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 묘한 말
최대도 중요하지만 최소도 중요했다.
난이도 낮다고 일 다 한 이후에 백 개의 마나통만 던져준다면 속이 상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시스템과는 항상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꼼꼼하게 따지고 다시 확인해야 했다.
[최소는 천 개의 마나통을 드리겠습니다.]
"평균은 얼마나 될 것 같아?"
[7천 개 정도가 될 겁니다.]
그렇다면 나쁘지 않았다.
"좋아. 도와줄게."
[띠링! 강대한 님과······.]
지금까지 협의했던 계약 조건과 계약 내용을 말하더니 다시 확인을 하는 시스템이었다.
시스템은 늘 이렇게 철저한 존재였다.
실수라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존재!
전생에는 분명 그렇게 생각했는데 이번 생에서는 의외의 모습을 몇 번 보았다.
시스템도 대변혁 전이니 준비가 필요한 것인지···.
어쨌든 확인이 끝나자 상태창에 스킬이 하나 추가되었다.
제약 조건이 많은 '은신(SSS)'이었다.
[띠링! 한시적인 스킬이기 때문에 '최초로 SSS급 스킬을 가진 각성자' 보상은 지급되지 않습니다.]
<지급하지도 않을 거면서 이런 말을 왜 해? 누구 속 뒤집는 거야? 이해되지 않을 때가 있어.>
나호의 화가 풀어지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았다.
이것과 함께 상태창의 특이사항에 '협조계약'이라는 것으로 조금 전의 계약이 상세하게 명시되어 있었다.
어쨌든 일 처리는 모두 마무리 되었다.
미국에 온지 벌써 4일이나 지났기 때문에 서둘러 일을 처리해야 했다.
"새벽에 나가야 하나?"
<밥부터 먹어. 집사 배고프겠다.>
땅을 파면서도 대기실에 보관 중인 음식으로 끼니는 거르지 않았는데 경찰서를 다녀오느라 저녁을 먹지 못한 상태였다.
"그래. 먹어야지. 그런데 애들은 언제 오는 거야?"
<집사가 부르지 않으면 오지 않을지도 몰라. 아주 신나서 나갔거든.>
대기실에서 죽을 꺼내 먹으며 꼬물이에게 고구마를 잘라주었다.
꼬물!
^고구마! 맛있어요.^
"그래 많이 먹어."
그렇게 말을 했을 때 시원한 감촉이 볼에 닿았다.
꼬물이의 하얀 뿌리 중 하나였다.
남에게는 보이지 않을 뿌리지만 이제 내게는 확연하게 보이는 뿌리였다.
<꼬물이 좋아하는 거 봐.>
^좋아요,^
뮤지컬 배우들이 얼굴에 부착하는 마이크처럼 보이는 뿌리였다.
어차피 남들은 보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조금은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쫑조로롱! 쪼로로롱!
열린 창으로 쪼롱이를 위시한 사냥조들이 날아 들어왔다.
이제 숫자가 늘어 사냥조들의 귀환만으로도 장관이었다.
덩치가 큰 애들도 재주껏 창문을 통과했다.
현대에 살아가며 익힌 재주 중 하나였다.
쫑! 쪼로롱!
^집사아아아! 신났어!^
아이들 표정만 봐도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알 것 같았다.
쪼롱이를 제외한 사냥조들은 바로 대기실로 들어갔다.
사냥조 다음으로는 꾸루와 전령조가 귀환했다.
전령조들은 덩치가 있어서 한 마리씩 창문을 넘어왔다.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그것도 금세 끝이 났다.
아이들이 귀환하자 조용하던 대기실에 활력이 감돌았다.
<집사 행복해 보이네.>
"행복해. 회귀를 했을 때만 해도 이런 시간은 꿈도 꾸지 못했는데···. 소환이라는 권능이 참 좋은 것 같아. 이런 좋은 아이들과 친구가 되게 해주었으니 말이야."
쫑! 쪼로롱!
^집사! 우리가 대박 던전 발견한 것 같아.^
"대박 던전을 발견한 것 같다고?"
쫑!
"확실해?"
쫑!
꼬물이 만큼은 아니지만 던전과 던전 덩굴을 잘 발견하는 쪼롱이니 믿어도 좋을 것 같았다.
"그럼 바로···. 아니다. 몇 시간만 있다가 새벽에 나가자."
<아무래도 그게 좋지.>
"다른 던전이나 던전 덩굴은?"
쫑! 쪼로로롱!
^못 봤어. 아직 나오지 않았는지 모르겠지만.^
"그래. 고생했어. 그런데 도뮤는 오늘도 황금 던전에 간 거야?"
<잠깐 밖에 나갔다가 바로 던전에 들어갔어. 엄청 부지런한 것 같아.>
반반이 가족도 아수라 던전에 간 것 같았다.
이미 피곤이 풀린 상태였기 때문에 소환수들과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새벽에 대박 던전이 있다는 곳에 도착했다.
전생에 대박 던전이 형성된 곳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어제 함께 찾아봤을 때는 없었는데···."
꼬물!
^어제 없었다.^
"이상하네."
대변혁과 관계되는 일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황금단프덩굴이 자라는 것으로 봐서 확실히 대박 던전이 맞는 것 같았다.
던전의 위치도 그렇고···.
"던전이 형성이 되어 버렸네."
아쉬웠다.
그것도 많이···.
<집사! 이거 다음에 문제 생기는 거 아니야? 세계 최대 금매장량을 보유한 던전이 한국의 강대한이라는 개인의 것이다! 이거 누가 인정이나 하려고 하겠어?>
"그건 그때 가서 고민해도 늦지 않아. 그리고 내가 강하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을 거야."
<그렇기는 한데···. 세계 1위라도 호락호락 내주지는 않을 것 같은데···.>
전생에 미국은 대변혁 이후에도 강대국으로 여전히 군림했다.
무기가 다 쓸모가 없어진 이후에도 그것은 마찬가지였다.
초반에 헌터들을 잘 영입했던 것이 주요했었다.
그리고 공격적으로 헌터를 영입할 수 있게 해주었던 것이 이 대박던전이었다.
물론 이 던전 이외에도 유난히 많은 황금 던전을 보유한 나라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띠링! 미개방 던전을 발견하셨습니다. 입장하시겠습니까?]
"입장할게."
[던전으로 이동합니다.]
이동한다는 말과 함께 번쩍하더니 던전에 들어와 있었다.
전생에 채광과 몬스터로 제법 골치를 썩게 만들었던 던전이지만 아직 제대로 성장하지 않아서 그런지 너무도 수월하게 클리어 했다.
그리고 몇 시간 만에 던전을 나오게 되었다.
우리나라로 가지고 갔으면 더 좋았겠지만 소유가 내게 넘어온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거기까지 확인을 하고는 어제 입구를 만들어두었던 곳으로 향했다.
<얼마나 황당했겠어?>
나호가 어제 경찰관들이 생각나는지 말을 꺼냈다.
경찰관들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었다.
신분도 확실하고 그럴 사람도, 이유도 없다는 것이 증명되었지만 경찰관들은 두 번 세 번 확인하고 나서야 풀어줬었다.
여섯 명이 함께 본 구덩이가 사라지고 멀쩡한 숲이 그 자리에 있었으니 얼마나 황당했겠는가.
정말 마법사냐고 묻는 경찰관까지 있었다.
끝내 사과를 하고 숙소까지 데려다 줬지만 혼란과 의문은 그대로 남았을 것이 분명했다.
다른 기억에 비해 빨리 망각하게 된다고 시스템이 말하기는 했지만 솔직히 조금 미안하기도 했다.
"어제는 몰랐는데 생각보다 큰 구덩이였네. 충분히 잘 만들어진 것 같고···. 더 파거나 손질하지 않아도 되지?"
[그렇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이제 이 덩굴은 정상적으로 자랄 수 있을 겁니다.]
시스템이 제법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던전 덩굴 하나에게 새 생명을 불어넣은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입장해도 되지?"
[그렇습니다. 땅속에서 성장을 조금 빨리한 던전이기 때문에 조심하시는 것이 좋으실 겁니다.]
<어쩐 일이야? 이런 조언을 다 해주고? 별 일이네.>
"어제 일이 미안해서 그렇겠지."
이야기를 하며 창을 꺼내들고 던전으로 들어갔다.
시스템이 저렇게 말한 것은 분명 던전 입구에 몬스터가 있다는 말과 같았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정확하게 적중했다.
꺄아아아악! 캬아아아악!
스걱! 스걱!
몸이 제대로 들어가기도 전에 몬스터의 날카로운 소리가 들리며 무언가가 쑥 다가왔다.
재빨리 몸을 옆으로 피하며 창을 그었더니 괴성을 지르며 고통을 호소하는 몬스터였다.
공격을 해 온 몬스터는 전생에 상대를 해본 '몬늘보'
얼굴이 늘보를 닮았다고 해서 몬늘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몬스터는 이름과 달리 무척이나 빠르고 은근히 무서운 몬스터였다.
빨리 움직일 때가 아니면 이족 보행을 하는데 그래서 처음 이 몬스터를 본 사람들은 인간으로 착각하기도 했다.
얼굴이 어찌 보면 인간과 비슷하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스걱! 스걱!
검처럼 사용하는 앞발을 잃고 괴성을 지르는 놈을 조용히 시켰다.
<아우! 몬늘보는 저 소리가 지랄이지. 저 발톱은 최고의 전리품 중의 하나지만 말이야.>
나호가 몬늘보의 발톱을 보고 군침을 삼켰다.
몬늘보의 앞발톱은 30센티미터 이상을 자랑하는데 이 발톱의 강도는 어지간한 무기를 능가했다.
몬늘보의 발톱과 무기를 맞대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었다.
몬늘보는 몬스터인데도 은근히 호승심이 강한 녀석들이었다.
검사가 검과 검을 맞대는 것을 좋아하는 것처럼 몬늘보도 발톱과 무기의 대결을 즐겼다.
상대를 해주면 계속 발톱을 맞대오기 때문에 검술이나 창술 스킬을 얻고 숙련을 시킬 때는 최고의 상대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그럴 필요도, 이유도 없었다.
창을 조금 더 안쪽으로 깊숙이 밀어 넣으면서 스걱!
끼아아아악!
이렇게 하면 앞발을 자를 수 있는데 몬늘보를 처리하기 가장 쉬운 방법이었다.
말이 쉽지 앞발톱을 피해 창이 더 안쪽으로 들어가는 것이 쉽지 않지만 말이다.
<봤지? 저 녀석들은 앞발톱을 조심해야 해. 앞발톱만 피할 수 있으면 그리 어렵지 않은 몬스터야.>
나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앞발톱을 피하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말이었다.
쫑!
음머어어!
쪼롱이와 반반이가 자신감을 드러냈다.
<집사! 애들 어떻게 해? 나오라고 해?>
"나와도 될 것 같아. 하지만 조심하는 거 잊지 말라고 하고."
<그건 말하지 않아도 애들이 더 잘 알아. 이제 던전과 비세계를 누구보다 잘 아는 녀석들이잖아.>
나호의 신호를 받은 쪼롱이와 반반이가 대기실에서 나왔다.
사실 이 녀석들이 던전에 나오면 내가 할 일이 거의 없게 된다.
그것이 비록 몬늘보라고 해도 말이다.
아무리 빠르고 강한 몬늘보라고 해도 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몬야크처럼 거대한 덩치를 가진 것도 아니었고 말이다.
몬늘보는 검과 같은 발톱을 가졌지만 몸집은 크지 않았다.
조금은 말라 보여서인지 간혹은 조금 불쌍하게도 보이는 녀석들이었다.
그렇게 보인다고 무시했다가 큰일 나지만 말이다.
<와우! 반반이가 정말 크구나! 항상 보니까 의식하지 못했는데 저렇게 보니까 정말 크네.>
끼아아악! 꺄아아악!
반반이 가족을 본 몬늘보들이 소리를 지르며 달아났다.
마치 인간이 거대한 공룡을 마주한 것 같은 반응을 보이는 몬늘보들이었다.
꼬물!
^늠름하다!^
꼬물이는 저런 단어는 어디서 배웠는지 반반이 가족을 보고는 저런 소리를 했다.
사냥조와 반반이 가족이 앞서 나가는 내가 할 일이 없었다.
"이거 나중에는 도축만 해도 되겠는데?"
<그것도 나쁘지 않잖아. 아예 집사에게 경험치가 들어오지 않는 것도 아니고. 이제 소환수 숫자가 많아서 직접 상대한 것과 맞먹는 경험치가 들어올 거야.>
"직접 움직이는 것이 익숙해서 그런지 아직은 날로 먹는다는 느낌이 강해서···."
<그렇게 생각할 거 없어. 집사의 전력이지 뭐. 나도 나중에 실체를 가지게 되면 많이 도와줄게.>
항상 이런 상태로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나호가 얼마나 실체를 가지고 싶어 하는지 알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나는 정말 나호가 이런 상태로 있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았다.
나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거리의 제한만 없어진다면 영체인 것이 더 도움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집사! 입장 전에 왜 은신 해보지 않았어? 나는 해볼 거라고 생각했는데···.>
"글쎄. 아까는 은신이 필요 없었잖아."
스걱!
끼아아악!
<그 사이를 뚫고 빠져나오는 놈들도 있네.>
어찌 피했는지 사냥조와 반반이 가족을 피해서 나온 놈이 있어서 처리했다.
"이건 팔지 않고 다 모아둬야겠다."
<저걸로 무기 만들어줄 사람이 있으면 정말 좋은데···.>
"마나를 전혀 다루지 못하면 몬스터의 부산물은 다루기 어려워. 특히 이런 발톱은."
<알지. 방어구도 미리 준비해야 하는데···.>
대변혁이 다가오니 준비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지금부터는 준비해야 늦지 않게 준비가 되는 품목들도 있기 때문에 빠진 것이 없는지 자꾸 점검하는 요즘이었다.
"큰아버지께서 아시는 대장간 한 곳을 월평으로 옮기는 것을 알아보고 계셔."
<전생에 유명했던 대장기술 가졌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숨은 건지···.>
"내가 준 정보대로 찾아가도 지금은 그런 사람이 없대."
대장간의 이주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그냥 하나 만들기로 했다.
대장간을 만들고 대장 기술을 가진 사람을 고용하는 것이 더 쉬울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게 던전을 걸은 지 두 시간이 되었을 때였다.
시스템이 던전의 클리어를 알려왔다.
퇴장까지 주어진 시간은 한 시간!
그런데 시스템이 묘한 말을 했다.
이중 던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