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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145화 (145/350)

145. 쓰레기버섯? 던전 입장

^미안해요!^

꼬물이가 바닥에 쓴 글이었다.

여전히 하얗고 투명한 뿌리는 몇 글자만 바닥에 써도 뿌리 끝이 상했다.

그만큼 여리고 여린 뿌리였는데 지금 꼬물이는 힘을 잔뜩 주면서 글씨를 쓰고 있었다.

"그렇게 힘줘서 쓰지 않아···."

힘껏 눌러서 쓰지 말라는 말을 하려고 했지만 더 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

꼬물이가 미안하다는 말에 이어서 쓴 글 때문이었다.

^버섯이 생겨버렸어요. 시커먼 버섯이···.^

쿵!

<헉!>

꼬물이가 쓴 글을 본 순간 정말 심장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밖에서 보낸 시간까지 하면 2년 6개월이 넘는 시간이었다.

2년 6개월 동안 그렇게 노력했는데 그 노력이 허사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버, 버섯이 생겼어?"

최대한 침착하게 말을 하려고 했지만 너무 놀라 쉽지 않았다.

^버섯이 생겼어요. 시커먼 버섯.^

작은 뿌리가 축 처지는 것이 꼬물이의 기분도 저 상태인 것 같았다.

괜찮다고 말을 해야 하는데 괜찮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전생에 쓰레기버섯이 준 피해가 얼마나 큰지 알기 때문이었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감당할 수 있을까 였다.

쓰레기버섯이 본격적으로 자리기 시작하면 끊임없이 공략을 해주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사바팔방으로 빠르게 번식을 했다.

냄새와 흉물스러운 외모 이외에도 최악의 던전이라는 오명을 만든 것은 돈 때문이었다.

꾸준히 공략을 해야 하는데 얻을 것이 없는 던전이니 정부에서 공략비를 지급했던 것이다.

번식속도가 워낙 빨라서 하루라도 제거팀이 들어가지 않으면 던전밖으로까지 밀려나오던 버섯이었다.

그런 쓰레기버섯이 생겨버렸단다.

그것도 나만 들어갈 수 있는 던전에···.

^미안해요.^

"언제 생겼어?"

심란하지만 어차피 생긴 것을 어찌할 것인가.

생긴 이상 이제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였다.

^일주일 됐어요.^

"1주일이나 됐다고?"

꼬물

^네에···.^

<그럼 진작 말을 했어야지. 왜 지금까지 말하지 않았어. 혼자 얼마나 속이 상했겠어.>

나호가 안타까움에 탄식에 가까운 말을 뻗어냈다.

꼬물!

^처음엔 작아서···. 사라질 줄 알고. 치료수도 줘봤는데···.^

나름 쓰레기버섯이 자라지 못하게 하려고 애를 써본 모양이었다.

<집사! 어떻게 해? 검정색이면 쓰레기버섯이 확실한 것 같은데?>

"그러게. 최대한 빨리 입장해서 정리를 하는 것이 좋겠지. 빨리 정리하면 번식 속도를 늦출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정말 그렇다면 좋겠다. 전생처럼 자란다면···.>

생각만으로도 싫은지 나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미안해요.^

눈이 있다면 꼬물이는 분명 눈물을 흘리고 있을 것이다.

하얀 뿌리에 물이 살짝 오른 것이 지금 꼬물이의 감정 상태를 보여주고 있었다.

"대책을 마련하면 돼. 문제가 있으면 해결책도 분명 있을 거야."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솔직히 조금 암울했다.

처음에 꼬물이가 대기실에 뿌리를 내렸을 때만 해도 몇 달 정성을 드리면 냄새도 없어지고 쓰레기버섯도 자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회귀한 이후 모든 것이 원하는 것 이상의 성과를 냈기 때문에 더 자신했었다.

그런데 쓰레기버섯만은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2마나, 3마나를 들여 교환하다가 5마나를 들여 무제한으로 공기를 교환한 것만도 2년이었고, 그동안 사용한 치료수만도 엄청난 양이었다.

대변혁 이후를 위해 아껴두려고 했던 치료수인데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고 꼬물이를 위해 모두 사용했다.

거기다 황금까지 적지 않은 양을 먹었다.

6개월 전부터는 황금 던전에 금이 생기기 시작해서 도깨비들이 부지런히 오가며 금을 캐서는 꼬물이에게 선물했었다.

그런데 이런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솔직히 어떤 노력을 얼마나 더 해야 번식속도라도 늦출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러다 갑자기 생긴지 1주일이 되었다는 말이 떠올랐다.

"꼬물아! 까만 버섯 생긴지 1주일 됐어?"

^정확하게는 8일 됐어요.^

"8일 됐다고? 얼마나 큰 버섯이야?"

^이만해요.^

꼬물이가 바닥에 버섯을 그렸다.

둥근 버섯이었는데 배구공 정도 되는 크기였다.

<꼬물아! 이거 중요한 거다! 너도 알지? 버섯 이렇게 생겼어? 이렇게 둥그렇게?>

나호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꼬물!

"딱 이 크기고?"

꼬물!

"색깔도 시커멓고?"

꼬물!

"알다가도 모르겠네."

아수라 던전과 황금 던전은 이제 완전히 성장을 한 상태였다.

이곳에 들어온 지 2년 3개월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아직 꼬물이의 던전은 다른 두 던전에 비하면 아직 아기였다.

다른 던전들보다 모습을 늦게 드러내기도 했지만 성장은 더 느렸다.

온갖 좋은 것을 다 먹으니 성장이 더 빨라야 할 것 같지만 아니었다.

그런데 버섯까지 성장이 느린 모양이었다.

저 정도의 성장속도만 지속된다면 쓰레기 버섯이라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던전이 완전히 성장을 하고 나면 버섯의 성장속도가 빨라질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꼬물아! 냄새는? 냄새나?>

^모르겠어요.^

<아! 미안!>

꼬물이는 냄새를 잘 맡지 못한다.

처음부터 맡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1년 전부터 아주 진한 냄새가 아니면 냄새를 잘 맡지 못하게 됐다.

자신에게 나는 냄새 때문인 것 같았다.

^괜찮아요.^

<집사! 들어가 볼 거야?>

"들어가 보기는 해야 하는데 던전이 아직 완전히 성장하지 않은 것 같아서 조심스럽네."

던전과 던전덩굴은 상당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대기실에서 간간이 치료수를 먹으며 자라서 그런지 아수라 던전과 황금 던전은 전생에 비해 훨씬 크게 성장했다.

그런데 던전의 상황에 따라 소환식물의 상태가 조금씩 달라졌다.

다른 소환식물이 이렇다면 꼬물이도 마찬가지일 것이 분명했다.

잘 자라기를 바라지만 쓰레기 버섯이 자라고 있다면 잘 자라면 안 되는 상황인 것이었다.

그래도 언제까지 밖에서 머리를 싸매기 있을 필요는 없었다.

"꼬물아! 우리가 던전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좋아요.^

꼬물!

^도뮤도 같이!^

제 던전에 처음 가는 것이니 도뮤도 데리고 가라는 것이었다.

도뮤는 지금 황금 던전에 있었다.

황금 던전을 첫 클리어하고 난 이후부터 거의 그곳에서 살기 시작하더니 황금이 나오면서는 아예 집이 된 것 같았다.

특별한 일이 아니면 거의 그곳에 머물렀다.

황금 던전에서 나올 때는 새로 불러온 던전 도깨비가 대기실에 나타날 때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시간마저 아까운지 새로 온 던전 도깨비를 인사시키고는 바로 황금 던전으로 들어가 버렸다.

도뮤를 소환했다.

황금 던전에 있던 도뮤가 내 눈 앞에 나타났다.

뮤! 뮤! 뮤! 뮤!

^웬일? 나 지금 많이 바빴는데···! 황금 정말 많아. 히히.^

도뮤의 입은 귀에 걸려있었다.

크게 웃더니 입을 크게 벌리고는 사탕만한 금덩이를 꺼내 내 손에 올려주었다.

연이어 꼬물이에게도 건네는 도뮤였다.

뮤!

^선물이다! 보답이다.^

처음 황금을 선물했다고 매번 이렇게 금을 선물하는데 이렇게 올 때마다 주는 금의 양도 적지 않았다.

"고마워."

뮤! 뮤! 뮤!

^금 엄청 모아뒀다. 집사는 이제 부자다! 장가도 갈 수 있을 거다.^

나호가 내게 집사라고 부르니 도뮤도 언젠가부터 집사라고 불렀다.

금을 모아두었다는 것은 황금 던전에 넣어둔 바구니에 금을 넣어두었다는 말이었다.

황금 던전에는 바구니가 여러 개 설치되어 있는데 이곳에 던전 도깨비들이 모은 금을 넣어둔다.

몬스터들이 만지지 못하도록 나무에 매달아둬서 멀리서 보면 금이 주렁주렁 열린 것처럼 보인다.

뮤! 뮤! 뮤!

^친구! 얼굴이 어둡다! 금 더 줄까?^

"꼬물이 던전에 들어갈 거야. 함께 가지고 불렀어."

뮤!

도뮤가 무척이나 기쁜 표정을 지었다.

반크가 멋지게 데뷔전을 치렀던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았다.

뮤! 뮤! 뮤!

^빨리 가자! 친구 던전! 얼마나 신기한 것이 많을까?^

도뮤가 호기심을 드러냈다.

아수라도 잠시 관심을 보였지만 이내 얌전히 있었다.

상황이 심각한 것을 아는 것이었다.

그동안 거의 황금 던전에서만 살았던 도뮤만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뮤! 뮤! 뮤!

^친구! 왜? 긴장돼? 다 처음은 있는 거야. 두려움을 넘어서야 진정한 어른이 되지. 하하하.^

<아이고! 잘나가는 친구 만나면 딱 저럴 거야!>

뮤?

그제야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주위를 둘러보더니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조용히 꼬물이의 옆으로 가서 앉았다.

하얗고 투명한 뿌리 옆으로 살짝 파인 저 자리는 도뮤의 자리였다.

둥근 털 뭉치 도뮤가 자주 앉다보니 움푹 파였는데 요즘은 비어있을 때가 더 많았다.

뮤! 뮤! 뮤!

꼬물! 꼬물!

꼬물이와 도뮤의 조심스런 대화가 잠시 이어졌다.

그리고 우리는 꼬물이의 던전으로 입장했다.

<꼬물이의 세상답다고 해야 하나?>

던전은 꼬물이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전생과는 완전히 다르네."

전생에는 쓰레기버섯이 뒤덮여있어서 자세히 몰랐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 던전은 도저히 전생과 같은 던전이라고 할 수 없었다.

<황금 던전이나 아수라 던전은 비슷했는데···.>

두 던전은 크기가 커지고 환경이 다채로워진 것을 제외하면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꼬물이의 던전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뮤! 뮤! 뮤!

^친구 세상! 좋다! 도깨비 마을보다 으음···.^

도깨비 마을이 소인국 같은 느낌이 든다면 이곳은 잘 정돈된 어린이 정원을 보는 것 같았다.

작고 둥근 모양이 다양한 형태로 반복되고 있어서 아이들이 오면 재미있어 할 것 같았다.

<전생의 사람들에게 이곳이 쓰레기버섯 던전이라고 하면 믿을까?>

꼬물?

<칭찬이야! 너무 좋다고···. 그런데 버섯은 어디에 있어? 어? 집사! 그런데 냄새가 나지 않아!>

풍경에 빠져서 놓치고 있었는데 이곳은 그저 숲에서 나는 일반적인 냄새가 날 뿐 특별한 악취가 나지 않았다.

"살짝 기대가 되네."

대기실의 꼬물이가 꼬물거리며 던전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대기실은 내가 움직이는 대로 따라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버섯은 하나만 있는 거야?"

^많이 있어요. 아주 많이.^

<어? 너 배구공만 하다고만 했잖아.>

^몇 개인지는 묻지 않았는데?^

<그랬던 것도 같네. 그래서 몇 개나 있는데? 설마 백만 스물하나 있는 것은 아니겠지?>

꼬물?

나호가 백만 스물하나라고 하자 열심히 뿌리를 접었다 펴는 꼬물이었다.

백만이라는 숫자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는 모양이었다.

^백스물하나 있어요.^

<너 지금 장난하는 거지? 내가 백만 스물하나라고 했더니 그렇게 말하는 거지?>

뮤!

^친구 거짓말 하지 않는다!^

나호의 앞으로 오더니 제법 용기 있게 항변을 하는 도뮤였다.

<아이고! 친구 없는 호랭이는 죽어야지.>

"하하하! 하하하!"

꼬물이의 던전에 들어와서 웃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심각하게 버섯을 제거하고 이걸 어떻게 치우는 것이 가장 좋을지 고민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평온했다.

배구공만한 쓰레기버섯이 백스물한 개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쯤이야 쉽게 제거할 수 있었다.

"던전에 냄새가 나지 않는 것을 보면 그동안의 노력이 헛수고는 아니었다는 말인데···."

<맞아. 우리 꼬물이 냄새를 벗어던지는 날도 멀지 않은 것 같아!>

뮤! 뮤! 뮤!

^축제! 음식은 우리가 준비한다! 황금으로!^

<돌멩이겠지!>

꼬물!

^저기에요. 버섯! 백스물하나!^

<어?>

뮤?

쫑?

꼬물이가 버섯이라고 말한 것을 보고 모두가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꼬물아! 저게 버섯 맞아?>

^버섯! 까만 버섯!^

꼬물이는 버섯을 모르지 않았다.

그동안 산이나 던전을 다니면서 숱하게 봤기 때문이었다.

영지버섯과 사슴뿔버섯도 구분할 수 있는 것이 꼬물이었다.

그러니 버섯이 아닌 것을 보고 버섯이라고 말할 리는 없었다.

쫑!

궁금함을 참지 못하겠는지 쪼롱이가 앞으로 먼저 날아갔다.

<나도 먼저 갈 수만 있다면 먼저 가보고 싶다.>

나호가 그 말을 했을 때 도뮤도 쪼롱이의 뒤를 따랐다.

쫑! 쪼로로롱!

뮤! 뮤! 뮤!

먼저 꼬물이가 버섯이라고 한 것에 도착한 둘이 열심히 뭐라고 떠들었지만 꼬물이가 통역을 해주지 않고는 알아먹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우리도 이내 버섯이라고 하는 것의 앞에 도착했다.

냄새의 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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