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160화 (160/350)

160. 경각심

[총 마나는 3,100입니다.]

"뭐가 그리 비싸?"

그리 말을 하고 계산을 하려니 도뮤가 뮤뮤거렸다.

뮤! 뮤! 뮤! 뮤!

^내가 계산 잘 한다. 대출이자부터 시작해서 각종 세금에 공과금···. 계산이라면 이골이 난다. 살다 보니 이런 쪽으로만 능해졌다. 나도 한 때는 꿈 많은 도깨비였는데···.^

꿈결 같은 삶만 살아왔을 것처럼 보이는 도뮤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종종 도뮤가 하는 말을 듣다보면 전생이 떠오를 때가 있었다.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었고 나중에는 살아내기 힘겨웠다.

단 한 순간도 녹록한 적이 없던 삶이었다.

그러다보니 생각지도 않은 재주들이 생겼는데 도뮤의 말처럼 계산하는 것도 그 중 하나였다.

각종 세금과 공과금, 스킬 구입비용이나 능력치 상승비용 등을 거의 달달 외우다시피 하고 다녔었다.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그만큼 힘겨웠구나 싶었다.

한정된 마나로 살려니 뻔한 것을 계산하고 또 하고···.

거듭 계산을 한다고 해서 뚜렷한 해결책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수십 번 이리저리 궁리를 했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도뮤의 계산이 대기실 바닥에 적히고 있었다.

^일반능력치는 11에서 20까지 1상승시킬 때 50마나.^

^20부터는 100마나.^

^행운은 10부터는 400마나.^

^체력과 감각은 29로 올려야 하니 5*50+9*100=1150.^

^1150이 둘에 행운 800을 더하면 정확히 3100마나.^

조금 복잡하게 말을 하는 것도 같았지만 계산은 틀리지 않았다.

능력치를 올리는데 지나치게 많은 비용이 든다는 것이 문제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투자하시겠습니까?]

"해야지. 있는 스킬도 쓰지 못하면 안 되니까. 이거 올려도 힘들겠지?"

[솔직히 SSS급 스킬을 감당하실 수 있는 몸은 아닙니다. 나머지는 저희가 알아서 해드리겠습니다.]

<처음부터 그래주면 얼마나 좋아? 왜 꼭···.>

[강대한 님의 한계를 넘은 것만 저희가 보조를 해드릴 수 있습니다. 이점은 양해를 해주셔야 합니다.]

나호에게 눈짓을 했다.

화가 나있는 것은 아는데 조금 지나친 감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호가 눈치를 채고는 입을 닫았다.

"3100마나 투자할게."

시스템의 낭랑한 목소리와 함께 체력과 감각, 행운 능력치가 상승했다.

무엇보다 행운 능력치가 기대되었다.

2밖에 늘어나지 않았지만 분명 그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어때?>

움직여보기도 전에 나호가 물었다.

"잠깐만."

가볍게 몸을 풀었다.

체력이야 바로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감각이 달라진 것은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민첩이 늘었을 때 보다 더 시야가 넓어지고 주위의 감각 정보가 밀려들었던 것이다.

이건 묘한 느낌이었다.

지금까지는 인식하지 못했던 냄새가 느껴지고, 들리지 않았던 소리가 들렸다.

전생에 경험한 적이 없었다면 이것에 적응하는 것만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을 것 같았다.

한꺼번에 14나 되는 능력치가 상승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제자리에서 뛰어보기도 하고 주위를 가볍게 달리기도 하면서 감각을 받아들였다.

능력치가 줄어든 것이 아니고 늘어난 것이기 때문에 그래도 빨리 몸이 적응했다.

"됐어."

[30분 정도 적응을 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니 괜찮아. 충분해. 은신 걸면 되지?"

[조금 더···.]

시스템이 제지를 하려고 했지만 바로 은신스킬을 발동시켰다.

스킬이 발동되는 순간 감각이 달라졌다.

조금 전에 감각 능력치를 올렸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이런 것을 제 3의 눈이 열렸다고 말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아직은 SSS급 스킬을 발동시키기에는 부족한 것 같았다.

그렇게 느끼는 순간 갑자기 몸이 가벼워졌다.

그러더니 조금 전까지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 마냥 불편하고 답답했던 스킬이 편하게 느껴졌다.

이건 정말 묘한 느낌이었다.

"SSS급 스킬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정도가 되면 이런 느낌인 거야?"

[예외는 있겠지만 평균적으로 지금 강대한 님께서 느끼시는 느낌과 비슷하실 겁니다.]

<왜? 집사! 어떤 느낌인데 그래? 고양감이 하늘을 뚫을 것 같아?>

나호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아니 오히려 반대의 느낌이야. 나도 네가 말하는 느낌을 예상했는데 이거 의외네."

<어떻게 다른데 집사가 그 정도 반응을 보이는 거야?>

"겨우 굴러가는 트럭을 타다가 최고급 세단을 탄 것 같은 느낌이야."

<최고급 세단을 타본 적이 없기는 하지만 뭔지 알겠다.>

나호가 알 듯 말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지금 느낌은 딱 그렇게 밖에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내 몸이 최고급 세단이 된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하는 것이 더 맞은 표현일 거야."

[움직여보시기 바랍니다.]

어째 시스템이 좋아하는 것 같았다.

개인의 성장에 이런 반응을 보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살짝 당황스러웠다.

소환수들이 생각해도 시스템의 반응이 의외였는지 눈이 동그래졌다.

은신 상태에서 몸을 움직였다.

가볍지만 안정감이 들었다.

묘하게 안심이 되기도 했다.

꼬물!

^다 보이는데?^

뮤!

^우리는 친구니까 보이는 거다.^

쫑!

^변한 것을 모르겠다.^

소환수들끼리 은신을 평하고 있었다.

하지만 소환수들 눈에는 다 보이기 때문에 이런 평가는 의미가 없었다.

그러기 때문에 조금 불안하기도 했다.

<이거 SSS급 스킬 맞지?>

그런 불안감을 참지 못하고 나호가 시스템에게 물었다.

[확실합니다. 안심하시기 바랍니다. 다시 실수를 하면 그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겠습니다.]

시스템이 저 말을 한 순간 나호의 눈이 빛났다.

금세 사라지기는 했지만 나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나도 같은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은신 상태에서 다시 걸어보기도 하고 뛰어보기도 했다.

그렇게 십 분 정도 움직였을 때 충분히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했는지 시스템이 퇴장을 시켰다.

하지만 던전을 나온 순간 놀라서 소리를 지를 뻔 했다.

<이런 씨이이이···.>

나호가 소리를 질렀다.

늘어난 감각 능력치 때문에 그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정말 놀랐네.'

SSS급은 은신 상태에서 말을 해도 남이 듣지 못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왠지 꺼려져서 심상으로 말했다.

<이거 시스템에게 강력하게 항의해야해. 이 정도는 말해줘도 되잖아. 퇴장을 시키면서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나호가 이러는 이유가 있었다.

퇴장이 돼서 나온 곳 바로 앞에 두 명의 경찰관이 서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손전등으로 내가 나오는 곳을 정확하게 비추고 있었다.

우연의 일치인 것 같았지만 단순히 그렇다고 말하기에는 너무도 절묘했다.

'시스템이 약 좀 먹어보라는 걸까?'

따박따박 따지니 소심한 복수를 하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했다.

사람이 아무리 스킬로 자신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더라도 이런 경우에는 놀라기 마련이었다.

더구나 전생에 은신 스킬을 가져본 적이 없기 때문에 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은신스킬을 사용해본 것은 방금 던전에서 잠깐 몸을 움직여 본 것이 다였다.

그러니 순간적으로 들켰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들킨다고 해서 문제가 될 것도 없지만 총을 든 미국 경찰에 대한 선입관이 있기 때문인지 묘하게 긴장이 되었다.

"어째 으스스 한데?"

그때 한 경찰관이 말했다.

존이었다.

여섯 사람 중 구덩이가 사라진 것을 가장 먼저 확인한 경찰관.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나를 조사했던 경찰관이었다.

이 두 사람은 마법에 대해 가장 반응이 컸던 사람들이었다.

"그 사람 새벽에 나가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대. 내가 블릭에게 확인했어."

<어쭈! 호텔에서 고객 정보를 줄줄 흘리고 있네.>

'경찰의 정보원 같은 거겠지. 저 정도는 이해해야해.'

옆으로 비켜서며 말했다.

<바로 던전에 입장하는 것이 낫지 않아. 바로 입장해도 되잖아.>

'잠깐만 있어봐. 좋은 기회잖아. 은신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도 확인해야 하고.'

<굳이 여기서? 놀라서 총이라도 발사하면 큰일이야. 아무리 집사가 각성자라도 아직 총알은 무리야.>

'알고 있어. 그래서 실감나게 훈련할 수 있잖아.'

<뭐라고! 집사! 내가 아버지 심정이 이해가 된다. 이럴······.>

나호의 잔소리가 끝도 없이 이어졌다.

걱정에서 비롯된 잔소리였다.

아버지를 보는 것 같아 묘한 느낌이 들었다.

꼬물!

^온다!^

꼬물이가 경찰관의 접근을 알렸다.

그렇지 않아도 보고 있었다.

"그 사람이 독도를 만든 사람이라며?"

"그렇더라고. 깜짝 놀랐다니까. 사람은 알다가도 모르겠어."

두 사람은 독도에 대한 이야기를 한동안 늘어놓았다.

존은 아직 입 냄새를 가지고 있었고, 다른 경찰관은 나지 않은 상태였다.

"그 사람은 치유가 된 걸까? 아니면 독도 덕분에 냄새가 안 나는 걸까?"

"모르지. 그런데 정말 입 냄새 하나도 나지 않더라. 한 병만 달라고 하고 싶은 것을 참았다니까. 먹어보고 싶던데."

"요즘 그거 먹는 영상 많이 올리더라. 어떻게들 구했는지···."

"아! 나 그거 알고 있어. 한국인들은 1주일에 일곱 병씩 살 수 있대. 병이 나은 사람도. 그래서 그거 나오는 거잖아."

"좋겠다. 병도 낫고 돈도 벌고."

"아는 사람이 거기 사는데 낫지 않은 사람도 모아서 팔기도 한다더라. 자기 몫은 거래하는 거 제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

지금도 독도를 사려는 보따리 상인은 많았다.

현금이나 금을 들고 와서 사가는 사람은 참 다양한 국적을 자랑했다.

현재는 생산량의 30% 정도는 경매를 통해 외국으로 수출을 하고 있다.

전부 금 거래를 원칙으로 하고 있고 대금을 미리 예치했을 때만 경매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두었다.

외국의 금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도록 유도하는 것이었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 있다.

한 달에 두 번에서 네 번으로 쪼개서 경매를 하기 때문에 한 번 들어온 금은 잘 빠져나가지 않았다.

그렇게 모인 금은 회사나 은행에 보관되었다가 화순 던전으로 옮겨지고 있다.

대변혁 직전에 인벤토리나 대기실의 황금 던전으로 옮겨놓을 생각이다.

"부럽군. 우리 기업들은 뭐하는지 모르겠어. 거의 손 놓은 거 같아."

"그나저나 영상 한 번 돌려봐. 여기 확실하지?"

"여기 맞아. 내가 이 나무에 표시해뒀다고."

존이 가리키는 나무는 던전 입구로 내려가는 계단 옆에 자라고 있는 나무였다.

거기에 칼로 그은 자국이 있었다.

경찰관은 영상을 재생시켰다.

언제 찍었는지 내가 구덩이에서 올라오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어? 저거 뭐야? 언제 저런 것을 찍은 거야?>

'아니. 찍은 것이 당연해. 경찰이나 구급대원들은 출동을 하면 꼭 영상으로 기록을 남기는데 내가 그걸 간과했어.'

<그랬어? 대변혁 이후의 생이 너무 길었나? 기억이 나지 않네.>

경찰관이나 소방관이 꼭 필요한 직종이기는 하지만 일상생활을 하면서 실상 접할 기회는 거의 없다.

무척이나 가깝게 느끼지만 어떻게 보면 먼 존재이기도 하는 것이었다.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잘 알지 못하기도 하고···.

영상은 길지 않았다.

구덩이 주변과 나를 만났을 때부터 경찰차에 탑승하는 것까지 찍혀 있었다.

아마 경찰차 내부의 카메라에도 내 모습이 찍혀있을 것이다.

경찰서 내부는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저거 어떻게 해야 해?'

시스템에게 말을 하는 순간 존도 옆의 경찰관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이거 어떻게 해야 해?"

"위에서는 지우라고 하는데···."

'정부에서 손을 썼나?'

<시스템보다 그래도 정부 관계자가 일은 더 잘하네. 그 사람은 저게 뭔지도 모를 텐데 지우라고 말도 해주고.>

시스템 들으라는 소리였다.

[띠링! 저 영상은 머지않아 삭제될 겁니다.]

<시스템은 인터넷 세상의 무서움을 모르는 것 같아. 무심코 올린 글이나 영상을 지우기 얼마나 어려운지 시스템이 어떻게 알겠어?>

나호는 마치 경험을 해본 것 마냥 이야기했다.

'당장은 놔둬도 된다는 거야?'

[그렇습니다.]

'저 영상을 저 경찰관들이 인테넷에 올리기라도 하면 그 여파는 생각보다 엄청날 거야. 더구나 독도를 만든 사람이라는 제목이라도 달리는 날에는······.'

답답한 마음에 장황하게 설명을 했다.

말을 마치자 묵묵히 듣고 있던 시스템이 툭 내뱉듯이 한 마디 했다.

그런데 그 말이 나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바라시는 거 아닙니까? 인류가 약간의 경각심을 갖는 거.]

지옥에서 온 쌍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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