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201화 (201/350)

201. 뚫지 못했다.

^두 사람이 입장이 거부된 이유는 발 냄새 때문이야!^

순간 엥?이라고 소리를 낼 뻔했다.

너무도 황당한 사유였기 때문이었다.

'발 냄새 때문에 입장이 거부된다고? 병이 있거나 특별한 이유가 아니고?'

꼬물!

^특별해! 아주 특별한 이유야! 저 던전 덩굴은 발 냄새를 싫어해. 그런데 저 두 사람은 아주 지독한 발 냄새를 지녔대.^

발 냄새가 유난히 심한 사람이 있기는 했다.

아마 두 사람이 그런 경우인 것 같았다.

'지금 씻으면 입장이 가능한 거야?'

꼬물!

^저 두 사람은 양말과 신발까지 갈아 신어야 가능할 것 같아. 그래도 덩굴이 좋아하지는 않겠지만···.^

<집사! 그냥 말해주지 말자. 20대 초반의 여자에게 너무 가혹하다.>

던전에 입장하지 못하는 것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던전으로 이동하면서 거부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굳이 발 냄새 때문이라는 말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꼭 들어가 보고 싶은데···."

김주은이 아쉬움을 드러냈다.

사실 이 두 사람이 입장을 하지 못하면 문제이기도 했다.

아직은 일반인에 불과한 두 사람이 던전 입구에서 기다리는 것도 위험하고, 그렇다고 두 사람이 돌아가는 것도 위험했다.

일행이 있는 곳까지 먼 곳은 아니지만 두 사람이 돌아가기에는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너무 어두워서 잘 돌아갈 수 있을지 걱정스럽기도 했다.

'소환수들에게 호위를 맡겨서 보낼까?'

<글쎄? 그래도 되기는 한데 두 사람이 저렇게 따라가고 싶어 하니···.>

두 사람도 자신들만 남는 것은 원하지 않는 것이었다.

어떤 위험이 닥칠지 모르니 불안한 것이었다.

꼬물! 꼬물!

^정직은 좋은 거다. 심각하게 생각할 거 없다. 두 사람의 발 냄새는 약간 병이다!^

꼬물이의 조언은 솔직히 말하라는 것이었다.

무좀 같은 것 때문에 더 냄새가 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얼마나 냄새가 심하면 덩굴들이 저러나 싶기도 했다.

"두 분 모두 들어가시겠습니까?"

"예. 가고 싶습니다. 여기 혼자 남는 것도 무섭고."

"저도 들어가고 싶습니다. 제가 낫은 제법 휘두를 줄 압니다."

청년회장이 낫을 휘둘러 보이며 말했다.

"그럼 신발과 양말을 벗어야 할 것 같습니다."

"예?"

모두 신발과 양말을 신고 있는데 두 사람에게만 벗으라고 하니 당연히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꼬물!

^그냥 말해. 두 사람이 가장 잘 알 거야. 자신들의 발 냄새가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꼬물이는 쉽다고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흠! 흠! 양말까지 벗으시고 이걸로 갈아 신으십시오."

보관 중이던 양말 두 켤레를 꺼내 하나씩 주었다.

꼬물!

^물티슈도 줘야 할 거야. 그리고 코 막아! 빨리!^

물티슈까지 건네면 너무 부끄러워할까 싶어서 건네지 않았는데 양말과 신발 정도로는 입장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발을 씻든지 그것도 아니면 물티슈로 닦기라도 해야 한단다.

"발 냄새 때문에 입장이 불가능하답니다. 이걸로 닦으시고 새 양말 신으시고 입장하십시오. 신발은 여기에 두시고요."

두 사람만 들을 수 있도록 작은 목소리로 말했는데 청년회장이 산통을 깨고 말았다.

"발 냄새요? 제 발 냄새가 심하다는 말은 자주 듣기는 합니다. 이것도 병이라고 치료를 하면 냄새가 덜 난다고 하는데 시골에 사는데 굳이···. 그런데 젊은 사람도 냄새가···."

청년회장이 김주은 씨를 가리키다 말을 멈추었다.

김주은 씨가 곧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청년회장이 바닥에 앉더니 신발을 벗으려고 했다.

눈치가 보이니 행동을 빠르게 하려는 것이었다.

꼬물!

^코! 코! 코 막아!^

꼬물이가 오버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꼬물이가 왜 코까지 막으라고 했는지 바로 이해가 되었다.

청년회장이 신발을 벗는 순간 모두 깜짝 놀라고 말았다.

냄새가···.

야외에서도 이 정도면 실내면 오죽할까 싶었다.

<꼬물아! 정말 냄새 심하다. 거기까지는 느껴지지 않지?>

나호가 당장이라도 대기실에 들어가고 싶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 사이 함께 던전에 들어가려고 했던 사람들은 모두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내가 왜 갑자기 이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주은이라고 했지? 어서 닦아. 그래야 따라 들어가지. 괜찮아. 괜찮아. 냄새 좀 날 수도 있지. 안 그래? 우리는 발 냄새만 나는 거야. 인간 자체가 썩는 냄새를 풍기는 사람도 많아. 인간이 덜 된 사람들. 그런 사람에 비하면 우린 양반이야."

청년회장이 넉살을 떨었다.

김주은 씨가 조금이라도 덜 창피하도록 만들어주려는 것 같았다.

김주은 씨가 못이기는 척 물티슈를 받더니 신발을 벗었다.

청년회장 못지않은 냄새가 났다.

"윽!"

한두 사람이 신음을 토해냈다.

한 사람의 냄새일 때는 참을 수 있었지만 두 사람 모두 신발을 벗자 주위에 냄새가 장난이 아니었던 것이다.

<몬스터도 쫓을 수 있겠다.>

'쫓는 것이 아니라 불러들이지. 덩굴손들이 피해를 최소화시키기 위해 입장을 막았을까?'

이 물음에 대해서는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몬스터는 인간의 냄새를 잘 맡았다.

두 사람처럼 냄새가 심하면 더 많은 몬스터가 공격해올 가능성이 높았다.

'이 던전에 냄새를 특히 잘 맡는 녀석들이 있는 거야?'

꼬물!

^빙고!^

<그렇다는 말은 덩굴이 안전을 조금은 고려한다는 거네.>

두 사람이 신을 만한 신발까지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신발은 없었다.

대신 양말을 하나씩 더 건네주었다.

"들어갑시다."

보통은 덩굴손이 빼앗은 물건을 보관하는데 두 사람의 신발과 양말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멀리 쳐내지 않은 것도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항상 거부되는 것은 아니겠지?>

꼬물!

^냄새에 민감한 애들이 있다!^

<다행이네. 늘 발 냄새를 신경 써야 한다면 얼마나 곤욕스럽겠어.>

나호가 김주은 씨를 안쓰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얼굴이 잔뜩 붉어진 김주은 씨가 청년회장과 나란히 쭈뼛거리며 던전에 입장했다.

<양말만 신고도 입장시킨 이유가 있었네. 이거 덩굴손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조금 다른 건가?>

던전 안은 이끼가 깔려 있었다.

밟을 때마다 푹신 한 것이 맨발이어도 문제될 것이 없어 보였다.

두 사람도 안심을 하는 것 같았다.

"이제 뭘 해야 합니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정찰을 하면 알 수 있을 겁니다."

"정찰, 꼭 필요하죠. 저도 참여하겠습니다."

김기현 이장님은 상당히 적극적인 분이었다.

"지금은 제 새들이 할 겁니다. 하지만 다른 던전에서는 정찰은 꼼꼼할수록 좋습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 마을에서 체험학습 오는 아이들과 비슷한 놀이를 많이 했습니다."

요즘은 시골마을도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한다고 하는데 여기 마을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꾸루야 부탁해."

꾸!

꾸루가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이십여 마리의 정찰조와 던전으로 흩어졌다.

꾸루가 출발하면서부터 정보가 전달되기 시작했다.

이 던전은 오늘 입장한 던전 중에는 가장 넓은 곳이었다.

클리어를 하고 나면 제법 시간이 지나 있을 것 같았다.

<전생에 이런 던전은 없었는데···. 1회성 던전인가?>

'클리어 하면 알 수 있겠지.'

전생에 존재하지 않았던 던전이라고 해서 무조건 1회성 던전일 리는 없었다.

'저건 뭐지?'

꾸루가 보내온 정보에는 익숙하지 않은 생명체가 보였다.

던전의 입구를 향해 움직이는 것이 몬스터 같기는 한데···.

<집사! 저런 거 처음이지?>

'처음이야.'

"왜 그러십니까? 여기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우리 대장은 새를 통해서 십리 밖도 볼 수 있습니다. 하하하!"

정수백 씨가 자랑스럽다는 듯 말했다.

꼬물!

^돼지다! 돼지!^

'꼬물아! 저 몬스터가 돼지라고?'

꼬물!

^돼지! 욕심 많다! 냄새 잘 맡는다!^

돼지와 전혀 닮지 않았는데 돼지라고 말하는 꼬물이었다.

"여기 계십시오. 몇 마리 처리해보고 오겠습니다."

크지 않은 몬스터였다.

죽창으로도 충분할 것 같았지만 이 몬스터는 쇠스랑이 오히려 효과적일 것 같았다.

대기실에 보관되어 있던 쇠스랑을 꺼내 들고 앞으로 달렸다.

갑자기 나타난 쇠스랑을 보고는 함께 입장한 사람들이 놀라는 것 같았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퍼억! 퍽! 퍽!

꼬물이가 돼지라고 한 몬스터는 처음 보는 종류였다.

바닥을 기면서 움직였는데 길이는 50센티미터에서 1미터 정도였고 눈보다는 코로 사물을 인식하는 것 같았다.

바닥을 기면서 움직이지만 무척이나 빨라서 기는 것이 아니라 달리는 것처럼 보였다.

<두더쥐도 아니고, 지렁이도 아니고···. 뭐 이렇게 생긴 생명체가 다 있어?>

꼬물!

^땅돼지다! 많이 먹는다! 다 먹는다!^

꼬물이가 땅돼지라고 한 생명체는 정말 돼지 같은 먹성을 보였다.

내가 잡아둔 땅돼지를 다른 녀석이 먹으려고까지 했다.

<동종 포식은 몬스터들 사이에서도 흔한 일은 아닌데···.>

죽은 땅돼지를 먹으려는 것을 보고 나호가 한 말이었다.

꼬물!

^못 먹게 해야 한다! 먹으면 강해진다.^

꼬물이는 처음 보는 몬스터를 어떻게 이렇게 잘 아는지 모르겠다.

죽은 땅돼지를 먹어보겠다고 달려드는 녀석들까지 모조리 죽이고는 바로 도축을 해버렸다.

"이 녀석들 마나를 넉넉하게 주네."

강해보이지도 않는데 한 마리에 1마나를 주었다.

움직임이 빠를 뿐 강하지도 않은 녀석들이라 거저먹는다는 느낌이 강했다.

"이 정도면 팀원들도 할 수 있겠는데?"

꼬물!

^배부른 돼지는 위험하다!^

"고마워."

<먹으면 진화하나?>

땅돼지 선발대를 모두 처리하고 팀원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땅돼지에 대해 설명했다.

설명을 끝낸 후 바로 전투가 시작되었다.

쇠스랑 같은 무기가 가장 효과적이었기 때문에 팀원들에게 쇠스랑을 지급한 후였다.

퍼억! 퍽! 퍽!

"정말 마나라는 것이 들어옵니다. 하하하!"

"이거 너무 쉬운 거 아닙니까?"

땅돼지를 잡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공격력도 방어력도 높지 않아서 초심자가 상대하기에는 최적의 몬스터였다.

<집사! 이런 녀석들인데 밖에는 이런 녀석들이 보이지 않았잖아. 이상하지 않아?>

간과하고 있었던 것을 짚어주는 나호였다.

생각해보니 그랬다.

이 주변에는 이런 녀석이 돌아다니지 않았다.

주로 멧돼지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설마?"

말도 되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도축을 외쳤다.

주기적으로 도축을 해서 바닥에 죽은 땅돼지를 방치하지 않았다.

그렇게 던전을 몇 시간 헤맸을 때였다.

멀리서 다가오고 있던 땅돼지들이 특이한 행동을 보였다.

"저것들 뭐하는 것이여?"

이장님께서 의문을 표하는 사이 정말 생각지도 못한 행동을 하는 땅돼지였다.

"우엑! 우엑!"

김주은 씨가 헛구역질을 했다.

땅돼지들이 동종 포식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살아있는 채로 집어 삼켰다.

멀리서 봐서 정확하지 않지만 통째로 삼키는 것 같았다.

땅돼지가 다른 땅돼지를 집어삼켰을 때였다.

쿠에에엑! 쿠에에엑!

지금까지 어떤 소리도 내지 않던 녀석들이 우렁찬 소리를 내더니 뻥튀기하듯 몸짓을 키우는 것이었다.

몸짓을 키운 녀석들의 몸에는 조금 전까지 보이지 않던 다리까지 돋아나 있었다.

누가 보든지 멧돼지처럼 보이는 모습이었다.

"진화한 겁니까?"

게임 속에서 몬스터들이 진화한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런 것 같습니다. 방어력도 공격력도 강해졌을 겁니다. 우선 여기서 기다리십시오."

쪼롱이에게 눈짓을 보내고는 땅돼지를 향해 달려 나아갔다.

쿠에에엑! 쿠에엑!

조금 전까지는 냄새로 인간을 쫓던 녀석들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인간을 마주보았다.

애벌레에서 나비로의 변화만큼이나 엄청난 변화를 보이는 녀석들이었다.

"변태네! 불완전변태!"

고치를 거치지 않았으니 불완전 변태라고 하면 딱 적합할 것 같았다.

퍽! 퍽! 퍼어어억!

방어력을 확인하기 위해 쇠스랑으로 등을 내리찍었다.

땅돼지였을 때는 한방에 가죽이 뚫렸는데 땅돼지는 멀쩡히 서있었다.

등가죽의 방어력이 몰라볼 정도로 상승한 것이었다.

"이거 걱정인데? 이런 녀석이 얼마나 남았지?"

꾸!

땅돼지 상태로는 천 마리 이상이 남아있다고 했다.

변화를 거친다면 이런 방어력을 가진 몬스터를 500마리 이상 상대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멧돼지 모양으로 바뀐 몬스터를 한 마리만 남기도 모조리 처리했다.

한 마리도 다리 한쪽을 절단을 한 후 팀원들을 불렀다.

그리고 각자 방어력을 확인하게 했다.

"이거 제 힘으로는 어름도 없을 것 같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제 던전에 들어갔던 세 사람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몬스터의 가죽을 뚫지 못했다.

<이거 큰일이네.>

피난을 가는 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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