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191화 (191/350)

191. 대변혁!

순간 던전이 열렸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뭔가가 빠르게 눈앞을 스쳐지나갔기 때문이었다.

쫑!

^박쥐였어요.^

왼쪽 어깨에 앉은 쪼롱이가 말했다.

'봤어. 주변 좀 살펴줘.'

쫑!

쪼롱이는 물론이고 대기실의 전령조들도 사방으로 흩어졌다.

아직은 대변혁이 시작되기 전이어서 아무도 소환수들을 볼 수 없어서 문제가 되지 않았지 그렇지 않았다면 난리가 났을 것이다.

수많은 새들이 일시에 대기실에서 출발했기 때문이었다.

<겨울잠에 빠져있을 박쥐가 깨어났다는 말이지? 그것도 저렇게 놀라면서···?>

무언가에 놀라 총알처럼 날아간 것은 박쥐 한 마리만이 아니었다.

여러 마리의 박쥐가 이리저리 날아다니면서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아니! 무슨 박쥐가···."

"아! 이게···. 저리 가아! 저리!"

박쥐들이 불빛에 놀라 방황하자 사람들까지 동요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변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박쥐들 때문에 놀란 것인지 아니면 무언가를 느낀 것인지 새들이 지저귀기 시작한 것이다.

듣기 좋은 소리로 새들이 노래하는 것이 아니었다.

무언가에 놀라서 날카롭게 우는 소리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감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더구나 한두 마리가 우는 것이 아니라 수십, 수백 마리가 시끄럽게 울며 날아오르자 이런 분위기는 한층 더해졌다.

우리 회사가 있는 곳은 월평리 2구!

전형적인 시골인데다 바로 뒤에는 야트막한 산까지 있는 지형이었다.

그러니 주변에 얼마나 많은 새가 있었겠는가!

그 많은 새들이 만들어내는 소리는 생각한 것보다 엄청났다.

<비세계에서 쪼롱이와 사냥조를 처음 봤을 때는 양반이었구나. 이렇게 많은 새가 우리 주위에 살았던 거야?>

호랑이인 나호도 놀랄 정도였다.

대부분이 참새나 까치, 까마귀 같은 텃새였지만 겨울철에만 볼 수 있는 철새도 섞여 있는 것 같았다.

어찌 보면 장관인데 어찌 보면 두렵기 그지없는 상황이었다.

만약고 어르신께 패악을 부리던 철부지 손자도 어리둥절해하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이씨이이!"

놀란 새들이 배설을 했는데 하필 그것이 하늘을 쳐다보던 손자의 왼쪽 머리에 맞더니 볼로 주르르 흘러내렸다.

"에이이! 이게 뭐야아아!"

도시에서만 자라던 손자가 새똥을 맞아봤을 리가 없었다.

손에 묻은 새똥을 보더니 오두방정을 떨었다.

어디서 구해서 마셨는지 술도 한 잔 된 것 같았다.

"아아악! 악!"

"아이고 내 새끼! 어찌 그랴? 어찌?"

소리를 지르며 난리를 치는 손주를 보고 만약고 어르신이 놀라는 것은 당연했다.

만약고 어르신은 손주의 눈에 뭔가가 들어갔다고 생각하신 것 같았다.

들고 있던 생수를 손자의 얼굴에 부어주며 얼굴을 닦아주려고 하셨다.

"아이! 뭐 하는 거야? 아아아!"

생수가 머리에 부어지며 물과 새똥의 일부가 왼쪽 눈으로 흘러들어갔는지 손자가 짜증을 부리며 만약고 어르신을 거칠게 밀쳤다.

<저런 호로쌍놈의 새끼!>

나호가 손자에게 욕을 날리는 사이 재빨리 만약고 어르신을 안았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밀쳐지는 힘에 어르신과 함께 넘어졌겠지만 나야 그럴 일이 없었다.

뒤로 한 발짝 물러서기는 했지만 그것도 어르신에 가해지는 충격을 줄이기 위한 것이었다.

"괜찮으세요?"

"어어···. 젊은 사장?"

눈가에 감출 수 없는 외로움은 있었지만 늘 씩씩했던 어르신이었다.

그런데 눈가가 붉어져 있었다.

서럽고 민망하신 모양이었다.

"저놈이 아직 철이 없어서 그랴. 젊은 사장 이해허지?"

이런 순간에도 손자가 더 걱정이신 만약고 어르신이었다.

혹시나 내가 손자를 어찌할까 걱정이신지 나를 꼭 붙들기까지 하셨다.

이런 순간에도 손자는 난리를 치고 있었다.

그런데 손자만 이러는 것은 아니었다.

손자를 시작으로 다른 사람들도 놀라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한 마리의 새만 배설을 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놀란 새들 중 상당수가 배설을 했고 그 배설물은 밑에 있는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떨어진 것이었다.

사람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새들이 시끄럽게 울어대고 있어서 마을은 혼란 그 자체였다.

<전생에도 이랬겠지?>

"그랬을 것 같아. 그냥 집에서 자게 했어야 했나?"

울타리와 장벽이 쳐진 상태였으니 몬스터로부터는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었다.

전생에는 자다가 당한 사람이 많아서 축제를 핑계로 많은 사람이 깨어 있도록 유도했는데 판단 착오였나 싶었다.

시간을 확인하니 대변혁 15분 전이었다.

계속 흥분한 상태로 있어서 좋을 일이 없었다.

재빨리 공터 한쪽에 설치해둔 단상을 쳐다보았다.

그곳에는 큰아버지께서 방송을 준비하고 계셨다.

미리 약속이 된 것이었다.

"아! 아! 여러분 진정하십시오. 여러분 잠시 여기에 집중하시······."

큰아버지께서 침착하게 말씀을 시작하셨다.

스피커를 통해 퍼지는 소리에 사람들이 조금 침착해졌다.

미리 약속된 대로 사람들을 진정시키려고 했지만 이것이 쉽지 않았다.

갑자기 사방에서 날카로운 짐승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 정찰을 나간 꾸루가 정보를 보내왔다.

주변의 짐승들이 흥분해서 날뛰는 모습들이었다.

다행스럽다면 모든 짐승이 인가를 향해 내달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던전으로부터 달아나는 것 같은데?>

'그런 것 같아. 정상을 향해 달리기도 하는 것을 보니 말이야.'

동물들이 변화를 느끼는 것 같았다.

'이 주변에 던전이 많아서 더 동물들이 흥분하는 것 같은데···?'

그나마 다행이라면 무작정 인간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놀란 동물들은 그저 던전으로부터 멀어지는데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었다.

전생에는 자다가 갑자기 대변혁을 맞았다.

당시 집이 반지하였기 때문에 밖에 나가지 않고 아침이 될 때까지 기다렸었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던전이 형성되었지만 우리 집은 다행히 무사할 수 있었다.

집안에서 인터넷을 통해 믿을 수 없는 장면들을 보면서 혼란스러워 했었다.

그러니 대변혁을 온몸으로 맞닥뜨리는 것은 처음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동물들이 왜 이러지? 이거 대지진 전조 현상 아니야?"

"모두 건물에서 나오라고 해야 할 것 같은데요?"

"민우야!"

"지은아!"

"엄마아!"

"아빠아아!"

뭔가 이상한 것을 느낀 사람들이 급하게 가족들을 찾기 시작했다.

먼저 잠자리에 든 사람을 깨우러 달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시작되는 것이여?"

만약고 어르신이 물으셨다.

"예!"

"지진은 아니제? 지진이었으먼 물자를 그리 많이 모으지 않았것제. 조립식 주택도 이렇게 많이 갖다 두지도 않았을 것이고."

물자 수송이 끝날 즈음 우리 마을 안에는 수많은 모듈러 주택이 배달되었다.

미리 기반공사를 끝내놨기 때문에 설계대로 쌓아올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사실 이 공사는 24일까지 완공이 되기로 했었다.

하지만 막상 일을 시작하니 조금 더 시간이 걸려서 이틀 전에야 마무리 되었다.

인력을 추가 투입하고 우리 직원들까지 돕지 않았다면 아직까지도 완공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지어진 집은 언제든 옮길 수 있는 것이었다.

일부러 이런 형식의 집을 대량 주문해서 설치를 한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직원들을 위한 복지 차원에서 준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만약고 어르신은 남다르게 보신 것이었다.

"저기 문을 모두 닫을 수 있게 해둔 것도 이유가 있는 것이여?"

짐승들의 울부짖음이 심상치 않은지 어르신의 눈이 모듈러 주택으로 향했다.

우리가 주문한 주택은 하나 같이 창문이 크지 않았다.

그리고 모든 창문에는 덧문이 달려있었는데 이 덧문을 닫으면 밖에서 안으로 침입하기 쉽지 않았다.

매우 튼튼한 덧문이었기 때문에 처음 집을 본 사람들은 덧문이 집의 품격을 떨어뜨린다고 했지만 그런 것을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뭐든 허락 없이 들어오지 않는 것이 좋죠."

패악을 부리던 손자도 분위기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쭈뼛거리며 눈치를 살폈다.

만약고 어르신이 재빨리 손자의 손을 끌더니 나와 어르신 사이에 세웠다.

"경고망동허지 말고 할애비헌테서 떨어지지 마! 알긋냐? 알긋냐고!"

"에, 예!"

만약고 어르신의 손자는 반쯤 정신이 나간 것 같았다.

어르신의 팔을 붙잡고는 두려운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열두 시가 되기 5분 전 미리 설치해둔 여섯 개의 대형 스크린에 불이 들어왔다.

각각의 스크린에는 각기 다른 채널의 속보가 이어지고 있었다.

새나 동물의 움직임은 화순만의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우리가 있는 곳은 울타리와 방벽으로 인해서 흥분한 짐승들이 들어오지 못하고 있었지만 다른 곳은 아니었다.

갑자기 도로로 질주하는 멧돼지나 노루, 고라니들로 인해 교통사고가 속출하고 있었다.

"이게 다 무슨 일이지? 왜 이러는 거야?"

"저기 봐! 차에 부딪쳤는데도 일어나서 달리고 있어."

"뭔가에 쫓기는 것 같지 않아?"

"여, 여기도 저 벽들이 아니었으면···."

모두가 잠든 밤인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동 인구가 많았던 시간이었다면 더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을 것이다.

<집사!>

대변혁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모두가 상태창을 가지게 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었다.

마나가 화폐가 되고, 마나가 아니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세상이 도래하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2030년 1월 1일이 되었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그리고 우리가 있는 월평리 2구는 조금 전의 상황과 다를 바가 전혀 없었다.

다행히 방벽안쪽에 예상치 못한 던전이 형성되지 않은 것이었다.

스크린의 뉴스들도 아직은 주로 교통사고를 다루고 있었다.

<집사! 달라진 거 있어?>

"없어!"

나호에게 대답을 하고는 쪼롱이를 불렀다.

쫑!

"뭔 새가···?"

쪼롱이가 날아와서 왼쪽 어깨에 내려앉자 만약고 어르신께서 조금 놀라시는 것 같았다.

하지만 차분하게 설명을 드릴 시간이 없었다.

"쪼롱아! 호위조 한 마리 배치해서 어르신 지켜."

쫑!

꼭 지켜야할 사람은 이미 쪼롱이에게 말을 해둔 상태였다.

그런데 어르신을 안심시키기 위해 다시 한 번 말한 것이었다.

"관장님. 새 한 마리가 와서 지켜드릴 겁니다. 놀라지 마십시오."

"아, 알겠네. 어서 가서 일봐."

어르신은 눈치가 빨랐다.

호위조 한 마리가 어르신 옆으로 배치되었다.

쪼롱이를 비롯한 사냥조들이 보이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놀라기 시작했다.

특히 내 주변으로 갑자기 새들이 나타난 것처럼 보였으니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빠른 걸음으로 큰아버지께 다가갔다.

내가 걷는 대로 호위조가 따르자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버지. 시작하셔도 될 것 같아요."

"알았다. 어서 다녀와."

"예. 그럼 다녀올게요."

던전 첫 클리어를 놓칠 수 없었다.

그래서 미리 이야기해둔 것이었다.

"조심하고."

"걱정하지 마세요."

사람들을 안정시키던 큰아버지께서 마이크를 아버지께 넘겼다.

이제 잠시 아버지께서 이들을 책임지실 것이었다.

방벽과 경호원이 있으니 잠시 자리를 비워도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호위조 다섯 마리를 아버지 옆으로 배치했다.

사람들이 무슨 일인지 놀라는 사이 스크린에는 전국의 상황이 비치고 있었다.

"가요."

"괜찮을까?"

"사냥조 이백 마리가 배치되어 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가요. 처음을 놓칠 수는 없어요."

"알았다."

큰아버지와 어머니께서 걸음을 재촉했다.

그때 옆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김정우!

현재 우리 회사의 운동코치로 있는 사람이었다.

전생의 인연 중 처음으로 영입을 한 사람으로 다리를 다쳐 격투기를 그만두었지만 실전 전투로는 최고라는 평을 받던 사람이기도 했다.

"어디인지 모르겠지만 함께 가겠습니다."

김정우의 시선이 호위조에게 향했다.

날갯짓 소리조차 내지 않으며 호위 중인 30여 마리의 새는 결코 일반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가족은?"

"집에 있습니다. 여기보다 안전한 곳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정우의 시선이 다시 마을 주위를 날고 있는 새들에게 향했다.

사냥조들은 마을을 감싸듯 조용히 날고 있었다.

사냥조의 허락 없이는 누구도 마을로 진입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누가 보든 안정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가장 먼저 영입한 사람이니 뭔가 느꼈겠지. 함께 갈 거지?>

"좋습니다."

허락의 말을 하고는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김정우 코치가 재빨리 따라붙었다.

우리가 화순 던전이 있는 곳에 도착한 것은 대변혁으로부터 10분이 지난 후였다.

"개방할게요."

아무것도 없던 곳에 던전이 나타났다.

원래 있던 것이 보이는 것뿐이지만 그걸 모르는 세 사람은 무척이나 놀라워했다.

<바로 튀어나오지는 않네. 고맙게.>

던전을 개방하면 바로 몬스터가 튀어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생각은 잠시 후에 여지없이 깨지고 말았다.

호구 잡힌 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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