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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141화 (141/350)

141. 존재하지 않는 시간

마지막 몬스터를 처리하고 났을 때 바닥에는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몬스터가 쌓여있었다.

덩치가 큰 몬스터였다면 산을 이루었겠지만 덩치가 작은 놈들이라 이 정도였다.

<우아아아! 정말 시커멓다. 시커매. 징한 놈들!>

몬물소의 꼬리를 꺼낸 이후로는 어렵지 않은 적이었지만 그 전까지 워낙 고생을 시킨 놈들이라 쳐다보기도 싫은 모양이었다.

<집사! 그 징헌 것을 왜 들어 올리는 거야?>

"신기해서. 어떻게 영체와 실체를 오가는지 궁금하잖아. 혹시 네가 실체를 갖게 되는데 필요한 힌트가 있을 수도 있고."

참새의 절반 정도 되는 덩치를 가진 몬스터를 들어 올리자 냉큼 옆으로 다가와서 몬스터를 살피는 나호였다.

<뭔가 알 수 있는 것이 있을까? 이상하기는 했어. 영체 상태의 몬스터에게는 내 공격이 먹혔잖아. 이 녀석들 말고 다른 영체 상태의 몬스터에게도 내 공격이 먹히려나?>

함께 몬스터를 살폈지만 특별해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렇게 많이 잡았는데 들어온 마나도 없었어."

<1도 없었다고?>

"1마나도 주지 않았어. 이 녀석들에 대한 정보도 없어서 뭘 꼭 챙겨야하는지도 모르겠고."

정보가 없을 때는 모두 챙기는 것이 답이기는 했지만 양이 엄청나서 다 챙기려면 인벤토리와 공간주머니까지 모두 동원해도 불가능했다.

<시스템이 욕심내는 것만 챙기면 될 거야.>

나호가 작게 소곤거렸다.

정답이기는 했지만 시스템도 바보는 아니었다.

처음 접하는 몬스터라는 것을 아는데 대놓고 거래를 요구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1회성 던전이니 다시는 이런 몬스터가 나지 않을 수도 있어. 쓰임이 있다면 엄청난 가치가 될 수도 있다는 건데···."

그래서 이 던전에 들어가도록 유도를 했을 수도 있었다.

"해체를 해봐야겠다."

<이 작은 것을···?>

"해봐야 조금이라도 정보를 얻을 수 있지."

해체라는 말에 소환수들이 주위로 몰려들었다.

다들 관심이 생기는 모양이었다.

작은 몬스터를 평평한 돌 위에 올려두고 작을 칼을 꺼내 해체를 시작했다.

전생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해체를 많이 했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고기와 가죽을 얻기 위해서였다.

먹고 살기 힘드니 먹을 수 있는 고기라고 판단되는 몬스터는 최대한 직접 해체를 한 것이었다.

<바늘처럼 가느네. 이게 찔리면 상당한 고통을 주는데 독은 없었어. 그게 천만 다행이었지.>

"찔리는 순간 살짝 부리가 부풀면서 고통을 가중시키더라."

쫑! 쪼조

쪼롱이가 제 엉덩이를 가리키며 부리가 정말 부풀었다는 시늉을 열심히 했다.

엉덩이 쪽에 몇 방 맞은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살짝 부은 것 같기도 했다.

"치료는 한 거야?"

쫑!

대답을 하면서 꾸루와 도뮤를 가리켰다.

"한 번 더 치료해. 아직 붓기가 빠지지 않은 것 같아."

쫑!

"다들 고생 많았어."

몬스터에게 정신이 팔려 고생한 소환수들을 잠시 잊고 있었다.

바로 수고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쫑!

쪼롱이도 제 꼬리부근을 가리키며 치료를 해준 꾸루와 도뮤에게 고맙다는 몸짓을 했다.

"꼬물이도 고생했고."

꼬물!

칭찬을 하자 뿌리를 배배꼬며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 꼬물이었다.

그 모습이 웃음을 자아냈다.

이 던전에 들어오고 난 후 처음 들리는 웃음소리였다.

"그런데 왜 클리어 메시지가 들리지 않지? 아직 클리어가 되지 않았다는 소린데···."

<도축을 하지 않아서 클리어가 되지 않나?>

어이없는 말 같지만 간혹 도축이나 해체를 하지 않으면 클리어가 되지 않는 던전도 있었다.

잡은 몬스터를 그대로 밖으로 가지고 나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은 던전이 그런 경우였다.

"마저 살펴보고 도축하자. 혹시 특별한 것이 보일 수도 있으니."

몬스터의 크기가 작아서 도축이 금세 끝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다.

작기 때문에 오히려 시간이 더 걸렸다.

구석구석을 살피기 위해서는 그만큼 주의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부리가 이 녀석들의 주요기관이네. 특이해."

몬스터 중에는 일부 기관이 유난히 발달한 녀석들이 있는데 이 몬스터는 그 정도가 심했다.

주사바늘처럼 생긴 부리를 위해 몸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상해. 공격수단으로 훌륭한 편이었지만 위력적이지는 않았잖아.>

공격력에 비해 과해 보이기는 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영체와 실체를 오가게 만드는 기관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눈앞에 두고도 우리가 모르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두 마리를 더 해체를 해봐도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냥 해체해야겠어. 혹시 모르니 이 부리를 설정하고."

도축을 하면 부리는 분명히 나올 것 같기는 했지만 혹시 몰라서 필수 도축 품목에 부리를 설정했다.

이렇게 해두면 일반적인 도축으로는 부리가 나오지 않더라도 부리가 도축되어 나온다.

도축 스킬이 성장하면서 얻은 효과 중의 하나였다.

"도축!"

도축을 하는 순간 바닥 전체에 푸른 선이 드리웠다.

단 하나도 빠뜨리지 않겠다는 듯 푸른 선은 구석구석 뻗어나갔다.

바닥이 푸르게 변했다고 느낀 순간 번쩍하며 도축이 이루어졌다.

수도 없이 본 장면이지만 아직도 볼 때마다 신기했다.

순식간에 도축이 이루어지고 우리 앞에 놓인 것은 부리가 전부였다.

<뭐야? 고기는? 깃털은? 아무것도 남지 않는 거야? 이거 심하지 않아? 이렇게 되면 이 몬스터를 잡고도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거야?>

나호가 황당함에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다른 소환수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도축이 되는 순간 내 신경은 도축돼서 나온 전리품이 아니라 다른 곳에 가 있었다.

도축이 되는 순간 왠지 기분이 싸해지면서 살기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느껴지는 몬스터의 특유의 냄새!

"몬스터야!"

<몬스터라고? 여기 저것들 말고는 몬스터 없었잖아?>

"저기."

처음 들어왔을 때 형성과정을 보여주었던 던전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배경화면 같은 곳이었다.

멀쩡한 숲에 몬스터까지 돌아다니고 있지만 실체가 없었다.

나무도 일부는 실체를 가지고 있었지만 대부분은 실체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부분 가상현실 세계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는데 지금 그 세계가 실체를 가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허상에 불과했던 몬스터들이 실체를 가지게 된 것이었다.

몬스터에게서 나는 냄새에서 그것을 가장 먼저 느끼게 했던 것이다.

<이런 시이이이이바···.>

나호가 터져 나오려는 욕을 입 밖으로 뱉어내지는 않았는데 차라리 시원하게 뱉어내는 것이 나았는지도 모르겠다.

슬쩍 꼬물이를 보더니 욕을 삼키고는 표정과 몸짓으로 지금의 기분을 표현했는데 직접 욕을 하는 것보다 더 험한 말을 쏟아내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나호의 반응이 잠시 긴장을 풀어주었지만 그 정도로 충분했다.

이제 달려오는 몬스터를 상대해야 할 시간이었다.

스걱!

끼아아악!

스걱! 스걱! 푹!

창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소환수들도 사냥에 참여했다.

이곳은 제대로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곳이었다.

아프리카 초원을 떠올리면 이곳이 어떤 곳인지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곳에 건기가 들어 물이 있는 곳 주변으로 많은 동물이 모여 있다고 생각하면 한층 더 이곳을 상상하기 쉬울 것이다.

벌새를 닮은 몬스터가 그랬듯 지금 이곳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몬스터가 있었다.

다행히 모두 실체를 갖은 채였고 공격도 바로바로 들어간다는 것이 다행이었지만 말이다.

"여기가 본 게임이었나 봐."

<욕 나온다! 정말!>

스걱! 스걱!

실체가 있는 몬스터이니 어차피 나호의 공격은 아무런 데미지를 줄 수 없었다.

그런데도 나호는 몬스터를 직접 상대하는 것처럼 공격하고 있었다.

그렇게라도 돕고 싶은 것이리라.

모두 정신없이 싸우는데 홀로 멍하니 있기도 무안했을 것이고···.

도깨비들마저 던전으로 나와서 작은 몬스터를 물어뜯고 있는 상황이었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몬스터를 상대하고 있는지 알게 해주는 장면이었다.

꼬물이만 대기실에 남아서 그릇에 부지런히 치료수를 담고 있었다.

간혹 아수라와 아수리가 살짝살짝 줄기와 덩굴손을 꼼지락거렸지만 그뿐이었다

던전을 만드느라 다른데 신경을 쓸 수 없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수라, 아수리는 밖의 세상에는 도통 관심이 없었다.

호기심이 많다고 나온 정보와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스걱! 스걱! 스걱!

초식동물처럼 보이는 몬스터가 가장 개체수가 많았다.

우리가 없었다면 이 녀석들은 육식동물처럼 보이는 몬스터의 밥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이렇게 공동의 적이 나타나자 협력해서 공격을 감행하고 있었다.

크르르릉! 캬아아악! 크아아악!

몬스터들이 내지르는 소리도 참으로 다양했다.

반반이가 간간이 몰려있는 몬스터 무리 사이를 오갔다.

제대로 된 대형을 이루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인간들의 전쟁도 그렇지만 인간과 몬스터와의 전투에서도 대형의 유지는 중요했다.

간혹은 이렇게 대형을 흩트리는 것만으로도 큰 타격을 줄 수 있었다.

더구나 대형을 무너뜨리는 것이 반반이처럼 엄청난 덩치를 자라하는 것이라면 그 효과는 배가 됐다.

꾸꾸꾸꾸!

상처 입은 사냥조가 대기실로 들어가니 꾸루가 상처부위에 치료수를 부어주며 내는 소리였다.

겁이 나서 밖으로 나오지는 못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하는 것이었다.

"쪼롱아! 새들 조심하라고 해!"

쫑!

사냥조들은 용맹했다.

두려움이라는 것은 잊은 듯이 전투에 임하고 있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말이다.

<시스템 잡히기만 하면 가만 두지 않을 거야! 이건 뭐!>

그래도 잡은 족족 마나가 들어오고 있었다.

벌새를 닮은 몬스터를 잡을 때는 아무리 열심히 잡아도 단 1도 들어오지 않던 마나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 전투만 잘 치르고 나면 던전이 클리어 될 것 같았다.

"우리 직원 마음이 이해가 되네."

막연한 것보다 바로바로 눈에 들어오는 보상이 훨씬 크게 들어오는 순간이었다.

스걱! 스걱! 푹!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몬스터의 시체가 산처럼 쌓이고 나서야 전투가 끝이 났다.

바로 시스템의 메시지가 들린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띠링! 축하합니다. 던전 '허상과 실체 사이'가 클리어 됐습니다.]

[이 던전은 미개방 던전이지만 1회성 던전이기 때문에 강대한 님께 소유권이 넘어가지 않습니다. 단 이 던전이 소멸할 때까지 머무실 수 있는 특전을 드리겠습니다.]

<지금! 뚫린 입이라고 막 지껄이는 거지? 이게 대박이야! 이게! 우리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으면 죽을 수도 있었는데? 적어도 사과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주는 고마운 나호였다.

['인류 최초로 1회성 던전을 클리어한 각성자'가 되셨습니다. 이에 대한 보상으로 1회성 던전에 한하여 영구적으로 방어력이 10% 상승합니다.]

나호의 말에는 관심이 없다는 듯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쏟아 붓는 시스템이었다.

<와우! 성질 건드리고 있네. 집사! 이거 그냥 놔둬야해?>

"그냥 놔두면 안 되지. 우리 애들이 지금 다 저런 상태인데. 여기서 소비한 치료수는 또 어떻고."

던전이 클리어 됐다는 메시지가 나온 순간 모든 소환수는 바닥에 널브러졌다.

그만큼 힘든 전투였다.

베어내고 베어내도 계속 밀려오는 몬스터는 상식의 범주를 넘어서는 것이었다.

원래 던전이라는 것이 상식과는 괴리가 있지만 그래도 정도라는 것이 있는 법이었다.

[방어력 10%는 엄청난 것입니다. 그야말로 대박을 잡으신 겁니다.]

<그건 너희 생각이지. 만약에 우리 집사가 단 하나의 1회성 던전도 만나지 못하면 어쩔 건데? 그럼 아무 소용없잖아! 이건 보상이라고 할 수 없어! 안 그래? 집사!>

"아무리 생각해도 보상이라고 말하기에는 형평성이 맞지 않은 것 같아. 더구나 최초인데···."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추가보상을 주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말이라도 해봐야 했다.

입 뒀다 어디에 쓰겠는가!

[그래서 이 던전이 소멸할 때까지 머물 수 있는 추가 보상이 주어진 것입니다.]

"그게 보상이라고?"

[그렇습니다. 엄청난 보상입니다.]

"어떤 점에서? 내가 보기에 이곳에 머무는 것은 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데?"

<맞아. 귀한 시간이 밖에서 흐를 텐데···. 여기에 머물라고 해도 나가야 한다고!>

[2030년 1월 1일이 되기 전까지는 일회성 던전에서 보내는 시간은 밖에서 흐르지 않습니다.]

귀가 솔깃해지는 말이었다.

간혹 던전 중에는 그런 던전도 있었다.

안에서 아무리 많은 시간을 보내도 밖에서는 단 1분도 흐르지 않는 던전!

우리는 그런 던전을 '25시'라고 불렀었다.

존재하지 않는 시간이라는 의미였고, 우리의 손을 떠난 시간이라는 의미를 함께 담은 이름이었다.

저런 던전에 들어가면 누구도 도울 수 없었다.

혹여 사고가 나도 스스로 빠져나오지 못하면 외부에서는 그 누구도 도움을 줄 수 없는 것이었다.

아무튼 시스템은 지금 우리가 있는 던전이 25시 던전이 되었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렇다는 말이지? 이 던전이 소멸할 때까지는 그럼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말이네?"

던전의 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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