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138화 (138/350)

138. 유일하다는 것

던전에 입장하자 전생에 봤던 던전과 비슷한 지형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던전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몇 번 미우라와 와봤기 때문이었다.

미우라의 본색을 알지 못하던 시절 공략대에 끼워주는 것을 고마워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미 마나통을 잃은지도 모르고 발버둥치는 내가 우스웠겠지만 정말 열심히 노력하던 때였다.

이상하게 성장이 지체되어 고민이 많던 때이기도 했다.

그것이 미우라 놈의 수중에 마나통이 들어갔기 때문이라는 것도 모르고 말이다.

미치고 팔짝 뛸 일은 그런 사정을 모르고 20년을 더 몸부림쳤다는 거였다.

죽기 직전에야 마나통이 미우라의 수중에 들어간 사실을 알았으니···.

으드득!

<집사! 이빨 부러지겠다. 미우라 놈 생각했지? 치료수가 있다고 해도 몸 함부로 하지 마.>

나호의 잔소리가 정겹게 느껴졌다.

<여기는 한결 같네. 이곳이라면 미우라 놈 생각이 날만하다. 여기서 처음 왔을 때 기억나? 몬물소 만나서 고생했잖아. 미우라 그놈은 은근 그걸 즐겼을 거야. 때려죽여도 시원찮을 나쁜 놈!>

조금 전에 몸을 아끼라고 하고는 나호 자신은 이가 부러질 정도로 갈고 있었다.

"오늘은 몬물소가 보이지 않네. 하지만 벌써 몬물소가 생긴 것 같아."

던전에서 몬물소의 냄새가 났다.

이게 몬물소의 냄새라고 꼬집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몬물소가 있는 던전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가 있었다.

마른 풀 사이로 그 냄새가 풍겼다.

<생긴 것은 멋들어지게 생겼는데 사납기는 악마 저리가라지. 애들 나오라고 해도 될 것 같은데?>

대기실을 보고 고개를 끄덕여주자 소환수들이 밖으로 나왔다.

이 던전은 몬물소를 제외하고는 위험할 것이 없었다.

특히 날아다니는 새를 상대할 녀석은 없기 때문에 마음 놓고 활동해도 좋았다.

사냥조들은 열 마리의 호위조를 남기고 정찰을 나갔다.

꾸루와 전령조들은 내 주변을 벗어나지 않았다.

안전이 확보되지 않으면 이렇게 주변에 있을 아이들이었다.

쪼롱이는 내 왼쪽 어깨에 앉았다.

거의 쪼롱이의 지정석이었다.

쪼롱이가 왼쪽 어깨에 앉는 것을 보고 요즘 종종 도뮤가 오른쪽 어깨에 앉곤 했다.

누가 보면 둥근 분홍 털 공을 어깨에 올려놓은 것처럼 보일 것이다.

도뮤는 이렇게 앉아있을 때는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내가 아무리 함부로 움직여도 떨어지지 않았다.

중심잡기의 달인에 가까운 쪼롱이마저도 전투 중에 격하게 움직이면 어깨에서 떨어질 때가 있는데 도뮤는 옷에 부착해둔 장식품처럼 떨어지는 일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렇다고 발톱으로 옷을 꽉 움켜잡지도 않는데 말이다.

아무튼 왼쪽 어깨에 와서 앉은 쪼롱이에게 몬물소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앞으로 뻗은 뿔과 들이받는 이마를 조심해야해. 힘이 장사인 녀석들이니까 알아두고."

쫑!

우리가 흔히 말하는 몬물소는 뿔이 아주 독특하다.

우리가 아는 아프리카 물소와 아시아 물소의 뿔을 합쳐놓은 것처럼 생겼는데 이마까지 덮은 단단한 뿔은 옆으로 멋들어지게 뻗다 앞으로 향해있다.

이 뿔은 공격에 특화되어 있는데 끝이 매우 뾰족해서 위협적이다.

<이 몬스터를 잡으면 뿔을 얻을 수 있는데 아주 멋져. 단단하기도 해서 무기를 만들기도 하지.>

나호가 보충 설명을 했다.

쪼롱이는 자신이 들은 것을 쪼롱거리는 노래를 이용해서 제 휘하의 사냥조에게 알렸다.

어떤 식으로 되는지 알 수 없지만 사냥조들은 이런 방식으로도 아주 정확한 정보 전달이 가능했다.

물론 자기들끼리 말이다.

우리는 마른풀이 무릎 정도까지 자란 초원을 걸어 나갔다.

간간이 푸른 잎이 달린 잡목들이 자라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황량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여기는 이렇게 보이지만 조금 더 가면 물이 제법 흐르는 강이 있어. 깊지 않고 진흙이 많아서 몬물소들이 좋아하지.>

나호가 전생을 기억하며 말했다.

형성이 되었다면 강까지 있을 것이었다.

쪼로로옹!

^강이 있대요.^

쪼롱이가 사냥조들의 보고를 듣고 하는 말이었다.

벌써 강이 형성된 걸 보면 몬물소의 수도 적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몬물소가 십여 마리 보인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꼬리도 조심하라고 해. 은근히 강하니까.>

쫑!

몬물소의 꼬리의 힘은 장난이 아니었다.

갈비뼈는 큰 힘 들이지 않고 부수는 것이 몬물소의 꼬리였다.

음머어어어!

반반이가 몬물소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앞발을 굴렀다.

어서 상대를 해보고 싶은 모양이었다.

<어깨 높이가 최소 1.5미터 이상인 놈들이야. 높은 것은 4미터까지도 해.>

1.5미터라고 할 때는 반응이 없던 반반이가 4미터 되는 놈도 있다는 말에 반응을 보였다.

호승심이 돋는 것 같았다.

두두두두! 두두두!

몬물소들이 우리의 접근을 눈치 챘는지 몰려오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이내 몬물소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조금은 우스운 광경이 우리 눈앞에 펼쳐졌다.

80마리의 사냥조가 몬물소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던 것이다.

<프하하하! 집사! 저 상태에서 사냥조들에게 사냥을 명령하면 어떻게 될까?>

"다치는 애들도 있겠지만 몬물소의 눈이 남아나지 않겠지."

<공격을 명령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그래도 소환사인 내가 먼저 모범을 보여야지."

소환수들이 있다고 해도 팔짱끼고 앉아서 구경만 하는 것은 성격과 맞지 않았다.

직접 사냥을 하는 것이 경험치도 더 많이 얻을 수 있고···.

십여 마리의 몬물소들은 위풍도 당당하게 달려오다 내 좌우로 선 반반이와 반반이 짝을 보더니 움찔거리며 속도를 줄였다.

으머어어어! 으머어어어!

반반이가 몬물소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속도를 줄이던 몬물소가 반반이의 소리를 듣고는 멈추어 섰다.

<짜식들! 쫄 거면서 까불고 있어!>

눈앞에 나타난 몬물소 중 가장 큰 녀석의 어깨높이는 2미터 남짓이었다.

그런 녀석들이 보기에 어깨 높이 5미터의 반반이는 거대한 공룡처럼 보였을 것이다.

거기다 내지르는 소리에서 느껴지는 강함도 그들의 기를 죽이기는 충분했다.

사실 여기에서 이미 싸움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래도 마무리는 해야 했다.

창을 들고 달려 나갔다.

반반이를 보고 기가 죽었던 놈들이 달려 나오는 나는 그리 무서워 보이지 않는지 발을 구르며 위협을 하더니 그대로 돌진을 시작했다.

<눈은 옹이구멍이냐? 바보 같으니라고.>

전생에 처음 몬물소를 봤을 때가 떠올랐다.

지금처럼 창을 들고 공격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스걱!

거대한 덩치도 위협적이었지만 속도도 엄청난 녀석들이었기 때문에 발을 헛딛기라도 하면 그대로 사망이었다.

그리고 몬물소는 자신들의 뿔과 속도를 이용할 줄 아는 녀석들이었다.

뿔과 이마를 이용해서 한 방에 적을 처리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뿔을 이용해서 적을 몰아 넘어뜨린 후 밟아 죽이는 것도 즐겨했다.

속도와 균형감각 그리고 적을 몰아가면서 느껴지는 묘한 우월감을 즐기는 것이었다.

스걱! 스걱! 스걱!

뿔을 피하며 몬물소의 긴 목을 집중 공격했다.

커다란 혈관이 지나는 목은 제대로 베기만 하면 한 방에도 거대한 몬물소를 쓰러뜨릴 수 있었다.

하지만 몬물소는 바보가 아니었다.

고개를 숙여 목을 보호하며 이마를 들이밀었다.

그 상태에서 거리가 좁혀지면 인간은 자칫 뿔 사이에 갇히게 된다.

그대로 몬물소가 머리를 휘젓게 되면 뿔에 옆구리나 목이 꿰뚫리는 것은 순간이었다.

그렇게 되면 결코 살아남기 어려웠다.

스걱! 스걱!

목을 베려는 동작을 하자 이마를 들이미는 몬물소였다.

이마를 들이대는 것을 확인하고는 자세를 확 낮춰서 옆으로 빠진 후 목을 베었다.

그리고 내려온 창의 힘을 그대로 이용해서 허벅지와 무릎 뒤를 베어버렸다.

크어어어억! 커어어억!

몬물소가 고통스러운 괴성을 내지르는 순간 창은 옆의 몬물소를 공격하고 있었다.

스걱! 스걱!

몬물소의 덩치가 큰 것은 간혹 도움이 될 때도 있었다.

놈들의 다리 사이를 오가며 공격을 하니 십여 마리의 몬물소에게 둘러싸였지만 두려울 것이 없었던 것이다.

사실 소환수들이 없이 혼자 있었다면 조금은 두려웠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양쪽에 떡하니 버티고 선 반반이와 그의 짝만으로도 이미 이긴 싸움이었다.

이런 상태에서 몬물소를 처리하지 못한다면 헌터라고 할 수 없었다.

창에 베이거나 찔린 몬물소들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쓰러진 몬물소는 다 잡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등에 올라타 뒷목을 찌르는 것으로 숨을 끊어놓으면 그만이었다.

<몬물소 뿔을 벌써 얻게 되다니···.>

나호가 감회에 젖은 표정을 지었다.

스걱! 스걱!

총 다섯 마리를 처리하는 것을 보여준 후 소환수들의 참여를 허락했다.

소환수들 앞에서 몬물소의 큰 덩치는 아무런 무기가 되지 못했다.

위협적으로 돌진을 해도 날아오르면 그만인 소환수들이었다.

커어어어! 커어어어!

독특한 소리를 내는 몬물소들은 의외로 쉽게 소환수들에게 공격을 허용했다.

사냥조 대여섯 마리면 몬물소 한 마리를 사냥할 수 있었다.

<사냥조들이 정말 무서워졌구나. 저 녀석들 시간만 주면 혼자서도 한 마리씩 처리하겠는데?>

쫑! 쫑!

쪼롱이가 자랑스러운지 기쁨을 표현했다.

앙증맞게 보이는 쪼롱이가 그런 사냥조들의 대장이었다.

그 말은 사냥도 가장 잘한다는 말과 같았다.

덩치가 작아서 다른 사냥조보다 약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다.

쪼롱이는 영리하고 민첩했다.

그리고 부리와 발톱이 그 어떤 사냥조보다 강했다.

작은 몸은 때로는 큰 덩치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다.

쪼로롱! 쪼롱!

쪼롱이는 전장을 내려다보며 지휘를 했다.

사냥조들끼리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지만 전투에 몰두하다보면 전장 전체를 보지 못할 때가 있었다.

그런 부족함을 채우는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는 쪼롱이였다.

크어어억 크어어억!

반반이와 그의 짝은 크게 움직일 필요도 없었다.

툭툭 치기만 해도 몬물소는 나동그라졌다.

덩치가 두 배 이상 차이가 나니 당연한 일이었다.

넘어진 몬물소는 한 번 밟는 것으로 생을 달리했다.

십여 마리의 몬물소가 처리되는 데는 몇 분도 걸리지 않았다.

<대변혁 이후에는 몬물소가 조금 더 강해지겠지?>

"그렇지. 이것보다는 더 강했지. 더 위협적이었고. 무리에 3미터 이상인 녀석들도 한두 마리는 꼭 포함되어 있었고."

어깨 높이가 3미터 이상인 몬물소는 정말 위협적이기는 했다.

지금은 이렇게 쉽게 처리하지만 그때는 이렇지 못했다.

<뿔은 보관해야지?>

"꼬리도 챙겨놓을 생각이야."

<좋지.>

지금 사냥한 몬물소의 뿔은 그리 큰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정도만 돼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었다.

몬물소의 꼬리도 가공을 하면 위협적인 채찍을 만들 수 있었다.

"이 녀석들도 한 마리 당 1마나를 주네."

<그럼 몬스터가 조금 많으면 좋겠다.>

쫑! 쫑!

^앞쪽에 두 무리!^

십여 마리씩 모여 있는 몬물소 두 무리가 추가로 만난 몬스터의 전부였다.

이번에도 대여섯 마리만 직접 잡고 나머지는 소환수들에게 양보했다.

반반이가 마지막 몬물소를 처리했을 때 시스템의 메시지가 들려왔다.

[띠링! 축하합니다. '타호 7던전'이 클리어 되었습니다. 타호 7던전의 소유권이 강대한 님께 넘어옵니다. 30분 후 퇴장합니다.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아직 도축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바로 도축을 해서 늘 그랬듯 고기와 가죽은 대기실로, 뿔과 꼬리는 인벤토리로 보관한 후 남은 부산물은 시스템에게 팔았다.

그런데 뜻하지 않는 시스템의 메시지가 들려왔다.

[띠링! 부산물 중 뿔과 꼬리를 일부 파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아. 시스템이니까 얼마든지 얻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닌가?>

"누군가가 잡아주어야만 획득이 가능한지도 모르지. 그렇게 사들인 것으로 물건을 만들고···."

<그럼 전생에도 일부 헌터들 중 부산물 거래를 했던 사람이 있었다는 말이야?>

"그럴 수도 있지. 부산물을 사들이는 사람 중에도 있었을지 모르고."

<어? 남들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부산물을 사들여서 시스템과 거래를 해도 좋기는 하겠다.>

불필요하다고 버려지는 부산물의 양은 엄청났다.

던전에 버리니 환경오염을 걱정할 것은 없었지만 시스템과 거래를 한다면 버려지는 것이 하나도 없으니 여러모로 이득이기는 했다.

"얼마나 줄 건데? 몬물소 정도를 잡을 수 있는 사람은 내가 유일하다는 것을 고려한 가격이었으면 좋겠어."

[띠링!

거저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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