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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182화 (182/350)

182. 미치고 팔짝 뛸 일

걱정과 달리 바다는 평온했다.

조금은 방정맞게 움직이는 물고기를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물길을 건너는 것이 조금 힘겹기는 했지만 그것도 무난하게 해낼 수 있었다.

그렇게 두 시간을 이동해서 시스템이 말하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바다가 잔잔했는데 두 시간이야! 한 시간 반이면 된다고 하더니···.>

[안내하던 물고기가 서두르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핑계는···.>

'저 바위를 치우면 되는 거야?'

[띠링! 그렇습니다.]

<이 바위라고? 산호초로 저렇게 단단하게 연결이 되어 있는데?>

[저 바위를 치워야만 던전 덩굴을 옮겨 심을 수 있습니다.]

시스템이 말하는 바위 위에는 산호초가 자라고 있어서 바위를 치우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도움을 청할 만하네.'

<집사! 그렇게 태평하게 반응할 때가 아니야.>

나호는 지금 당장이라도 해변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갈 수는 없었다.

대기실에서 곡괭이를 꺼냈다

그리고 시스템이 말한 바위를 치우기 위해 곡괭이를 바위틈으로 밀어 넣으려고 했지만 틈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분명 낱낱의 바위였지만 거의 하나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곡괭이질을 해야 할 것 같았다.

물속에서 곡괭이질은 정말 쉽지 않았다.

물이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이며 곡괭이를 내리찍었다.

곡괭이질을 해도 틈새가 바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한참을 씨름하다가 겨우 틈을 만들고 그 틈새로 곡괭이를 밀어 넣었다.

곡괭이가 들어갔으니 이제 당겨서 바위를 치우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혼자의 힘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꼬물아!'

꼬물!

꼬물이가 대답을 하더니 뿌리가 바다로 나왔다.

그리고는 곡괭이를 함께 잡고 당겼다.

그렇게 당기자 조금 전과는 달리 쉽게 바위가 치워졌다.

덩굴들의 힘이 정말 상상이상인 것 같았다.

바위가 치워지고 나자 그 안에 자라고 있는 던전덩굴이 보였다.

보이는 던전 덩굴을 채취하고 용기에 담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스텐 용기를 대기실에 보관하고는 시스템이 말하는 해안으로 이동했다.

<집사의 산소통이 특별해서 다행이지. 정말! 바다에서만 몇 시간을 보내게 하는 거야?>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감사는 말로만 하지 말고 마나통이나 넉넉하게 줘. 우리 집사가 가장 좋아하는 거니까.>

[오늘은 수고가 많으셨으니 만 개를 드리겠습니다.]

<만 개도 적게 느껴져.>

나호가 툴툴거리는 사이에 시스템이 말하는 곳에 던전 덩굴을 이식했다.

전생에는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았을 던전이 이번 생에는 해안에 생성될 것이었다.

누군가에는 재앙이 될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는 축복이 될 수도 있는 던전이었다.

<집사! 마나통 만 개 들어왔는지 확인해봐.>

"잘 들어왔어. 다 일본 거야."

<잘 됐네. 우리나라 사람들 마나통도 사기는 해야 하는데.>

"그래야지."

해안으로 올라서며 말했다.

<집사 춥지? 어서 옷 갈아입어. 이 상태로 호텔까지 가면 감기 걸리기 딱 좋아.>

"단단히 가려줘야 해."

속옷까지 다 갈아입어야 하니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시스템에게 한 말이었는데 꾸루와 전령조들이 대기실에서 나오더니 등을 지고는 빙 둘러섰다.

가려주겠다는 것이었다.

물에 들어갔다 나오면 꾸루와 전령조들이 꼭 이렇게 해주었다.

시스템이 가려준다고는 하지만 내 시야에서는 노천에서 옷을 갈아입는 것이라 여간 민망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꾸루와 전령조들이 이렇게 가려주면 심리적으로 훨씬 편안했다.

후다닥 옷을 갈아입고는 스킨스쿠버 장비를 대기실에 보관했다.

부피를 많이 차지하는 것이라 인벤토리에 보관해야 했으면 속이 조금 쓰렸을 것 같은데 시스템이 대기실에 보관하는 것을 허용해 주었다.

<산소통을 좋은 것으로 사길 잘했어. 이걸 사지 않았으면 시간 때문에 불안했을 거야.>

나호가 산소통을 사랑스럽게 내려다보았다.

비싸기는 하지만 공기를 재활용해서 오랜 시간 잠수가 가능한 제품이었다.

공기방울이 생기지 않는 것도 장점이었다.

덕분에 물고기들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은 것 같았다.

<마나통이 천만 개가 넘으면 뭔가 변화가 생기려나?>

"내 생각에는 발현율 0%가 아닌 사람의 마나통도 구매가 가능하게 될 것 같아."

<각성자까지는 아니겠지?>

"바로 되지는 않겠지. 그런데 효율만 따지면 발현율 0%가 마나는 더 많이 얻을 수 있어."

<영향력이라는 것도 있잖아?>

"그렇지. 내가 마나통을 가지게 되면 나에 대한 호감이 10%올라가고, 거부감은 10% 내려가니까."

전생에 미우라가 우리나라를 지배할 수 있었던 근원이 되었던 힘도 저 것이었다.

각성자와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의 마나통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 어느 나라든 손쉽게 자기 입맛대로 다룰 수 있을 것이었다.

"가자. 따뜻한 물에 샤워라도 해야겠어."

<그래. 빨리 가자. 집사 감기 들겠다.>

우리는 해변에서 나와서 바로 호텔로 돌아왔다.

그리고 바로 샤워를 했다.

따뜻한 물 아래에 서서 한기를 충분히 날리고 나니 살 것 같았다.

<바로 돌아갈 거지?>

"네가 던전 들렀다 가자고 했잖아?"

<그냥 가도 돼. 어차피 얼마나 넓어졌는지 확인하려고 한 거니까. 이제 정말 바쁘잖아.>

일본에 돌아가서도 할 일이 많기는 했다.

"그럼 템즈 강에 있는 던전에만 들렀다 가자."

<좋지. 거기 꼭 가보고 싶었는데 잘 됐다. 너희들도 궁금하지?>

쫑!

쪼롱이가 대표로 대답을 했다.

체크아웃을 하고 나와서 템즈 강에 있는 던전에 들렀다 비행기에 올랐다.

다시 지루한 비행의 시작이었다.

그런데 비행기에서 악연을 마주했다.

"너, 너어!"

개인 방송을 하던 여자가 소리를 지르다 승무원이 다가오자 입을 닫았다.

<경찰서에서 빨리 나왔네. 저 여자도 뒷배가 좋은 모양이네.>

나호가 여자를 흘겨보았다.

<집사! 저 여자가 집사를 잡아먹을 듯이 보고 있어. 어우! 저 눈 좀 봐. 완전히 여우가 따로 없네.>

여자는 나호에게 단단히 미운 털이 박힌 것 같았다.

'그냥 둬. 신경 쓰기 싫으니까.'

잠시 후 비행기가 이륙했다.

그런데 여자가 이쪽을 지나치게 의식을 했는지 승무원이 다가가 문제가 있느냐고 물었다.

여자는 그제야 시선을 돌렸다.

<어우! 거머리 같은 여자네. 어디 보자. 이름이···. '박원미'네. 이름 참 독특하네. 설마 으뜸 원에 아름다울 미를 쓰는 것은 아니겠지?>

'그럴지도 모르지. 놀림 좀 당했을 것 같은 이름이네. 이제 이리 와. 신경 끄고.'

<집사! 정보가 곧 마나야. 잊었어? 뭐라도 알아내야지. 이 여자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피곤하게 할 것 같은데.>

'어? 저 여자는 왜 또 일본으로 가는 걸까? 설마 날 보겠다고 오는 것은 아니겠지?'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라면 이해를 하겠지만 도쿄로 가는 비행기였다.

'혹시 박원미라는 여자에 대한 정보 있어?'

[없습니다. 박원미라는 이름은 처음입니다.]

기억에 없는 이름이기는 하지만 혹시나 싶어서 물었는데 역시나 없는 이름이었다.

도쿄에 비행기가 도착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박원미라는 여자가 다가왔다.

"이야기 좀 하죠."

"······."

"이야기 좀 하자고! 안 들려?."

"좀 나갑시다."

통로를 막고 있는 여자를 향해 다른 승객이 목소리를 높였다.

여자가 옆으로 비켜선 순간 비행기에서 내렸다.

바리바리 싸고 다니는 사람들과 달리 몸만 내리면 그만인 나는 속도에서 차이가 많이 났다.

여자가 뒤에서 목소리를 높이며 불러 세우려고 했지만 상대해줄 필요가 없었다.

<성질 머리 하고는···. 아무래도 사무실로 또 찾아올 것 같은데?>

"올 테면 오라고 하지 뭐. 빨리 오지 않으면 헛걸음하기 딱 좋을 거야."

회사를 다시 직원인 사장에게 넘기는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이삼 일 내로 완전히 소유권을 넘기고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이다.

<지옥 던전은 언제 심으러 갈 거야?>

"내일 심어야지."

<괜스레 미우라 그놈 기대하는 거 아니야?>

"김칫국 마시라고 해도 좋지."

회사를 넘긴다는 소식을 듣고는 미우라 놈이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

기술을 자신에게 넘겨주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넘겨줄 기술이 없기도 하지만 있다고 해도 미우라에게 넘길 리는 없는데 말이다.

공항에서 바로 사무실로 가서 내가 없는 사이에 모아둔 마나통을 챙겼다.

<몇 개나 돼?>

"글쎄? 따로 세지 않아서 모르겠는데? 지금까지 모은 마나통은 총 9,352,241개야."

<정말 천만 개가 얼마 남지 않았네. 일본 것이 50% 정도 되지?>

"거의 50%지."

미우라와 직원의 노력으로 각국의 마나통이 들어왔다.

두 사람의 노력이 없었다면 이렇게 많은 마나통은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미우라보다는 훨씬 빠르게 모으고 있는 것 같아."

<훨씬 빠르지. 미우라가 전생에 우리나라 마나통을 90%이상 확보하는데 20년 이상이 걸렸다고 했잖아. 그런데 집사는 벌써 천만에 가까워. 이 속도면 3년 안에 1억 개는 확보할 수 있을 거야.>

"말대로 되면 좋지."

<나는 더 빠를 수도 있다고 생각해.>

마나통을 챙겼으니 사무실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사무실을 나와서 300미터 정도 걸었을 때 나호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왜 그래?"

<저기 봐. 저 여자 하는 거!>

쾅! 쾅! 콰앙!

"야! 너 안에 있지? 야! 문 열어! 문 열라고! 내가 너 가만 둘 줄 알아? 절대로 가만두지 않아! 문 열라고!"

불이 꺼진 사무실인 것을 뻔히 알면서 발로 문을 차면서 패악을 부리고 있었다.

<여기 저기 오가며 나라 망신시키고 있네. 집사! 빨리 가자. 저런 여자랑 얽혀서 좋을 거 하나도 없어. 아유!>

나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콰앙! 콰앙! 콰아앙!

여자는 쉽게 자리를 뜰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직원에게 연락했다.

<직접 신고하지 않고 왜?>

"오라 가라 하면 귀찮잖아."

<집사! 저 여자 때문에 기분도 어중간한데 파친코나 들렀다 갈까?>

"미우라 가게?"

<어! 나는 거기가면 기분 좋더라. 헤헤!>

이제 더 이상 미우라의 파친코 가게에서는 황금 구슬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미우라의 가게에서는 나를 환영하지 않았다.

갈 때마다 엄청난 양의 구슬을 획득하기 때문이었다.

거기만큼 내 행운 능력치를 확인하기 좋은 곳도 없었다.

"좋아. 가자. 애들도 가고 싶어 했는데."

소환수들이 거기에 가는 것을 은근히 좋아했다.

처음에는 시끄럽다고 좋아하지 않았는데 미우라의 표정이 썩어 들어가는 것을 몇 번 보더니 먼저 가자고 할 때도 있었다.

미우라의 장례식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파친코에 들어가자 힘차게 어서 오라고 인사를 하던 직원의 얼굴이 구겨졌다.

<인상 펴라! 손님이다!>

"손님! 지금 자리가 없습니다."

"저기 자리가 났네요."

만석인 가게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직원이 손사래를 치며 다급하게 말했다.

"저 손님은 화장실을 가시는 것뿐입니다. 지금은 자리가 없습니다. 죄송해도 다음에 오십시오."

"구슬까지 가지고 화장실을 간다고? 나가려고 하는 것 같은데?"

"아닙니···."

남자가 부정을 하려는 찰나 또 다른 좌석의 고객이 구슬이 담긴 바구니를 들고 일어났다.

"어? '황금의 신' 떴다. 이거 오늘도 재미난 구경하는 거 아니야?"

"야! 빨리 연락해. 미나코가 황금의 신 뜨면 연락 달라고 했어."

"황금의 신이다."

"전화 돌려."

직원과 나의 대화에 가게 입구를 쳐다보던 몇몇 사람들이 나누는 이야기였다.

나는 이 파친코에서 황금의 신이라고 불리고 있었다.

올 때 마다 믿을 수 없는 승률을 자랑하기 때문이었다.

갤러리를 몰고 다니며 골프를 치는 골프 선수처럼 내가 앉는 좌석 주위에는 빽빽하게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며 구경을 하는 것이었다.

미우라 입장에서는 좋을 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대놓고 나가달라고 할 수도 없었다.

워낙 구경꾼들이 많이 모여들었기 때문이었다.

모여든 구경꾼들이 파친코를 하면 좋을 탠데 게임 방송을 보는 것처럼 구경만 하고 있으니 미우라 입장에서는 미치고 팔짝 뛸 일이었다.

자리에 앉자 주위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시끄럽게 돌아가야 할 기계들이 잠시 조용해지는 것 같았다.

모두의 시선이 내게 향했기 때문이었다.

미리 사가지고 온 구슬을 기계에 넣었다.

그리고 레버를 당겼다.

기계가 시끄럽게 돌아가더니 이내 멈추었다.

그리고···.

은근슬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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