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 꼬물이의 던전
꼬물이의 쓰레기버섯 던전!
던전 덩굴을 이용해서 일본으로 던전을 옮길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전생에 우리나라에 있던 던전 중 가장 먼저 떠올랐던 던전이다.
전생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나 떠올릴 수밖에 없는 던전!
단 한 번이라도 냄새를 맡으면 죽을 때까지 그 냄새를 잊을 수 없다고 알려졌던 던전이 쓰레기버섯 던전이었고 실제로도 그랬다.
흉물스러운 외모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버섯이 냄새까지 음식물 쓰레기 썩는 냄새를 풍기니 누구도 좋아할 수 없었다.
단 하나 다행스러운 것이라면 안전수칙을 지키면 인명피해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는데 그렇다고 해서 이 던전에 대한 호감도가 올라갈 수는 없었다.
그런 덩굴을 일본에 옮겨 심으려고 대기실에 보관했다 식구가 된지 1년이 넘었다.
물론 밖의 시간으로는 몇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1회성 던전에서 생활한 시간이 있기 때문에 1년이 넘은 것이었다.
밖에 있는 것에 비해서는 덜 자라기는 했지만 지난 1년간 소환식물들은 놀라울 정도로 성장했다.
대기실에서 자라는 특성상 던전을 뒤덮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조금 덜 자란 것 같기도 하지만 이제 어엿한 던전 덩굴이라고 할 수 있었다.
덩굴손도 충분히 자라서 입장객을 충분히 검사할 수 있었다.
내가 소유주인데다 대기실에 있기 때문에 입장객인 나를 검사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조금 전 아수라 던전과 황금 던전을 클리어 하고 나왔다.
그리고 1회성 던전에 앉아서 대기실의 쓰레기버섯 던전을 보고 있는 중이었다.
여전히 꼬물이에게서는 냄새가 났다.
이제 하루에 5마나를 주고 대기실의 공기를 무제한으로 교환하고 있었다.
사실 1회성 던전에서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소환수들이 대기실을 거의 이용하지 않아서 공기를 교환하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5마나를 주고 공기를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고 있었다.
소환수들은 나와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지만 소환식물도 있고 대기실에 자라는 농작물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 것이 없다고 하더라도 대기실의 자연환경을 위해 교환을 했을 것이다.
종종 나호는 시스템의 수작질 같다고 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 증거가 꼬물이의 던전이었다.
꼬물이의 던전에서는 쓰레기버섯이 나오지 않고 있었다.
물론 아직 안에 들어가 보지 않아서 안의 상황까지는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말이다.
<들어가 보려고?>
꼬물이의 던전을 바라보고 있자 나호가 묻는 말이었다.
"고민하고 있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 냄새가 사라진 다음에 들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거든."
<하긴 가장 늦게 던전이 형성되기 시작했으니 서두를 필요는 없지.>
꼬물이의 던전은 1회성 던전에서 생활한지 3개월이 지났을 때부터 멈추어있던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다른 던전에 비해 매우 늦은 시작이었고 성장도 매우 더디게 했다.
다행이라면 던전 안에서는 냄새가 새어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문을 연 적이 없으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 당연한 일이 전생의 쓰레기버섯 던전에는 당연한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유심히 쳐다봐?>
"전생과 다른 것 같아서."
<전생에는 쓰레기버섯이 온통 뒤덮고 있어서 입구가 제대로 보인 적도 별로 없었어.>
"그렇기는 했지만 간혹 제 모습을 보일 때도 있었어. 그런데 저런 것은 없었던 것 같아."
대변혁 이후 나타난 모든 던전의 공통된 특징은 던전 덩굴과 입구 양쪽으로 세워진 기둥이었다.
그런데 대기실에 던전 덩굴을 심어서 직접 키워보기 전까지는 기둥이 따로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신전이나 거대한 거물의 기둥처럼 기둥이 던전의 형성과 함께 생기고 그 기둥을 타고 던전 덩굴이 자란다고 생각한 것이다.
전생을 살았던 사람들도 모두 그렇게 생각했다.
던전 덩굴을 직접 키워본 적도 없었고 자라는 모습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에게 던전은 갑작스러운 것이었고, 던전 덩굴은 이미 모두 자란 상태였다.
그러니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직접 키워보니 그것이 아니었다.
이 기둥도 던전 덩굴이었다.
간혹은 전혀 다른 재질, 예를 들면 돌이나 쇠로 만든 기둥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그것마저도 던전 덩굴이었던 것이다.
던전 덩굴의 줄기가 그런 형태로 자란 것뿐이었다.
그렇게 자란 기둥위로 다시 줄기가 감아 올라갔기 때문에 사람들 눈에는 덩굴 줄기가 아니라 기둥으로 보였던 것이다.
아무튼 꼬물이의 기둥은 전생의 그것과 달랐다.
<뭐가 다른데?>
"저기 봐. 푸른빛이 약간 도는 것 같지 않아?"
<어디?>
"저기 기둥 중간에."
<잘 모르겠는데? 그냥 햇볕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거 아니야? 치료수를 날마다 뿌리니까 그렇게 보이는 것일 수도 있어.>
"그러나? 왜 내 눈에는 푸른빛이 도는 것처럼 보이지?"
<푸른빛이 돈다면 정말 좋기는 하지. 마나의 푸른빛이라면 특히.>
꼬물! 꼬물!
우리가 자신을 계속 쳐다보자 부끄러운지 하얗고 투명한 뿌리를 배배꼬면서 부끄러워하는 꼬물이었다.
덩치는 이제 산만한 녀석이 되었지만 여린 뿌리 때문인지 여전히 아이처럼 보였다.
<치료수는 어떻게 할 거야?>
"그러게. 걱정이기는 하지만 한 번은 그냥 채워주기로 했으니까 어찌어찌 버틸 수는 있을 것 같기는 해."
1회성 던전에서 생활하면서 걱정할 것은 없었다.
점점 밭도 넓어지고 있고 잡아서 쌓아둔 물고기의 양도 늘어나고 있었다.
큰아버지께서 복권 당첨금을 이용해서 먹거리를 넉넉하게 준비하고 계시지만 이곳에서 거둬들이는 양도 장난이 아니었다.
병충해가 전혀 없어서 뿌리는 대로 풍작인 이곳은 1회성 던전이 아니라면 일반인들이 살아도 좋을 만한 던전이었다.
1년간 수확한 농작물만도 엄청난 양인데 앞으로 2년을 더 준비하면 이미 얻은 양의 5배 정도는 더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점점 밭이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모든 것이 안정적인 이곳에 유일하게 걱정이라면 치료수였다.
꼬물이의 덩치가 커지면서 소비하는 치료수의 양이 늘어났다.
그래서 치료수는 빠르게 줄어들었고 이제 며칠 쓸 양밖에는 남아있지 않았다.
한 번은 어디에 있든지 가득 채워준다고 했지만 2년을 더 버틸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내가 보기에는 2년 버틸 수 없을 것 같은데? 집사도 사실은 그렇게 생각하지?>
"그 안에 꼬물이의 병이 낫기를 바라고 있어."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기는 하지. 냄새도 사라지고 쓰레기버섯까지 사라진다면 금상첨화지. 그렇게만 된다면 꼬물이 던전에 뭐가 생겨도 다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
꼬물!
꼬물이가 반응을 보였지만 바닥에 글을 쓰지는 않았다.
<꼬물아! 안에 뭐가 있는지 아직 몰라?>
꼬물!
^몰라!^
꼬물!
^알 수 없어! 머리 아파!^
던전에 뭐가 자라는지 살피기 위해 집중하면 머리가 아프다는 것이었다.
분명 알고 있을 것 같은데 말을 하지 않는 꼬물이었다.
그렇다고 머리가 아프다고 하는 애에게 계속 물을 수도 없었다.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녀석들 오래 있네."
<누구? 도뮤?>
"응! 금을 찾아보겠다고 들어간 지 꽤 된 것 같은데···."
황금 던전을 클리어 하고 나온 후 도뮤는 도깨비들을 모두 데리고 황금 던전으로 들어가 버렸다.
소환수만 던전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눈앞에서 확인시켜주는 순간이었다.
물론 대기실의 있는 던전만 가능한 일이었다.
던전 도깨비들이 모두 황금 던전으로 들어가 버리니 대기실과 1회성 던전의 색채가 무채색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족장인 도뮤부터 시작해서 도깨비들은 모두 총천연색의 털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총천연색이지만 매우 고급스러운 빛!
그런 빛깔 때문에 도깨비들이 더 신비하게 보이기도 했다.
앞발을 통째로 입안에 넣지만 않는다면 한결 신비로워 보일 것 같은데 황금을 함유한 돌을 먹을 때는 꼭 그렇게 먹었다.
그것도 매우 행복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어디까지나 내 생각인데 아마 쉽게 나오지 않을 거야. 황금 던전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쉽게 나오겠어? 던전 전체를 이 잡듯이 뒤지고 나서야 나올걸.>
"아직 황금 생기지 않았다고 고생하지 말라고 해도···."
<그 말을 듣겠어. 기대감이 있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들어가는 거지.>
나호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황금 던전에 들어가기 전 황이와 금이가 분명히 말했다.
아직 던전에 황금이 생성되지 않았다고···.
황금이 생기려면 조금 더 있어야 한다고 말이다.
차근히 그렇게 말했지만 도깨비들이 던전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조금이라도 있을지 모른다며 찾으러 들어간 것이다.
나호 말대로 쉽게 나올 것 같지 않았다.
"땅이나 파야겠다."
음머어어어어!
땅을 파겠다고 하자 저도 돕겠다고 나서는 반반이였다.
반반이 가족 덕분에 농사일은 한결 쉬워졌다.
이곳에서의 농사는 땅을 파고 씨만 뿌리면 나머지는 땅이 알아서 길렀다.
풀을 조금 뽑아줘야 하지만 그것도 쪼롱이와 꾸루가 알아서 담당했다.
그 땅을 가는 일도 반반이 가족이 도와주니 힘든 일이 거의 없었다.
심어두기만 하면 놀랄 정도로 잘 성장을 하고 풍성하게 맺히니 농사짓는 맛이 났다.
새롭게 밭을 만들 곳에 와서 쇠스랑으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
매우 기름진 땅이어서 쇠스랑은 큰 힘 들이지 않고도 깊이 박혔다.
박힌 쇠스랑을 당기고는 다시 높이 들어 올린 후 땅을 향해 내리찍었다.
위치 에너지만으로도 충분히 깊이 박히지만 운동을 위해 동작을 크게 했다.
<이제 농사꾼 태가 나네.>
나호가 추임새를 넣었다.
옆으로 적당한 거리를 두고 반반이 가족도 땅을 파기 시작했다.
이렇게 넷이서 땅을 파면 사냥조들이 흙을 잘게 부수고 전령조들이 고랑을 냈다.
소환수들이 도우니 금세 밭이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오늘은 뭘 심을 거야?>
"글쎄. 고구마를 심을까 싶어."
<또?>
"치료수를 계속 먹었던 고구마의 품종이 조금 바뀐 것 같아서 그게 계속 되는지 살피려고."
<품종 개량이 그렇게 쉽게 되겠어?>
"시도해보는 거지 뭐."
잘 자라고 수확량이 많고 맛까지 좋다면 대변혁 이후 국민들에게 큰 보탬이 될 수 있었다.
처음 대기실에서 키웠던 고구마가 딱 그랬다.
A급 치료수를 충분히 먹고 자란 고구마는 도저히 일반 고구마라고 부를 수 없었다.
그래서 대기실에 계속 심어봤는데 지금까지 계속 품종이 유지되었다.
대기실에서만 그러는지 던전에서도 품종이 유지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심으려는 것이었다.
<다들 좋아하는 거 보니까 맛은 확실한 것 같은데···. 뭐 잘 되면 좋지. 이곳의 삶은 참 좋아. 크게 걱정도 없고···. 이런 삶이 계속 될 수 있다면 참 좋은데···.>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무리 많아도 밖에 나가면 1분도 지나지 않아."
<신기한 일이야. 정말 25시 답지. 존재하지 않은 시간!>
"이렇게 멀쩡한 던전이 완전히 사라진다는 것이 더 신기한 일이지."
<그것도 그렇고.>
그렇게 다시 시간이 흘렀다.
중간에 치료수가 다 떨어져서 다시 보충을 받고 간간이 아수라던전과 황금 던전을 정리했다.
이제 소환수들끼리 던전을 알아서 정리하고 잡은 몬스터를 한쪽에 모아둘 정도까지 되었다.
소환수들이 잡아서 얻는 마나도 내게 들어오기 때문에 마나는 매일 늘어나고 있었다.
날마다 5마나가 들어가고 있지만 늘어나는 마나가 있어서 크게 부담되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이 던전에 들어온 지도 2년 3개월이 되었을 때였다.
<집사! 치료수가 얼마 남지 않았어.>
아껴 쓴다고 아껴 썼는데도 벌써 치료수가 바닥을 드러낸 것이다.
1년을 넘게 사용했으면 정말 많이 아껴 쓰기는 했지만···.
"시스템에게 물어봐야지."
<되도록 시스템에게 치료수는 구매하지 않아야 하는데···.>
구매한 치료수로 꼬물이를 매일 씻겨야 한다면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기는 했다.
그동안은 공짜로 얻은 치료수여서 부담이 없었지만 남은 치료수가 다 떨어지고 나면 감당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우리가 자신 때문에 걱정을 하는 것을 아는지 꼬물이가 우리를 빤히 쳐다보았다.
하얗고 여린 뿌리 하나가 우리를 향하고 있었는데 그 뿌리가 움직였다.
꼬물!
방금 움직임은 무척이나 슬퍼 보였다.
"꼬물아! 걱정하지 마! 아무리 마나가 많이 들어도 감당할 수 있으니까."
꼬물! 꼬물!
꼬물이가 고민스럽다는 듯 꼬물거리더니 바닥에 뭔가를 쓰기 시작했다.
^···.^
쓰레기 버섯? 던전 입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