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마나통은 안녕하십니까?-203화 (203/350)

203. 제가···.

"우리만 이렇게 가서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그럴 거 없어. 자식들 돌아오면 우리도 갈 것이여. 걱정할 것 없어."

마을에 남기로 한 사람은 이장님까지 총 열세 명이었다.

외지에 자식들이 나가 있는 분들이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마을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다시 출발했다.

<저 사람들 입이 한 자는 튀어 나왔어.>

나호가 우리 일행을 따라오는 사람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서울에서부터 일행으로 받아주라고 청하며 따라오고 있는데 거절했으면서 이 마을 사람들은 일행으로 받아주니 기분이 좋지 않은 것 같았다.

"처음부터 일행으로 받지 않는다고 분명히 말했어. 신경 쓰지 마."

<작은 일에 원한이 생길 수도 있어. 너무 칼 같이 할 필요는 없어.>

"마을에 사람을 들이는 것은 엄격하게 할 거야. 앞으로도."

서울에서 화순까지 따라온다고 해도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었다.

<저 사람들은 은근히 기대하는 것 같은데···. 살짝 불쌍하기도 하네.>

지금은 온순하고 불쌍해 보이니 나호가 저러는 것이었다.

하지만 꼬물이와 도뮤가 안 된다고 했고, 나도 왠지 저 사람들이 좋게 보이지 않았다.

"우리 마을 인근에 살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내가 베풀 수 있는 최대의 아량이야."

사실 우리 마을 인근에 산다고 하면 내가 뭐라고 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었다.

자기들이 살고 싶은 곳에 살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나중에는 우리 마을 인근이 가장 안전한 곳이 될 것이 분명했다.

지금 저렇게 불쌍한 척 하고 있지만 그때에는 온갖 텃새를 부릴지도 모를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하도록 마냥 지켜보지만은 않겠지만 말이다.

<하긴. 우리 덕분에 넉넉하게 먹을 것도 얻어서 가니 다행이지. 금방 식어서 찬 것을 먹어야겠지만 말이야.>

마을 분들이 해주신 음식과 잘 구운 땅돼지 고기는 대기실에 보관했다.

우리는 처음 보관했을 때 온도로 먹을 수 있으니 화순에 도착할 때까지 따뜻한 음식을 먹을 수 있을 것이었다.

"전령을 보내봐야겠다."

<오오오! 드디어 개시를 하는 거야? 지금은 워프 게이트가 열린 던전은 화순 던전과 서울 던전 뿐인데 어떻게 이동을 해?>

"그냥 날아가지 않을까? 엄청 빠르던데."

꾸!

^이 정도는 그냥 날아가도 됩니다!^

꾸루가 냉큼 대답했다.

"그래. 세 분께 우리는 무사하다는 것을 전해드리고, 130여 명의 사람이 화순을 향해 가고 있다고 말씀드려. 노약자가 많아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도."

꾸!

[띠링! 꾸루에게는 그 정도로도 전달이 되지만 다른 전령조를 통하게 될 때에는 전달하고자 하는 말을 정확하게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시스템이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갑자기 왜 이리 친절해? 불안하게?>

"그러게. 영 불안하네. 괜히 이런 것을 알려주지는 않을 텐데."

[특별 서비스를 받고 계시니 특별히 모시는 것뿐입니다.]

<특별히 모신다고? 집사! 이거 정말 경계해야겠다. 시스템이 괜히 저런 표현을 쓸 리가 없지.>

"혹시 장사가 생각보다 안 됐던 거야?"

<집사! 지금 장사라고 했어?>

"어! 어제 오늘 장사가 생각보다 안 된 것을 제외하면 시스템이 저럴 이유가 없잖아?"

<정말 그렇다. 상품 준비는 많이 해놨을 텐데 팔리지 않은 거지. 오픈빨이 없었던 거야.>

대변혁 첫날 뭔가 팔리는 것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바보스러운 것이었다.

아직 상태창도 잘 알지 못하는데 누가 뭘 사겠는가.

하지만 시스템은 은근히 기대를 했을지 모를 일이었다.

호구도 제법 있었을 것이고 말이다.

[그런 거 아닙니다. 그저 강대한 님께 전령조의 효율적인 사용을 알려드린 것뿐입니다. 처음이니 꾸루가 가야 하지만 다음에는 꾸루가 직접 갈 필요도 없습니다.]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지금 화순에 남아있는 전령조에게서 바로 전달을 받을 수도 있다는 말이야?"

[그렇습니다.]

<오오! 집사 이거 대단하다. 그렇다면 여기저기 전령조를 파견 보내놔도 되겠다. 그럼 언제든 소통이 가능하잖아. 보이지 않게도 할 수 있으니 엄청난 전력(戰力)이 되겠는데?>

"전력 정도가 아니지. 움직이는 CCTV지. 거기다 전령까지 전달할 수 있잖아."

전령조가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난 활약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파견이 가능한 거야?"

[띠링! 주기적으로 돌아오기는 해야 합니다. 지금은 열 곳 정도는 파견이 가능할 겁니다. 되도록 하루에 한 번은 교환을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소환수는 소환자와 가까이 있어야 정신적인 안정이······.]

전령조를 비롯한 모든 소환수들은 대기실에 있을 때 회복이 된다.

상처도 밖에 나와 있을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회복이 되고, 체력도 마찬가지다.

치료를 받을 일이 있을 때도 밖에서 치료를 받는 것 보다 대기실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더 예후가 좋았다.

시스템은 그것은 말하는 것 같았다.

"열 군데에 파견 보낼 수 있다고 했는데 한 곳에 여러 마리를 배치할 수도 있는 거지?"

[지금은 두 마리 정도가 좋을 것 같습니다. 강대한 님께서 더 강해지고 꾸루도 더 강해지면 파견 장소와 배치할 수 있는 전령조도 늘어날 것입니다.]

"좋네. 그럼 당장 김기현 이장님께 우선 두 마리 보내놔야겠다."

꾸!

꾸루가 냉큼 대답을 하더니 두 마리의 전령조를 내 앞으로 데리고 왔다.

"전령조에게 말을 하면 전해지는 거지?"

[그렇습니다. 전달을 한다고 생각하시고 자연스럽게 말씀을 하시면 됩니다.]

이건 매우 어색했다.

<집사! 그냥 해봐. 한두 번만 해보면 금방 적응할 거야.>

"어색해도 해야지."

두 마리의 전령조 중 한 마리를 쳐다보고 전달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자 누구에게 전달하고 싶은지 설정을 하라는 메시지가 흘러나왔다.

그래서 김기현 이장님을 생각했다.

그러자 상태창에 김기현 이장님이 떠오르고 전달 방식을 선택하라는 메시지가 다시 나타났다.

'음성'과 '문자'

이렇게 두 가지 방식이 나타난 것이었다.

음성은 목소리가 그대로 전달이 되는 것 같고, 문자는 상태창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같았다

<집사! 아직은 다들 상태창이 익숙하지 않으니까 음성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

"그래야지."

음성을 선택하자 음성 버튼이 눌러지면서 전달하고자 하는 말을 하라고 했다.

"이장님! 저 강대한입니다. 여기 새 두 마리는 제가 보내는 겁니다. 새를 통해 제가 이장님과 마을의 상황을 볼 수 있습니다. 급하게 저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이 새에게 하십시오. 그럼 제게 전달이 됩니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난 후 음성 버튼을 다시 눌렀다.

녹음을 해제시키는 것과 비슷한 원리로 작동하는 것 같았다.

"이대로 보내면 되는 거지?"

[그렇습니다. 상태창을 통해 배치하시면 됩니다.]

시스템의 지시대로 상태창을 통해 배치를 끝내자 두 마리의 전령조가 우리가 떠나왔던 마을을 향해 날아갔다.

<이거 대단하다. 열 곳에 배치를 할 수 있다면 어지간한 곳은 집사가 항상 볼 수 있잖아. 이거 우리 집사가 수호신이 될 수도 있겠는데?>

나호가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꾸루야! 세 분께 안부 전하고 와. 아까 했던 말도 기억하고 있지?"

꾸!

^130명! 노약자!^

"그래 다녀와!"

꾸!

함께 이동 있는 사람 중 노약자의 수가 많아서 아무리 빨리 이동을 한다고 해도 화순에 도착하려면 이삼 일은 걸릴 것 같았다.

그러니 지금 소식을 전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더구나 꾸루가 한 번 소식을 전하고 오면 화순에 있는 전령조를 통해서 상시적으로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다고 하니 전할 소식이 없어도 보내야 할 판이었다.

꾸루가 커다란 날개를 활짝 펴고 힘차게 날아올랐다.

하지만 먼지 한 톨 날리지 않았다.

전령조들의 특징 중의 하나였다.

저런 특징 때문에 사람들이 전령조를 인식할 수 없는지도 모른다.

<멋지네. 다른 전령조들도 멋지지만 꾸루는 특히 더 멋있는 것 같아. 얼마나 걸릴 것 같아?>

"글쎄. 곧 알게 되겠지."

꾸루를 보내고 서울에도 몇 마리 보내놓을까 싶었지만 당장은 그러지 않기로 했다.

지금 전령조가 서울 이곳저곳의 모습을 비취면 화순으로 내려가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당장은 화순에 돌아가는 것이 중요했다.

화순에 옮겨둔 던전들도 활성화시켜서 본격적인 대변혁 이후의 생활로 접어들어야 했다.

월평리 2구를 완전히 안정화시킨 후 뭘 해도 할 생각이다.

음머어어!

갑자기 반반이가 긴 소리를 내며 울었다.

"반반아. 왜 그래?"

음머어어!

^열이 나는 것 같아. 내 등에 탄 아이. 앞에서 세 번째 아이.^

반반이의 등에는 아이들만 타고 있었다.

풀쩍 뛰어 올라 세 번째 아이를 확인했다.

성연이었다.

성연이가 땀까지 줄줄 흘리고 있었다.

"언제부터 이랬어?"

음머어!

^마을을 출발할 때부터 좋지 않았어.^

<성연이가 갑자기 왜 이러지?>

"내가 보기에는 체한 것 같은데. 의사가 있는 것은 아니니까. 치유버섯을 먹여야겠다."

꼬물!

^꼬마가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의사만큼은 아니지만. 많이 아파봐서 아픈 사람 이해 잘 할 거다.^

아픔을 이해하는 것과 진찰은 다른 것이지만 굳이 따지지 않았다.

"그럼 부탁할게."

꼬마에게 말을 하자 꼬마의 하얗고 작은 뿌리가 밖으로 나오더니 아이의 얼굴에 닿았다.

얼굴에 닿은 작은 뿌리가 감긴 눈도 열어보고 입 안도 살폈다.

꼬물!

^버섯 치유수 먹이면 된대. 양은 이 정도면 충분하고.^

꼬마가 꼬물이에게 말을 한 모양이었다.

꼬물이가 버섯치유수가 담긴 작은 컵을 하나 건넸다.

컵에 담긴 것을 성연이의 입에 조심스럽게 부어주었다.

성연이가 다행히 싫다하지 않고 잘 마셨다.

"여기 축축해져서 가죽을 한 겹 깔아야겠어. 꼬물아. 아이 좀 들어줘."

꼬물!

꼬물이의 뿌리가 나오더니 아이의 몸을 들어올렸다.

"헉!"

"어어어! 저, 저것은 뭡니까?"

"괴물! 괴물이 아이를···."

"엄마야아···."

내 바로 옆으로 뿌리가 나타났는데도 사람들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시, 식물 괴물이 아이를 잡아가려고 합니다! 대장님! 대장님!"

아이를 업은 정수백 씨까지 소리를 질렀다.

"괴물 아닙니다. 친구입니다."

"예? 친구요?"

사람들이 하나 같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앞으로는 자주 보게 될 것이니 숨길 필요가 없었다.

"그렇습니다. 저를 지켜주고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꼬물이가 아이를 들어 올린 사이 재빨리 성연이가 누웠던 자리에 가죽을 한 장 깔았다.

"혹시 아이가 입을 만한 갈아입을 만한 옷을 가지고 계신 분? 아이가 땀을 많이 흘렸습니다."

"저어···. 제가 가지고 있는데···. 괜찮다면···."

반반이 바로 뒤의 몬야크 등에 탄 아주머니 한 분이 입을 열었다.

<은실엄마다.>

"우리 은실이가 어릴 때 입은 옷인데···. 추억으로 보관하다가···. 이제는 버릴 수 없는 옷이 되어 버렸는데···. 허락한다면 제가 갈아입힐 게요."

아주머니가 힘겹게 이야기를 했다.

"좋습니다."

어리지만 여자아이여서 은실엄마가 성연이의 옷을 갈아입히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꼬물아. 모시고 와. 해치는 것 아니니까 그대로 계시면 됩니다."

꼬물이의 뿌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 우리 일행은 멈춘 것이 아니었다.

속도를 조금 늦추었을 뿐 여전히 이동 중이었다.

이런 상태에서 반반이에게로 옮겨와야 한다고 하니 긴장하는 은실엄마였다.

하지만 꼬물이는 능숙했다.

그동안 나를 지키면서 터득한 것이었다.

꼬물이의 뿌리가 은실엄마를 안아 올렸다.

나무뿌리로 만든 의자에 앉은 것 같은 모습으로 은실엄마는 반반이의 등으로 옮겨졌다.

B22

"와아아!"

"신기합니다."

"나도 타보고 싶다!"

"나도! 나도!"

어른들은 신기하다고 하고, 아이들은 호기심을 드러냈다.

반반이 등에 내려진 은실엄마가 잠시 당황스러워하더니 옷을 꺼냈다.

성연이가 입기에는 컸지만 당장은 최선의 선택이었다.

"찬바람 좀 막아줘."

찬바람도 찬바람이었지만 사람들의 시선이 몰린 곳에서 아이의 옷을 갈아입힐 수는 없었다.

꼬물이와 소환식물들의 뿌리가 대기실에서 나오더니 성연이와 아주머니 주위를 감쌌다.

뿌리로 된 알에 감싸인 것 같은 모습이 되자 안에서 은실엄마가 성연이의 옷을 갈아입혔다.

"다 됐습니다."

은실엄마의 목소리가 잘게 떨렸다.

뿌리가 대기실로 돌아갔지만 은실 엄마는 성연이를 내려놓지 않았다.

"제가 돌볼게요."

"그러십시오."

성연이와 은실엄마에게 가죽을 덮어주었다.

은실엄마가 성연이를 품에 안은 채 몬야크의 등에 누웠다.

꼬물!

^착한 아이!^

은실 엄마의 눈가가 살짝 붉어진 것 같았다.

<에궁!>

나호의 눈이 은실 엄마의 손에 닿았다.

은실 엄마는 성연을 쓰다듬고 있었다.

은실이가 입었던 옷을 입은 성연이를 말이다.

새로운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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