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139화 (139/350)

139. 거저먹기

몬물소 한 마리를 잡을 때 들어온 1마나, 부산물을 처리하고 얻은 마나도 마리당 1마나!

몬쌍아귀를 잡았을 때처럼 마리당 2마나를 벌었다.

회귀를 하고 마리당 가장 좋은 벌이를 한 것이었다.

개체수가 많지 않아서 아쉽지만 몬쌍아귀나 몬물소 정도를 잡으면 2마나를 벌 수 있는 모양이었다.

몬물소의 뿔과 꼬리는 전생에도 귀한 축에 속했다.

특히 뿔이 다양하게 사용되었다.

장식품으로 세공되어 팔려나가지만 무엇보다 무기의 재료로 몬물소 뿔만 한 것이 드물었다.

그래서 상당한 마나를 벌 수 있겠다고 기대를 하고 있는데 돌아온 대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띠링! 몬물소의 뿔은 개당 3마나, 꼬리는 2마나를 드리겠습니다.]

<심하다! 심해.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몬물소 한 마리를 잡으려면 얼마나 고생을 해야 하는데···.>

전생에는 고생을 했지만 오늘은 별 힘들이지 않고 잡았다.

하지만 이런 가격에는 차라리 팔지 않는 편이 나았다.

"거래하지 않을게. 정리도 끝났으니까 그냥 퇴장시켜줘."

[그럼 각각 3마나씩이면 어떻습니까?]

"그 가격에도 싫어. 뿔은 아무리 오래 보관해도 썩지도 않아. 알지? 이거 잘 보관했다 장인만 잘 만나면 몇 십, 몇 백 마나도 될 수 있어. 그때까지 보관하지 뭐."

길드를 만들 생각이니 이런 재료를 많이 모아두는 것도 좋았다.

초기에는 무기다운 것을 찾기 어려운데 이런 것이 있다면 길드를 꾸리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3마나 이상을 지불하고는 저희도 구매할 수 없습니다.]

"그럼 거래 결렬이지 뭐."

[저희가 처음 제시했던 가격으로 하고 대신 힌트를 하나 드리는 것은 어떻습니까?]

"무슨 힌트? 또 대수롭지도 않은 거 내놓으려고 하는 거지?"

<맞아! 힌트라고 내놓은 것이 '상태창' 이게 뭐야? 상태창이 얼마나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데···. 우리가 아직도 꼬물이의 해결책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나호가 제법 큰 소리로 항의를 했다.

순간 깜짝 놀라 움찔했던 꼬물이가 격하게 뿌리를 끄덕이며 나호의 말에 동조하고 있었다.

자신도 빨리 냄새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것이었다.

[대박을 찾아 오신 거 아닙니까? 거기에 대한 힌트를 드리겠습니다.]

"대박? 정말 그 힌트를 주겠다고? 대박은 보이지 않던데? 아직 나오지 않은 거 아니야?"

[대박은 이미 존재합니다. 단지 강대한 님께서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지.]

호수 주변을 제대로 찾으려면 일주일로도 부족했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시간을 쏟을 수는 없었다.

대박 던전에 대한 힌트를 준다면 뿔과 꼬리 정도는 공짜로 달라고 해도 줄 수 있었다.

물론 그런 말은 절대 하지 않겠지만···.

"좋아! 힌트 먼저 받고 거래할게. 지난번처럼 거래 끝나고 말도 안 되는 힌트를 받을 수는 없으니까."

[좋습니다. 대박은 이곳에 있습니다.]

시스템의 말과 함께 상태창에 타호 호수의 지도가 나타났다.

그리고 어느 한 지점이 깜빡이고 있었다.

지도에는 우리가 있는 지점도 푸른 점으로 표시가 되어있었기 때문에 대박이 있다고 하는 곳을 찾아가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이거 우리가 지나온 길 같은데?>

"맞아. 우리가 지나왔었어."

<그런데도 몰랐다고? 꼬물이도 있고 쪼롱이도 있는데?>

이해되지 않지만 시스템이 있다고 했으니 있을 것이 분명했다.

"여기에 대박이 있다고?"

[그렇습니다.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그럼 뿔과 꼬리 몇 개를 거래하실 겁니까? 저희는 많을수록 좋습니다.]

"다 팔 수는 없어. 각각 49개이니 35개씩만 판매할게."

[40개를 파시죠. 그럼 다른 힌트를 하나 더 드리겠습니다.]

"다섯 개 더 파는데 힌트를 하나 더 준다고? 무슨 힌트? 또 던전이나 던전 덩굴과 관계된 거야?"

[그렇습니다. 이 타호 호숫가로는 던전이 유난히 많이 깃들 겁니다. 그중 한두 개쯤이야 드릴 수 있습니다. 현재 최강자이고 우리의 최대 고객이시니까요. 하지만 이런 것은 비밀을 유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걸 어디 가서 말할 생각 없어. 특혜니 뭐니 말도 되지 않는 소리 들을 빌미를 줄 필요는 없지. 좋아. 40개 판매할게."

[현명한 선택이십니다.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그럼 뿔과 꼬리를 가지고 가고 200마나를 지급하여 드리겠습니다.]

시스템의 목소리가 유난히 밝게 느껴졌다.

상태창에 나타난 지도에 빨간 점이 하나 더 나타났다.

그리고 인벤토리에서 뿔과 꼬리가 각각 40개씩 사라지더니 200마나도 들어왔다.

<이해가 되지 않네. 아무리 지금은 몬물소의 부산물을 얻기 어렵다고 해도 겨우 이 거래를 위해 던전을 두 개나 준다고? 집사! 이게 이해돼?>

"이해되지 않아. 하지만 시스템이 항상 이해되는 일만 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우리에게 나쁜 일도 아니고."

<너무 좋은 일이어서 얼떨떨해서 그러지.>

"이런 거래라면 날마다 했으면 좋겠다. 그럼 헛걸음할 일도 없을 거 아니야."

<맞아. 시간 낭비도 하지 않고. 그동안 쏟아 부은 시간이 만만치 않아. 사람들은 회귀해서 꿀 빤다고 생각하겠지만 회귀도 집사처럼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어.>

거래가 마무리되고 잠시 후 우리는 던전에서 자동퇴장이 되었다.

첫 클리어 때마다 받는 일종의 보상이었다.

내 소유로 넘어온 타호 7던전을 다시 입장해보았다.

제대로 개방이 될 때까지는 몬스터가 없다고 하더니 역시 몬물소의 냄새가 나지 않았다.

<여기는 세상이 바뀌기 전에는 오기 어렵겠지?>

"대박 던전과 몇몇 던전을 찾아버리면 그때까지는 오지 않겠지. 왜? 아쉬워?"

<세상이 바뀌기 전에 한두 번 올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해서. 잠시 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면 좋잖아. 그동안 바쁘게 살아왔고 대변혁 이후에는 더 바빠질 테니까.>

"그런 시간이 주어진다고 해도 쉴 수 없지. 지금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얼마나 달라지는데···."

<미래를 위한 투자인 거야?>

"투자라기보다는 신의를 지키는 거야."

<신의?>

"미래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려는 거지."

<오올! 조금 멋있었어. 그래도 정말 대변혁 오기 전에 집사가 단 일주일만이라도 쉴 수 있는 시간이 오면 좋겠다. 대변혁 이후는 지금보다 더 바빠지잖아.>

"피곤하지도 않아. 전생에는 희망이 없어서 하루하루가 힘겨웠는데 지금은 몸은 조금 피곤해도 괜찮아. 희망이 있으니까. 내가 하는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미래가 바뀔 것을 아니까."

<역시 인간은 희망을 먹고 사는 존재였어.>

"대변혁 이후가 되겠지만 이런 희망을 우리 국민 모두에게 줄 수 있으면 좋겠어."

<생각만으로 좋다. 너무 좋아.>

나호가 꿈을 꾸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 자신이 그리는 세상을 걷고 있을 것이었다.

그 세상에서는 눈물도 아픔도 없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런 세상이 환상이나 상상에 그치지 않고 현실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가자!"

<가자! 대박 찾으러. 황금이야! 도뮤야! 도뮤······.>

나호가 도뮤에게 대박 던전에 대해 이야기했다.

얼마나 큰 던전이고, 얼마나 황금이 많았는지 그리고 그 금을 어떻게 캤는지 이야기하는 사이 우리는 타호 7던전을 나와서 대박을 향해서 걸었다.

그런데 계속해서 꼬물이가 물음표를 그리고 있었다.

고민이 되는 것이 있는지···.

물어볼까 잠시 생각을 하다 너무 깊이 생각에 빠져있는 것 같아서 우선 대박이 있다는 곳에 도착했다.

대박이라고 시스템이 말한 곳은 전생에 대박 던전이 있던 곳과 멀지 않은 곳이었다.

우리가 찾을 때는 분명 아무것도 없었던 곳이었는데 다시 오니 미개방 던전이 하나 있었다.

"이상하네. 분명 없었는데? 그 사이에 생겼다고? 타호 7 던전에서 보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는데?"

이곳을 지나간 지 서너 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사이에 던전이 생겨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순식간에 던전이 형성되는 건가? 그리고 이거 금광이 있는 던전에 자라는 덩굴이 아닌데?"

<집사! 우리가 시스템에게 당한 거 아니야?>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시스템은 대박이라고만 했지. 대박 던전이라고는 하지 않았던 것 같아."

<생각해보니 그러네. 계속 대박이라고만 했어. 어떤 던전이든 우리에게는 대박 아니냐고 하면 할 말도 없잖아! 이런!>

몬물소의 뿔과 꼬리를 공짜로 넘긴 것도 아니니 손해가 크게 난 것은 아니지만 잔뜩 기대를 했다가 아니니 속이 팍 상했다.

그때 유난히 경쾌하게 들리는 시스템의 메시지가 들려왔다.

[띠링! 미개방 던전입니다. 입장하시겠습니까?]

이게 뭐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들어가서 클리어를 하고 소유권을 넘겨받는다면 나쁘지 않았다.

던전이 재앙의 근원이었지만 클리어하고 통제만 할 수 있다면 기회의 땅이기도 했다.

그런 던전이 공짜로 생긴 것이나 다름이 없으니 손해는 결코 아니었다.

그래서 올라오는 짜증을 누그러뜨리고 말했다.

"입장하겠어."

입장하겠다는 말과 함께 번쩍하며 던전으로 이동되었다.

지금까지 미개방 던전으로 이동되면 대개 똑바로 선 자세였다.

갑자기 달려들지 모르는 몬스터나 여러 상황에 대한 대처를 위해 그러는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은 전혀 상상하지 못한 자세로 던전으로 이동되었다.

누워있었다.

그것도 아래를 내려다보는 자세로 누워있었는데 아래에는 세상이 빠르게 형성되고 있었다.

마치 세상의 창조를 들여다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대기실이 변하던 것과 아주 흡사했다.

<집사! 보고 있어?>

"응! 보고 있어."

<뭐 같아?>

"던전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아."

넋이 나갈 정도의 광경들이었다.

어떻게 보면 3D프린터로 세상을 찍어내는 것 같기도 하고, 솜씨 좋은 장인이 세상을 빚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이걸 왜 보여주는 거지?"

<대박이라고 했던 게 이것 때문이었나?>

우리의 질문에 대답해줄 시스템은 아니었다.

역시나 우리가 아무리 의문을 드러내도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떨어지지 않고 하늘에 떠있는 것 같지만 사실 공간이 분리된 곳에 있는 것 같았다.

그걸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이 새 한 마리가 우리를 통과해서 지나갔다.

"너 이런 느낌이야?"

<비슷하지. 이 정도는 그러려니 해.>

대기실에서 밖을 보고 있던 소환수들이 깜짝 놀라며 튀어나오려고 했지만 나올 수 없었다.

뭔가에 가로 막힌 듯 입구를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이다.

"신기하네. 언제까지 이렇게 있게 되는 거지?"

이 의문은 오래지 않아서 끝이 났다.

세상에 풀이 돋고 나무가 자라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변화가 엄청나게 빨라졌기 때문이었다.

눈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모든 것이 빠르게 흘렀다.

우리가 보고 있는 세상의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모양이었다.

빠르게 변하던 세상은 정리를 하듯 갑자기 속도가 느려지더니 어느 순간 멈추었다.

그리고 우리도 바닥으로 내려오게 되었다.

그 순간 메시지가 들렸다.

[띠링! 축하합니다. '일회성 던전에 입장한 인류 최초의 각성자'가 되셨습니다.]

"뭐라고?"

[1회성 던전에 입장하셨습니다.]

1회성 던전은 '이벤트 던전'이라고도 하고 '깜짝 던전'이라고도 불렸던 던전이다.

한 번 클리어를 하고 나면 사라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었다.

그런데 1회성 던전도 벌써부터 준비가 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것도 미개방 던전으로 입장도 가능하고···.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나호가 방방 뛰기 시작했다.

<대박이라며! 대박 던전이 아니라 쪽박 던전이라도 클리어를 하면 소유권이 넘어오니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이게 뭐야? 이건 클리어와 함께 사라져 버리잖아! 이거 어떻게 보상할 거야?>

[대박이 분명합니다.]

<분명은 무슨! 이미 거래 끝났다고 오리발 내미는 거야?>

꼬물!

^화이팅!^

꼬물이가 뿌리로 만든 하트를 흔들며 나호를 응원하고 있었다.

겨우 참고 있던 웃음이 꼬물이의 하트를 보자 빵 터질 것 같았다.

이 녀석들이 공갈 사기단은 저리 가라할 정도의 연기를 선보이고 있었다.

지금까지 함께 다녔으니 인류 최초 각성자에게 붙는 보상이 있다는 것은 둘 다 알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저러는 것은 조금이라도 나은 보상을 얻기 위한 일종의 연극이었다.

물론 짜증이 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말이다.

시스템도 모르지 않을 거고···.

헛기침을 한두 번 할 시간이 지난 후 시스템의 메시지가 들려왔다.

[띠링! 최초 보상이 있습니다. 앞으로 강대한 님께서는 1회성 던전에 한해서 10%의 공격력이 상승합니다. 이 보상은 다른 보상과 중첩될 수 있습니다.]

<10%? 이 던전은 아니라는 거지?>

[이 던전에서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참고로 이 던전을 클리어하시면 방어력도 10% 상승할 겁니다.]

"그것도 1회성 던전에만 적용되는 것이고?"

[그렇습니다. 그럼 좋은 시간되시기 바랍니다.]

<1회성 던전에 한해서지만 이 정도면 대박인가?>

"그렇지. 이 정도면 충분히 대박이지."

던전이 형성되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어떤 몬스터가 나오는지도 다 파악이 된 상황이었다.

그러니 거저먹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럼 거저먹기 좀 해볼···."

시작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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