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 대박과 쪽박
<쉽게 찾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생각하지 못했네.>
전생에 타호 호수의 대박 던전에 왔을 때는 길이 잘 닦여 있었다.
대변혁 전에도 이름난 관광지였으니 당연히 지금도 길이 뚫려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는 길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게 자연스러운 건데···. 이걸 생각하지 못했다니···."
이만한 크기의 호수 둘레로 도로가 나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어리석었다.
대변혁 이후에만 이곳에 와봤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만 속이 상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걸어가는 것은 시간이 너무 걸릴 것 같은데? 이런 숲은 걷는 것도 위험할 것 같고···.>
"내가? 내가 위험하지는 않지."
쫑!
꾸루!
음머어어어!
다른 때 같으면 얌전히 있는 아이들이 대기실에서 자기들 좀 봐달라고 난리였다.
워낙 자연이 아름다운 곳에 오자 밖에 나오고 싶다는 것이었다.
꾸루와 전령조는 나와서 돌아다녀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무도 보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이런 청정지역에서는 얼마든지 나와서 놀게 해주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쪼롱이와 사냥조들은 너무 눈에 띄었다.
전령조들처럼 사람 눈에 보이지 않으면 좋은데 그런 기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하나 같이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기 때문에 밖에 나와 있다가 사진에라도 찍히게 되면 머리 아플 수 있었다.
"꾸루와 도뮤는 나와도 되는데 다른 애들은 조금만 참자."
꾸!
뮤!
꾸루와 도뮤가 제 휘하의 애들을 내리고 냉큼 밖으로 나오더니 시원스럽게 날아갔다.
호수위로 하얀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전령조들의 모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림 같네.>
나호가 전령조들을 바라보며 하는 말이었다.
어떤 그림도 저것보다 더 아름다울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중요한 것은 저 장면을 우리만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 누군가가 내 표정을 본다면 반쯤 넋이 나간 사람으로 보일 것 같았다.
쫑! 쪼로로로!
쪼롱이가 부러움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예전에 여기에 금이 참 많이 났는데···. 지금도 네바다에 금광이 여러 개 있잖아.>
"재앙과 함께 사라지게 되겠지."
<금광에서 사라진 금이 던전으로 다 모였다는 말도 있었는데···.>
"운이 좋으면 발에 차이는 것이 금덩이일 수도 있다고 했지."
대변혁 이후 금의 중요성이 알려지고 난 이후 이곳은 기회의 땅을 넘어서 황금의 땅이 되었다.
그만큼 돈과 사람이 몰려드는 곳이었다.
이곳의 자연 풍광은 그때보다 오히려 지금이 더 아름다운 것 같았다.
그때는 급하게 개발이 되면서 지금의 분위기를 많이 잃어버렸다.
그래도 아름답다고 느꼈지만 지금과 비교할 수는 없었다.
왜 그때 타호호수의 과거를 알던 사람들이 그렇게 안타까워했었는지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당시에는 살아남는 것이 중요한 시대였기 때문에 환경보호나 풍광을 유지하는 것에 신경 쓸 수가 없었다.
그때 자연을 보호하자는 얘기를 돌 맞기 딱 좋았을 것이다.
꼬물!
^금! 금이다!^
갑자기 꼬물이가 반응을 보였다.
<무슨 금? 여기에 금붙이 떨어져 있어?>
꼬물!
^돌!^
꼬물이가 가리킨 것은 호수가에 있는 돌이었다.
돌에 박힌 금을 보고 한 말 같았다.
"이거 보고 말한 거야?"
유난히 반짝이는 돌을 집어 들자 아니란다.
이 돌 저 돌을 계속 가리키고 있자 답답했는지 호숫가에서 놀던 도뮤가 다가와서 돌멩이를 치워내고는 테니스공만한 돌멩이를 가리켰다.
뮤!
"이거라고?"
뮤!
"금이 섞인 것으로 보이지 않는데···?"
<집사! 그거 쪼개봐.>
단단해 보이는 돌이었지만 몇 번 두드리니 생각보다는 쉽게 부서졌다.
반으로 부서진 돌에는 얇은 비닐 조각처럼 보이는 금이 박혀있었다.
"이 작은 것을 느낀 거야?"
꼬물!
달라고 뿌리를 내미는 꼬물이었다.
꼬물이에게 금이 박힌 돌멩이를 건네자 좋아서 꼭 끌어안았다.
그러더니 절반을 도뮤에게 건넸다.
꼬물이가 건넨 돌멩이를 받아든 도뮤가 작은 발로 돌멩이를 내리쳤다.
퍽!
둥그렇게 몸을 말았을 때 도뮤의 덩치는 테니스공만 했다.
그런 도뮤의 발이니 커봤자 얼마나 크겠는가?
그런데 그런 도뮤의 발로 내리치자 돌멩이가 너무도 쉽게 부서져버렸다.
<헉! 이거 의외네. 이쑤시개 하나도 부러뜨리지 못하게 생겼는데···.>
한 번 내리친 것으로 돌멩이를 부순 도뮤가 그 중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
돌멩이만 톡 집어넣는 것이 아니고 이번에도 입을 쩍 벌리고 앞발이 입 속으로 쏙 들어갔다 나왔다.
작은 조각이었지만 도뮤에게는 결코 작지 않은 조각이었는데 입안에 들어가도 얼굴이 전혀 볼록해지지 않았다.
<어디로 들어가는 거지? 신기하네. 너희 아무 돌멩이나 먹고 그러는 거 아니지?>
뮤!
^금속 좋아한다!^
뮤!
^금속! 금속 좋다!^
<그래. 알았어. 많이 먹어.>
입에 돌멩이를 넣고 난 도뮤가 다른 도깨비들을 부르더니 부서진 돌조각을 하나씩 건넸다.
돌멩이를 건네받는 도깨비들은 마치 귀한 하사품을 받는 것 마냥 좋아했다.
다른 도깨비들도 도뮤처럼 앞발을 입에 통째로 넣는 것으로 돌멩이를 넣었다.
입이 워낙 크게 벌어져서 발이 들어가고도 여유가 있었다.
"아무래도 입 안에 저걸 넣는 곳이 따로 있는 것 같아."
<그런가? 아무튼 신기해.>
돌멩이를 사이좋게 나눠 먹은 도깨비들이 호수 위를 날기도 하고 호숫가에서 놀기도 했다.
그 사이 꼬물이는 계속해서 돌멩이를 수집했다.
이것도 몇 번 해보니 꼬물이가 말하는 돌멩이를 정확하게 집어낼 수 있었다.
그렇게 모인 돌멩이는 모두 꼬물이 옆으로 놓였다.
"대변혁 전에도 사금이 많았나보네. 보트를 부르기는 아무래도 꺼려지고 걸어가야겠어."
<산책한다고 생각하면 괜찮지.>
타호호수는 캘리포니아와 네바다의 경계에 자리 잡고 있는데 대박 던전은 네바다 쪽에 형성이 되었다.
캘리포니아 쪽은 좀 더 상업적인 느낌인데 그래서 던전이 네바다 쪽에 형성이 됐는지도 모른다.
워프 게이트를 품은 던전은 주로 자연이 잘 보존된 지역에 형성이 됐기 때문이었다.
캘리포니아 쪽도 나름 잘 보존되긴 했지만 네바다 쪽이 호수의 원형을 잘 유지하고 있었다.
아무튼 우리가 가고자 하는 곳은 도로에서 내려서도 한참을 걸어 들어가야 했다.
보트로 유람을 하는 코스도 있으니 데려다달라고 해도 되지만 언제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혼자 찾아들어가기로 했다.
사람들의 인적이 드문 곳에 이르자 쪼롱이와 사냥조도 밖으로 나오게 했다.
워낙 밖으로 나오고 싶어 했기 때문이었다.
<집사에게서 멀어지지 마. 낯선 곳에서는 집사 옆이 가장 안전한 거야. 알았지?>
쫑!
나호의 말에 야무지게 대답한 쪼롱이가 숲을 날기 시작했다.
호수를 따라 걷고 있었기 때문에 참으로 아름다웠다.
<80마리 사냥조와의 비행도 할 만하겠다. 보고만 있는데도 마음이 이상해지려고 해.>
"이 녀석들이 더 대단한 거야. 함께 날고 싶을 텐데 참고 있잖아."
내 주위를 지키는 열 마리의 호위조를 가리키며 말했다.
전생에 던전이 있었던 곳에 도착했지만 던전은 보이지 않았다.
던전이 보이지 않는 것이 참으로 다행스러웠다.
<집사! 다행이다. 아직 던전이 생기지 않은 것 같아. 던전생성이 시작됐으면 가져가지 못하잖아.>
"다행이지. 던전 덩굴까지 찾으면 금상첨화지."
지금 찾지 못하면 다음 소환을 끝내고 다시 와야 했다.
다른 던전도 그렇지만 이 던전은 꼭 우리나라로 가지고 가고 싶었다.
<대박 던전 가지고 가면 한국에 단프가 하나 더 생기는데. 금광에 워프까지 있어서 더 가치 있던 던전이잖아.>
"이 근방에 장프가 없어서 여기는 오는 것은 쉽지 않았어."
<그거야. 집사가 외국인여서 그런 거지. 이 나라 사람들은 조금은 더 쉬웠지.>
"그나저나 장프나 워프 게이트가 있던 던전이 옮겨지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네."
<생각해보니 그러네. 아수라 던전도 단프가 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주로 한국에 있을 거니까 문제가 없는데···. 국가가 바뀌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
만약 문제가 있다면 분명 미리 시스템이 말을 했을 것 같기는 했다.
특별한 말이 없었으니 문제는 없겠지만 설마 한국으로 이식한 던전에 단프로 캘리포니아라든지 네바다, 샌프란시스코가 나온다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었다.
"아무 말이 없는 걸 보면 옮겨질 장소에 맞춰서 적용이 되겠지. 아니면 그때 가서 뭔가 말이 있든지."
<혹시 돈 내서 바꾸라고는 하지 않겠지?>
"그런 말은 꺼내지 마. 혹시 듣고 정말 그런 생각할지도 몰라."
<헙!>
나호가 재빨리 제 입을 막더니 주위를 살폈다.
시스템은 정말 나호의 말에서 힌트를 얻어 비슷한 일을 준비할지도 모를 존재였다.
마나를 내고 바꿔야한다고 하면 내 입장에서는 안 바꿀 수 없었다.
워프 게이트는 천금을 주고라도 들일 수만 있으면 들여야 하는 것이었다.
"꼬물아! 혹시 던전 덩굴 보이지 않아?"
꼬물!
^없어요.^
이 근처에는 없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잠시 후 쪼롱이가 급하게 날아왔다.
쪼롱! 쪼로롱!
^던전! 던전이에요!^
던전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한 발 늦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달이나 이달 초에 왔어야 했나?"
헛걸음을 할까 싶어서 미루고 있었는데 황금 덩굴을 발견하고 바로 왔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야?"
쫑!
어디냐는 말에 쪼롱이가 바로 앞서 가기 시작했다.
가까운 곳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제법 떨어진 곳으로 우리를 안내하는 쪼롱이었다.
"이쪽은 대박 던전이 아니고 다른 던전이 있었던 방향인데?"
<쪽박 던전이었잖아. 금이 아니라 구리가 나오는 던전. 대변혁 전이라면 가치가 있었겠지만 대변혁이후라 가치가 없었지.>
"아주 없지는 않았지. 다른 곳에서 발견됐으면 쪽박이라는 말은 듣지 않았을 거야."
황금과 구리!
비슷한 색깔이지만 엄청난 가치 차이가 있는 금속이다.
대변혁 전에도 그랬지만 대변혁 이후에는 가치 차이가 더 벌어졌다.
구리의 가치는 그대로인데 금의 가치가 폭등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봤자 구리야.>
"우리에게는 이런 것도 귀했어."
<우리나라는 모든 자원이 부족했지. 있어도 모조리 수탈을 당했고.>
생각해보면 지독한 시간들이었다.
이제 다시는 겪지 않을 시간들이지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 한 편이 아려오는 것 같았다.
"클리어하면 구리도 얻을 수 있고 좋겠다. 게이트까지 있었으면 금상첨화인데···."
대박 던전이 있는 타호 호수 근처에는 유난히 던전이 많았다.
지금 향하고 있는 근방에 있는 던전도 그 중 하나였다.
대박 던전이 대박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이유 중의 하나도 근방에 던전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던전은 많았지만 게이트는 대박 던전에만 있었다.
그것도 단거리 워프 게이트였고 갈 수 있는 곳도 인근의 일곱 도시가 다였지만 그 중 한 곳에 다행히 장거리 워프 게이트가 있었다.
대박 던전이 아니었다면 타호호수 부근의 던전들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차량이나 비행기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는 대변혁이후를 단 하루만 살아보아도 알게 될 것이다.
<저기 있네. 어? 그런데 제법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것 같아.>
미국은 우리나라에 비하면 통증이 늦게 시작한 됐는데 쪽박 던전의 던전 덩굴은 제법 자라 있었다.
아직 두 개의 기둥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본 던전 덩굴 중에서는 가장 큰 것이었다.
"입구부터 조심해야겠다. 덩굴이 이만큼 자랐다면 던전도 제법 성장했을 거야."
<워낙 인적이 드문 곳이라 맘 놓고 자란 걸까?>
"그럴 수도 있지. 아귀세상처럼."
던전의 입구에 도착하자 미개방 던전이라는 말과 함께 던전에 입장하겠냐는 말이 들려왔다.
재빨리 사냥조들과 전령조, 도깨비들을 대기실로 보냈다.
소환수들이어서 던전에 입장을 하면 대기실로 자동으로 복귀가 되겠지만 되도록 이렇게 직접 챙겼다.
"전생에 이 던전은 물소를 닮은 몬스터가 나왔어. 입구부터 몬스터가 있을 수 있으니 조심하고 함부로 대기실에서 나오지 마."
쫑!
쪼롱이가 소환수를 대표해서 대답을 했다.
쪼롱이의 대답을 들은 후 던전에 입장하겠다고 했다.
말이 끝나기가 바쁘게 번쩍하더니 던전으로 입장했다.
유일하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