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4. 거한 선물
[강대한 님께 지급된 보상은 '히든 탐색(F)'스킬입니다.]
"보상으로 스킬을 주겠다고? 그것도 히든 탐색이라는 스킬을?"
[그렇습니다. 히든 탐색은 숨겨진 히든 과제를 좀 더 원활하게 발견하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지난 시험에서도 히든 과제가 있었어?"
[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매번 같은 것은 아닌 모양이네?"
[그렇습니다. 그럼 시험이 모두 끝나고 뵙겠습니다.]
말이 끝나고 나자 조용해졌다.
<이제 남은 시간 동안 뭐 할 거야. 여기는 몬스터도 남지 않았는데?>
그동안은 이렇게 남은 시간 동안 주로 사냥을 했다.
사냥을 하면 몬스터를 잡을 때마다 마나를 벌 수 있었다.
거기다 부산물까지 팔 수 있으니 나에게는 사냥이 최고였다.
하지만 이곳은 던전쥐 한 마리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냥 배를 만들까 싶어."
<배? 물에 띄우는 배를 말하는 거지?>
"그럼 이 배를 만들겠어?"
<배에 왕(王)자를 새기고 싶을 수도 있잖아? 그런데 배는 왜 만들어? 당장 필요도 없는데?>
"시간 있을 때 만들어 두려고."
<배는 쓸 일도 없는데?>
"유비무환이라고 했어. 앞으로는 이럴 시간도 부족해."
<마지막 소환이 끝나고 나면 바쁘기는 정말 바쁘겠다. 그나저나 세 분은 이곳을 얼마나 기억하실까?>
"아버지는 각성예외자가 되셨으니 기억하지 못하실 거고. 두 분은 예측하기 힘들지."
<일본 회사는 언제 넘길 거야?>
"10일이 되기 전까지는 다 처리해야지. 여기도 바빠질 테니까."
내일부터는 본격적으로 물건들이 들어올 것이었다.
지금까지도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이 나돌았는데 내일부터는 그 정도가 심해질 것이 분명했다.
들어가는 컨테이너는 있는데 적재되어 있는 컨테이너 수는 몇 개 되지 않으니 모두가 이상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개인 방송을 하는 사람 중에는 지금까지 우리 회사로 들어온 컨테이너를 대충 계산한 후 이 정도 양이면 월평리를 모두 덮을 정도라는 말까지 했었다.
하지만 우리 회사에 방문하면 늘 스무 개 정도의 컨테이너만 보이니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이었다.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은 상관하지 않아. 방해만 하지 않는다면 말이야. 지금은 뭐든 많이 확보해두는 것이 중요해."
<우리 회사 때문에 국가 성장률이 높아졌다는 말까지 있더라.>
각종 먹거리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지난 1년간 우리가 주문하는 것을 맞추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기는 했었다.
"서로 좋은 일이지."
말을 하며 나무를 베기 시작했다.
<땔감도 넉넉하게 확보해야 하는데.>
"그것도 이미 주문했어. 내일부터 들어올 거야."
<놀랍네.>
"큰아버지의 추진력과 아버지의 섬세함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 거지. 놀라운 어머니의 계산력도 뒷받침이 되었고."
세 분의 장점이 요즘 빛을 발하고 있었다.
"할아버지 덕분인지도 몰라."
<그건 또 무슨 말이야?>
"할아버지는 아주 어려웠던 시대를 살아오셨지. 그래서 종종 옛날이야기처럼 그 시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어. 할아버지를 생각하면 대변혁 이후에 무엇이 필요한지 쉽게 떠올리게 된다고 하시더라."
대변혁 이후 꼭 필요한 물품이 적힌 종이를 건네기는 했었다.
하지만 거기에 모든 것이 적히지는 않았다.
그런데 세 분은 마치 전생을 살아본 사람처럼 준비를 하시고 계셨다.
놀라워했더니 세 분 모두 할아버지 이야기를 들으며 살아왔던 것이 도움이 되었다는 말씀을 하셨다.
나무를 베고 자르고 말리는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배를 완성하고 싶었지만 나무를 준비하는 것만도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서 배를 만들지는 못했다.
나머지는 아수라와 아수리에게 부탁해도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대기실로 넣어주었더니 아수라와 아수리가 관심을 보였다.
지구로 돌아가면 목선에 관한 책을 사서 넣어주기로 했다.
시스템의 음성이 들렸으니 곧 마지막 소환의 해제가 이루어질 것이어서 무언가를 더 할 수는 없었다.
[띠링!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모든 시험이 종료되었습니다.]
"세 분이 혹시 백 위 안에 들어갔는지 대답해줄 수 있어?"
[안타깝게도 세 분 모두 백 위안에 들지 못하셨습니다.]
"이곳보다 더 빨리 시험을 끝난 그룹이 있었단 말이야?"
[그렇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속도만 보는 것은 아닙니다.]
신뢰가 가는 것은 아니지만 따질 필요도 없는 문제여서 넘어갔다.
그 무엇보다 미우라의 마나통을 얻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이제 미우라의 마나통을 가질 수 있지? 혹시 미우라 각성했어?"
[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시험에서 99위를 했습니다. 그래서 소정의 상품도 받았고요.]
어떤 것을 받았는지는 절대로 말해주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99위를 했다고?"
<엄청나네. 어떻게 해야 도대체 99위를 하는 거야. 우리 그룹에서는 백 위안에 아무도 들지 못한 것 같던데.>
[평가 기준까지 말씀드리려면 너무 많은 시간이 듭니다. 말씀드릴 사항도 아니고요. 하지만 이건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예전 그런 약속이 아니었다면 미우라 에이지의 마나통은 절대로 가지실 수 없었을 겁니다.]
순간 등에서 식은땀이 나는 것 같았다.
미우라는 정말 놀라운 놈이었다.
"지금 줄 수 있지?"
[그렇습니다. 특별히 손에 드리겠습니다.]
마나통은 구매하면 마나통 저장고로 들어온다.
거기로 들어온 마나통은 미리 설정해둔 분류에 의해 다시 구분이 되어 보관이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손바닥에 미우라의 마나통이 놓였다.
<이렇게 클 수가 있는 거야? 이놈 각성하자마자 마나통이 적어도 2, 3이겠는데? 지금은 아무 의미가 없겠지만 말이야. 집사? 집사!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그렇게 바라던 미우라 에이지의 마나통이 손에 들어왔다.
더구나 각성까지 할 놈이었다.
원래 대변혁 전에 마나통을 잃으면 각성 예외자가 되지만 이놈은 나와의 계약으로 잃은 것이기 때문에 각성은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즉 발현율이 0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집사! 놈의 정보 한 번 봐봐. 궁금해.>
마나통이 내 손에 들어오면 권능 '마나의 눈'으로 원소유자의 정보를 볼 수 있었다.
마나통 저장고에 입고되는 마나통이 늘어날수록 더 많은 정보를 볼 수 있는데 지금은 어지간한 개인정보까지 나타났다.
바로 미우라 에이지의 마나통을 들여다본다고 생각했다.
[일본 4,590,444번 미우라 에이지(일본, 남, 27세)]
마나홀 : 3
마나통 : 2(발현율 72%)
마 나 : 34
특 성 : 마나, 습득
직 업 : 사업가
현재 위치 : 나타낼 수 없음.
현재 상태 : 나타낼 수 없음.
가족 관계 : 부, 모
성 향 : 이익추구, 다혈질, 냉혈한. 치밀.
현재 재산 : 300억(한국 돈으로 계산한 것임.)
이것 외에도 몇 가지 정보가 더 나왔지만 당장은 그리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발현율이 72%에 벌써 마나홀을 3으로 키웠어? 이해가 돼? 이런 상태창 본 적 있어? 나는 들은 적도 없는 것 같은데?"
<나도 처음이야.>
전생에 미우라는 떠벌리기를 좋아했지만 자기의 상태창 정보에 대해서는 노출을 꺼렸다.
이번에는 내가 초반에 방해를 했는데 저 정도라면 전생에는 얼마나 대단했을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특성이 더 사기적이야. 지금까지 특성이 두 개인 사람은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
"아니야. 있었어. 지금 내가 소유한 마나통 중에도 십여 개는 특성이 두 개더라. 세 개인 사람도 한 명 있었고. 안타깝게도 그 모든 사람들은 각성하지 못하겠지만 말이야."
<떼어내지 않았다면 대변혁 이후 놀라운 삶을 살게 될 텐데. 안타깝다. 알면 많이 속상할 텐데.>
"알 길이 없지. 알려줄 생각도 없고."
미운 놈이라면 속이라도 상하라고 말해주겠지만 당장은 그럴 놈도 없었다.
<언제부터 굴릴 거야?>
"미우라 것은 대변혁 직후부터 굴려야지."
<흐흐흐! 역시 집사야!>
[마나통을 구매하시겠습니까?]
"마나통 구매 전에 대기실 좀 넓혀줘."
[아직은 괜찮은 것 같습니다만···.]
대변혁이 지척이어서 그런지 시스템의 장사 본능이 조금 줄어든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아니야. 사야지. 현재 사냥조가 290마리, 전령조가 155마리, 던전 도깨비가 125마리야. 이번 소환이 끝나면 또 늘어날 거고. 대변혁 전까지 늘어난다고 생각하면 좁아. 그것도 많이."
남은 한 달 동안 가만히 있을 생각은 없었다.
아마 그 어떤 때보다 더 열심히 움직일 것이었다.
"더구나 아이들이 각성하면서 불러올 수 있는 애들도 늘어나는 것 같더라고. 그러니 집을 넓혀줘야지."
[알겠습니다. 얼마나 넓히시겠습니까?]
"지금 얼마나 넓힐 수 있어?"
[축구장 넓이로 계산했을 때 현재 최대 50개까지는 더 넓힐 수 있습니다. 하지만 30개 정도만 넓히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건 왜?"
[막 각성을 했으니 익숙한 환경에 있는 것이 더 좋습니다.]
<대변혁이후에 더 비싸게 팔기 위한 것은 아니고?>
[그렇지 않습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시스템이 소환수를 가지고 장난을 치지는 않을 거야."
시스템은 이상하게 소환식물에게 관심이 많았다.
던전 식물이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럼 대변혁 이후에 넓히는 것이 좋은 거야?"
[그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대기실을 넓히는 것이 아니면 시스템과 길게 이야길 할 것은 없었다.
이제 마나통만 구입해서 나가면 이 비세계와도 작별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는 못 오겠지?"
[그럴 겁니다. 아주 특별한 일이 있지 않다면요.]
"아예 못 오는 것이 아니라고?"
[항상 예외라는 것은 있다는 말씀을 드린 것뿐입니다.]
시스템이 저렇게 말했지만 분명 이곳으로 들어올 방법이 있는 것 같았다.
얼마나 강해져야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훌쩍 비싸진 마나통이었지만 최대로 구입하고 만 마나를 남겨두었다.
남은 마나는 세 분의 성장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이제 소환을 해제합니다.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시스템의 제법 공손한 배웅을 받으며 소환이 해제되었다.
눈이 번쩍하는 순간 거실로 돌아와 있었다.
세 분과 함께 소환을 기다렸던 거실이었다.
세 분도 막 소환이 해제되고 있었다.
안전을 위해 세 분은 모두 의자에 앉은 채 소환이 됐었는데 해제될 때의 자세도 여전히 똑 같은 상태였다.
그런데 소환이 해제되는 순간 큰아버지와 어머니의 입에서 냄새가 났다.
이렇게 심한 냄새가 났던 것은 처음인 것 같았다.
두 분도 당황하시며 입을 막으셨다.
"자연스러운 거예요. 참으려고 하지 마시고 그대로 내보내시면 돼요."
"우리 각성할 수 있게 된 거야?"
"예."
"다행이구나."
큰아버지께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고생 많았어."
"고생은 당신이 많이 했죠. 그동안 수고 많이 했어요."
아버지와 어머니께서는 서로에게 감사를 표했다.
탈락하고 난 후 아버지께서는 회사 일 뿐만 아니라 집안일을 거의 전담하다시피 했다.
큰아버지와 어머니께서 운동에 몰두할 수 있도록 도운 것이었다.
그리고 그 성과가 오늘 드러난 것이었다.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잔치라도 해야겠네. 대변혁이후에는 한동안 힘겨울 테니 미리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일만 하다 대변혁을 맞이하는 것은 너무 슬퍼.>
"좋은 생각이야. 대변혁 전에 잔치 한 번 하자고 하네요."
"나호가?"
"예!"
"좋지. 이왕이면 크리스마스에 하자꾸나. 온 마을 잔치를 여는 거지."
우리는 잠시 대변혁과는 전혀 상관없는 삶을 사는 사람들처럼 잔치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한참 이렇게 이야기를 하다 궁금한 것을 물었다.
"얼마나 기억하세요?"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비세계를 많이 기억하는 사람일수록 강하고 발현율도 높았다.
그래서 묻는 것이었다.
이런 것을 세 분 모두 잘 알고 계셨고 말이다.
"나는 일곱 번째부터 기억이 나."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다섯 번째도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 것 같아. 정확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큰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이 정도면 괜찮은 편이니?"
"기억의 정도는 어떠세요? 어렴풋한지 아니면 세세한지도 중요하더라고요."
"나는 제법 세세한 것 같아."
"나도 그건 마찬가지야. 네가 말해줬던 것처럼 상태창에 대한 것은 전혀 기억할 수 없지만 말이다."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제가 설명을 해드려도 되고 대변혁 이후에 차근차근 배우셔도 되고요."
희망이 보였다.
아버지께서 각성하지 못한 것은 아쉬웠지만 한 집에서 세 명의 각성자가 나오는 것은 흔한 경우는 아니었다.
이만하면 제법 유명한 가문으로 불리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한동안 더 이야기를 나누었다.
비세계를 기억하니 이야기도 훨씬 수월했다.
그리고 그동안 인터넷은 뜨겁게 달궈지고 있었다.
비슷한 꿈을 꿨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주고받는 대화들 때문이었다.
며칠 시끄러웠다가 잠시 조용해지겠지만 대변혁이 지척에 와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과 같은 것이었다.
이야기를 나누다 잠이 든 후 조금은 소란스러운 소리에 잠이 깨었다.
유난히 부산스러운 것 같아 나와 보니 벌써 각종 물건들이 회사 마당에 쌓이고 있었다.
정말 사람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많은 물건이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잠시 한 눈을 팔고 나면 컨테이너가 사라지는 것이었다.
예전이라면 밤까지 있다 컨테이너를 치웠겠지만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워낙 많은 물건이 도착하고 있기도 했지만 이제 숨길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었다.
도깨비에 홀린 것 같다고 하는 사람들이 속출했지만 일일이 설명을 해줄 수도 없었다.
묵묵히 내가 할 일만 처리했다.
그렇게 하루 종일 던전을 오가며 컨테이너를 화순 던전으로 옮겼다.
이것은 다음날 일본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계속되었다.
이제 일본에서의 생활을 마무리할 시간이 되었다.
<흐흐흐! 확실히 정리를 하고 가야지. 거한 선물도 하나 선사하고 말이야.>
"그래야지."
못된 버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