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162화 (162/350)

162. 가장 유명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산을 올랐다.

경치가 좋아서 그런지 평일인데도 관광객이 제법 있었다.

<이거 덩굴을 캐기 쉽지 않겠어.>

"있기만 하면 어떻게든 캐야지."

미국도 분명 국립공원에서 임산물을 채취하는 것은 불법일 것이 분명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도착한 곳은 범패스의 지옥이라는 곳이었다.

<지금은 저렇게 가족끼리 와도 좋은 곳인데···. 대변혁이후에는 아무도 오려고 하지 않았지.>

"고막은 소중하니까."

<저런 소리와 비슷한 소리가 나기도 했는데.>

나호가 가리킨 곳에는 진흙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밑에서 끓다가 피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수증기가 피어오르기도 했다.

마치 압력 밥솥을 같기도 하고 물이 끓는 가마솥 같기도 했다.

"저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큰 소리였지."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다 전생에 던전의 입구가 있던 곳을 잠깐 바라보았다.

사실 전생에 던전의 입구가 있었던 곳에 던전 덩굴이 있다면 채취할 수 없었다.

펄펄 끓는 진흙 한가운데였기 때문이었다.

미개방 던전은 전생의 던전 입구가 있던 곳에서 조금씩 어긋난 곳에 있었던 것에 희망을 가지고 온 참이었다.

그때였다.

지금까지 반응이 없던 꼬물이의 하얀 뿌리가 움직였다.

"저쪽이라고?"

꼬물!

<몇 개야? 꼬물아! 이거 중요한 문제야. 몇 개 있어?>

꼬물!

^세 개!^

한 개나 두 개를 말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꼬물이가 셋이라고 했다.

<셋이라고? 집사! 빨리 가보자.>

꼬물이가 말한 곳으로 재빨리 이동했다.

다행히 사람의 왕래가 그리 많지 않은 곳이었다.

그런데 꼬물이가 말한 곳에 와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꼬물아! 땅속에 있는 거야?"

꼬물!

그렇게 대답을 한 꼬물이가 바닥의 특정지점을 가리켰다.

말을 하자마자 나호가 땅속으로 머리를 박아 넣더니 던전 덩굴을 확인했다.

<집사! 던전 덩굴이야. 쌍둥이처럼 닮았어. 확실해. 흐흐흐! 이렇게 쉽게 발견하다니.>

나호가 감격하며 머리를 빼냈다.

지금부터 행동을 빠르게 해야 했다.

괜스레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서 좋을 일이 없었다.

재빨리 던전 덩굴이 있는 곳의 땅을 큐브 모양으로 떠냈다.

그리고 스텐 용기에 담고 대기실에 넣어버렸다.

그렇게 하는 데 걸린 시간은 2, 3초 정도 된 것 같았다.

<아무도 보지 못했어. 꼬물아! 다른 하나는 어디에 있어?>

나호가 스텐 용기가 대기실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는 냉큼 물었다.

꼬물!

^바로 밑에 있어요.^

<바로 밑에? 방금 봐도 없었는데?>

꼬물!

^조금 깊어요. 더! 더! 더어!^

나호가 땅 속으로 머리를 넣는 것을 보더니 더더더를 계속 외치는 꼬물이었다.

"조금 더 들어가야 한다는데···."

땅위로 보이는 것은 나호의 꼬리밖에 보이지 않는데 계속 '더!'를 외치자 나호가 소리를 빽 질렀다.

<도대체 얼마나 깊이 있는 거야? 확실해?>

나호가 그렇게 소리를 지르는 순간이었다.

시스템의 음성이 들렸다.

[강대한 님께 부탁을 드리고자 합니다.]

"여기 있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지? 여기 있는 것은 우리 꼬물이가 먼저 발견했어. 그러니까 이건 우리 거야."

꼬물

^우리 거야.^

꼬물이도 내 의견에 동조했다.

[그것이 아닙니다. 이곳은 땅을 파면 매우 위험한 지형입니다. 던전의 입구를 확보하자고 땅을 파는 것은 화를 자초하는 것입니다. 이건 저도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생각해보니 그렇기는 했다.

타호 호수의 숲이야 아무리 깊이 파도 문제가 없었지만 이곳은 조금만 깊게 파도 뜨거운 진흙을 만날지도 모를 일이었다.

재수가 없으면 용암이 흘러나올 수도 있었다.

"그럼 지금 발견하는 던전 덩굴은 포기해야 하는 거야?"

[그렇습니다. 모두 안전을 위해서 그것이 가장 좋습니다.]

평상시의 시스템이라면 던전 덩굴을 어떻게든 살리려고 할 텐데 의외였다.

"조금 전 도와달라고 했던 말은 뭐였어?"

[좀비나 시체가 주로 나오는 던전 덩굴을 하나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 그런데 그게 왜?"

[그걸 저 자리에 심어주시면 좋겠습니다.]

방금 쌍둥이 덩굴을 캐낸 자리를 말하는 것이었다.

보기에는 평상시처럼 하나의 던전덩굴만 캐낸 자리로 보이지만 나호 말이 모두 자라고 있다고 했다.

일본으로 가지고 간 후에 반으로 나누어서 고쿄와 야스쿠니에 심을 것이다.

각각 하나로 보이는 던전 덩굴은 자리면서 우리 대기실의 덩굴들처럼 짝을 이루며 자라날 것이다.

즉 조금 전에 캔 던전 덩굴은 하나로 보이지만 네 개였던 것이다.

그 던전덩굴을 판 자리에 타호호수에서 발견한 좀비덩굴을 심어달라는 것이었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곳의 환경은 덩굴에는 좋아 보이지 않는데 심어달란다.

"꼭 심어야 하는 이유가 있는 거야?"

[이곳에 좀비 덩굴을 심으면 그 밑에 자라고 있는 덩굴이 죽지 않고 살아날 확률이 높아집니다.]

"그래?"

[시체나 유령형 몬스터는 지하를 발달시키는 특성이 있어서 그 던전덩굴이 심어지면 자연스럽게 그 아래의 덩굴이 활동하기 편해집니다.]

"이전의 덩굴은 그렇지 않았고?"

[그렇습니다.]

<그럼 공짜로 해달라고 하면 안 되지. 아래 던전을 살려주는 것은 물론이고 좀비 던전을 우리가 포기하는 건데.>

사실 아무것도 받지 않아도 상관없기는 했다.

좀비 던전을 이곳에 버리면 미국에서 가지고 가고 싶은 덩굴을 한 개 가지고 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발견해야겠지만 말이다.

[지금 아래에 있는 던전을 도와주시는 값으로 만 개, 그리고 좀비 던전을 이곳에 심어주시는 값으로 만 개. 총2만 개의 마나통을 드리겠습니다.]

나쁘지 않은 거래 조건이었다.

"좋아. 그렇게 할게."

바로 좀비 덩굴을 꺼내 심었다.

딱 들어맞았는데 위아래를 구분하지 않은 것이 생각났다.

"나호야. 이것 좀 확인해줘."

나호가 위아래를 확인하려는 순간 시스템이 다시 말했다.

[이 덩굴은 오히려 그 상태가 더 좋습니다. 아주 제대로 심겨진 것입니다. 추가로 마나통 천 개를 더 드리겠습니다.]

시스템이 매우 흡족하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실수를 하고 마나통을 다 얻네."

<그럼 어때. 결과적으로 잘된 거지.>

"그런데 이곳은 대변혁 이후 어떻게 되는 거야? 전생에 이곳에는 지옥에서 온 쌍둥이 던전 이외에는 던전이 없었는데···."

이곳은 전생과 전혀 다른 곳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그런 곳에 좀비 던전을 심었으니 살짝 걱정이 되었다.

아래 던전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서 어떻게 성장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대변혁 이후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아마 강대한 님께서 매우 흡족하게 생각하실 겁니다.]

<이거 은근 불안하다.>

꼬물!

^무서워!^

그때 꼬물이가 좀비덩굴을 가리키며 말했다.

"무서운 것이 나오는 거야?"

꼬물!

"뭐가 나오는지 알아?"

꼬물!

^무서운 애들!^

꼬물이가 아는 것은 거기까지였다.

이곳에서는 더 볼일은 없었다.

넓게 펼쳐진 국립공원이었지만 이곳의 던전들은 특별한 것은 없었다.

특별히 기억나는 던전도 없었고···.

그래서 바로 우리나라로 꼭 가지고 가고 싶은 던전이 있던 곳으로 이동했다.

산타모니카!

해변에 놀이기구를 빼면 내게는 해운대와 별반 다르지 않게 느껴지는 이곳은 바람이 많이 불어서 시원했다.

여름이라 해안에 사람도 많아서 휴양지다운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

<전생에 우리가 왔을 때는 저런 것은 없었는데···.>

나호가 놀이기구를 가르키며 말했다.

미국에 있는 수많은 던전을 다 다녀본 것은 아니었다.

그런 형편도 되지 않았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

우리나라의 던전이 효율이 훨씬 좋았기 때문이었다.

미국에 원정을 온 것은 모두 미우라와 동행할 때뿐이었다.

즉 대변혁 이후 10년 이내의 일이었다.

이 던전은 입장이 까다로운 곳이어서 딱 한 번 입장할 수 있었다.

이곳의 던전이 입장이 까다로웠던 이유는 이곳에 생긴 던전의 효율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효율은 좋은데 위험도는 낮았기 때문에 입장하려는 헌터가 차고 넘쳤다.

그래서 자국민이 아니고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입장을 시키지 않았다.

미우라와 지옥에서 온 쌍둥이 던전을 클리어하고 난 이후 입장 혜택을 받아 입장해본 것이 다였다.

이후에도 몇 번 입장 혜택을 얻었지만 다시는 입장할 수 없었다.

이곳의 던전에 입장해본 미우라가 다시는 한국인을 데리고 입장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길드장의 권한으로 입장혜택을 특정인에게 몰아준 것이었다.

대신 황금으로 값을 치르기는 했지만 아쉬웠던 기억이 나는 곳이었다.

<이곳은 씁쓸한 곳이야.>

나호도 전생을 기억하는지 표정이 좋지 않았다.

같은 기억을 가진 존재가 늘 함께 한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었다.

"꼭 가지고 싶은데."

해안의 숲으로 들어서며 주변을 꼼꼼히 살폈다.

<꼬물아! 여기 던전 정말 좋거든. 그러니까. 잘 살펴봐.>

꼬물!

뮤!

^황금 나오나?^

도뮤가 언제 던전에서 나왔는지 황금타령을 했다.

"황금보다 어쩌면 더 좋은 것이 나오지."

뮤! 뮤! 뮤!

^황금보다 더 좋은 거 상상하기 어렵다.^

"그렇지. 그런데 정말 황금보다 더 좋은 것이 나와. 그리고 우리 꾸루가 아주 좋아할 것이고 말이야."

꾸?

꾸루가 궁금증을 드러냈다.

꼬물!

^꾸루가 좋아하는 것은 생선!^

<맞아! 생선과 관계가 있는 거야.>

쫑! 쫑!

^낚시? 투망? 작살?^

갑자기 퀴즈쇼 같은 분위기로 바뀌며 소환수들이 어떤 던전인지 맞추기 시작했다.

"쪼롱이가 맞췄어. 낚시. 저 던전은 특이하게 입장하면 해안에서 낚시를 할 수 있어. 낚싯대는 해안 옆의 나무를 이용해서 직접 만들어야 하고."

꼬물! 꼬물!

^재밌겠다. 낚시! 뿌리를 담가도 물고기가 잡히려나?^

"하하하! 하하하!"

해안에 사람이 많지 않았으면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홀로 걸으며 웃으니 살짝 무서워 보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넌 낚시를 할 필요가 없지. 네 뿌리를 밧줄처럼 이용하면 되잖아. 집사! 덩굴들의 뿌리를 이용해서 그물처럼 만들면 한 번에 수십 마리도 잡을 수 있겠다.>

"수십? 아직은 수십 마리는 불가능해. 물고기의 덩치를 알잖아. 최소가 1미터였어."

<기억하고 있지. 자신의 신체나 해안 숲에서 얻은 것으로만 낚시를 해야 하는 조건도 있었고.>

이 던전도 몬스터가 나오는 곳이기 때문에 전혀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낚싯대를 이용해 낚아 올린 물고기에게 오히려 당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낚아 올리기만 하면 다른 몬스터를 사냥했을 때보다 많은 마나를 제공했다.

그 정도가 한국의 던전보다 높았다.

사실 대변혁 이후 한국에 있는 던전보다 효율이 좋은 던전은 세계적으로 몇 되지 않았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 바로 이 던전이었다.

효율뿐만 아니라 안전했기 때문이었다.

꼬물! 꼬물!

^그럼 꼭 찾아야겠다! 눈에 불을 켜고!^

눈이 없는 꼬물이가 어떻게 눈에 불을 켜느냐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꼬물이는 정말 불을 켰다.

대표적으로 사용하는 하얗고 투명한 뿌리가 조금 더 밝아진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환하게 밝아진 것은 아니고 자세히 봐야만 아는 작은 변화이지만 저런 모습들이 다른 소환식물들과 다른 점이었다.

꼬물이가 조금 밝아진 뿌리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던전이나 던전 덩굴을 찾기 위해 집중했다.

쪼롱이도 사냥조들과 주변으로 흩어졌다.

그렇게 주변을 샅샅이 뒤졌지만 던전이나 덩굴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돌아가려고 하는데 쪼롱이가 급하게 날아왔다

쫑! 쫑!

^내가 발견한 것 같다.^

쫑!

^그런데 접근이 좀 위험한 곳이다.^

쪼롱이가 가리킨 곳은 접근하기 위험해서 포기했던 해안이었다.

백사장으로부터도 거리가 상당히 된 곳이었다.

위험하다고 해도 덩굴이 있다면 가봐야 했다.

이미 던전이 깃들기 시작했다면 어쩔 수 없지만···.

<이 근처에 있었던 던전은 그 던전이 유일했으니까 맞겠지? 그런데 전생에는 여기 백사장에 입구가 형성이 됐었는데···.>

거리가 너무 떨어진 곳에 있는 것이 조금 불안했지만 덩굴을 보면 어느 정도 구분이 될 것이었다.

꼬물!

^여기 던전 이름은 뭐였어요?^

<'대물던전!' 대박 던전과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던전이었지. 미국의 자긍심이기도 했고, 던전안의 해안이 더 넓고 한꺼번에 더 많은 헌터가 입장할 수 있었으면 미국을 따라올 수 있는 나라가 없었을 거야.>

이상하게 서양에 있는 것들은 죄다 컸다.

던전마저도.

그런데 이 대물던전은 한국의 대형던전 정도의 크기였다.

미국에서는 중형 던전으로 분류되는 크기였다.

실속 없이 크기만 한 다른 던전에 비해서는 수십 배 나은 던전이었지만 말이다.

꼬물이와 나호가 대화를 나누는 사이 던전 덩굴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그리고 우리 앞에 나타난 던전 덩굴은···.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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