수 주변은 늘 안전했다.

환상적인 자연환경에 안전까지 확보되자 타호 호수 주변은 새로운 주거지로 떠올랐다.

세계적인 부호들이 앞다투어 이곳으로 이주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마나와 금으로 화폐가 바뀌어버린 이후 부호들이 부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사회도 관성이라는 것이 작용하기 때문에 대변혁 초기에는 잠시 부호들이 그들의 부를 유지할 수 있었다.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지 못한 사람은 나락으로 떨어졌지만 말이다.

아무튼 미리 챙겨둔 짐을 인벤토리에 보관한 후 집을 나섰다.

마트에 들러 필요한 것을 구매하고 회사에 들렀다.

퇴근 후에 들어온 마나통이 있는지 살피기 위해서였다.

<어제도 늦게까지 일한 것 같은데?>

"고마운 일이지."

사장인 직원은 요즘 거의 사무실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마나통을 긁어모으고 있었다.

모은 만큼 자신에게 보상이 주어지기 때문에 시골의 작은 장례업체에까지 연락을 해서 일을 따내고 있었다.

물론 외국과의 거래에도 적극적이었다.

그만큼 받아가는 인센티브도 엄청났다.

적절한 보상이 얼마나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되고 있었다.

퇴근 후에 모아둔 마나통을 수거한 후 사무실을 청소했다.

마나통을 취급하기 때문에 자주 청소를 하지 않으면 마나통 냄새가 배기 쉬웠다.

환기를 시키고 나서려는데 직원이 출근을 했다.

"미국에 가신다고 하셨···."

"잠깐 들렀습니다. 최대한 빨리 오겠지만 조금 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바로바로 인센티브를 지급하면서부터 직원은 한결 살갑게 대했다.

그런 직원을 뒤로 하고 미국으로 향했다.

미국을 털기 위해서였다.

대박과 쪽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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