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198화 (198/350)

198. 초심자의 행운

마이크를 통해 소리를 지르는 여자의 목소리보다 내 말이 더 멀리 명확하게 퍼져나갔다.

주변에 있던 모든 사람이 듣고 싶지 않아도 들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마나를 이용했기 때문이었다.

아직은 아무도 사용할 수 없는 잡기 같은 것이었다.

크르르릉! 크르르릉!

"우리가 사과를 할 줄 알고! 괴물을 부려서 사람을 죽이는 사람에게 사과는 무슨! 여러분! 여기서 물러서시겠습니까?"

저렇게 말하면서 정작 본인은 정작 슬금슬금 뒤로 빠지는 여자였다.

주변까지 살피는 것을 보니 기회만 되면 도망갈 생각인 것 같았다.

크르르릉!

캬아악!

몬야크들이 기세를 죽였기 때문에 몬스터들이 한결 가깝게 접근했다.

"어어어!"

"엄마야아···."

군중처럼 무서운 것도 없지만 군중처럼 덧없는 것도 없었다.

이리저리 눈치를 살피던 사람들이 달아날 곳을 찾았다.

"우리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저 여자가 그렇다고 해서 온 것뿐이에요."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밖이 소란스러워서 나왔다가···."

"저는 길을 가던 길이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저도···."

<참 궁색하다. 저러고들 싶을까?>

대다수의 사람들이 궁색한 변명을 하며 내가 가리키는 곳으로 빠졌다.

달아날 수 있었으면 달아났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달아날 수 없었다.

앞에는 몬스터, 뒤에는 우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슬쩍 빠져서 달아나려다가 빈틈을 찾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사과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진심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사과였지만 무지(無知)에서 비롯된 행동으로 이해하기로 했다.

한 번 정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의 엄마라고 주장하는 여자는 아니었다.

"여러분! 저 남자 정말 괴물을 부립니다. 여러분은 속고 계시는 거예요. 언젠가 후회하는···."

참으로 이상했다.

여자가 말도 되지 않는 이야기를 하는데도 여자 주변을 벗어나지 않는 사람들이 몇 있었다.

말도 되지 않게 변한 세상에서 마치 해답을 찾은 듯 여자의 입만 바라보는 사람들이었다.

<사이비 교주가 괜히 생기는 것이 아니라니까.>

나호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십여 명의 사람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중 서넛은 여자의 말을 철썩 같이 믿는 것 같았고, 서넛은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한 번 탄 노선을 쉽게 갈아타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사람은 여자를 믿고 싶은 것 같았다.

원망할 곳이 필요한 것이었다.

"죽여! 죽여도 진실이 달라지지는 않아! 네가 괴물을 부리는 것이 달라지지는 않는다고! 봐! 괴물들이 저 남자 눈치만 보고 있잖아! 내 딸! 내 딸 돌려줘!"

누가 보면 정수백이 업은 아이가 정말 저 여자의 아이라고 생각할 것 같았다.

"딸 아닙니다! 이 아이는 남자 아이에요! 저 여자가 거짓말을 하는 겁니다. 정말이에요."

정수백이 큰소리로 말했다.

<여자 아이가 아니었어?>

워낙 예쁘게 생겨서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남자아이였던 모양이었다.

꼬물!

^꼬추! 아들이다! 나는 다 봤다!^

엄청난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꼬물이었다.

꼬물이가 아이의 성(性)에 종지부를 찍는 순간 몬스터들이 다시 이를 드러냈다.

크르르릉!

반반이에게 몬야크들의 기세를 더 죽이라고 하자 몬스터들이 앞으로 더 나왔다.

그 순간 두 사람이 살겠다고 걸음을 옮기려고 했다.

사과도 없이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했던 것이다.

초옥!

쪼롱이가 날카롭게 울었다.

그러자 사냥조 두 마리가 그 사람들을 가로막았다.

"저거 보라고! 새를 부리잖아. 사람도 죽일 것 같은 새를···. 공룡 같은 발을 보라고···."

여자가 소리를 질렀지만 이내 입을 닫아야 했다.

사냥조 한 마리가 위협했기 때문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오, 오해를 한 것 같습니다."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두 사람이 사과를 하자 사냥조들이 비켜주었다.

그러자 사과를 한 사람들이 부리나케 한쪽으로 뛰어갔다.

이제 여자 주위에 남아 있는 사람은 아홉 명이었다.

크르르릉! 캬아아아!

몬스터들이 더 다가왔다.

여자와 아홉 명의 사람을 곧 덮칠 것 같았다.

그러자 세 사람이 제대로 알아들을 수도 없는 사과를 하며 옆으로 빠졌다.

두려움에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것 같았다.

<저렇게 무서워할 거면서 왜 고집을 부리는 거야? 알다가도 모르겠어.>

크르르르!

다시 몬스터가 위협을 하며 뛰어올랐다.

그 순간이었다.

여자가 딱 생긴 대로 행동을 했다.

옆 사람을 몬스터에게 밀쳐버린 것이었다.

"으악!"

그렇지 않아도 공포감에 어찌할 바를 몰라 하던 남자는 맥없이 몬스터 앞으로 넘어지고 말았다.

남자가 뒷걸음질을 하려는 순간 갑자기 뒤에서 밀쳐버렸기 때문이었다.

캬아아!

제 발 앞으로 굴러온 먹잇감을 보고 입을 들이대려는 몬스터였다.

정신을 차리고 옆으로 구르기라도 하면 한 번의 공격은 피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남자는 고양이 앞의 쥐처럼 옴짝달싹도 하지 못하고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대변혁 이후의 세상에서는 눈을 뜨고 있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어디에서 몬스터가 튀어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자면서도 한 쪽 눈은 뜨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인데 남자는 눈을 감았다.

두려움에 자신도 모르게 한 행동이었겠지만 절대로 해서는 안 될 행동이었다.

남자를 밀쳐버린 여자는 달아나기 위해 몸을 날렸다.

그 행동만으로도 여자의 실체가 정확하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여자는 운이 좋지 못했다.

남자를 밀치고 달려 나가려는 순간 남자가 밀쳐지는 것을 본 사람이 놀라며 몸을 튼 것이었다.

상당히 큰 동작으로 몸을 틀었고 마침 달아나기 위해 달리려던 여자와 어깨를 부딪쳐버린 것이었다.

퍼어어억!

어깨가 부서지는 것 같은 소리가 나며 두 사람 모두 중심을 잃었다.

몸을 튼 사람의 덩치가 훨씬 좋았기 때문에 튕겨나간 것은 여자였다.

그리고 여자가 튕겨나간 곳은 여자가 절대로 가고 싶지 않은 곳이었다.

"으아아악! 으악! 으아악!"

여자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발버둥을 쳤다.

하지만 이내 잠잠해졌다.

몬들개 한 마리가 여자의 목을 물고 흔들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사, 살려주십시오. 살려!"

여자에게 밀쳐졌던 남자가 실눈을 뜨며 목숨을 구걸했다.

내 눈짓을 본 쪼롱이가 지시를 내렸고, 남자 옆에 있던 사냥조 한 마리가 달려드는 몬들개의 눈을 쪼아버렸다.

커어엉! 커엉! 캬아악!

기세등등했던 몬들개가 괴성을 내지렀다.

이어지는 사냥조의 공격에 이내 괴성마저 잠잠해졌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몰랐습니다."

"이상한 여자인걸 알았다면···."

남아있던 사람들이 급하게 사과를 하며 옆으로 빠졌다.

넘어진 남자도 벌벌 기어서 몬스터에게서 멀어지더니 이마를 땅에 찧을 듯이 사과를 하며 옆으로 빠졌다.

남자는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일어서지 못하고 계속 기어서 자리를 피했다.

"처리합시다."

"예!"

함께 던전에 들어갔던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네 사람이 약속이나 한 듯 우렁차게 대답했다.

죽창이면 충분했다.

죽창을 든 채 몬스터를 상대했다.

몬스터들은 살살 끓어오르는 몬야크들의 기세에 눌려 달아나지도 못했다.

<마나네. 우리 사냥조들 간식이기도 하고.>

나호가 몬스터를 마나라고 칭하고 있었다.

전생이라면 공포의 대상이었지만 지금은 정말 마나일 뿐이었다.

몬스터의 마나통이나 마나홀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행운은 주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몰아온 몬스터들이 준 마나로도 충분했다.

백여 마리의 몬스터는 금세 숨이 끊어졌다.

그중 네 사람이 잡은 몬스터도 스무 마리 정도 되었다.

일부러 흘려주었기 때문이었다.

네 사람이 매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몬스터를 부리는 것이 아니라 죽이는데? 저 여자의 말이 완전히 거짓이었던 거야?"

"아까 저 남자 밀치는 거 봤잖아! 저 여자 미친 여자야."

"어쩐지 여자가 말하는 것이 이상했어."

"그럼 아이도 저 여자의 아이가 아니었던 거야?"

"저 남자의 아이인지도 모르지."

"저런 여자의 아이보다는 저 남자의 아이가 낫겠다. 그럼 정말 딸이 아니라 아들인가? 세상 무섭네."

<사람이 참 좋다가도 저런 모습을 보면 참 싫어지더라. 가벼워도 너무 가볍잖아.>

"의미를 둘 필요는 없어. 아직은 다들 불안하기도 할 거고."

이런 모습이 반복된다면 분명 다시 생각해야 했다.

하지만 처음이었다.

대변혁 첫 날이었으니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저 많은 괴물 사체는 어떻게 하는 거야?"

"그냥 조용히 있어. 보면 알겠지."

소곤거리는 소리가 너무도 명확하게 들렸다.

저들에게도 한 번쯤은 보여줘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도축!"

심상으로 말해도 스킬이 사용되지만 무슨 마법이라도 썼다고 생각할까 싶어서 소리 내어 스킬을 사용했다.

늘 그렇듯이 도축이 되어 가지런하게 정리되었다.

가죽과 고기는 대기실에 넣고 나머지는 부산물 거래를 했다.

부산물 거래는 심상으로 처리했다.

그렇게 하고 나자 남아있는 몬스터 사체는 단 한조각도 없었다.

"저렇게 된 거였구나. 그런데 다 어디로 사라진 걸까?"

"모르지. 괴물들이니 그냥 사라졌을 수도 있지. 게임처럼."

"죽이면 마나라는 것이 들어온대."

"각성을 한 것 같다고들 하던데···."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어."

"꿈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이런 세상을 미리 연습 시킨 걸까?"

"꿈을 꾸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아. 그건 뭔가 말이 안 돼."

정답과 가까이 접근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발현율이 낮을수록 비세계에 대한 기억이 없었고, 각성 예외자가 된 사람들은 비세계에 대한 기억이 아예 없었다.

절대다수의 사람이 각성 예외자이니 비세계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그리고 그 모든 사람은 다시 가슴 통증과 입 냄새를 느끼고 있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괴물들을 죽여야 하는 거야? 저 징그러운 것들을···."

아직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 분명했다.

"갑시다."

이제 더 이상 이곳에 있을 필요가 없었다.

"어디로 가게 됩니까?"

"고향으로 갈 겁니다. 화순 월평리라고···."

"화순 월평리요?"

"그렇습니다."

"헉! 그럼 혹시···?"

얼굴이 허락 없이 공개된 영상은 모두 삭제를 시켰다.

그래서 개인 방송을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몰렸지만 얼굴이 공개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월평이라는 말에 사람들은 바로 감을 잡은 것 같았다.

"어? 월평이라면 독도···?"

"맞습니다. 제 고향에서 독도를 만듭니다."

"대한! 어쩐지 낯익은 이름이라고 생각했는데···. 월평주식회사의 아들입니까?"

"부모님께서 월평을 운영 중이십니다."

"들었어? 월평이래. 독도 만드는 회사 말이야. 그 집 아들이래."

"외계인과 교신한다는···."

"그런 말 하지 마. 오션 28이 낫기 전에 독도 덕을 정말 많이 봤는데···. 지금은 재발 되었지만 말이야."

"나도 재발 됐어. 그래도 나는 독도를 많이 보관하고 있어서 당장 걱정은 없어."

월평이라는 말에 우리 일행이 된 사람들도 흥분을 했지만 한 쪽에 있는 사람들이 더 흥분을 하며 눈을 반짝였다.

<저 사람들 당장이라도 따라나설 기세인데?>

'누구 마음대로? 모르고 했다고 하지만 자세히 알아보지도 않고 사람을 살인자로, 테러리스트로 몰아간 사람들과 함께 할 생각은 없어. 이 정도면 서울도 이제 충분히 살아갈 수 있어.'

<그렇지. 다행이네. 집사가 너무 착해서 호구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전생에 미우라 놈에게 호구 잡힌 것만으로도 충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밥을 먹여야 했지만 이곳을 벗어나서 먹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우리의 행렬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한쪽에 서 있던 사람들이 쭈뼛거리며 따라 붙으려고 했다.

"따라오는 것은 자유이지만 도와주지는 않을 겁니다. 외곽으로 빠지면 몬스터가 더 많습니다. 알아서 생존하십시오."

이 정도 말했으면 충분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따라올지도 모르겠지만 정말 도와줄 생각은 없었다.

일행에 포함된 사람들이 안도와 득의에 찬 미소를 지었다.

자신들의 행운에 감사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저들에게도 분명 행운이지만 이건 집사의 행운 능력치 덕분이야. 일행에 포함된 사람들이 하나 같이 좋은 사람들이잖아.>

'그렇지.'

초심자의 행운처럼 대변혁 이후 첫 서울나들이라고 괜찮은 사람들이 일행이 된 것 같았다.

이제 그 사람들과 함께 화순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고정관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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