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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146화 (146/350)

146. 냄새의 종식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대형포도송이?

아니 수박이나 멜론을 솜씨 좋게 쌓아두면 이럴까?

전생에 던전을 다니며 별 희한하게 생긴 동식물을 다 보았지만 이런 것은 처음이었다.

<꼬물아? 이게 버섯이라고 했지?>

눈앞에서 보고도 나호가 믿지 못하고 다시 물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눈앞에 있는 것은 차라리 커다란 검정 전구가 달린 크리스마스트리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렸기 때문이었다.

꼬물!

^버섯인데···.^

뮤! 뮤! 뮤! 뮤!

^친구가 버섯이라고 했으니 나는 버섯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우리 도깨비 닮았다.^

꼬물···.

도뮤가 하는 말에 축 늘어지는 꼬물이였다.

던전 도깨비 중에는 고급스런 검정 털 뭉치도 있는데 정말 그 도깨비를 보는 것도 같았다.

쪽!

쪼롱이가 검정버섯을 부리로 톡 건드렸다.

그 순간이었다.

검정 버섯이 흔들리더니 냄새가 화악 풍겨왔다.

전생의 기억이 너무 강렬했던 탓일까?

나도 모르게 재빨리 코를 막았다.

그런데 옆을 보자 나호도 머리를 숙이고 앞발로 코를 막고 있었다.

두통을 유발하는 음식물쓰레기 냄새가 풍겨올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기다려도 그런 냄새가 나지 않았다.

오히려 뭔가 청량하면서 깨끗한 냄새가 느껴졌다.

<뭐지? 어?>

던전은 놀라움을 안겨주는 곳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사람을 놀라게 하는 것은 흔하지 않다.

그런데 꼬물이의 던전은 사람을 연달아 놀라게 하고 있었다.

배구공만한 까만 버섯을 쪼롱이가 톡 건드리는 순간 푸른색 버섯으로 변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냥 푸른색이 아니었다.

저것은 분명 마나였다.

쫑! 쫑! 쫑!

예기치 모한 현상에 놀라 쪼롱이가 검정 버섯 주위를 날았다.

그러면서 톡톡 건드리고 싶어 했다.

꼬물?

그런데 이 버섯이 이렇게 변하리라고는 꼬물이도 몰랐던 모양이었다.

꼬물이도 무척이나 놀라 뿌리를 꼬물거리고 있었다.

다른 던전 덩굴들도 이 순간만큼은 놀라 꼼지락거리거나 고물거리고 있었다.

푸른빛이 아름답게 빛나는 배구공만한 버섯은 보고 있기만 해도 신비로워 보였다.

요즘 정원등으로 쓰는 푸른등보다 아름다운 것 같았다.

<집사! 뭐 하고 있어? 어서 하나 따봐. 나 너무 궁금해.>

꼬물!

쫑!

뮤!

소환수들도 나호의 의견에 동조했다.

푸른색으로 변한 공모양의 버섯에 손을 가져다댔다.

꿀꺽!

누군가 긴장이 되는지 침 삼키는 소리를 냈다.

말캉!

푸른색 버섯을 만지자 이런 느낌이 들었다.

버섯을 딴다고 생각하고 살짝 당겼다.

원래 떨어져 있던 것처럼 그대로 당겨지는 푸른 버섯이었다.

어릴 적 가지고 놀던 푸른색 공이 딱 이런 느낌이었던 것 같다.

표면의 느낌도 좋고 적당히 말캉말캉한 것이 아이들이 가지고 놀아도 위험하지 않았던 공!

저학년 체육시간에 이런 공으로 피구를 했던 것도 같다.

아무튼 느낌이 좋아서 자꾸 만지고 싶은 느낌이 드는 버섯이었다.

<집사! 어떤 느낌이야? 어서 말해봐.>

"아기 고양이 발바닥 같은 느낌이야."

<우앙! 내가 정말 좋아하는 느낌인데. 실체를 가지고 고양이로 돌아다녔던 것도 그것 때문이었거든. 그런데 고양이들은 발바닥 만지면 좋아하지 않더라.>

아기 고양이의 발바닥을 상상하는지 나호의 표정이 풀어졌다.

사실 지금 긴장하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쓰레기버섯을 생각하고 들어왔는데 쓰레기버섯이 아니고 푸른 버섯을 얻게 생겼으니···.

거기다 냄새와 느낌이 너무 좋았다.

생긴 것도 둥근 것이 이 던전과 너무 잘 어울렸다.

<버섯이 아니고 무슨 알 같네.>

나호가 그런 말을 했을 때 시스템의 메시지가 들렸다.

조금은 기쁘다는 듯한 메시지였다.

[띠링! 축하합니다. 꼬물이의 던전이 클리어 되었습니다.]

"이걸로?"

[그렇습니다.]

다른 설명이 이어지나 싶어서 기다렸지만 더 이상의 설명은 없었다.

이미 대기실에 심어질 때부터 소유권도 넘어온 상태이기 때문에 그에 관한 말도 없었다.

조금은 허망하다고 느끼고 있는 순간이었다.

꼬물!

^버섯! 선물이에요.^

"이 버섯이 꼬물이 네가 주는 선물이라고?"

꼬물!

꼬물이가 그렇다고 대답을 했을 때 권능 중의 하나인 '마나의 눈'이 반응했다.

[마나가 깃든 치료수와 동일한 성분을 지닌 버섯입니다. 마시면 육체의 치료는 물론이고 긴장을 완화시키고 정신을 편안하게 하는 효과를 지니고 있습니다.]

<······.>

너무 놀랐는지 나호가 입만 떡 벌리고 있었다.

다른 소환수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소환수들도 놀랐지만 가장 놀란 것은 나였을 것이다.

전생에 이런 열매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매우 귀했지만 던전에 열리는 과일 중 특이한 효능을 가진 것들이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크고 아름다운 푸른빛을 띠는 것은 없었다.

거기다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에까지 도움을 주는 치료수라니···.

<그동안 먹은 치료수가 어디 간 것은 아니었구나.>

꼬물!

꼬물이가 부끄럽다는 듯이 몸을 배배 꼬았다.

"백스무 개 모두 같은 거야?"

꼬물!

^그런데 아직 익지 않은 것도 있어요.^

버섯인데 아직 다 익지 않았단다.

밑에 쪽에 있는 검은 버섯을 하나 만져보았는데 그것은 푸른색으로 바뀌지 않았다.

당겨도 단단히 붙은 것처럼 떨어지지도 않았다.

"익어야만 푸른색으로 변하고 떨어지는 것 같아."

<신기하네. 꼬물아! 저게 전부야?>

^또 나요. 자꾸 자꾸 버섯이 나려고 해서 제가 막고 있는데···.^

그간 쓰레기버섯이 날까봐 걱정을 했더니 꼬물이가 저 버섯도 같은 버섯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다 똑같은 버섯이 나는 거야?"

^ㅇㅇ^

^처음에 이상한 애들이 올라오려고 해서 계속 못 올라오게 했더니 다 사라졌어요. 포자가 다른 곳으로 가버렸어요.^

"포자도 아는 거야?"

^알아요! 포자 있어야 버섯 나와요.^

<아우! 우리 꼬물이 똑똑하네. 공부한 것이 어디 가지 않는구나.>

꼬물이는 원래도 영리하지만 반복학습을 지겨워하지 않았다.

책 읽는 것도 좋아해서 주는 족족 책이 닳아질 정도로 읽었다.

주로 아이들이 읽는 책을 주었는데 그런 책에 저런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던 모양이었다.

^냄새나는 포자들이 가지 않으려고 했는데 계속 치료수랑 황금 먹었더니 견디지 못하고 갔어요.^

"잘했어."

<아우! 아우! 잘했어. 이럴 땐 엉덩이 팡팡을 해줘야 제 맛인데···.>

나호가 격하게 좋아했다.

전생에 쓰레기버섯이 준 피해를 알기 때문이었다.

<집사! 이런 버섯이 나온다면 지금까지 들인 마나가 전혀 아깝지 않다.>

"아깝지 않지. 쓰레기 버섯이 나지 않는 것만으로도 값은 톡톡히 한 거지."

<하하하! 기쁜 날이네. 그런데 그것도 치료수 물통에 넣을 수 있나? 아니 그것보다 그것은 어떻게 먹어야 하는 거야?>

꼬물?

꼬물이도 그것까지는 알지 못한 것 같았다.

냄새나고 이상한 버섯은 쫓아냈지만 또 버섯이 올라오자 이것마저 이상한 것일까 걱정했다는 꼬물이었다.

아직 먹는 방법까지는 파악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어떻게든 먹으면 되지. 그런데 이거 등급이 나오지 않네?"

<유일 품목은 등급이 나오지 않잖아. 그래서 그런 거 아니야?>

아이템 중 유일 품목은 등급이 따로 표기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지금 대기실에 있는 물통이 그런 경우였다

상태창에 보면 [치료수 물통(유일)]이라고만 표기가 되어있다.

인벤토리에 들어가는 물건의 경우에는 기본적인 정보가 뜨니 혹시나 하고 인벤토리에 넣어보았다.

[까만버섯 한 개]

인벤토리에는 이렇게만 정보가 떠올랐다.

원래 인벤토리에는 어떤 물건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정도의 정보가 뜨니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금은 까만 버섯이 아니라 푸른색 버섯인데 까만 버섯이라고 정보가 떴다.

"새로 올라온 버섯에도 꼬물이가 힘을 쓴 거야?"

^착해져라. 착해져라. 했더니 포자들이 순해진 것 같은데···. 잘 모르겠어요. 이렇게 됐어요.^

<집사! 치료수와 황금이 확실히 뭔가 일을 하나봐. 그런데 꼬물이 던전에는 버섯만 생기나 보다. 꼬물아! 혹시 다른 버섯 포자도 있어?>

^있어요. 그런데 저 버섯이 가장 말을 잘 들었어요. 착해지고 나니 막으려고 해도 막 났어요. 이상한 버섯 나올까봐 얼마나···. 얼마나···.^

꼬물이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동안 얼마나 노심초사 했을지···.

"잘했어. 꼬물아! 고생 많았고. 미안해도 앞으로도 이상한 애들은 올라오지 못하게 해줘."

^이제 잘 할 수 있어요. 어떻게 하는지 아니까!^

<그래. 그래. 아우 예뻐!>

꼬물이가 자신감을 드러냈고 그게 예뻐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 나호였다.

꼬물이는 반복적인 일을 싫어하지 않고 오히려 즐기는 아이니 말썽쟁이 버섯들을 내쫓는 일도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집사! 쓰레기버섯이 떠났다면 꼬물이도 냄새가 나지 않아야 하는 거 아니야?>

뮤! 뮤! 뮤!

^친구 냄새 줄어들고 있다. 얼마 전부터 조금씩 줄어들었다! 이제 조만간 사라질 거다!^

던전 도깨비의 족장 도뮤가 대변인이라도 되는 듯이 가슴을 내밀며 당당하게 말했다.

마치 냄새의 종식을 알리는 선언 같았다.

쫑!

꾸!

음머어어어!

도뮤의 말에 소환수들도 기뻐했다.

꼼지락!

고물고물!

아수라, 아수리!

황이, 금이도 기쁨을 함께 했다.

<휴우우우! 그럼 치료수 걱정은 없겠네. 부족할까봐 걱정했는데···.>

^보름 정도는 더 먹어야 해요.^

"그 정도는 충분해. 걱정하지 마."

^그 뒤로도 조금씩은···.^

"그 정도는 있어. 예전에 비세계에서 가지고 온 것도 조금 남아있고."

꼬물!

비세계에서 가지고 온 것은 아귀세상에서 가지고 온 것보다 등급이 떨어져서 보관만 해두고 있었다.

꼬물이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것을 먹이기 위해서였다.

꼬물! 꼬물!

^치유버섯 먹어요.^

"이거 이름을 치유버섯이라고 지은 거야?"

^맘에 안 들어요?^

"아니. 너무 마음에 들어. 좋은 이름이야."

꼬물!

칭찬을 했더니 다시 몸을 배배꼬며 제 짝의 뿌리를 잡았다.

그 순간 꼬물이의 짝이 살짝 움직였다.

그러자 꼬물이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꼬물이의 짝이 움직이는 일은 매우 드문 일이기 때문이었다.

꼬물이가 짝의 뿌리에 치료수를 발라주고 있는 사이 커다란 그릇에 치유버섯을 올렸다.

이렇게 놓으니 멜론을 올려놓은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모두의 시선이 치유버섯으로 몰린 상태에서 반으로 잘랐다.

상큼한 냄새가 주위로 화악 퍼져나갔다.

<우와! 집사! 이런 냄새는 상상도 못했는데···. 너무 좋다. 꼬물아! 사랑한다아아아!>

나호가 당장 꼬물이를 껴안을 듯이 뛰어갔지만 대기실의 벽은 넘을 수 없었다.

꼬물이의 뿌리라도 대기실을 넘어와 있었으면 뿌리를 잡고 방방 뛰었겠지만 지금 꼬물이는 제 짝을 챙기고 있었다.

기쁨의 순간을 짝과 함께 누리고 싶은 모양이었다.

<녀석! 감동까지 주고 있어!>

괜스레 가슴이 뭉클해지는 순간이었다.

잘린 치유버섯에서는 상큼하고 달달한 냄새와 함께 치료수와 같은 성분이라는 액체가 흘러나왔다.

잘린 치유버섯의 속은 코코넛과 흡사했다.

가운데는 치료수가 가득 들어있었지만 껍질 쪽은 과일처럼 생긴 것이었다.

그런데 코코넛처럼 단단하지 않아서 수저로 떠서 먹어도 좋을 것 같았다.

<이거 버릴 것이 하나도 없겠어.>

"다음에는 깨끗이 씻은 후에 잘라야겠어. 그럼 껍질까지 먹어도 될 것 같아."

<어서 먹어. 집사가 먹지 않고 있으니까 애들 침만 삼키고 있잖아.>

소환수들이 당장이라도 침을 흘릴 것 같은 표정으로 치유버섯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꼬물이와 꼬물이 짝부터 주고."

<맞아! 이건 꼬물이와 꼬물이 짝이 가장 먼저 먹어야 해.>

아니라고 괜찮다고 꼬물이가 극구사양을 했지만 첫 그릇은 꼬물이에게로 갔다.

그릇을 받아든 꼬물이는 첫 수저를 제 짝에게 양보했다.

그런데 정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꼬물?

꼬물이가 깜짝 놀랄 정도로 꼬물이의 짝이 반응을 보인 것이었다.

버섯치유수가 꼬물이 짝의 뿌리에 닿는 순간 마치 황이나 금이가 움직이는 것처럼 움직인 것이었다.

황이와 금이는 수줍음이 많아서 움직임이 크지 않다.

하지만 힘이 없지는 않았다.

지금 꼬물이 짝의 움직임이 딱 그랬다.

조심스럽지만 힘은 들어간 움직임!

간혹 힘없이 살짝 움직이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몸짓이었다.

"꼬물아! 이거 네 짝에게 영약인가···."

영약인 것 같다는 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

꼬물이 짝의 뿌리가 버섯치료수의 맛을 보더니 그릇으로 퐁 담겼기 때문이었다.

<어? 집사! 정말 좋은 일이다. 저 녀석 좀 봐! 정말 좋은가봐!>

꼬물이가 제 짝의 뿌리가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더니 자축의 꼬물 댄스를 추기 시작했다.

일곱 개의 하얗고 여린 뿌리들이 펼치는 기쁨의 향연이었다.

<어? 그런데 저 녀석은 뭐하는 거야?>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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