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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195화 (195/350)

195. 그럼 가볼까요?

"글쎄? 네가 보기에는 마법사 같니?"

"예. 마법사 같아요. 커다란 소를 타고 다니는 마법사! 새도 막 부리고. 하얀 새도 멋지고···. 그런데 저 저런 새는 처음 봐요."

쪼롱이와 사냥조를 보고 하는 소리였다.

꾸루와 전령조는 커다란 흰 매처럼 보여서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온 몸이 하얗기 때문에 친숙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쪼롱이와 사냥조는 아니었다.

색깔도 모양도 제각각인데 지구에서는 볼 수 없는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하나같은 멋지고 아름답지만 낯선 것이었다.

"저런 새는 어디서 샀어요?"

아이의 질문에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내게로 향했다.

아이 뿐만 아니라 모두가 궁금했던 것이다.

어른들은 새도 새지만 몬야크가 더 궁금한 것 같았지만 말이다.

"산 것이 아니고 친구야."

"친구?"

"응! 친구! 여기는 쪼롱이 그리고 여기는 꾸루."

쫑!

꾸!

"우와! 신기하다! 자기 이름도 말할 줄 아는 거예요?"

"당연하지."

"그럼 이 소는 음머가 이름이에요?"

"아니 여기는 반반, 반크, 반야야."

"블랙 앤 화이트 같아요."

겨우 여섯 살 정도밖에는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영어를 참 잘했다.

"그래서 반반이야."

"아아! 그런데 아저씨! 아저씨 마법사면 우리 엄마 찾아줄 수도 있어요?"

"엄마?"

"네. 자고 있는데 집이 무너졌어요. 엄마랑 나왔는데 커다란 괴물이 쫓아와서 달아나다 손을 놓쳤어요. 엄마가 꽉 잡으라고 했는데···."

<놓친 걸까? 놓은 걸까?>

전생에 너무도 많이 봤던 일이었다.

생명의 위협을 느낄 때 얼마나 이기적이 되는지 보여주는 사례는 차고 넘칠 정도였다.

물론 순간적으로 아이의 손을 놓았다 나중에 후회하며 아이를 찾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손을 놓으면 아이는 더 살아남을 수 있는 가능성이 희박했다.

잔인하지만 어떤 경우는 아이를 희생양을 삼아 달아나는 경우도 있었다.

'지금은 굳이 그걸 따질 필요는 없지. 아이도 원하지 않을 거고···.'

<그렇기는 하지. 우리를 만난 것을 보면 아이가 살 운명인 것 같아.>

"엄마가 사라졌어?"

옆에 있던 다른 아이가 물었다.

"모르겠어. 불렀는데 못 들었나? 엄마가 달렸는데 괴물이 쫓아가고···. 막 소리가 나고···. 모르겠어."

아이가 혼란스러워했다.

어쩌면 아이 엄마가 아이를 구하기 위해 몬스터의 관심을 자신에게 돌린 채 다른 곳으로 달린 것 같기도 했다.

"아저씨. 우리 엄마 찾을 수 있어요?"

"최선은 다해볼게."

찾을 수 있다고 말해줄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죽었을 가망성이 높다는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가장 무난한 대답을 했다.

그런데 그 대답에 아이의 눈꼬리가 축 쳐졌다.

어려서 아무것도 모를 것 같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아이들도 어른들 못지않게 상황을 파악하기 나름이었다.

이미 아이는 엄마가 살아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저 희망을 가지고 싶었는데 거기에 찬물을 끼얹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약속?"

"그래. 약속!"

아이가 내미는 손에 도장을 찍어주었다.

그제야 아이가 다시 빵을 먹기 시작했다.

<마음의 짐을 덜고 싶었나? 아휴우.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아야겠어. 머리 아파.>

몬야크와 함께 있어서 좋은 점은 몬스터들이 다가오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평화롭게 밥을 먹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 우리 어디서 자요? 밤에."

성연이가 물었다.

"우리 집으로 가자."

"아저씨 집에요?"

"응! 여기 괴물들만 조금 더 처리하고 갈 거야."

"멀어요?"

"조금."

"댁이 어디십니까? 이 많은 아이들을 어떻게···? 저도 따라가고 싶은데···?"

어른들도 눈을 빛내며 따라가기를 원했다.

왜 그러지 않겠는가?

아비규환인 상황에서 식사를 제공하는 것도 크게 작용했겠지만 무엇보다도 이들을 사로잡은 것은 몬야크였다.

몬야크 옆으로는 몬스터나 흥분한 동물이 접근을 하지 못하니 그것 하나만으로도 따라오고 싶었을 것이다.

거기다 우리 주변에 있는 새들이 지켜주는 것을 봤으니 어떻게든 함께 하고 싶었을 것이다.

<전생에 비하면 엄청 피해가 줄어든 것 같아.>

나호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사실이었다.

전생에 비하면 서울은 양호했다.

아니 전국이 전생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안전할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전혀 그렇게 느끼지 않겠지만 말이다.

지금 당장은 백여 명의 사람만 함께 하기를 원하고 있었지만 숫자는 빠르게 늘어나기 마련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모두를 데리고 가는 것이 과연 좋은 일인가 싶었다.

"아무래도 무리겠죠? 염치가 없기는 했습니다."

뮤! 뮤! 뮤!

^집사! 저 사람은 괜찮다. 데리고 가면 밥값은 할 사람이다. 문제도 일으키지 않을 거고.^

관심 있게 대기실 밖을 쳐다보던 도뮤가 말했다.

<그런 것도 보이는 거야? 관상이 괜찮을 것 같기는 하지만···. 사람은 모르는 거야.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어.>

뮤! 뮤! 뮤!

^괜찮다! 확실하다! 우리 도깨비들 사람 잘 본다! 생존에 꼭 필요한 거다!^

던전 도깨비는 친구 계약을 맺고 그 친구에게 의지해서 살아간다고 했다.

그러니 누구보다 사람을 잘 볼 것이 분명 했다.

그때였다.

"저어! 우리 아이랑 저도 좀···."

머리가 잔뜩 헝클어진 여자가 아이 하나를 데리고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얼굴의 절반 이상을 머리가 가리고 있었지만 여자는 머리를 정리할 생각도 하지 않고 아이만 들이밀고 있었다.

어떻게든 아이라도 우리 무리에 넣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아이의 눈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저희 아이가 배가 고파서···."

아이가 배가 고프다고 했지만 정작 아이는 음식 냄새에도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사실 대변혁이 일어났다고 해도 아직 참을 수 없을 만큼 배가 고플 시간은 아니었다.

대변혁이 일어난 지 이제 겨우 열세 시간!

아직은 체면과 자존심을 더 중시할 시기였다.

그런데 여자는 변한 세상을 보름은 산 것 같은 몰골을 한 채 다가왔다.

모두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무너진 건물에서 겨우 빠져나온 사람보다 더 엉망인 채였는데 자연스럽지 못하고 연출의 느낌을 강하게 풍겼다.

꼬물!

^아이 말 잃었다.^

뮤! 뮤! 뮤!

^악취가 심하게 나는 여자다. 거짓으로 점철되어 있다! 가까이 하지 마라. 저런 여자!^

<에궁! 실어증이 왔나보다. 어쩌면 좋아.>

나호가 아이 옆으로 다가갔다.

아이는 불안한 눈빛을 한 채 손가락을 빨고 있었다.

무언가를 찾는 것처럼 잠시도 눈동자가 가만히 있지 못했다.

저런 눈은 전생에 수없이 봤던 것이었다.

특히 대변혁 초기에 저런 눈을 한 사람들이 많았다.

'눈앞에서 가족이 당했거나 잃었나봐.'

"저기요. 우리 아이가···. 우리 아이라도···."

"빈자리가 하나밖에 없습니다. 음식도 1인분 밖에 없고.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예?"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자리는 하나라고요. 음식도 죽 한 그릇이 전부고."

대기실에는 당장 허기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음식이 있었다.

소환수들의 간식으로 인정받은 음식만 보관할 수 있지만 소환수들은 특별히 가리는 것이 없었다.

김치나 고추장, 된장 같은 것을 먹지 않는다는 것이 아쉽기는 했지만 지금으로도 충분히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조금 전까지는 얼마든지 더 있으니 먹으라고 하는 것 같던데···."

"그건 이미 우리 그룹에 들어온 사람에 한정된 이야기입니다. 모두 배를 곯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먹는 사람은 든든하게 먹어야 뭘 해도 잘 하지 않겠습니까?"

여자의 눈이 바쁘게 움직였다.

머리카락이 한 쪽 눈을 가리고 있었지만 가리지 않은 눈도 마찬가지일 것이 뻔했다.

여자가 입술을 물어뜯었다.

마음 같아서는 자기를 우리 그룹에 넣어달라고 말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보는 눈이 많아서 차마 그런 말은 하지 못했다.

"우, 우리 아이와 헤어질 수는 없어요."

여자는 처량한 목소리를 냈지만 거기에 속을 내가 아니었다.

꼬물이나 도뮤의 말이 아니라도 전생을 살아본 내가 속을 리 없었다.

일부 사람들은 내 눈치를 살폈는데 박정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여자의 눈이 나를 향했다.

한쪽 눈을 가리고 있던 머리까지 치운 여자가 매서운 눈으로 쏘아보더니 아이의 팔목을 잡아채더니 거칠게 당겼다.

"어!"

억눌린 아이의 목소리와 함께 아이가 넘어질 것 같았다.

하지만 여자는 아이의 상황은 전혀 살피지 않고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

겨우 넘어짐을 면한 아이가 질질 끌리듯이 여자를 따라갔다.

"저기···. 아이에게는 자리를 내줘도 될 것 같은데···. 정 안되면 제가 빠져서라도···."

조금 전 도뮤가 괜찮다고 말했던 남자가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다른 사람 몇몇도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했다.

손짓으로 사람들을 자리에 앉혔다.

"꾸루야! 여자가 분명 아이 버릴 거야. 아이 데리고 와."

꾸!

"예? 아이를 버린다고요?"

남자가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눈이 왕방울만 해졌다.

"여자의 아이 아닙니다. 부모를 잃은 아이겠지요. 아이가 있어야 이런 곳에 쉽게 들어올 수 있을 것처럼 보이니 아무 아이나 데리고 온 겁니다."

"설마?"

"믿지 못하겠다면 꾸루를 따라가 보십시오."

소리도 없이 꾸루가 날아올랐다.

꾸루는 내가 원하지 않는 사람은 볼 수 없지만 지금은 누구든 볼 수 있도록 설정을 해두었다.

꾸루와 전령조의 외모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안정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아이들의 두려움을 없애는데 도움이 되었다.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꾸루의 뒤를 따랐다.

내 말을 믿지 못한다면 아예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버려질 아이가 걱정스러운지 걸음을 재촉하는 모습이 왠지 믿음이 갔다.

꾸!

정찰을 할 때 꾸루는 시야를 거의 공유할 수 있었다.

완벽하게 공유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완전한 공유가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정보를 더 잘 전달받을 수 있었다.

꾸루가 방향을 꺾었다.

꾸루의 앞쪽에 여자와 아이가 걷고 있었다.

뒤를 돌아본 여자가 사람들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잡고 있던 손목을 뿌리쳤다.

"에잇! 쓸모 있을지 않았더니! 퇘!"

더러운 것이 묻었다는 것처럼 여자는 침을 뱉고는 온몸을 털어댔다.

치가 부르르 떨리는 모습이었다.

다행히 침이 아이에게 묻지는 않았지만 아이는 차가운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아이는 넘어진 채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눈물을 흘릴 것 같았지만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여자를 쳐다볼 뿐이었다.

여자는 아이의 표정은 신경도 쓰지 않고 멀어져갔다.

여자가 멀어지기가 바쁘게 꾸루가 아이를 품었다.

"아!"

작은 아이가 탄성 같은 소리를 냈다.

그리고는 꾸루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아이의 눈이 반짝이는 것 같았다.

꾸루가 아이를 품고 있자 함께 갔던 남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저 남자도 마음이 여리기는 꾸루 버금가는 것 같았다.

꾸루에게 심상으로 말을 전하자 꾸루가 한쪽 날개를 들어주었다.

그 안으로 들어간 남자가 아이를 안고 공원으로 돌아왔다.

남자의 눈이 붉어져 있었다.

남자는 아이를 안은 채 돌아와 아이에게 죽을 먹였다.

죽을 먹은 아이가 이내 잠이 들었다.

남자는 잠이 든 아이를 꼭 끌어안고 있었다.

"이제 다시 출발합시다. 아이를 소에 태우셔도 됩니다."

"아닙니다. 업고 가겠습니다."

"힘들면 언제든 말씀하세요."

"예. 감사합니다."

아이를 쉽게 업을 수 있도록 넓고 긴 머플러를 하나 건넸다.

하지만 남자는 그 용도를 눈치 채지 못하고 아이의 목에 둘러주려고 했다.

"포대기 대신으로 사용하십시오. 보탬이 될 겁니다."

"아!"

"제가 도와드릴게요. 저도 몇 번 업어보지 않았지만···."

여자 한 명이 나서서 아이 업는 것을 도와주었다.

두 사람 모두 어설펐다.

<얼마 안가 모두 능숙해질 거야. 유모차도 귀한 세상이니까.>

'나중에는 지금보다 더 좋은 것이 나오기도 해.'

<그건 어디까지나 있는 사람들에게나 해당되는 일이지.>

그렇기는 했다.

지금보다 더한 빈익빈 부익부 세상이 되는 것이 대변혁 이후의 세상이었다.

"어디로 가십니까? 저희도 돕고 싶습니다. 아니 돕게 해주십시오."

아이를 업은 남자가 말했다.

"저도 돕겠습니다. 뭐라도 해야죠."

"알려만 주시면···."

행운 능력치가 제 역할을 하는지 괜찮은 사람이 모인 것 같았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도움이 필요하면 말하겠습니다. 우선 이것 하나씩 드십시오."

사람들에게 죽창을 하나씩 건넸다.

대나무 끝을 날카롭게 깎고 불에 살짝 달궈 놓은 것이었다.

찔러 넣어도 손에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밧줄까지 감아둔 것이었다.

"고맙습니다."

"그럼 가볼까요?"

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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