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178화 (178/350)

178. 설마 또?

이런 실수는 어지간해서는 하지 않는다.

아니 해서는 안 되는 실수이기도 했다.

혼자 들어온 것이 아니고 여럿이 들어왔다면 모두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는 실수였다.

재빨리 주위를 경계했다.

"클리어 여부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다니···."

<워낙 바위골렘이 고생을 시켰기 때문이야. 두 번이나 잠이 들었으니 누구나 클리어 됐다고 생각하지.>

"아무리 그래도 이런 실수는 다시는 하지 않아야 해. 마지막 소환까지 끝났다는 것을 간과했어."

시간이 지날수록 던전은 제 모습을 갖추어갔다.

물론 대변혁 이후와 똑같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던전은 착실히 성장하고 있었다.

점점 넓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몬스터의 수가 늘어나고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이제 미개방 던전이라고 마냥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 같다.

<이상하네? 이게 다 인 것 같은데···. 이중 던전인가?>

"이중 던전이 그리 흔한 것은 아니지. 무엇보다 전생에 천사 던전은 이중 던전이 아니었어."

전생에 천사 던전이 이렇게 좁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난이도가 높지 않은 던전으로 유명했지만 휴식을 취할 정도로 넓은 던전이라고 알려진 곳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곳은 그리 넓지 않았다.

아무래도 던전의 끝으로 보이는 곳으로 가봐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자리를 털고 일어나 던전의 끝으로 갔다.

던전의 끝으로 보이는 벽은 어느 던전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것이었다.

하지만 손을 대는 순간 알 수 있었다.

바위골렘!

던전의 끝으로 생각했던 것은 던전의 끝이 아니라 바위골렘의 한 부분이었던 것이다.

<헉!>

나호가 놀라 숨을 삼켰다.

꼬물!

^무서워요!^

전령조들은 눈을 가린 채 날개 사이로 바위골렘을 쳐다보고 있었다.

우선 뒤로 물러났다.

얼마나 큰 놈인지 확인을 해야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집사!>

도망가야 했다!

타격을 받지 않고도 바위골렘이 움직일 기미를 보였기 때문이었다.

콰아아앙! 콰아아앙!

조금만 늦었으면 가루가 되었을 것이다.

조금 전 있었던 곳에 집채만 한 바위가 떨어졌다.

<집사!>

"걱정 마!"

이 골렘의 크기는 감이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큰 바위 골렘이 있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물론 대변혁 이후 15년 이상이 지났을 때 나타났지만 말이다.

초거대 바위골렘으로 불렸던 녀석도 영국에 나타났었다.

영국에 수많은 피해를 양산하고 엄청난 희생을 치르고서야 잡을 수 있었던 골렘이었다.

그 골렘을 잡기 위해 몇 년 치 예산을 쏟아 부었다는 말까지 나돌았었다.

그것보다 더 큰 것인지 아니면 작은 것인지 당장 알 수 없지만 쉽지 않은 몬스터를 맞닥뜨린 것만은 확실 한 것 같았다.

코아아앙! 콰아아아앙!

바위 골렘이 내리치는 곳마다 움푹움푹 땅이 파였다.

쿠르르르! 쿠르르르!

<집사! 저건 또 뭐야? 설마 바위골렘이 내는 소리야? 이거 미치고 팔짝 뛰겠네.>

간혹 이지(理智)가 있는 바위 골렘들이 있었다.

인간의 이지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무생물처럼 보이는 바위가 가질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한 이성과 지혜를 가진 존재들.

그런 바위골렘은 같은 크기라도 처리하기가 훨씬 까다로웠다.

그런데 이런 크기의 바위골렘이 이지까지 가졌다?

그건 처리하지 말라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쿠우우웅! 쿠우우웅!

바위 골렘이 일어났는지 엄청난 발자국 소리가 나더니 어마어마한 크기의 발이 시야를 가렸다.

몸을 날렸다.

그때 눈치 빠른 꼬물이가 기다란 줄기를 내보냈다.

그 줄기를 잡고 스파이더맨이라도 되는 듯 훌쩍 자리를 피했다.

쿠우우우웅! 쿵!

꼬물이의 도움이 아니었으면 방금 바위골렘의 발에 밟혔을 것이다.

<집사아아!>

소환수들의 안타까운 소리들이 들렸지만 거기에 대응해줄 시간이 없었다.

소환수들도 다행히 누구도 섣불리 행동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어설프게 돕겠다고 나서면 정말 위험해질 수 있었다.

바위골렘이 잠깐 움직였을 뿐인데 바닥이 엉망이었다.

이런 상태로는 이제 빠르게 피할 수도 없었다.

"올라가야겠어."

<저 바위골렘 위로?>

"어!"

<위험···. 차라리 바닥보다는 낫기는 하겠다.>

나호도 바닥이 눈에 들어왔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집사! 내가 관심을 돌려볼게.>

"위험해!"

<영체와 실체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잖아. 이럴 때 딱 맞는 전술이 있지. 흐흐흐!>

말릴 사이도 없이 나호가 실체를 불러왔다.

실체를 불러오자마자 나에게서 멀어지며 덩치를 키웠다.

크르르르! 크르르르!

초거대 바위골렘의 눈에도 나호가 보이는 모양이었다.

나호가 있는 쪽으로 바위골렘의 몸이 돌아갔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뒷다리 쪽으로 접근해 바위골렘의 몸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나를 보라고!>

바위 골렘의 신경이 나에게 쏠리려고 하자 나호가 크게 외친 소리였다.

나에게는 저렇게 들리는 소리이지만 바위골렘이 듣기에는 호랑이의 포효로 들렸을 것이다.

나호의 노력이 효과를 보았다.

털어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바위골렘은 나호를 잡기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쿠우웅! 쿵!

나호를 밟기 위해 쿵쿵거리고 있어서 올라가기가 쉽지 않았다

뮤! 뮤! 뮤!

^나도 돕겠다. 우리 바위골렘 많이 상대해봤다.^

도뮤가 대기실을 벗어나며 한 말이었다.

125마리의 던전 도깨비를 모두 데리고 도뮤가 나타났다.

그리고 바위골렘을 둘러싸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쿠우웅! 쿠우웅!

작은 털뭉치로 보이는 던전도깨비를 신경 쓸 바위골렘이 아니었다.

바위골렘은 나호를 밟기 위해 애를 썼다.

"피해에에!"

바위골렘의 거대한 발이 나호를 밟기 직전이었다.

바로 영체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놀라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뭘 그리 놀라고 그래?>

어느새 영체 상태로 돌아온 나호가 내 지척에 있었다.

영체 상태일 때는 나에게서 10미터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멀리 있다가도 영체로 몸을 바꾸며 바로 내 옆으로 오는 것이었다.

나호는 이 기능을 정말 좋아했다.

그래서 실체를 가지고 멀리 갔다가 영체로 몸을 바꾸어 돌아오는 것을 몇 번이고 해본 날도 있었다.

<집사! 걱정하지 마! 쉽게 죽지 않으니까. 내 가호가 사라지지 않는 한 내가 죽을 일을 없을 거야.>

실체를 가지고 난 후 내가 나호의 안위를 걱정할 때마다 하는 말이었다.

내 상태창에는 여전히 이름 옆에 백호의 가호가 기록되어 있다.

나호 덕분에 회귀했다는 표시이기도 하고 여전히 백호의 가호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뭔가 보이지 않는 힘이 나를 보호하고 있는 것 같지만 나호 자신도 백호의 가호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그저 나를 지켜주고 싶은 간절한 마음의 결정체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도 조심해."

<집사야말로 조심해.>

나호가 다시 실체를 가지고 움직이려고 했을 때였다.

바위 골렘이 팔을 휘젓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 관심을 가지지 않던 던전 도깨비를 잡기 위해서였다.

도뮤와 던전도깨비들이 만들어주는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최대한 빨리 바위 골렘의 몸을 타고 올라갔다.

이건 완전히 암벽등반에 가까웠다.

무릎까지만 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꼬물아! 도와줘."

그냥 바위를 올라가려고 하면 시간이 너무 걸릴 것 같았다.

그렇다면 활용할 수 있는 것은 뭐든 이용해야겠다.

꼬물!

꼬물이가 뿌리와 줄기를 함께 내려 보냈다.

이럴 때는 뿌리보다는 줄기가 나았다.

줄기를 잡자 꼬물이가 줄기를 잡아당겼다.

홱 낚아채듯 당긴 것이 아니라 지그시 당겨서 내가 큰 힘 들이지 않고도 바위를 오를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다.

이렇게만 해줘도 바위를 오르는 것이 한결 수월했다.

내가 바위를 오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사이 도뮤와 던전도깨비들은 바위골렘의 관심을 자신들에게 돌리기 위해 애를 쓰며 공격을 했다.

어떻게 바위골렘을 상대한다는 건지 의아했는데 관심을 돌리고는 물어뜯고 있었다.

바위도 과자 먹듯 씹을 수 있는 힘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저 녀석들 은근 무섭네. 바위 골렘처럼 무생물을 상대할 때는 최고일 수도 있겠어. 집사가 한 번 내리치는 것 정도의 위력은 내는 것 같은데?>

나호의 말이 과장된 것이 아니었다.

제 몸통에 버금가는 입을 가진 던전 도깨비들이었다.

그 거대한 입을 벌려 바위골렘을 물어뜯으니 이렇게 거대한 덩치를 가진 녀석도 고통을 호소했다.

워낙 덩치가 커서 모기가 무는 정도의 고통밖에는 느끼지 않을 것 같은데 의외로 바위골렘은 고통스러워했다.

<아이고 꼬시다! 꼬셔!>

바위골렘이 고통스러워하자 나호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등을 지나 목까지 올라왔다.

이제 머리만 지나면 정수리였다.

하지만 가만히 있을 바위골렘이 아니었다.

바위골렘은 던전도깨비를 상대하면서도 나를 공격하려고 애를 썼다.

그때마다 던전도깨비와 덩굴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초거대 바위골렘의 정상에 설 수 있었다.

정상에 오르자 그때야 막이 걷히는 것처럼 던전이 한 눈에 들어왔다.

조금 전까지와는 완전히 다르게 느껴지는 던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경치를 감상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바로 인벤토리에서 창을 꺼낸 후 가장 중요한 나무의 뿌리를 향해 찔러 넣었다.

그 사이에도 바위골렘의 몸에 기생하고 있던 나무들이 공격했지만 그 공격은 모조리 덩굴식물들이 막아냈다.

크르르르르! 크르르!

바위골렘의 덩치를 생각하면 작은 가시가 하나 박히는 것 정도밖에는 되지 않을 것 같은데 바위골렘은 유난히 고통스러워했다.

"고통 내성을 전혀 가지고 있지 못하나?"

<그럼 차라리 잘 된 거잖아?>

"그렇지. 그렇다면 죽창 공격을 해도 좋을 것 같아."

워낙 덩치가 큰 바위골렘이라 오르면서도 이 녀석을 어떻게 공략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바위골렘이 그 해답을 준 것 같았다.

인벤토리와 대기실에는 상당량의 죽창이 준비되어 있었다.

어디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으니 죽창이라고 하면 우습게 여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막상 써보면 죽창처럼 좋은 무기도 없었다.

특히 처음 무기를 다루는 사람에게는 더 좋은 것이 죽창이었다.

가벼우면서도 의외로 위력적인 무기가 죽창이었기 때문이었다.

끝을 날카롭게 깎은 후 살짝 그슬려놓은 죽창은 작은 힘으로도 몬스터의 몸에 잘 박혔다.

하지만 아무리 죽창이 훌륭하다고 해도 바위골렘의 몸을 뚫고 들어갈 수는 없었다.

그것은 죽창이 아니라 최고급 금속으로 만든 창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 죽창으로도 바위 골렘을 공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바로 바위골렘을 뒤덮은 나무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죽창으로 뭘 어떻게 하려고?>

죽창을 꺼내자 나호가 잠시 멍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하지만 나무들을 이리저리 피하며 죽창을 나무의 뿌리에 가져다 대자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오오! 역시 집사야!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한 거야?>

죽창을 나무 밑둥치에 대고 박아 넣는 것을 보고 하는 말이었다.

콰아앙! 콰아아앙!

죽창을 밀어 넣었지만 깊숙이 박기 위해서는 망치질을 해줘야 했다.

두 번 강하게 두드리자 죽창이 완전히 박혔다.

크르르르! 크르르르!

바위골렘이 괴로워하며 머리를 휘저었다.

휘저어도 내가 떨어지지 않자 거대한 바위주먹으로 머리를 내리치는 바위골렘이었다.

그 순간 좋은 생각이 났다.

죽창을 꽂은 후 흔들면 고통에 바위주먹이 어김없이 내리 꽂히는 것이었다.

바위골렘 스스로 자신의 머리에 죽창을 박아 넣은 것이었다.

자신의 행동으로 심한 고통이 따르자 이제는 쉽게 제 몸을 내리치지도 못했다.

이건 내가 쉽게 죽창을 꽂아 넣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었다.

이후로는 마치 바위골렘과의 눈치 싸움 같았다.

바위골렘도 나름 머리를 쓰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행동들이었다.

<어떻게 보면 불쌍하기도 하다. 지금 가시가 수십 개째 박히고 있는 거잖아.>

"어쩔 수 없지."

불쌍하다고 몬스터를 살려둘 수는 없었다.

더구나 이렇게 날이 선 몬스터를 살려두면 후환을 남기는 것과 같았다.

그냥 후환도 아니고 이 정도면 재앙급의 후환이었다.

런던의 일이니 상관없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선량한 사람들이 나 하나의 잘못으로 목숨을 잃게 할 수는 없었다.

콰아앙! 콰아앙!

박아 넣은 죽창이 백 개를 훌쩍 넘어 이백 개 가까이 되었을 때였다.

바위골렘이 움직임을 멈추었다.

<설마 또 잠이 드는 것은 아니겠지?>

쓸모없는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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