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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158화 (158/350)

158. 급격한 변화

구르르릉! 구르르릉!

조금 전까지 해도 꼬물이가 '졸졸졸'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얌전한 물소리였는데 갑자기 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이건 커진다고 표현할 정도를 넘어선 물소리였다.

소리대로라면 이 일대를 다 덮고도 남을 물이 몰려오고 있다고 생각해야 할 것 같았다.

물을 피할 만한 곳은 현재 있는 곳에서 30분 거리!

민첩 28, 체력 14의 각성자 기준으로 말한 것이니 정말 열심히 달리지 않으면 물에 잡힐 것이 분명했다.

수영을 할 수 있지만 거센 물살에 빠진다면 살아남는다는 보장이 없었다.

"소환!"

던전 입구에 있는 던전 도깨비들을 먼저 대기실로 소환한 후 높은 지대가 보이는 곳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이건 다른 것을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무조건 달리고 봐야 했다.

<이런 씨이이이바아아아알! 시스템! 정말 왜 이러는 거야? 집사 죽이려고 작정한 거야? 이건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어!>

나호가 길길이 날뛰면서도 최대한 높이 떠올라서 뒤쪽을 주시했다.

어디만큼 물이 오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쪼롱이가 정찰을 나가서 확인을 하겠다고 했지만 대기실을 잠가버렸다.

까다롭다는 말이 일반적인 기준을 초과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소리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고 어차피 지금은 달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음머어어어!

반반이는 제가 나를 등에 태우고 이동하겠다고 했다.

이곳이 초원이었으면 냉큼 반반이의 등에 올라탔을 것이다.

빠르고 지치지 않는 체력을 가진 반반이니 내가 직접 달리는 것보다 나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이곳은 계곡지대였다.

마르기는 했지만 크고 작은 바위와 돌멩이가 지천인 거대한 계곡!

이런 곳은 아무리 반반이라도 빨리 달릴 수 없었다.

차라리 민첩이 높은 내가 달리는 것이 더 빠를 수 있었다.

달리면서 시스템을 불렀다.

그냥 부르면 대답이 없을 시스템도 뭔가 산다고 하면 냉큼 반응을 보였다.

지금처럼!

'특별 서비스를 받고 있으니 민첩을 몇 까지 올릴 수 있는지 알 수 있지?'

마음이 바빴기 때문에 심상으로 물었다.

[강대한 님께만 드리는 특별 서비스입니다. 당연히 확인해드릴 수 있습니다. 지금 확인해 드릴까요?]

<일일이 말을 해줘야 맥락을 파악하는 거야? 우리 집사 지금 바쁘니까 빨리 알아봐. 빨리!>

자칫 목숨이 달린 일일 수도 있었다.

[현재 강대한 님의 민첩 능력치는 28! 31까지는 올리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30부터는 마나를 조금 많이 지불하셔야 합니다.]

지금 금액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그리고 전생을 살았기 때문에 30이 넘어가면서부터 능력치 가격이 폭등하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다.

"31까지 올려줘. 바로!"

[띠링! 400마나를 투자하여 민첩 능력치가 28에서 31이 되셨습니다.]

능력치가 상승하는 순간 몸이 가볍다는 느낌이 드는 것과 동시에 주위의 사물이 훨씬 잘 인식되는 것 같았다.

빠르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주변의 지형지물을 그만큼 빠르게 파악해야 가능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능력치 1도 무시하지 못하는데 3이 오르니 집사의 움직임이 확실히 달라졌어.>

나호가 감탄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내가 느끼기에도 놀라운 변화였기 때문이었다.

앞의 바위와 풍경들이 달려드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갑자기 속도가 올라간 것이었다.

[띠링! '인류 최초로 능력치 30을 초과한 각성자'가 되셨습니다. 이에 대한 보상으로 능력치 1을 무상으로 상승시켜드리겠습니다. 어떤 능력치를 상승시키시겠습니까?]

미안해서인지 아니면 약간 약을 올리려는 것인지 과할 정도로 공손하게 말하는 시스템이었다.

'민첩은 올릴 수 없는 거지?'

[현재 민첩은 31이 한계입니다. 하지만 다른 능력치는 무엇이든 1은 상승시킬 수 있습니다.

단 일반 능력치만 올리실 수 있습니다.]

<무슨 보상이 이래? 그럼 체력하고 감각 중 하나를 올리라는 거잖아!>

일반 능력치는 체력, 민첩, 감각 만 활성화시켜두었기 때문에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다.

'그럼 체력을 올려줘.'

[띠링! 축하합니다. 보상으로 체력능력치가 14에서 15로 상승합니다.]

<내참! 능력치를 공짜로 올리는 것을 다 보네. 전생의 사람들이 이걸 들으면 믿을까?>

대답을 원하는 말이 아니었다.

전생을 살았기 때문에 하는 이야기일 뿐이었다.

체력이 상승한 것은 당장 어떤 효과를 나타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14일 때보다 덜 지치고 더 오래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구르르르릉! 구르르릉!

<집사! 소리가 더 가까워졌는데? 조금 더 빨리 움직여야 할 것 같아.>

민첩 능력치가 3이 상승하고 확실히 속도가 상승했다.

하지만 아직 물을 따돌리기에는 부족했다.

물이 보이기 전에 확실하게 거리를 벌리고 높은 지대로 올라서야했다.

보이고 난 후에는 물에 잡힐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소환수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다들 뭐라도 해주고 싶은데 해줄 수 없으니 마음만 바쁜 것이었다.

뮤! 뮤! 뮤!

^우리 집사친구 장수(長壽)해야 하는데···. 뭐가 있을까? 뭐가···.^

작은 털 뭉치 도뮤가 종종거리며 고민에 빠져있었다.

다른 소환수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꾸루는 할 수만 있으면 나를 업은 채 날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했다.

잠깐은 떠오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말 그대로 잠깐이었다.

몇 미터도 날아오르기 힘들었다.

꾸루가 3미터를 자랑하는 덩치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1미터 80이 넘는 나를 업고 날아오를 수는 없었다.

발로 잡고 나는 것도 마찬가지고···.

나중에 혹여 전령조들 여러 마리가 동시에 시도한다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얼토당토하지 않은 말이었다.

마음만 받는 것으로 하고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정말 물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높은 곳까지 닿기까지는 족히 10분은 더 걸릴 것 같았다.

'전생에 S급 스킬을 가진 마법사 중에는 저런 물도 잠시 세워둘 수 있는 마법사가 있었다고 하는데···.'

직접 본 적은 없었다.

미우라 놈과 계속 함께 했다면 그런 마법사의 활약을 옆에서 지켜볼 기회가 생겼을지 모르겠지만 미우라와 나는 천성적으로 결이 달랐다.

처음 놈이 한국에 왔을 때는 변한 모습에 속기도 했고 어느 한 편으로는 반갑기도 했었다.

그 혼란한 시대를 살아남았다는 동질감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것 같다.

거기다 둘 다 각성자로 만났으니 통하는 구석도 없지 않았다.

그래서 함께 했던 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뭔가 꺼림칙했고 뭐라고 표현할 수는 없지만 입맛이 쓴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놈과 더 이상 활동하지 않았다.

함께 활동하지 않았어도 완전히 관계를 끊은 것은 그로부터 한참 후였다.

많은 국민들이 그렇듯이 나도 놈에게 완전히 속은 것이었다.

정말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고 조사를 시작했을 때는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러다 놈에게 죽임을 당한 것이고 말이다.

으드득!

<집사! 또 미우라 생각한 거야? 이빨 아껴야한다니까.>

'미우라 놈뿐만 아니라 친일 매국노 새끼들이 생각났어.'

<하하하! 웃을 때가 아닌데 웃음이 나네. 우리 집사가 어지간해서는 욕을 하지 않는데 친일매국노 새끼들은 예외지. 하하하!>

거기까지 말한 나호가 조용했다.

그러더니 툭 내뱉듯이 말하는 나호였다.

<뭘 하든 살아있어야 가능해. 알지?>

'당연하지. 정말 자연이 제일 무섭네!'

물이 보이기 시작하고 이곳이 젖기라도 한다면 지금과 같은 속도로 달릴 수 없엇다.

그렇게 되면 물에게 잡히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그런데 막 그런 생각을 했을 때 화창했던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급격한 변화였다.

던전에서 이런 일이야 워낙 자주 있는 일이라 그러려니 하는데 지금은 그렇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오더라도 높은 지대에 도착하고 나서 왔으면 했는데···.

항상 불길한 예감은 빗겨가지 않는다고들 한다.

이건 행운 능력치가 자그마치 12인 나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었다.

후두둑! 후두둑!

비가 올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하늘이 잔뜩 찌푸려지는가 싶더니 비가 내리기까지 걸린 시간은 채 1분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 내리는 빗방울이 장난이 아니었다.

일반인이 맞았다면 아프다고 느낄 정도의 빗방울이 마치 때리듯이 쏟아져 내렸다.

바위에 부딪친 빗방울이 부서지며 사방으로 퍼졌지만 그런 모습은 처음 한두 개 떨어질 때 확인할 수 있을 뿐이었다.

이내 연달아 떨어지는 빗방울에 묻혀버렸기 때문이었다.

<이런 씨이이! 이게 까다로운 정도야? 목숨을 걸 정도지! 몬스터가 아니라 자연을 관리하기 힘든 곳 같은데···.>

나호가 화를 내고 있었지만 화를 낸다고 해서 바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것보다 문제는 미끄럽다는 것이었다.

바짝 말라있을 때는 모르겠더니 젖자 이내 미끄러졌다.

이렇게 쉽게 변할 수 있나 싶을 정도의 급격한 변화였다.

미끄러지지 않게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했기 때문에 속도가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어어어! 집사! 물, 저거 물 같은데···.>

나호가 말하지 않아도 소리만으로 물이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너무 거대해! 저건 그냥 물이라고 할 수 없어! 저기도 안전할지 모르겠는데?>

높은 지대를 가리키며 나호가 말했다.

나호의 말을 들으며 속도를 더 높였다.

뒤를 돌아볼 시간 같은 것은 없었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달리는 것이 생존확률을 높이는 지름길이었다.

쿠르르르르! 쿠르르릉!

바위가 많은 계곡지대를 지나오는 물은 정말 무서운 소리를 내며 가까워지고 있었다.

<집사! 어떻게 해! 집사아아아!>

내가 아무리 빨라도 엄청난 속도로 밀려오는 물을 피해 달아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건 누구라도 나와 같은 처지가 될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물이 보인다고, 해일과 같다는 말을 들은 지 채 몇 초도 되지 않은 것 같았다

물이 뒤에서 강하게 몸을 때렸다.

파아아아아악!

순간 귀가 멍해졌다.

고막이 나간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될 정도의 타격이었다.

갑자기 세상이 무척이나 조용해지는 것 같더니 몸이 붕 떠올랐다.

물살에 휩쓸리는 것이었다.

이런 순간에는 물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것이 차라리 나을 것 같았다.

그런 판단이 서는 순간 몸의 힘을 풀고 눈을 부릅뜨고는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물이 맑지 못했다.

계곡을 훑고 지나온 물은 흙탕물까지는 아니었지만 매우 흐렸다.

상황에 비해서는 분명 맑은 물이었지만 갑자기 중심을 잃은 나에게 방향 감각을 찾아줄 정도로 맑지는 않았다.

하지만 다행히 나에게는 나호와 소환수들이 있었다.

<집사! 집사아아아아! 괜찮지? 나 보이지? 내가 있는 방향으로 몸을 틀려고 해봐. 빨리이이이!>

높은 지대가 멀지 않았다.

운이 좋으면 계속 흘러가지 않고 그쪽으로 갈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자 재빨리 정신을 다잡았다.

하지만 호흡이 문제였다.

물에 부딪치고 휩쓸리면서 큰 동작들을 몇 번 했더니 그새 숨이 차려고 했다.

이럴 때에는 동작을 최소화하고 물에 몸을 맡기고 최대한 숨을 아껴야 했다.

조급하게 생각하면 물 밖으로 고개 한 번 내밀지 못하고 죽기 딱 좋았다.

나호가 있는 방향으로 몸을 틀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물살이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저쪽 물살로 옮겨 타기만 하면 될 것 같은데···.

조금 무리가 오더라도 동작을 크게 하면서 물살을 가르고 나호가 있는 곳으로 물살을 갈아탔다.

그리고 몸의 힘을 조금 더 빼면서 위쪽을 향했다.

물살을 이용하면서 위로 올라가기 위해서였다.

이제 정말 남은 숨이 얼마 없었다.

그 순간 물살이 위로 올라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해일과 같은 물살이 높은 지대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나호 덕분에 정확한 곳에 자리를 잡은 것 같았다.

<집사! 창! 땅에 꽂을 준비!>

거기까지만 말해도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바로 인벤토리에서 창을 꺼냈다.

양 손에 하나씩 들었다.

물살에 휩쓸리며 하는 것이라 이렇게 하는 것만도 쉽지 않았다.

지금 내 얼굴을 보면 당장이라도 입을 벌릴 것 같은 표정일 것이다.

몸이 새로운 산소를 갈구하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입을 벌리면 산소가 밀려들 것 같지만 이곳은 물속이었다.

물은 빠르게 언덕을 올라채고 있었다.

잡목들이 조금 컸다면 정말 위험했을 것이다.

다행히 잡목들은 그리 크지 않아서 몸에 부딪쳐도 큰 타격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그것도 적지 않은 충격으로 다가왔지만 말이다.

<집사! 준비 됐지?>

'준비 됐어.'

<5, 4, 3, 2, 지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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