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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147화 (147/350)

147. 축제

나호가 가리킨 것은 도뮤였다.

도뮤가 친구의 기쁜 일을 그냥 지나칠 리 없었다.

도뮤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기쁨을 표현하고 있었다.

"하하하! 꼬물이 1년간 황금 걱정은 없겠네."

<재미있는 녀석들이야.>

도뮤가 꼬물이를 축하하는 방식은 늘 그렇듯이 선물이었다.

제 휘하의 도깨비들을 시켜 제련해둔 황금을 가져다 준 것이다.

꼬물이와 꼬물이 짝 앞에는 둥근 알사탕 크기의 황금이 35개 놓여졌다.

대기실에 머물 수 있는 도깨비의 수가 35마리까지 늘었기 때문이었다.

던전 도깨비의 수가 백 마리였으면 꼬물이가 받은 선물의 숫자는 백 개였을 것이다.

받은 것과 같은 것을 선물하기 좋아한다고 하더니 정말 그대로 돌려주는 도뮤였다.

처음 선물한 것이 금이었던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새삼 깨닫게 해주면서··.

"너희들도 어서 먹어."

소환수들에게도 버섯치료수를 덜어주었다.

<집사! 어서 먹고 설명 좀 해봐.>

직접 먹지 못하기 때문인지 나호는 맛에 대한 설명을 듣는 것을 좋아했다.

자세하게 설명할수록 더 좋아했는데 듣는 것만으로도 간혹은 직접 먹은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으음···. 혀에 닿는 부드러움은 비싼 유산균 음료 같아. 그런데 맛은 과일 통조림과 비슷해. 달아. 혀에 닿는 순간 피곤이 날아가는 느낌이야. 삼키니까 시원하네. 속이 풀리는 것 같은데···."

<정말 먹어보고 싶다.>

"새벽까지 깨어 있으면 속이 쓰릴 때 있잖아. 그런데 그런 속 쓰림을 지워버리는 것 같아. 우선 느껴지는 느낌은 거기까지야."

다른 치료 효과가 있겠지만 당장은 알 수 없었다.

몸이 어딘가 아픈 곳이 있었다면 느꼈겠지만 건강한 상태였기 때문에 어딘가 좋아졌다는 느낌은 없었다.

그런데 머리는 좀 맑아진 것 같았다.

<치료 효과는 꼬물이 짝을 보면 가장 잘 알겠네. 저기 봐. 곧 좋아질 것 같아.>

"한동안은 꼬물이 짝을 먹여야겠어."

<좋은 일이지.>

꼬물이가 만들어낸 것이나 마찬가지인 버섯이었다.

그런 치유버섯으로 꼬물이 짝의 병이 낫는다면 그건 정말 의미 있는 일이었다.

쫑!

꾸!

음머어어어!

치유버섯을 맛본 소환수들이 만족감을 드러냈다.

소환식물들에게도 맛을 보였다.

참 좋은 시간이었다.

얼마나 빨리 자라고 익는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정말 귀한 것을 얻은 것 같았다.

꼬물이와 꼬물이 짝이 알콩거리는 사이 우리는 꼬물이의 던전에서 나왔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 세상이 달라 보인다고 한다.

희망차고 아름답고···.

매일 봤던 거리가 빛이 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는데 지금 내가 딱 그랬다.

꼬물이의 던전에서 나오는 순간 세상이 달라보였다.

조금은 더 희망차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될 것 같은 느낌이 충만했다.

<집사! 지금 집사 표정이 배부른 고양이 같아.>

"뭐?"

<배부른 고양이. 늘 먹이로 먹던 쥐마저 사랑스럽게 내려다보며 우쭈쭈 할 것 같은 표정이야.>

뮤! 뮤!

^나호 표정도 똑같다!^

"하하하! 하하하!"

<우하하하! 하하!>

나호와 나는 마주보며 시원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이보다 좋을 수 없었다.

전생의 쓰레기버섯을 모르는 사람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겠지만 나호와 나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짐을 벗어던진 것으로도 모자라 치유버섯을 얻었으니··.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제 슬슬 성장 속도 올려도 되겠다. 저런 버섯이 자란다면 지금과 같은 성장 속도로 둘 필요가 없잖아.>

소환식물의 성장 속도는 다섯 배까지 조절이 가능하다.

지금까지는 성장 속도를 굳이 조절하지 않았다.

처음 꼬물이가 대기실에 뿌리를 내렸을 때 속도를 최하로 조절하려고 했지만 하지 않았다.

꼬물이가 보여주는 행동들이 너무 사랑스러웠기 때문이었다.

"그대로 둘래. 지금 속도로도 꼬물이가 힘들었다고 하잖아. 성장 속도가 빨라지면 던전도 같은 속도로 성장할 거야."

<아! 그걸 생각하지 못했네.>

"나중에 충분히 안정되면 그때는 속도를 조금 올려도 좋겠지. 다른 아이들도 그렇고."

<이게 또 다른 변수가 될 수도 있겠다.>

"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겠지. 그리고 꼬물이 짝 치료되는 거 보니 치유버섯의 효과가 상당한 것 같아. 이것도 큰 힘이 될 것 같아."

<치유버섯도 꾸루와 전령조를 용감하게는 못하는 것 같아.>

나호가 꼬물이의 던전에서 나와서 날아오르는 꾸루를 보며 하는 말이었다.

"특성이야. 고쳐지는 것이 아니야. 굳이 고칠 필요도 없고."

<알지. 안타까워서 그래. 저 덩치들이 전투를 한다고 생각해봐. 덩치만으로도 절반은 먹고 들어갈 거야. 저런 덩치를 가지고도 겁이 많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아.>

꾸루와 전령조를 쳐다보는 나호의 시선에 아쉬움이 가득했다.

"성질 이상한 소환자를 만났으면 억지로 전투조를 만들려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전생에 꾸루와 전령조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싶었다.

무심코 뱉은 말이었는데 나호도 번뜩 그 생각이 드는 모양이었다.

<집사! 생각해보니 그러네. 욕심 많은 미우라 놈이 겁 많은 쟤들을 그냥 보고 있지는 않았을 텐데···.>

전생에 전령조의 쉼터는 출입이 금지된 던전이었다.

그 던전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미우라와 미우라의 최측근들뿐이었다.

한국과 일본에 그런 던전들이 상당수 있었는데 안에 무엇이 있었는지는 알려진 바가 전혀 없다.

그나마 한국에 있던 던전들은 미우라가 오기 전 들어가 본 사람들이 있어서 어느 정도 알려진 곳도 있었지만 전령조의 쉼터는 일본에 있어서 우리에게 알려진 정보는 전혀 없었다.

그래서 전령조라는 존재에 대해서도 미리 알지 못했다.

그저 미우라가 그 던전을 통해 한국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안에 장거리 워프 게이트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할 뿐이었다.

"대변혁 이후에 발견했을 테니 나처럼 꾸루를 통해 다른 전령조까지 자유롭게 다루지는 못했을 거야."

<그건 당연한 거고. 개별 계약으로 전령조를 몇 마리만 소환수로 뒀다고 해도 엄청났을 거야.>

"그런데 그런 사람이 누구인지 조차 알려지지 않았지."

정말 이상한 일이기는 했다.

저런 전령조로 자신이 원하는 사람에게 자유롭게 소식을 전할 수 있었다면 혹 미우라에게 잡혀 있었다고 해도 외부에 도움을 청할 수 있었을 텐데···.

내가 죽을 때까지도 전령조에 대한 것은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너는 혹시 들어본 적이 있어?"

<전령조? 그런 것은 전혀 듣지 못했어. 들었으면 처음 봤을 때 말했지. 소환자가 미우라 놈의 수하인 것은 분명한데···.>

"지금 생각할 필요는 없는 일이기는 하지. 그나저나 전생에 미우라 놈이 통제했었던 던전들도 찾아봐야 하는데."

<정확한 위치를 모르는 경우도 있잖아.>

미우라 놈이 오기 전 개방이 된 던전은 후에 놈이 출입을 금지시켰다고 해도 정확한 위치를 대부분 알고 있다.

그런 던전은 시간이 흐른 후 안정화가 됐다는 이유를 들어 금지를 풀어주기도 했었고···.

하지만 미우라 놈이 온 이후에 생성된 던전의 경우에는 정확한 위치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것이 한국에 있는 것이라고 할지라도···.

던전이 생긴 마을 전체의 출입을 통제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당시에는 국민의 안전을 고려한 조치라고 환영하기도 했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놈이 던전을 독점하기 위한 것이었다.

<집사! 그나저나 여기서 나가기 전에 대기실 넓혀야 하는 거 아니야? 지금은 여기 던전에 있지만 여기서 나가면 저기 포화상태일 것 같은데?>

1회성 던전에 들어오고 난 후 소환수들의 숫자는 계속해서 늘어났다.

쪼롱이가 이끄는 사냥조의 숫자는 현재 120마리, 꾸루가 이끄는 전령조는 60마리, 도뮤가 이끄는 던전도깨비는 35마리다.

앞으로 이곳에서 생활할 시간이 9개월 남은 상태이니 아마 이것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거기다 대기실 입구에 세 개의 던전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더 대기실이 좁아졌다.

대기실은 던전 덩굴이 뒤덮을 필요가 없어 줄기와 기둥의 성장이 평범한 던전에 비해 심하지 않는다고 해도 여섯 그루의 던전 덩굴이 차지하는 면적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여전히 대기실의 바닥 면적은 축구장 20개였다.

이곳에서 나갈 때가 되면 적어도 이것의 두 배 이상은 넓어져야 소환수들이 편하게 생활할 수 있을 것이다.

"생각은 하고 있어. 꼬물이의 냄새가 완전히 가셔서 더 이상 대기실의 공기를 교환할 필요가 없을 때가 되면 마나가 좀 모이겠지."

대기실을 넓히는데도 마나가 들기 때문에 부지런히 모아야 했다.

<저기 봐! 반반이 가족 아수라 던전 간다. 세상천지를 다 뒤져도 우리 소환수 같은 애들이 없을 거야. 완전 '혼자서도 잘해요.'잖아.>

반크의 사냥이 성공한 이후 반반이 가족은 날마다 아수라 던전에 들어갔다.

지금도 꼬물이의 던전에서 나온 지 얼마나 됐다고 아수라 던전으로 향하고 있었다.

"덕분에 부산물 거래로 벌어들이는 마나도 쏠쏠하지."

덕분에 가죽과 고기도 넉넉했다.

대기실에 고기와 가죽은 최대한 보관을 하고 있지만 이제 정말 대기실을 넓혀야 할 때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렇게 평화로운 나날이 지나가고 있었다.

농사도 잘 되고 꼬물이의 냄새도 점점 줄어들었다.

그렇게 꼬물이의 던전을 클리어한 지 정확하게 보름이 되었을 때 꼬물이에게서 더 이상 냄새가 나지 않았다.

쫑!

꾸!

음머어어!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것은 소환수들과 소환식물들이었다.

특히 소환식물들이 좋아하는 것 같았다.

소환수들은 냄새를 잠시라도 피할 수 있지만 소환식물들은 그렇지 않았다.

묵묵히 견딜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좋네. 집사! 정말 축제라도 벌어야하는 거 아니야?>

"좋지. 언제 할까?"

뮤! 뮤!

^축제는 밤에 해야 제 맛이다. 지금부터 준비해서 밤에 하자!^

도뮤가 퐁퐁 뛰면서 말했다.

꼬물이에게 다른 친구가 생기는 것이 좋은 모양이었다.

요즘 황금에 빠져있느라 꼬물이를 늘 혼자 두는 것에 미안해하던 도뮤였다.

쫑!

소환수들을 대표해서 쪼롱이가 도뮤의 의견에 찬성했다.

"좋아! 저녁에 파티를 하자. 음식도 하고··."

쫑!

음식을 한다는 말에 쪼롱이가 바로 반응을 보였다.

"뭘 먹고 싶은데?"

쫑!

^불고기!^

비세계에서 나온 후 익힌 고기의 맛을 알아버린 쪼롱이와 사냥조는 간간이 익힌 고기를 먹었다.

꾸!

^생선구이^

꾸루와 전령조도 마찬가지였다.

전령조의 쉼터에서 잡아온 생선 굽는 냄새에 홀딱 빠져서는 구운 생선의 맛을 보더니 그 뒤로 생선을 구워달라고 할 때가 있었다.

집에서는 마음껏 구워주는 것이 불가능했지만 이곳에서는 아니었다.

아이들이 원하는 만큼 마음껏 구워줄 수 있어서 원할 때마다 구워주고 있었다.

음머어어!

^군고구마!^

반크도 원하는 음식을 말했다.

대기실에서 키운 고구마는 구우면 냄새만으로 십 리 밖의 사람도 불러올 수 있을 정도로 냄새가 좋다.

맛도 한 번 보면 잊지 못할 정도여서 반반이 가족도 종종 군고구마 먹는 것을 좋아한다.

"너는?"

뮤?

^나?^

뮤! 뮤!

^나는 막걸리 한 방울이면 만족한다! 달달한 막걸리 한 사발!^

처음에는 한 방울이라고 하더니 이내 한 사발로 말을 바꾼 도뮤가 노래하듯 막걸리를 갈구했다.

던전에서 생산한 곡물 일부를 발효시킨 것을 맛보고는 막걸리타령을 하는 도뮤였다.

<아이고! 다른 좋은 것은 입에 대지도 않으면서 하필··.>

나호가 이마를 짚었다.

도뮤가 말하는 막걸리는 정말 막걸리가 아니었다.

농작물에 좋을 효소를 개발하는 과정이었는데 그걸 맛보고는 홀딱 빠져버린 것이었다.

달달하면서 톡 쏘는 맛이 막걸리와 비슷하기는 하지만 색깔부터 확연히 차이가 나는데 도뮤는 막걸리라며 노래를 불렀다.

막걸리는 어디서 들었는지··.

"좋아! 원하면 그것도 넉넉히 가지고 올게. 하지만 많이 마시면 안 돼."

뮤! 뮤!

^안다! 그것도 아주 잘 안다! 몰래 먹고 고생한 적 있다.^

<언제 몰래 먹은 거야?>

뮤!

^그것까지는 말 못한다!^

분홍 털 뭉치가 빨간 털 뭉치가 되는 순간이었다.

"너희는 뭘 줄까?"

꼬물!

^생고구마!^

꼬물이는 생고구마를 다른 소환수들은 치료수를 원했다.

"좋아! 내가 다 준비해줄게."

쫑!

^재료는 우리가 구해올게요!^

충분한 재료가 대기실에 있는데 소환수들이 일제히 아수라 던전으로 향했다.

<이제야 좀 조용하네. 녀석들 또 얼마나 잡아오려나.>

축제를 한다고 했으니 결코 적은 양은 아닐 것이다.

그렇게 냄새의 종식을 알리는 축제가 준비되고 있었다.

이 거래를 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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